국제사회, 북 미사일 이스칸데르급으로 공식화

정부가 발표한 북한의 ‘불상체’, ‘발사체’, ‘단도미사일’ 등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로 밝혀졌다. 북한이 두 차례 걸쳐 발사한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궤적이 불규칙해 요격이 힘든 것이 특징이다. 현재 우리 군의 미사일방어체계로는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미사일엔 핵탄두를 실을 수 있어 우리 안보에 치명적인 구멍이 뚫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불상체’, ‘발사체’ 등으로 표현하면서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공식 발표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이 쏜 ‘불상체’를 이스칸데르급 미사일로 공식화했으나 당사자인 우리 정부만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로 발표하지 않았다. 애써 안보 논란을 키우려 하지 않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정책에 심혈을 기울이며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를 터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여는 등 대북정책에 있어 ‘광폭행보’를 보였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비핵화 의제를 협상테이블로 올렸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9.19 군사합의, 한미연합훈련 연기 등 안보태세를 늦춰왔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았다.

하노이 핵담판이 성과 없이 끝나고 비핵화 국면은 제자리 걸음이다. 그 사이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두 차례 감행하면서 긴장수위를 높였다. 북한은 미국이 정한 레드라인, 즉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닌 단거리 미사일을 쏘며 비핵화 협상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이 도발이 단순한 핵협상 주도권 싸움이 아니라 우리에겐 ‘안보’와 직결된 문제였다는 점이다.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러시아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뚫기 위해 개발된 무기다. 북한은 이 기술을 갖고 있으며 우리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뚫을 채비를 마쳤다.

핵탄두 싣고 쏘면 못막아

논란의 핵심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단순히 막지 못하는 무기가 아니란 점이다. 여기엔 핵탄두가 실릴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핵미사일로 발사될 수 있다. 현재 우리의 방어체계로선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을 방법이 없다. 우선 발사되면 사드나 패트리어트3 등으로는 요격할 수 없다. 수도권을 방어할 수 있는 패트리어트는 방어의 주된 성격이 주한미군시설 보호에 있다. 사드는 사정거리가 수도권에 미치지 못하고, 사드를 추가 배치한다 해도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요격하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결국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선제타격’말고는 없다. 선제타격은 적의 징후를 사전에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능력이 필수적이다. 한미연합사 체제에서 우리의 정보 능력은 절대적으로 미군에 의존하고 있다. 영상수집, 감청능력 등은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수행하여 사전타격 여부를 정할 만큼 정밀하지 못하다.

9.19 군사합의로 군사분계선 부근의 군사비행이 금지되면서 정보수집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또한 한미연합사 체제가 우리 군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전작권 전환이 완료되면 미군의 정보능력을 지금처럼 제공받기도 어렵다. 유일한 방어 방법인 선제타격 능력도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에 현재로선 전혀 대응할 수 없다”며 “쏘면 100% 맞는다고 봐야 하며 선제타격밖엔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4일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전술유도무기(위). 해당 무기가 작년 2월 8일 북한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등장한 모습 (아래). 연합

패트리어트3, 사드로도 역부족

현재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체계는 크게 패트리어트3, 사드 등의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M-SEM, 이지스함 방어시스템 등 한국형 방어체계로 구성돼 있다. 패트리어트3는 8개 포대가 운영 중인데 사정거리가 25km, 상공으로는 20km 정도로 짧다. 그래서 핵심지역이나 전략기지 방어용으로 활용한다. 사드는 사정거리가 200~250km에 이르지만 성주에 위치해 있어 수도권은 방어할 수 없다. 그리고 여러 발이 날아왔을 땐 사정거리가 줄어드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한반도 남쪽 전역을 방어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한국형 방어체계 구축돼도 불가능

현재로서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은 SM-3, SM-6 밖엔 없다. SM 방어체계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로서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비행단계 혹은 종말단계에 접어들기 전인 상승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미사일이 솟구칠 때 미사일을 격추시켜야 하기 때문에 북한 영공에 미사일을 날려야 하는 전략적 과감성도 동반돼야 한다. 그 정도의 군사적 의지도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미사일 발사를 바로 감지해야만 상승단계에서 미사일을 격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보능력도 굉장히 중요하다.

현재 우리 군의 감청, 영상정보, 신호정보 등의 정보능력은 압도적인 미군의 능력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9.19 군사합의로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되면서 정보수집에 제한을 받게 됐다. 사전타격도 녹록지 않은 안보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현재 우리 군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 하에 L-SEM, M-SEM이 개발되고 있다. M-SEM은 개발 완료 단계로 실전 배치 직전에 있다. 이 체계는 패트리어트의 대안으로 개발된 미사일방어체계다. L-SEM은 사드의 대안이다. 아직 이 체계는 개발 초기단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가 완비된다 해도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방어는 불가능하다.

일본은 방어체계 갖추고 있다

일본은 미군과 함께 SM-3를 운용하고 있다. 또한 동북아 미사일 방어체계를 담당하는 미국의 C2BMC 체제에 참여해 전국적인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갖췄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처음부터 가입하지 않았다.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확실한 미사일방어 능력을 거부한 것이다. 일본은 핵탄두를 실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지만 우리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 국익보다 주변국의 눈치를 선택한 결과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