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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칼럼] ‘판문점 깜짝 회담’ 배경과 국내 정치 영향은

트럼프, 외교적 성과 ‘대선 호재’ 활용... 김정은, 리더십 회복 ‘대화 재개’ 명분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지난달 30일 역사적 회동을 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군사분계선 위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북측 지역까지 갔다. 그는 북한에 발을 내디딘 최초의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됐다. 잠시 북측으로 월경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 다시 남측으로 돌아와 문재인 대통령과 3자 회동을 했다. 그 이후 북미 정상은 곧바로 남측 자유의 집으로 이동해 약 50여 분간 단독 회담을 가졌다.

이번 북미 판문점 회담에서는 북핵 폐기를 위한 의미 있는 합의는 없었다. 다만, 2~3주 내에 북미 간에 실무 협상을 시작한다는 합의만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53년 정전 협정이 체결된 지 66년 만에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회동을 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에 이어 북미 간에도 문서상의 서명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위해서도 의미 있는 날이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위대한 날이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도 “나쁜 과거를 연상케 하게 되는 이런 자리에서 오랜 적대적 관계였던 우리 두 나라가 평화의 악수를 한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다”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 CNN 방송도 “역사적인 순간이자 엄청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로 따뜻하게 맞아주며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아 양국간 관계는 이제 확실히 정상 궤도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나오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
이번 판문점 깜작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6월 29일 오사카 G20 회의를 마치고 서울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자신의 트위터에 “곧 한국에 가는데 김정은 위원장을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하고 안부를 나누고 싶다”고 하면서 시작됐다. ‘깜짝 제안’부터, 역사적인 남북미 3자 회동까지 불과 32시간 만에 이뤄졌다. 그렇다면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을 깜짝 판문점 회담이 이뤄진 배경은 무엇일까?

트럼프와 김정은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내년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과 같은 외교적 성과를 대선 가도에 ‘호재’로 활용하려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인 2년 전 (남북) 상황은 매우 위험했었는데 그 사이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도 하지 못한 한반도를 안전하게 만든 것을 자신이 했다는 주장이다. 현재 미국은 내년 대선을 맞아 야당인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열기가 뜨겁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북미 간 깜짝 만남을 통해 전략적으로 미국 내 여론의 관심을 자신에게로 집중시키려고 한 것 같다. 이런 추론이 맞는다면 결국 트럼프 재선용 이벤트에 김 위원장이 호응해 준 셈이 된다.

이런 정치적 게임의 하이라이트는 향후 김 위원장의 미국 방문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워싱턴에 초청했다”고 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구겨진 리더십을 회복하고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명분을 얻었다. 미국의 판문점 회동 제안은 자신의 체면을 살리면서 대화를 재개할 기회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김 위원장은 또 그동안 실무 협상보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톱다운 방식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전격적인 회동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만나기 위해 판문점까지 왔다는 걸 내세우며 내부 선전에 활용하고, 북미 회담에 대한 회의적 분위기도 불식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의 실질적 이득은 무엇일까?

현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온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 여정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줄기차게 제시한 ‘경협 지렛대 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평소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 진전이 서로 선순환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6대 통신사와의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재개를 비롯한 남북 경제협력 사업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이후 맞이하게 될 ‘밝은 미래’를 선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미 모두에게 매력적인 방안”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하튼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져 경협 논의가 탄력을 받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남북미 정상이 회동하고 북미 대화가 제 궤도에 진입한 만큼 상황이 호전됐다. 북미 실무 협상에 큰 진전이 있으면 남북 경협이 탄력을 받고 4차 남북 정상회담도 열릴 수 있다.

여하튼 북미 깜짝 회담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비핵화 협상에 물꼬를 튼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비핵화의 개념이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올해 1월 미국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선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나 공유된 합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것이 하노이 2차 북미 회담 결렬의 핵심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0월 12일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개념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추가적인 핵실험과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서 핵 생산 시설과 미사일 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물론 현존하는 핵무기와 핵 물질들을 전부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핵화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의다.

만약 문 대통령이 설명한 비핵화 개념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추진된다면 전혀 걱정이 없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 정부의 비핵화 개념이 흔들리면 안보가 불안해지고 정치 갈등은 심화된다. 가령, 문 대통령은 최근 세계 6대 뉴스통신사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비핵화와 관련 다소 다른 견해를 밝혔다. “영변의 핵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변 핵심 시설만 제거해도 북한 핵 능력은 거의 사라지고 비핵화가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처럼 들린다. 영변 핵 시설이 폐기되어도 핵무기와 핵 물질이 폐기되지 않은 채 비핵화 협상이 종료되면 북한은 핵보유국이 된다. 이것은 재앙이다.

또한 정부는 비핵화 목표는 북핵 폐기인데 비핵화의 조건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문 대통령은 작년 9월 25일 뉴욕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종전선언에서 시작해 평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관심은 북한의 비핵화 조건이 아니라 북한이 문 대통령이 밝힌 ‘완전한 비핵화’ 개념에 충실히 따를지 여부다. 앞으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어떻게 전개될까? 이것이 한국 국내정치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일까? 여야 모두 판문점 회동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더불어 민주당은 역사적 만남이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6월 30일 논평에서 “판문점이 분단과 대결의 상징에서 평화와 협력의 상징으로 바뀌는 전환점이 됐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노력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대담한 결단과 용기가 만들어 낸 결과”라며 “이번 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 기대한다” 고 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개천 이래 세 분 정상이 판문점에서 상봉하는 날로, 역사적인 순간이다. 성공을 기원한다”고 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우직하게 모든 상황을 참고 견디며 지금까지 이끌어온 문재인 대통령의 인내심과 공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이번 회담이 북핵 폐기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황교안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월북’을 하자 당일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최초로 DMZ(비무장지대)에서 미·북 정상이 만나고 대화를 나눈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의 포괄적 타결을 언급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했다. 또 “미·북 정상 만남이 진정한 한반도 평화로 이어지려 한다면 북핵 폐기라는 본질적 목표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6ㆍ30 판문점 회동이후 미국의 대북 전략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직후 “제재는 유지되지만, 협상 도중 일정 시점에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비핵화가 돌이킬 수 없을 때까지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북한은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이 계산법을 바꿔야 한다”며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실무협상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 미국 일부 언론 매체들은 트럼프 정부가 비핵화 협상 목표를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에서 ‘핵 동결’로 낮추기 시작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가령,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는 김 위원장에 단기간 내 핵 포기라는 최대치를 요구하는 것은 아무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인정하고, 의미 있지만, 제한적인 첫 단계로 시작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미 테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 협상 과정에서 일부 제재 완화가 가능하다고 내비친 건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외에 추가 핵시설과 같은 다른 무언가를 내놓으면 중간 단계 합의도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영변 핵시설 폐기 + 알파(α)’와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합의를 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전망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최근 공개연설에서 ‘미국과 북한 모두 유연한 접근방식의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힌 데 이어 비핵화 협상의 ‘동시적·병행적 진전’을 강조한 것에서도 감지된다. 하지만 백악관과 국무부는 NYT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 “나를 비롯해 국가안보회의의 어떤 참모도 북한의 핵 동결에 만족한다는 내용을 논의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며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반박했다. 비건 대표 또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현재 그 어떤 새로운 제안도 준비하지 않았으며, 어떤 주장도 정확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한국당과 보수 우파가 우려하는 것은 비핵화에 대한 별다른 합의 없이 핵 동결로 이어지는 것이다. 비핵화 협상의 목표가 핵 폐기에서 ‘핵 동결’ 또는 ‘핵 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으로 바뀐다면 결국 북한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핵 무력을 완성할 수 있다. 미국은 아직은 ‘비핵화 없이 대북 제재 해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목표 때문에 완전 폐기까지는 못 가고 단계적·동시적 접근을 명분으로 북핵을 수용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김정은을 군사분계선에서 배웅한 뒤 가진 약식 기자회견에서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다. 포괄적인 좋은 합의에 이르는 것이 목표”라고도 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체제 안정에 비중을 두고 있다. 그는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안전보장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경제 제제 해제보다는 이를 새로운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이) 포괄적 상응조치로서 안전보장을 합의해주는 부분, 그 다음에 북한 역시도 초기에 비핵화의 범주와 로드맵을 합의해주는 방식, 이것이 잘 교환된다면 합의 문건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하노이 결렬 때 드러났듯이 북미 간 입장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접점을 찾기는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실무 협상에 진전이 있으면 빠르면 9월에도 북미 정상 회담이 가능할 수도 있다. 박지원 민평당 의원은 북·미 실무협상을 통해 북한이 영변 플러스알파로 ICBM까지 폐기하고, 미국이 금강산·개성공단에 플러스로 원유 수입제한까지 풀어줄 수 있다면서 “9월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중국까지 4개국 정상이 평화협정까지 이루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9월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면 올해 안에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나는 것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판문점 회동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은 향후 국내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국회가 사실상 정상화 수순에 접어들었다. 여야 교섭단체 3당(민주-한국-바른미래)은 지난달 28일 총 4개항으로 구성된 본회의 관련 원 포인트 합의를 했다. 지난 4월 5일 이후 84일 만이다. 28일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의결하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를 활동기한은 오는 8월31일까지 연장하며, 특위 위원장은 교섭단체 의석수 순위에 따라 1개씩 맡기로 최종 합의했다. 다만 어느 당이 어떤 특위 위원장을 맡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중 위원장을 맡을 특위를 정하면 한국당이 나머지 특위의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정개특위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사개특위에는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 개혁 관련 법안이 각각 걸려 있다.

  •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제19차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정치개혁 제1소위에서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가운데는 소위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 연합
정개특위는 한국당 위원을 1명 더 늘려 총 19명으로 구성토록 정수를 일부 조정했다. 기존 방식을 따르면 민주당 8명, 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정의당·무소속 등 비교섭단체 2명으로 배분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7월 4일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어느 특위 위원장을 맡을지 결정하지 못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오늘 결정을 내리지 않고, 지도부에 위임해 다음 주 초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이 결국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를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형성된 야3당(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과의 ‘입법 공조’가 파기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야 3당 대표단은 2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치 개혁 논의의 주도권이 반(反)개혁 세력인 한국당에 넘어간다면 선거 제도 개혁은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라며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아 정개특위를 책임 있게 운영하라”고 요구했다. 또 “8월 말까지 연장된 정개특위 활동기간이 끝나기 전에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대표는 “정개특위원장을 한국당에 넘겨준다면 (민주당은) 더 이상 야3당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정미 대표도 “정개특위를 한국당에 넘겨주면 정의당도 ‘중대한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야3당이 정치 개혁 특위 위원장에 사할을 거는 것은 선거법 개정이 자신들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위 위원장은 특위 운영을 좌우해 계류 법안 처리를 앞당길 수도 있고, 최대한 지연하거나 무산시킬 수도 있다. 야 3당은 한국당이 정개특위원장을 맡으면 선거제도 개혁안을 특위에 묶어두고 허송세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혁 문제가 급선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공수처법·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 사법개혁은 문재인 정부·여당의 숙원 과제이지만 딱히 시한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백혜련 의원이 “이미 패스트트랙에 올린 법안과 관련해 위원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라며 “사개특위 위원장을 우리가 포기한다고 해서 사법 개혁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장 330일이 소요되는 패스트트랙 기간을 모두 채울 경우, 선거법 개정안은 내년 3월25일에야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그럴 경우, 21대 총선(4월 15일)에선 적용할 수 없다. 특위가 오는 8월 말 기한까지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정개특위 법안은 행정안전위를 거치면서 시간이 더 지체된다. 따라서, 속도전이 필요하다. 결국 정개특위 계류 일수를 줄이기 위해 민주당은 정개 특위 위원장을 맡을 수밖에 없다.

홍준표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방송인 ‘tv 홍카콜라’에서 ‘좌파 총선 5대 전략’을 분석했다. 현 집권세력이 총선 승리를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한 진보 연합 구축, 검^경 친위체제 구축을 통한 자유한국당 의원 붕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집행 정지와 친박 성향 신당(우리 공화당) 창당에 따른 보수 우파 분열,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을 통한 PK와 TK 영남 갈라치기, 퍼주기 복지를 통한 저소득층 공략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의 남한 방문 등 신북풍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이제 한국 선거에선 ‘경제가 평화를 이길 수 없다’는 가설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배경에는 선거를 두 달 정도 남긴 시점(4월 17일)에 판문점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의 남북 정상회담이 자리잡고 있다. 판문점 남북미 회동직후 실시된 리얼미터, tbc의 7월 1주 조사(1~3일)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다.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4.8%p 오른 52.4%를 기록했다. 작년 11월 2주차(53.7%) 이후 7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한편,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5.1%p 내린 42.5%였다. 긍·부정 평가의 격차가 오차범위(±2.5%p) 밖인 9.9%p로 집계됐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남북 정상 회동 효과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다시 입증되었다. 다만, 세부 계층별로 분석해 보면 주목할 만한 사항이 있다. 현 정부의 핵심 지지층에서 보다 전통적인 한국당 지지층에서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다. 가령, 긍정 평가가 대구·경북에서 9.7%p(29.1%→38.8%), 60대 이상에서는 9.0%p(35.7%→44.7%), 부산·울산·경남에서는 7.4%p 상승했다. 보수층에서조차 2.8%p(18.8%→21.6%) 상승했다. 따라서 정부 실정과 무능에 대한 비판이 강화되어 이탈한 보수층이 다시 회귀하면 반짝 올랐던 판문점 회동 효과는 의외로 금방 식을 수도 있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전주 대비 0.6%p 오른 42.1%로 2주째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2.4%p 내린 28.2%로 다시 20%대로 하락했다. 이 수치는 2·27 전당대회 직전인 2월 3주차(26.8%) 이후 4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6월 24~28일) 조사 결과, 이낙연 국무총리(21.2%)가 황교안 자유한국당(20.0%) 대표를 오차범위 내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조사 시작 이래 지난 5개월 연속 황 대표가 이 총리에 앞섰는데 처음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이런 조사 결과들은 야당에게 중요한 정치적 함의를 던진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현 정부의 행태가 신독재 현상과 부합한다”며 “독재는 스스로 독재임을 인지하지 못한다. 야당의 경고에 귀 기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최근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으나 현실은 바뀐 것이 없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은 한마디도 말 못하는 객(客), 손님을 자처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분노와 비판만으론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한국당은 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위장 평화, 가짜 평화’라고 비난만 하지 말고 보수가 지향하는 평화 구상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 여당도 “남북 관계만 좋으면 모든 것이 망가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착각이고 오산이다.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의외의 일격을 당할 수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이 있다. 경제가 너무 어려워 판문점 회동 효과는 길어야 두 달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작년 9월 남북 정상이 평양에서 가진 정상회담 효과는 3달 정도 지속되었다. 한국 갤럽 조사 결과, 9^19 남북 정상회담직후(9월 3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11%p(50%→61%) 수직 상승했다. 그리고 3주간 4%p 더 상승해서 65%(10월 2주)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이후 2달이 지난 12월 1주(49%)때 40%대로 떨어졌다가 12월 3주때는 부정 평가(46%)가 긍정 평가(45%)보다 많은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따라서 청와대는 판문점 회동 효과가 극대화되는 앞으로 한 달 동안 과감한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 정치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문 대통령은 2일 판문점 회동 이후 가진 첫 국무회의에서 “세계를 감동시킨 북·미 정상 간 판문점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의 SNS를 통한 파격적 제안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과감한 호응으로 이뤄졌다. 그 파격적 제안과 과감한 호응은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했다. 이어 “기존의 외교문법 속에서 생각하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그 상상력이 세계를 놀라게 했고, 감동시켰으며, 역사를 진전시킬 힘을 만들어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에게 묻는다. 왜 국내정치에서는 기존의 정치 문법을 파괴하는 과감한 상상력을 통해 협치와 공존의 정치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인 2000년 한 해 동안 야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청와대에서 세 번 단독 회동을 했다. 6월 17일에 6^15 남북정상회담을 설명하기 위해, 6월 24일에는 의사들이 파업하는 ’의료대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회동했다. 10월 9일 회동에서는 경제, 남북문제 등 시급한 국정현안 해결을 위해 공동협력하고 영수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하는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당시 청와대는 “상생과 대화 정치 복원을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깜짝 회동을 해서 판문점 회동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민생경제, 남북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파격을 보일 때다.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려는 오기 정치에서 벗어나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 개편을 통해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 이제 국정운영의 최우선 순위를 남북화해에서 민생 경제로 돌려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 협치도 복원되고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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