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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군용기 한국 영공·KADIZ 침범, 뭘 노렸나

한국전쟁 후 중·러 동시 도발은 처음 / 한·미·일 안보협력체계 ‘와해’ 노린 것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안방처럼 드나들었다. 중·러 양국이 동시에 한국을 도발한 건 6.25 이후 처음이다. 방공식별구역이란 자국의 영토와 영공을 방어하기 위한 구역으로 국가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해 설정한 임의의 경계선이다. 방공식별구역을 도입한 국가에 접근할 때는 사전 허가를 받거나 알리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이번 중·러 군용기 침입 이전에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다.

러시아 군용기에 ‘360여 발’ 경고사격

지난 23일 러시아의 군용기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이에 우리 공군은 F-15K, KF-16 전투기를 출격시켜 경고방송, 차단기동, 경고사격 등을 하며 대응했다. 이날 러시아와 중국의 군용기 5대는 KADIZ를 무단 침범했는데, 이 과정에서 러시아 군용기 1대가 독도 인근의 우리 영공까지 침입해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 공군은 극히 이례적으로 다른 나라 군용기에 직접적으로 360여 발의 경고 사격을 하는 등 긴장 수위가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와 중국 측의 국방무관 및 주한대사를 초치해 엄중 경고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특히 독도 상공을 침범한 러시아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직접 나서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에게 강력하게 항의하는 등 최상급의 외교적 대응을 했다. 정 실장은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과거에도 수차례 KADIZ를 침범한 적은 있지만 중·러 양국이 합동으로 군사훈련을 진행하며 침범한 적은 처음이다. 특히 정례적 훈련이 아닌 비공식적인 합동 훈련이어서 그 의도가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러, 한미일 안보협력 ‘와해’ 의도

국가 간 합동 군사훈련은 양국의 안보태세 강화를 위해 군사적 공조를 강화하고 재확인하는 측면이 크다. 중국과 러시아도 양측 군용기의 장거리 비행 및 공조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한 훈련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한일 무역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고리를 느슨하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전 외교부 차관 및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대사는 “우선 (중러의 군용기 도발이) 한미일 안보협력체계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면서 “한일관계가 최악이고 한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한미일 공조의 틈새를 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군사적으로 러시아와 준동맹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며 역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수세적 입장인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경쟁에서 더 이상 밀리지 않기 위해 러시아와의 군사적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도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두 손을 맞잡는 모양새다. 양국의 국익이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현재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전략에서 핵심고리는 일본이다. 미국과 일본은 역사상 가장 긴밀한 군사공조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여기에 한국까지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한미일 안보협력을 한층 강화하고자 한다.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한국이 역내에서 조금 더 포괄적인 역할을 원하고 있다. 특히 한일 안보협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문성묵 예비역 준장은 “중국과 러시아의 이번 비행경로를 보면 이어도와 대한해협, 동해를 갈랐다”며 “마치 한반도 전체는 우리의 영향력 안에 있다는 것을 과시라도 하듯 비행한 셈인데 모종의 메시지를 미국에 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의 고리가 느슨해진 틈을 파고듦과 동시에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 도발로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되는 등 중·러가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문 준장은 “군사적 충돌을 대비해 미리 그 지역에서의 정보나 상대의 반응 등을 살피며 정상적인 작전을 수행한 것이 되기 때문에 실전연습을 한 효과가 있다”며 “한미일이 결속되는 효과도 있겠으나 한미일을 향한 강력한 군사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중국과 러시아이 한반도를 자신들의 영향력 안에 두고자 하는 ‘패권심리’를 여과 없이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는 까닭이다.

  •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3일 오전 중국 H-6 폭격기와 러시아 TU-95 폭격기 및 A-50 조기경보통제기 등 군용기 5대가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러시아 A-50 1대는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두 차례에 걸쳐 7분간 침범했다. 사진은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사진 위)와 중국 H-6 폭격기 모습. 연합
말바꾼 러시아, 공산권이 남긴 화법

러시아는 사건 직후 유감을 표명하는 등 KADIAZ 침범을 사실상 인정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가 공식 사과했다고 발표하자 러시아대사관은 “청와대 발표와 관련한 언론 보도는 사실과 맞지 않는다”며 “러시아 측은 러시아 항공우주군 소속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바꿨다. 러시아의 공식 입장은 면밀한 조사를 거쳐 규정된 방식으로 한국에 통보하겠다는 태도로 바뀌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러시아에 당시 상황의 디지털비디오레코드 등 각종 기록 장치를 건네며 “부인하기 힘든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우선 이번 증거자료를 받은 러시아가 어떤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는지에 따라 군의 대응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영공 침범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지난 한일 초계기 갈등처럼 장기화될지 빠르게 일단락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우리 정부가 넘긴 군사 정보는 한국군의 탐지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여서 증거 제공의 적절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러시아의 말바꾸기 수법이 공산주의자들의 전형적인 외교 수법이라고 말했다. 신 전 대사는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면하기 위한 발뺌”이라며 “지난 천안함 폭침 때도 객관적인 증거를 보여줬지만 합동조사단을 마치고 귀국해서는 다른 말을 했다”라고 말했다. 문 준장도 “러시아로서는 자기들의 행동을 정당화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영공 침범을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행동은 러시아를 포함한 구공산권의 상투적 행태”라며 사태의 책임을 전가하고 정당화하는 러시아의 태도를 지적했다.

중·러가 한·일에 핵폭격 연습했다?

일각에서는 중·러 간 합동군사 훈련에서 한·일에 핵폭격을 하는 절차를 연습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신각수 전 대사는 “좀 많이 간 이야기”라며 “핵전쟁이란 핵을 보유한 국가와 하는 것인데 한·일에 핵폭격을 한다는 것은 미국을 상대로 핵전쟁을 하겠다는 이야기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한·일을 상대로 핵전쟁을 치른다기보다 본격적으로 미국의 동북아시아에서의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이 와전됐다는 뜻이다.

문 준장은 “(이번에 침범한) 조기경보통제기라는 것은 전반적인 표적 정보를 전폭기 또는 전투기에 알려줘 실제 작전을 하도록 하는 공중사령본부”라며 “독도 영공에 침범한 러시아의 군용기는 날아다니는 지휘본부로서 우리 지상의 표적을 포착하고 전폭기에 지시해 공격하도록 하는 작전을 펼친 셈”이라고 말했다.

  • 러시아 군용기 독도 영공 침범과 관련해 니콜라이 마르첸코 주한 러시아 공군 무관(오른쪽)과 세르게이 발라지기토프 해군 무관이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러 국장급 실무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한일관계 악화에서 중·러까지 관계 악화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고 한일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지난 박근혜정부 당시엔 중국과 사드 갈등으로 한중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바 있다. 이번엔 러시아와 KADIZ 침범 여부로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 현 정부가 들어서부터 강력한 군사동맹 국가인 미국과의 관계도 느슨해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비핵화 협상을 이유로 미국과의 각종 연합훈련은 축소되거나 변경 및 연기되고 있다. 미국의 B-2B 전략핵폭기, 항공모함 등이 전개하는 대규모 연합훈련도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중·러 양국으로선 한미 공조가 상당히 느슨해졌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다.

사드 도입에 날을 세우며 각종 경제 보복을 실시했던 중국은 최근 국방백서를 발표하며 사드배치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중국은 지난 24일 ‘신시대 중국국방’ 백서를 통해 한국의 사드 배치를 정면 비판했다. 국방백서엔 “한국의 사드 배치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엄중하게 파괴했다”고 나와 있다.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면서 중국은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크게 훼손했으며 자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에도 중대한 해를 끼쳤다는 뜻이다.

이에 우리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사드체계는 방어 능력과 범위가 대한민국 방어에 국한되는 방어적 무기체계”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안보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며 필요한 소통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일본에는 한치의 물러섬 없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문재인 정부이지만 중국에는 상대적으로 상당히 ‘저자세’로 나선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 문 대통령의 “중국몽에 동참하겠다”는 과거 발언 등은 미국 조야에 ‘대(代) 한국 의심’을 증폭시켰다. 북핵 문제가 답보상태에 빠진 것에 더해 주변 4강과의 외교적, 군사적 갈등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는 형국이다.

안보위협 커져가는데 GSOMIA 재검토?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르면서 한일 간의 안보협력의 기제였던 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도 불투명해졌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카드에 대응해 GSOMIA 연장 재검토로 맞불을 놨다. 이번 중러 군용기 사태가 불거지면서 GSOMIA 재검토가 적절했느냐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신 전 대사는 “러시아보단 일본과 안보적으로 가까운데 이것을 무역 갈등의 카드로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미일 간 안보협력이 우리 안보에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GSOMIA는 당연히 연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GSOMIA를 통해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대북 ‘영상정보’를 제공받고 우리는 대북인사 등의 ‘인간정보’ 등을 제공하며 상호보완적인 안보협력을 하고 있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도 한미일 안보협력의 고리가 느슨해지는 것을 우려했다. 지난 24일 볼턴 보좌관은 중·러의 KADIZ 진입 사건과 관련해 ”앞으로 유사한 상황에 대해 양국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라며 양자 간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동맹관계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 국방부는 우리의 군사적 대응에 지지를 표명하며 “한국과 일본 이들 동맹의 중국과 러시아 항공기의 영공 등 침범에 대한 대응을 강력히 지원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의 동맹국 방어에 대한 의지가 철갑처럼 확고하다“라며 중·러의 군용기 도발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北, 요격 힘든 이스칸데르급 또 발사

북핵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지난 25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오전 5시 34분과 5시 57분 즈음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발사된 2발의 미사일은 모두 비행거리가 약 400~700km에 이르는 것으로 미사일 고도는 약 50km로 분석됐다. 이 미사일은 지난 5월 북한이 발사한 이스칸데르급 KN-23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6일 한미 연합군사령부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탄도 미사일로 정의하고 “북한의 새로운 형태의 단거리 마사일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것은 대한민국이나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은 아니며 우리의 방어 태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입장문을 통해 공식 성명을 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6일 이번 미사일을 ‘신형전술유도무기 위력시위사격’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방어하기 쉽지 않을 전술유도탄의 저고도 활공도약형 비행궤도의 특성과 위력에 대해 직접 확인하고 확신할 수 있게 된 것을 만족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발사된 이스칸데급 미사일처럼 요격 자체가 쉽지 않은 비행궤적을 그렸다는 점에서 우리 안보태세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아 보인다. 현재 우리의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요격하기 어렵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며 또다시 도발했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토인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조선 지역에 첨단 공격형 무기들을 반입하고 군사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는 남조선 군부호전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도발의 이유를 ‘남쪽’에 국한하며 미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북미실무협상의 판 자체를 깨지 않으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북한은 이스칸데르급 신형 미사일 개발과 실험을 최종 완료하고 작전 부대에 배치에 실전 운용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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