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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칼럼]황교안 대표 ‘한국당 항로’ 제대로 잡고 있나

‘친일 프레임’에 고전 지지율 10%대 추락... ‘당 혁신·보수 통합·총선 전략’ 3대과제 난항
이슈 주도 못한 채 ‘안보 프레임’에만 집중... 당 혁신^인재 영입에 가시적 성과 내놓아야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안보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일본 경제 보복, 수출과 내수 부진, 한국 WTO 개도국 지위 박탈 등 경제 비상시국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초당적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할 여야는 서로를 향해 죽창을 겨누고 있다. 정부 여당은 자유한국당을 향해 친일 프레임을 씌우고 야당은 정부가 잘못된 관제 민족주의로 반일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행복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우왕좌왕하고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는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갤럽 7월 4주(23~25일) 조사 결과, 현재 지지하는 정당은 더불어민주당 39%, 자유한국당 19%, 정의당 9%, 바른미래당 6%,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 1%, 민주평화당 0.4% 순이었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26%였다. 최근 6개월 정당 지지도 추이를 분석해보면, 한국당 지지율 부침이 뚜렷했다. 지난 2월 27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4^3 보궐선거를 치르고, 민생대장정을 할 때 지지율이 25%(5월2주)까지 올랐지만, 그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최근 10%대까지 추락한 상태다.

중도층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민심이 한국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갤럽 5월 2주(7-9일) 조사 당시, 중도층에서 한국당 지지는 23%였다. 하지만 7월 4주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13%로 크게 하락했다. 한편,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동일한 시기에 이 계층에서 10%로 변함이 없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5월2주 조사에서 50대 연령층의 한국당 지지는 34%로 60대 이상(41%)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7월 4주 조사에선 18%까지 추락했다. 또한, 20대와 30대에서 한국당 지지는 10%대 이하로 추락했다. 5월 2주 조사에서 이들 계층에서 각각 10%와 12%를 기록했지만 7월 4주에서는 7%와 8%로 추락했다.

유권자 지형에서 ‘2050 대 6070 구도’가 만들어지면 한국당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 하락에 대해 황교안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지하고 싶은 생각이 떨어진 것 아닌가. 지지하고 싶은 생각이 돌아오면 (지지율이) 돌아올 것”이라며 “굴곡이 있지만, 저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중국·러시아 공군의 한국 영공 침범 등 ‘안보 우려’가 제기되고,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미숙한 대응에 대한 비판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지만 한국당 지지율이 외려 10%대로 추락했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당이 강경 발언으로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 외에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거나 정책 전환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편, 민주당은 최근 5개월 동안 36%-40%의 안정적인 지지세를 유지하고 있다. 6월 2주를 기점으로 민주당 지지율은 상승 흐름을 보였다. 특히, 최근 일본이 경제 보복 조치에 나서면서 오히려 반사 효과를 누렸다. 과거와 같이 외부 위협이 대두되자 정부 여당에 대한 지지가 강화되는 양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북한 목선 입항사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중·러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및 영공 침범 등의 악재도 일본의 경제 보복이라는 더 큰 압력에 밀려 민주당은 별다른 타격을 보지 않고 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이 자신들의 국정운영 실패로 나타난 외교· 안보·경제파탄을 수습하기는 커녕 국민 분열을 조장해 실패를 감추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펼치는 ‘친일이냐 애국이냐’ 구도가 먹혀 들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을 공격하는 대신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한국당은 친일 세력이라는 친일 프레임 때문에 고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손학규 대표 퇴진을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인 바른미래당 지지도는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2월 2주 때 8%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이후 최근엔 6%로 추락했다. 심상정 대표체제 출범이후 정의당은 9%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당권파와 비당권(대안연대)간에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평화당 지지율은 1% 미만으로 추락했다.

지난달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홍문종 의원이 대한애국당에 합류하여 조원진 의원과 공동대표를 맡고 6월 24일 ‘우리 공화당’이라는 새 당명을 확정했다. 공화당 지지도는 1%에 그치고 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이 2월 3주때 26%를 기록했는데 5달이 지난 현재도 그 비율은 큰 변화가 없다. 한국당 지지율이 황교안 대표 체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황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황 대표가 한국당의 항로를 제대로 잡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당 안팎에서 일고 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위의 ‘안보실정백서 북콘서트’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
첫째 과제는 ‘당 혁신’이다

황교안 대표는 세 가지 중대한 과제를 안고 출발했다. 첫째, 당 혁신이다. 정치권에서 한국당 혁신의 핵심 과제는 친박 청산이라는 데에 큰 이견이 없었다. 그런데 황 대표 취임 5개월 동안 주요 당직과 국회직에 친박계 인사들이 잇따라 임명되면서 ‘도로 친박당’이 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지난 2월 취임 직후 사무총장(한선교), 대표 비서실장(이헌승), 전략기획부총장(추경호), 대변인(민경욱) 등 주요 당직을 친박이 독식했다. 이들 대부분 친박 성향의 초재선 모임인 ‘통합과 전진’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비박계 인사와의 경쟁 끝에 박맹우 사무총장부터 국회 예산결산위원장(김재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유기준)까지 옛 친박계 의원들이 거머쥐었다. 당내에서 ‘친박계 부활’의 시작되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와 비박계 소장파 의원들이 이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한동안 당내 문제 언급을 자제해온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모두가 힘을 합쳐 (보수) 빅텐트를 만들어도 좌파 연합을 이기기 어려운 판인데 극우만 바라보면서 나날이 도로 친박당으로 쪼그라들고 있으니 국민들이 점점 외면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는 “우리 당에 친박과 비박은 없다”며 ‘도로 친박당’으로의 회귀’ 논란을 일축했다. 황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나는 친박에 빚진 것이 없다. 내가 박근혜 정부에서 일했다는 것이지 그때 정치를 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이어 “친박을 키워야겠다는 뜻으로 당에 온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서 “우리 당이 ‘친박 70%, 비박 30%’라고 한다”며 “그러나 당직에 친박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도로 친박당이라는 말을 만든 것은 언론”이라며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황 대표는 당이 친박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황 대표가 최근 주요 보직에 친박계 의원들을 인선하면서 계파 갈등을 봉합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을 지폈다는 부정적인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폐족 선언을 해야 할 친박 인사들이 황 대표 주변을 감싸고 있어서 “인적청산과 당 혁신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 개혁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비박계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30일 “노선과 좌표가 명확하지 않으니 과거 세력들의 반동이 강하게 일어나고 구체제의 부활이 가능할 것 같은 착각과 기이한 악재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개혁노선을 명확히 함으로써, ‘문재인 정권 욕만 잘하는 정당’이 아닌, 자유한국당이 추구하는 개혁과제를 인물과 정책으로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내부 비판에 대해 황 대표는 1일 단속에 나섰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책없이 지도부를 흔들고, 당을 분열시키는 행위를 한다면 총선을 망치고 나라를 이 정권에 갖다 바치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라면서 “당을 망치는 계파적 발상과 이기적 정치행위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반드시 신상하고 필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선 경고보다는 당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할지 모른다.

둘째 과제는 ‘보수 통합’

둘째, 보수 통합이다. 황 대표는 “총선에서 문재인 정권에 이기려면 지금 이 모습으로는 안 된다. 통합이 필요하다. 보수가 다 같이 가야 한다”며 “조직적인 통합 또는 인물 중심의 통합 등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고 했다. 지난 달 22일 무소속 이언주 의원의 <나는 왜 싸우는가> 출판기념회에 자유한국당, 우리공화당 중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보수통합론의 불을 지폈다. 이언주 의원은 “우리는 민주화 세력이라고 하면서 자유를 억압하는 세력과 싸워야 한다. 저와 함께 시대착오적 무리와 싸워 희망을 여는데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초당적 보수 정풍운동 단체인 ‘보수의 새길 ABC’도 발족됐다. 보수집결론이 다시 불붙는 양상이지만 한국당의 보수통합에 대한 비전이나 전략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 지난달 초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과 홍문종 우리공화당 대표가 만나 내년 총선 연합공천을 논의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어났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은 지난달 30일 “보수대통합이라는 당위가 있지만,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고, 누가 바람직한 통합 파트너인지 등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해 ‘묻지마식 선거 연대’에 반대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7월 10일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 특강에서 “지금처럼 (한국당이) ‘친박 1중대, 2중대’로 가면 새로운 정치세력이 탄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한국당에는 유력한 차기 지도자가 없고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 한 명만 있다”면서 “그런 당이 성공하겠냐”고 했다. 우리공화당에 대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뭔가 해보겠다는 건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는 것과 같다”면서 “그런 정당의 성공 가능성은 제로”라고 했다.

이 발언은 미묘한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 한국당과 공화당의 통합은 보수 통합이 아니라 ‘친박 수구 연대’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한국당이 보수통합의 중심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여차하면 친박 한국당과 공화당을 배제한 보다 큰 그림의 보수통합을 구축할 수 있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한국 선거엔 불변의 경험적 법칙이 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정치 실험을 한 세력이 승리한다는 것이다. 지난 1990년 3당 합당, 1997년 DJP 연대,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등과 같이 전혀 이질적인 세력들이 모여 합치거나 연대하면 폭발력을 갖고 선거에서 승리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정치 실험이 과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뤄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셋째 과제는 ‘총선 승리 전략 구축’

셋째, 총선 승리 전략 구축이다. 총선은 통상 구도, 이슈, 인물이라는 3대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선거법 개혁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고 민주당이 정치개혁 특위 위원장을 맡은 상황에서 소수 정당에게 유리한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도가 내년 총선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새 선거제도로 거대 양당 구조를 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소수 정당들끼리 연대하는 제3지대론 또는 각자도생하려는 의지가 강할 수밖에 없다. 결국 내년 총선은 ‘일여다야 구도’속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진보정당들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다.

황교안 대표 체제는 이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전략과 대응책을 준비해야 하는 데 현재로선 여의치 않다. 한국당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이슈를 주도하지 못한 채 안보 프레임에만 집중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달 28일 당내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국가안보위원회 연석회의에서 “국민의 안전을 내팽개치고 북한 눈치만 보는 대통령에게 안보와 국방을 안심하고 맡겨놓을 수 있겠냐”며 현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나아가 “북한을 대변해주는 청와대, 안보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야말로 우리 안보의 가장 큰 위협요소”라고 몰아붙였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인질이 공포심으로 인해 인질범에게 긍정적 감정을 갖거나 동조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런 와중에 북한은 7월 31일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압박성 시위로 원산 갈마 일대에서 동북방 해상으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2발을 시험사격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무기의 과녁에 놓이는 일을 자초하는 세력들에게는 오늘 우리의 시험사격 결과가 털어버릴 수 없는 고민거리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이스칸데르형 탄도미사일 두 발을 쏜 이후 엿새 만이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연이은 무력 도발에 침묵하고 있다고 맹비난하면서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 교체와 함께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를 촉구했다. 더 나아가 전술핵무기 재배치, 핵무기 탑재 잠수함 순항 가동, 한미일 핵무기 공동관리 등 사실상 자체 핵무장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과거에 북한의 도발 행위로 인한 안보 불안은 보수 정당에게 유리하게 작동됐다. 그런데 이런 안보 프레임이 과연 내년 총선에서 얼마나 먹힐지는 의문이다. 최근 한국 선거에선 평화 이슈가 안보 이슈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당이 승리하려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이슈를 개발하거나 진보의 핵심 가치인 평화를 보수의 시각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가령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진보의 전유물 있었던 ‘경제 민주화’를 제시해서 승리했던 것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야당의 경우 어떻게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느냐가 선거 승리의 관건이다. 지난 1985년 2월 12일 총선에서 YS가 이끈 신한민주당의 승리, 2000년 총선시 한나라당 공천 혁명으로 제1당 획득,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풍이 대표적인 바람 선거였다. 현재 한국당은 매일 대통령과 청와대를 공격하고 안보 위기 프레임만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그런데, 이미 잡은 집토끼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한국당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중도층과 젊은 세대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외연 확대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총선 전략의 핵심은 인재 영입이다. 지난 1996년 총선에서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중도 보수 정당이었지만 이재오, 김문수 등 과거 민중당 출신 개혁 성향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서 민정당 이미지를 희석시키면서 당을 쇄신했다. 결과는 수도권 승리로 이어졌다. 2000년 총선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자신을 지지했던 정계의 거물인 김윤환, 이기택 등을 공천에서 탈락시키고, 오세훈(강남 을), 원희룡(양천 갑), 김영춘(광진 갑) 등 386 젊은 세대를 과감하게 영입해 승리를 이끌었다. 황 대표도 총선 승리 전략의 일환으로 수구·적폐 친박 정당 이미지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인재 영입을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 황 대표는 최근 인재 영입과 관련해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인재들이 들어와 무엇을 할지인데 이분들에게 자리를 주려고 해도 자리가 없다”며 “저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접촉 중”이라고 했다. 이런 발언은 정치적인 언사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행동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재 영입은 제가 직접 나서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외교·안보, 장애인, 환경과 경제 등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인재 영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재영입위원회는 9월께 시작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비례대표 공천 방안에 대해서는 “꼭 필요한 사람이 선발될 수 있도록 분야별로 공개 오디션을 하는 방식을 택하면 소수 약자가 진출할 제도를 만들 수 있다. 대중적 인기, 지명도만 가지고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오는 11월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설치, 12월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운영, 내년 1월 공천관리위원회와 재심위원회 및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릴 로드맵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 지지율이 민주당 절반 정도밖에 안되는 한국당이 선수를 뺏긴 셈이다. 이제라도 황교안 대표가 인재영입위원장을 직접 맡아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내년 총선에 나설 천하의 인재를 모아야 한다. 황교안 대표 체제의 지지율이 주춤하면서 자유한국당의 10월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을 대비해 “내세울 인물도, 전략도, 비전도 없다. 이대로 총선을 치르면 다 죽는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총선 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될 경우 계파 갈등이 폭발하면서 분열될 수도 있다. 당 세력이 친박과 비박으로 다시 양분되고 원박과 공천 탈락 친박 의원들이 우리공화당으로 넘어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황 대표 ‘차기 지도자 적합도’ 2위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출신 의원과 비박계가 황 대표를 흔들면 그야말로 ‘자중지란’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야권에서 현재 황교안 대표만큼 인지도와 지지도를 가진 인물은 없다. 알앤써치의 최근 조사(7월29~30일) 결과,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에서 이닉연 총리가 25.5%로 1위, 황 대표가 19.0%로 2위로 나타났다. 한국당 지지층의 경우, 58.8%가 황 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준표 전 대표(8.4%)·오세훈 전 시장(5.6%)·나경원 원내대표(4.8%)를 크게 앞섰다. 황 대표는 다음 달 추석 이전에 정치 근육을 강화하면서 ‘황교안 한계론’을 불식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당을 짓누르고 있는 ‘친일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연하고 전략적인 행보를 취해야 한다. 한국갤럽 조사(7월 9-11)에서 한일 간 분쟁의 책임이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중 누구에게 더 있다고 보는지 물었다. 그 결과 61%는 ‘일본 정부’, 17%는 ‘한국 정부’, 13%는 ‘양측 모두’라고 답했다. 중도층에서는 ‘일본 책임’이 65%로 ‘한국책임’(15%)보다 4배이상 많았다. 국민 67%가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에 ‘참여 의향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작성한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에서도 지적했듯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여야 대응방식의 차이가 총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78.6%로 절대 다수였다. 이것이 현실이다.

일본 정부가 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에서 한국 제외 여부를 떠나 한국당은 현 정부에 대한 비판보다 일본의 책임을 더 강하게 물어야 한다. 미국이 격화되고 있는 한일갈등 국면을 진정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대신, 일정 기간 분쟁을 일단 멈추는 일종의 ‘분쟁 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에 합의하도록 한국과 일본에 촉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은 ‘친일 프레임’에 조속히 빠져 나와야 한다. 더불어, 당 혁신과 인재 영입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만약 황 대표가 이런 담대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추석 민심을 잡지 못하면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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