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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칼럼] 與·野 ‘광복절 경축사’ ‘조국 지명’ 등 뜨거운 논쟁

文 대통령 “힘 있는 평화경제” 구축 강조... 野 “北 연일 미사일 쏘는데 무슨 평화냐”
조국 청문회 싸고 ‘회전문 인사’날선 공방... ‘반일 종족주의’주장에 ‘친일 프레임’맞서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마치며 주먹을 쥐고 있다. 연합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야는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논쟁,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공방, 반일 종족주의 등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미래 구상을 밝혔다. 김기림 시인의 ‘새나라 송(頌)’에 나오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인용하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외세의 침략과 지배에서 벗어난 신생독립국가가 가져야 할 당연한 꿈이었지만 아직 이루지 못했다. 아직도 우리가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이며 아직도 우리가 분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책임 있는 경제 강국’,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며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 국가’, ‘평화로 번영을 이루는 평화경제 구축’이라는 3대 목표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서 우리는 책임 있는 경제 강국을 향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며 주요 부품·소재의 국산화와 수입 다변화 등 자강을 통한 극일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한, “우리가 힘을 가지면 대륙과 해양을 잇는 나라,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런데 무게 중심은 평화 경제에 실렸다. 문 대통령은 “평화경제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새로운 한반도’의 문을 활짝 열겠다”, “평화경제를 통해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일 관계 대전환,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
이번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예상을 깨고 일본에 대화 메시지를 던졌다.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우리를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하자 ‘적반하장’, ‘좌시하지 않겠다’ ‘일본에 지지 않겠다’며 매우 강경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런데 이번 경축사에서는 일본을 향해 직접적인 비판보다는 “과거를 성찰하라”고 했고, 위안부·강제징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12일 “감정적인 대응은 안 된다”고 할 때 기류 변화는 감지됐지만 그 변화의 폭이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렇게 대응 기조가 대화와 협력으로 바뀐 것은 경제 보복과 같은 예민한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포용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향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길을 열어 둔 것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첨예한 가운데 지금 일본에게 유화 메시지를 던질 때인가에 대한 반론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톤다운 된 것이 아니라, 화법이 달라진 것으로 봐야한다”고 했지만 논란의 여지는 있다. 경제 보복을 주도한 일본 아베 총리의 행보와는 큰 대조를 이룬다. 나루히토 일왕은 15일 전몰자추도행사 기념사를 통해 “소중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과 유족을 생각하며 깊은 슬픔을 새롭게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후 오랫동안 이어온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반성’이나 일제 침략전쟁으로 큰 고통을 겪은 아시아 주변국들에 대한 ‘가해자’로서의 책임을 시사하는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문 대통령의 포용이 오히려 아베의 오만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평화 경제론’ 둘러싸고 여야 갈등

향후 평화 경제론을 둘러싸고 여야간의 갈등은 심화될 전망이다. 당장 보수 야당들은 최근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 경제냐”고 비판했다. 이를 의식해 문 대통령은 “평화 경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위에 북한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을 계속해 나가는 데서 시작한다”며 비핵화를 전제로 한 ‘평화경제’ 개념을 규정했다. 또한 “최근 북한의 몇 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대화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큰 성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수 야당을 향해 “여전히 대결을 부추기는 세력이 많은 데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지나치게 논리적인 비약이 될 수 있다. 가령,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성과는 대화의 지속이 아니라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년 전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대화는 선후의 문제가 아닙니다. 북핵 문제의 역사는 제재와 대화가 함께 갈 때 문제 해결의 단초가 열렸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적어도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대화의 여건이 갖춰질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북한이 올해 들어 7차례에 걸쳐 최소 10기 이상 미사일을 발사했다. 심지어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경협으로 평화가 실현된다면 단숨에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발언한 지 하루 만에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최근 북한은 문 대통령에게 “겁먹은 개처럼 짖지 마라” “맞을 짓 말라”는 막말을 퍼붓고 있다. 최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남북 경제 협력과 평화 경제가 궤도에 오를 수 있겠는가? 이번 문 대통령 경축사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처음으로 통일에 대한 의지와 시점, 전망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다만, 통일의 구체적 방식은 거론하지 않았다. “남북 간 경제 협력이 속도를 내고 평화 경제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통일이 우리 앞에 현실이 될 것”이라며 2045년 광복 100주년을 통일 시점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2032년 서울·평양 공동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늦어도 2045년에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 된 나라, 원 코리아(One Korea)로 세계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이 “인위적 통일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한 것과는 큰 변화다.

헌법 제4조에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되어 있다. 향후 문 대통령이 언급한 통일 구상과 헌법에서 규정한 통일 방안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여야는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여당은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며 희망찬 미래를 담았다”고 평가한 반면, 야당은 “대책 없는 낙관론에 입각한 허무한 경축사”라고 비판했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문 대통령의 이번 경축사에도 과거 중요 국가적 행사 때와 같이 방법론은 언급 않고 비전 제시만 있었다. 또한 목표 제시만 있었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없었다. 조건문이 너무 많이 포함된 것도 문제다. 가령, “경제협력이 속도를 내고 평화경제가 시작되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통일이 우리 앞의 현실이 될 것입니다”라고 했는데 어떤 조건 속에서 어떻게 경제 협력 속도를 내고 의지를 가질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이렇다 보니 현실성이 부족하고 메시지에 힘이 실리기가 어렵다. 현 시점에서 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북한과 안보 관련 민심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는 것이다.

KBS가 실시한 올해 국민통일의식조사(8월 1~5일) 결과,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해 ‘반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51.6%로 지난해보다 반감은 16.2%p 증가했다. 북핵 문제는 ‘당분간 해결이 어려울 것’(57.6%)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쉽지는 않지만 해결될 것’이라는 응답이 34.2%였다. 최근 안보상황에 대해서는 61.6%가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한편, 북한의 차가운 반응도 큰 걸림돌이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하며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에 대해 “남북 사이의 대화를 운운하는 사람의 사고가 과연 건전한가에 대해 의문스러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경축사가 나온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북한이 이같이 강도 높은 비난 담화를 내놓은 것은 참으로 이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평화경제를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5일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힘 있는 안보, 힘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 지키지 못한 채, 무너진 채 대화한다면 의미있는 대화가 되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위한 안보의 문제”라고도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구상에 대해 “안타깝게도 이 대한민국을 가장 세차게 흔드는 이들이 바로 문재인 정권이다. 자유를 치우고, 법치를 훼손하고, 공화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문재인 정권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례적으로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국회 본관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오늘을 이기고 내일로 나아갑시다’란 제목의 ‘국정 대전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황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 경제는 사면초가, 민생은 첩첩산중, 안보는 고립무원이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의 마음에서 꿈과 용기마저 사라져 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저는 결국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되찾는 것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근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 역시 헌법 정신에 따른 자유·민주·공정이다. 저의 목표 또한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의 완전한 성취에 있다”며 “그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준비된 미래’,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갈 ‘당당한 평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대한민국 대전환 5대 실천 목표로 잘 사는 나라 ,모두가 행복한 나라, 미래를 준비하는 나라, 화합과 통합의 나라, 한반도 평화의 새 시대를 제시했다. 또 “국민을 편 가르고 증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잘못된 정치부터 끝내야 한다. 힘든 일이지만 새로운 정치를 위해 정치에 들어선 만큼 이 문제에 앞장서겠다”며 “자유 우파의 통합이 필요하다. 꼭 해내겠다. 당의 혁신과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담화가 끝난 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선 황 대표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헌법 가치에 동의하는 자유 우파가 모두 합쳐져야 한다. 그것이 제가 꿈꾸는 대통합이다. 한국당의 문호는 항상 열려 있다”고 답했다. 황 대표의 담화문은 이례적이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앞서 야당 지도자가 담화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무소속 박지원 의원은 대통령보다 앞선 황 대표의 대국민 담화를 예의에 벗어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 출처: kbs 여론조사, 대선주자 선호도조사
한편, 황 대표가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포함시킬 내용을 주문한 것도 참 드문 경우다. 황 대표는 일본과의 분쟁을 감정이 아닌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대한 경고 메시지, 흔들리는 한미동맹 복원 및 강화에 대한 의지 표명 등을 대통령 경축사에 담을 것을 요구했다. 특히 이러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경고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은 실패했다. 대한민국을 잘못된 길로 끌고 가고 있다. 국정의 목표도, 국정운영의 과정도 올바른 궤도에서 벗어나 있다”며 “저와 우리 당은 국정의 대전환을 이뤄내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워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하튼 황 대표의 이런 담화문은 마치 대선 출마 선언을 방불케 하는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느닷없는 제1야당 대표의 ‘대국민 담화’라는 낯선 퍼포먼스는 결국 황교안 대표의 대권 놀음에 불과하였던가”라고 논평했다. 황 대표의 이례적 담화문 발표는 경제와 안보 이슈를 공략해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황 대표의 담화문은 정부에 대한 경고라기보다는 자신에게 불어닥칠 위기를 헤쳐 나가고, 지지율 하락에 대한 선제공격으로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KBS가 광복 74주년을 맞아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8월 13~14일) 결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큰 폭으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총리가 20.7%로 1위를, 황 대표가 10.4%로 2위를 차지했다. 격차는 약 두 배 차이가 났다. 지난 5월 조사에선 1위 황 대표 17.6%, 2위 이 총리 14.7%였다.

조국 인사 청문회 전쟁 방불

평화 경제론을 둘러싼 논쟁 말고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가 여야간 전쟁을 방불케 할 것 같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급 8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예상대로 문 대통령의 자신의 최측근인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청와대는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면서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조 후보자는 “서해맹산(誓海盟山)의 정신으로 검찰 개혁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분명 이번 8^9 개각은 ‘조국을 위한 개각’과 다름없다. 대내외 악재가 겹겹이 덮친 상황에서 국민들은 이번 개각을 통해 국면 쇄신의 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했다. 그런데 탕평은 없고 ‘회전문 측근 인사’로 국민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있다. 위기의식도 쇄신의지도 보이지 않으면서 기대보단 우려가 앞선다. 야권에서는 “야당과의 전쟁 선포”, “협치 포기”, “국론 분열만 일으키는 편협한 인사”라고 혹평했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이번 개각의 배경으로 ‘국정 성과’와 ‘전문성’을 꼽았다. 하지만 조국 후보자 지명은 여러 면에서 논쟁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우선, 법 집행의 공정성 문제다. 당장 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둔 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8년 전 이명박 정부 시절 권재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할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다음과 같이 비난했다. “결국 대통령이 정치권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지명을 강행했다. 우리 당은 국민의 이름으로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내정을 반대한다” “공정한 법 집행을 해야 할 법무부 장관 자리에 자신의 최측근인 민정수석을 기용한 최악의 측근 인사, 회전문 인사이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관리해야 할 법무부 장관은 다른 무엇보다 ‘공정하고 중립적인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국민과 정치권의 목소리에 대통령은 끝내 귀를 닫아버렸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아무리 여야 공수가 바뀌었다고 동일한 사안에 대해 8년 전에 그렇게 주장하더니 이렇게 표리부동해서야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민정당이 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둘째, 직무와 직결된 중대한 결격 사유다. 조 후보자는 1993년 울산대에서 교수로 재직 당시 사노맹 산하 남한사회주의과학원의 강령연구실장으로 가입했다 체포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살았다. 사노맹은 무장봉기 혁명으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자는 목표로 만들어졌는데 대법원은 이적 단체로 판결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는 “저는 28년 전 그 활동을 한 번도 숨긴 적이 없다. 자랑스러워하지도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가 오면 빗길을 걷겠다. 눈이 오면 눈길을 걷겠다”라며 청문회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여당은 사노맹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색깔론에 입각한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세계인권감시기구 국제 앰네스티는 조 후보 수감 당시 그를 양심수로 선정했고,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에는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백태웅, 박노해 씨 등 사노맹 핵심 간부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기도 했다며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노맹 논란은 이번 청문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아무리 조 후보자가 “뜨거운 심장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 아픔과 같이 하고자 했다”고 주장하지만 과연 자유민주주의 질서 수호의 최후 보루이며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법무부 장관으로서 적격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교육부 장관이 논문 표절을 해서는 안 된다.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투기를 해도 안 된다. 하물며 법무부 장관은 법을 지켜야 한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 해도 국가 전복을 꿈꾸는 조직에 몸 담았던 사람이 법무장관에 앉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이야기냐”며 조국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청했다. 셋째, 편협적 사고와 도덕적 위선의 문제다. 조 후보자는 일본 경제 보복과 같은 주요 현안에 대해 정부와 자신의 입장을 지지하는 세력은 애국이고 반대하면 매국이라며 극단적 편 가르기 이분법적 사고를 드러냈다. 또한, 정치권과 대학을 오가는 인사들을 ‘폴리페서’(정치 교수)라며 강하게 비판했었는데 막상 자신에게는 ‘앙가주망”(지식인의 현실참여)”이라고 옹호하는 ‘내로남불’의 이중성을 보였다.

재산 내역도 일반 서민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조 후보자는 56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재산이 많다고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조 수석의 경우는 다르다. 평소 “나는 약자와 빈자 편”이라던 사람의 재산이 이렇게 많은 것을 일반 국민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 그밖에 청와대 민정수석 취임 2달 뒤 한 사모펀드에 74억을 넣겠다고 약정한 것은 큰 쟁점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전 재산보다 훨씬 많은 돈을 투자 수익이 보장되지 않은 사모펀드에 넣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공직자와 가족은 직무 관련 주식을 즉시 매각하거나 백지 신탁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직무상 얻은 내부 정보를 투자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투자는 특별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보 이용이나 이해 상충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집권 초기 정부는 적폐 청산한다고 온 힘을 쏟고 있는데 민정 수석이라는 사람이 사모펀드 투자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과연 국민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최근 서울대 학생들이 ‘가장 부끄러운 동문’ 투표에서 조 후보자를 1위로 뽑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조 후보자가 아무리 전문성과 개혁성을 겸비했다 하더라도 이런 극단적 배타성과 편의주의적 이중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도덕적, 윤리적으로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면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검찰 개혁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법개혁이 아니라 사법장악으로 변질 될 수도 있다.

조 후보자 지명에 대해서는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MBC^코리아리서치(13~14일) 조사 결과, 조국 전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해선 ‘찬성한다’ 42%, ‘반대한다’ 42.5%로 팽팽하게 맞섰다. 리얼미터 조사(13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 지명을 ‘잘했다’가 49.1%로 ‘잘못했다’(43.7%)보다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진보층과 보수층의 평가는 정반대로 갈렸다. 진보층은 79.9%가 ‘잘했다’고 긍정 평가한 반면, 보수층에서는 이와 정반대로 부정 평가가 74.2%였다. 이렇게 찬반이 팽팽하게 나왔다는 것은 그동안 청와대가 주장하는 조국 후보자가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주장이 보편성을 갖기 어렵다는 뜻이다. 최소한 60% 이상이 찬성해야 그런 주장이 설득력이 있게 된다. 조국 후보자는 이번에도 ‘맞으며 간다’면서 청문회 돌파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그의 다중 인격적 행태에 대해 비난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야당은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되면 대놓고 야당 탄압에 나설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국당은 동원 가능한 모든 무기를 찾고 있는 등 ‘조국 낙마’를 벼르고 있다. 그런데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지난 13일 조국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야무지게 청문회 해서 낙마시킬 자신이 없으면 지난번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처럼 어설프게 대처하려면 하지 말고 보이콧하라”고 밝혔다. “청문회와 상관없이 임명한 사람이 이미 16명”이라며 “청문회를 아예 거치지 않고 임명한 최초의 장관이 되도록 하고, 모든 국회 법무부 일정은 거부하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 인사 청문회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을 견제해서 건강한 정부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야당은 청문회 보이콧보다는 장관 후보자들의 소신과 추진력, 리더십과 행정 업무 능력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도 건강해지고 의회 민주주의도 복원될 수 있다.

보수인사 ‘반일 종족주의’책 논쟁

최근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한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 6명의 보수인사들이 집필한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이 논쟁이 되고 있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에서 비롯된 반일 감정을 이웃 집단을 향한 원시적 적대 감정으로 규정하고, 반일 종족주의는 한국 위기의 근원이며 타파해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에선 일본군 ‘위안부’는 공창제의 일부이고, 강제 징용은 허구라는 황당하고 비상식적인 주장을 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에 대한 기존 상식을 자료와 근거를 가지고 무너뜨린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갖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와 치명적 한계는 명확하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전면 부정과 왜곡이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일본군 성노예제에 대한 첫 증언 이후 수많은 증언과 객관적 사료 등을 통해 입증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런 구역질 나는 책을 낼 자유가 있다면, 시민은 이들을 친일파라고 부를 자유가 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일 종족주위> 책 전반에 담긴 ‘극우적’ 시각을 비판하는 ‘자성’이 자유 한국당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책을 읽어보니 ‘이건 아니다’ 싶은데 왜 이 책을 보수 유튜버가 띄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책 내용이) 일본의 식민사관 주장과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수·우파들 기본 생각과도 어긋나는 내용”이라고 썼다. 맹목적인 반일 감정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특정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역사적 사실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양하지도 못한 자료를 교묘하게 발췌해 인용하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고 허구다. 지난 7월 17일 서울에서 개최된 ‘반일 종족주의’ 북 콘서트에서 심재철 한국당 의원은 “‘반일 종족주의’ 책을 읽고 그걸로 무장한 전사가 돼서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종섭 의원은 “이게 100만 권이 팔려 가지고 전 국민이 정말 우리 눈을 뜨고 이 한일 문제에서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다 노력하겠다”고 했다. 만약 자유 한국당 지도부가 이 책을 문재인 정부 비판에 동원한다면 그것은 패착이다. 단언컨대 이 책을 활용할수록 한국당은 ‘친일 프레임’에 깊이 빠져들 것이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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