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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지소미아 파기… 한미일 안보협력 균열

韓 “한일 안보에 중대한 변화 초래”… 美 “한미일 공조 차질… 우려와 실망”
지난 22일 정부가 일본과의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24일까지 연장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시점에서 한 박자 빠르게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안보 환경에 중대한 변화가 초래”됐다며 “협정을 지속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소미아의 연장 시한을 이틀 앞둔 시점이어서 보수야당은 지소미아 종료를 철회하고 재연장해야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당초 청와대는 이번 지소미아 파기 결정이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뤄진 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미국도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다는 부연설명도 곁들였다. 지소미아 파기로 한미관계에 불똥이 튀는 것을 우려한 정치권 내외에 주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하지만 다음날인 23일 미국은 청와대의 이같은 설명은 사실이 아니라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강한 우려’, ‘실망’과 같은 표현을 쓰며 큰 유감을 드러냈다. 한미 양국이 긴밀한 동맹관계임을 감안했을 때 이 정도 수위의 발언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미국의 ‘불쾌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상의 발언에서 ‘유감’, ‘우려’는 상대국에 대한 강한 비난을 뜻하는 외교상의 언어다. 이번 미국의 ‘강한 우려’, ‘실망’은 동맹국인 한국에게 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외교 발언으로 해석된다.

전혀 ‘다른’ 韓-美 발언

하루 만에 한미 양국이 전혀 다른 발언을 공식 외교 채널로 내놓은 것은 그만큼 한미 공조에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22일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발표하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 경로를 통하여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소미아 파기 이유로는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간 신뢰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국의 국가군(일명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 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지소미아를 연장시키는 것은 국익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다음날인 23일(한국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오늘 아침 한국 외교장관과 통화했다”며 “실망했다”고 밝혔다. 미국 현지시간으로는 22일에 나온 반응으로 미국이 공식 외교채널을 통해 즉각적인 유감의 표시를 드러낸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한일) 두 나라 각각이 관여와 대화를 계속하기를 촉구한다”며 “두 나라 각각이 관계를 정확히 옳은 곳으로 되돌리기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일 양국은 미국에게 중요한 파트너이기에 그들이 함께 진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하다는 뜻이다.

  •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미 국무부도 즉각 논평을 내고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예상보다 격앙된 톤으로 우리 정부의 결정에 유감을 드러냈다. 국무부는 "미국은 문재인 정부에 이 (종료) 결정이 미국과 우리 동맹의 안보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고 동북아시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안보적 도전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를 나타낸다고 거듭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도 데이브 이스트번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우리 정부의 결정을 강력히 성토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의 공통된 의견은 한일 양국이 상호방위와 안보 연대의 완전한 상태가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양자 및 한미일 3자 방위의 안보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내놓은 바 있다. 이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실체’가 있는 도구로서 지소미아가 그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한일 양국의 군사정보 공유는 공동의 안보 정책과 전략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핵심’이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어 수정된 논평에서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현했다.

아베는 또 한국 탓

미국은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갈등이 고조돼도 지소미아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방한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이 청와대에 지소미아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소미아가 한일을 넘어 한미일 안보 협력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는 논리였다. 일본도 지소미아 파기가 발표되자마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지난 22일 지소미아 파기 발표가 있던 날 오후 9시 반께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강력 항의했다. 고노 외무상은 “안보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매우 유감”이라는 뜻을 전했다. 밤 깊은 시간에 다른 국가의 대사를 초치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같은 일본의 반응은 우리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뜻을 직접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23일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아베 총리는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등 국가와 국가 간의 신뢰 관계를 해치는 대응이 유감스럽게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한일 관계의 원인은 한국에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아베 총리는 한국 정부가 한일청구권협정을 위반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양국 간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먼저라는 기존의 입장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뜻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지소미아가 종료됐지만 미국과의 확실한 연대로 지역의 평화와 자국의 안보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국에 의존했던 북한 관련 정보는 미국과의 협력으로 극복하겠다는 뜻이다. 아베 총리는 “(한국 정부가) 국가 간의 약속을 지키도록 요구해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韓-日이 싸우는데 韓-美 관계 ‘삐걱’

국내외 정치권에서는 지소미아 파기에 따른 한미일 안보협력에도 ‘금’이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한국이 지소미아 파기 카드는 꺼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만큼 더 큰 충격에 휩싸인 모양새다. 미국 정치권은 한국이 지소미아 파기는 한미관계를 고려해 부담을 느낄 것이며 형식적인 협정 연장은 할 것으로 봤다. 제한된 정보 교류 속에서 지소미아는 쭉 운용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미국은 공개적으로 지소미아의 필요성을 한국 측에 강조해왔고, 한미일 안보협력이 한일 양국을 넘어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다는 사실을 부각시켜왔다. 한 외교 실무 출신자는 “미국이 한국의 지소미아 카드가 단순히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는 ‘카드’로 봤는데 청와대가 전격적인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자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라며 “한미 관계도 어떤 모양으로든 파장이 크게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방한 당시 비건 대표는 한일 간 지소미아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韓-美-日 안보협력 ‘흔들’

실제로 한일갈등이 장기화되는 분위기가 고착화되고 있고, 청와대와 백악관의 말이 180도 다른 상황에서 안정적인 한미일 안보협력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과 미국이 모두 지소미아 파기에 따른 강한 유감을 내놓으면서 지소미아 파기의 부당성을 공감하고 있다. 이는 결과론적으로 한일관계의 파장으로 미일관계가 더욱 긴밀해지는 결과를 낳은 꼴이 됐다. 한일갈등으로 한미는 멀어지고 미일은 가까워지는 안보 지형이 펼쳐짐에 따라 청와대의 안보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소미아 연장과 관계없이 28일로 예정된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조치를 강행한다는 기존의 입장이 바뀌지 않았고,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로 화이트리스트 시행조치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그동안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이 각자 취약한 부분을 상호보완해주는 역할을 했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군사 위성을 통해 수집한 대북 영상정보를 제공받았고 일본은 한국에게 대북 인사정보 등을 제공받아왔다. 일본이 강력한 유감을 나타내는 것도 지소미아를 통한 군사적 이익이 작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미일 안보공조로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전략도 지소미아 파기로 차질을 빚게 됐다. 미국 조야에서 이번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한 깊은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를 전격적으로 종료함에 따라 한일관계도 추가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경제전쟁이 안보전쟁으로 확산되며 미국과의 관계도 경색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美, 안 그래도 분담금으로 압박하는데...

한미관계의 경색은 향후 예정된 한미 방위분담금 협상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틈만 나면 트위터로 한국의 방위분담금을 올려야 한다며 압박해왔다. 한국은 부유한 나라이며 미국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 방위비 인상 요구의 근거였다. 재선을 준비해야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퍼스트 아메리카’ 원칙에 기반한 미국 우선주의 전략은 미국 국내의 표심을 상당 부분 끌어모을 수 있는 무기다. 따라서 당분간 미국의 방위분담금 인상 요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지소미아 파기 사태로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향해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 ‘실망’ 등의 발언을 쏟아낸 것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9일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지난 22일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지소미아 연장’ 요청이 묵살된 결과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동맹국인 한국의 자세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는 한일 간의 문제로 북핵문제를 포함해 역내 안전을 위한 한미동맹은 추호도 흔들림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다.

靑, 다시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강조

지난 22일 지소미아 파기 발표 당시 청와대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강조하며 미국의 ‘동의’라는 명분도 제시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미국의 반응은 “그런적 없다”는 상반된 이야기가 오갔다. 이에 지난 23일 오후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국익에 따른 결정이었다며 많은 고민과 검토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결정에는 미국과의 소통이 수시로 있었고, 양국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간에는 매우 긴밀한 협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한미 간의 발언에 극명한 온도차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차장은 이번 결정이 결과적으로 한미동맹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당하고 주도적인 안보역량의 강화는 미국의 워하는 동맹국의 안보 기여에도 부합한다는 것이 근거다. 김 차장은 지소미아 파기에 따른 안보 우려는 지난 2014년 12월에 체결된 한미일 3국간 정보공유약정(TISA)를 통해 해결할 것이라는 뜻을 보였다. 미국을 매개로 한 3국간 정보공유 채널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하지만 깊어지는 한일갈등, 한미관계 경색에 따른 ‘한미일 엇박자’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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