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장 공기가 다시 깨끗해졌듯이 정치도 혐오의 대상서 벗어나게 할 것”

김명연 의원실 자료
52세인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당구장을 찾았다. 아들과 추억을 쌓고자 했던 그의 의도는 메케한 담배연기 앞에서 무색해졌다. 당시 그 당구장은 젊은 시절 그가 즐겨 찾던 건전한 오락의 장소가 더 이상 아니었다. 청소년들의 일탈의 장이었다. 장년층이 입장하기엔 껄끄러운 공간이 돼 있었다. 그가 일명 ‘당구장 금연법’으로 불리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2016년 대표 발의한 이유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안산단원갑ㆍ2선) 얘기다. 법이 발효된 지금, 당구장 분위기는 깔끔해졌고, 공기는 다시 맑아졌다. 중년 노년들이 다시 찾으면서 `아저씨들의 놀이터’, `노년층의 모임장소’로 재변신했다.

"운동화가 잘 어울리는 사람”

김 의원은 “당구장에서 담배 연기가 사라진 뒤로 당구장 매출이 평균 13.5% 증가했다”며 ”사소한 계기로 알게 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법 개정으로 이어가고, 법 개정이 금연 문화 조성, 생활스포츠 공간의 확대, 소상공인의 매출 증진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국회의원으로서의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법률소비자연맹으로부터 활발한 의정활동을 인정받아 ‘헌정대상’을 받았다. 이 상은 대표법안발의 통과 성적, 본회의 재석률, 법안표결 참여율 등 입법 실적을 비롯해 12개 항목의 기준에 따라 전체 국회의원 중 상위 25% 의원에게만 주는 상이다. 김 의원은 “항상 겸손한 자세로 시민의 곁에서 동고동락하겠다”며 “운동화가 잘 어울리는 사람, 운동화 끈 질끈 동여매고 현장을 누비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최근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에 임명됐다. 대변인만 벌써 다섯 번째다. 당에서 그를 대변인 자리에 여러 번 앉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혼란스러운 만큼 신중하고 품격 있는 언어를 통해서 국민의 신뢰와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자유한국당에서 나온 말 가운데 `막말논란’에 휩싸인 경우가 많아 정부여당의 실정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각인시키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나온 말로 보인다. 여의도에서는 김 의원을 통해 공격적이고 강한 언어 대신 균형감 있고, 울림이 큰 언어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건복지위 자유한국당 간사로 활동중인 김 의원에게 1000건이 넘는 미처리 안건(8월 기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자 예상 밖의 답이 돌아왔다. 그는 “지난 7월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처리건수에서 전체 1등을 차지했다”며 “2331건 중 883건의 법안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아직 많은 안건들이 남아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면서 “정책, 법안, 예산 모든 분야에 걸쳐서 적지 않은 현안들을 잘 풀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보수의 가치는 자유와 성장

야권의 2선 국회의원이 생각하는 보수는 무엇일까. 그는 “부모 잘 만나서, 집안의 재력이 많아서 다른 사람의 기회를 뺏는 것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바로 우리 보수가 지키는 자유의 가치다”라고 소리 높여 강조했다. 그는 “보수의 가치를 두 단어로 설명하자면 자유와 성장”이라며 “이중 자유로운 사회란 국민 한 분 한 분이 각자의 창의성과 노력을 기반으로 능력과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보수의 가치 중 두 번째, 성장에 김 의원은 “대외적으로는 미-중 관계, 한-일 관계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주변의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다”며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실정인데도 정부의 확고한 대외전략이 안 보인다”고 우려했다. 대내적 정책도 미흡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해법은 요원하고, 노인복지에 대한 계획도 뚜렷하지 않다. 4차 산업혁명도 이제는 내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현안이 되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집권세력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가 더 이상 혐오의 대상이 안 되도록 할 것

김 의원에게 남은 기간, 어떤 정치를 보여줄지 물어봤다. 그는 “유튜브를 비롯해 국민들이 쉽게 정치를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포맷을 시도할 예정”이라며 “예산은 어떻게 심의하는지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정치가 더 이상 혐오의 대상이 아닌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되는 것이다. 당구장이 다시 깨끗한 오락장으로 되돌아왔듯이 말이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