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1월까지 지소미아 원상복구하라”

일본이 지난달 28일 마침내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통제조치부터 시작된 한일 갈등은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조치 시행으로 이어지면서 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한일 무역갈등엔 비교적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관해서는 즉각적인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실망’, ‘우려’ 등 강력한 표현을 쏟아냈다. 사전에 미국과 협의했다는 한국 정부의 말도 “그렇지 않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소미아 발 한일 갈등이 한미동맹의 균열로 이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역갈등→안보갈등→ 한미 ‘삐걱’

한국과 일본간의 경제 갈등이 심화되자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본이 안보상의 이유로 한국을 신뢰하지 못한다고 언급하는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연장할 명분도 없다는 것이다. 일본에게 ‘무역 규제를 풀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문제는 일본과의 경제 갈등이 안보 이슈로 번지면서 한미관계에 불똥이 튄데 있다. 미국은 두 나라사이의 경제 갈등은 대화로 풀어야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그것이 지소미아 파기 등 안보이슈로 번지지 않길 희망한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하지만 지소미아 연장 시한을 이틀 앞둔 22일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를 공식화했다.

지소미아 ‘데드라인’ 건넨 美

미국은 지소미아 연장 요구를 거절당한 것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토로해왔다.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로 동북아시아에서의 한미일 안보협력 자체가 흔들리면서 자국의 안보 이익이 손상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28일 “미국은 문재인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가) 일본과의 양자 관계뿐 아니라 미국의 안보 이익과 동맹국들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전했다”고 말했다. 슈라이버 차관보의 발언은 우리 외교부가 전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사실상 초치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미국 조야의 부정적 언급을 조심해 달라는 말을 전한 다음 날이어서 더 주목됐다. 한미동맹에 균열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지난달 22일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 종료 결정 이후 잇달아 공개적인 비판을 이어온 미국은 최근 데드라인을 통보했다.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시점은 오는 11월 23일 0시다. 미국은 이날 이전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27일 AFP통신에 따르면 미 고위 당국자는 “지소미아는 11월 22일까지는 끝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이 그때까지 생각을 바꾸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미국이 언급한 11월 23일까지 철회하지 않으면 상응한 결과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다.


靑 “동맹도 국익에 우선할 수 없다”

청와대는 잇단 미국의 부정적 반응에 대해 29일 “아무리 동맹 관계여도 대한민국의 이익 앞에 그 어떤 것도 우선할 수 없다”며 “미국은 미국의 입장에서 자국의 시선으로 사안을 바라볼 것이고 한국도 마찬가지로, 각 나라는 자국의 이익 앞에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긴밀한 동맹관계도 외교정책의 최우선의 기준인 국익에 앞설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미동맹 균열에 대해서는 “두 나라 간 정보공유나 안보·경제 분야의 소통이 얼마나 잘 되느냐가 문제일 텐데, 미국과 더 많은 소통을 통해 (한미 군사 공조에) 빈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성묵 예비역 준장은 이와 관련해 “동맹관계도 상대적인 것인데 일본과 소통을 덜 하면 미국과의 소통이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미국의 의지”라며 “미국이 연일 강한 불만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더욱 긴밀한 군사공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희망사항에서 끝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물론 지소미아가 없어도 한미간 정보교환은 이뤄지겠지만 더욱 원만하고 강한 한미공조를 기대하기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미국의 강한 우려와 부정적 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뜻을 나타냈다. 조윤제 주미대사는 28일 “대사관도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미국 측에 적극적으로 설명해왔고 다양한 계기에 이해를 구하고자 노력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도 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두고 고심한 것은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