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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칼럼] 이례적 압수수색^커지는 반대 여론… ‘조국 의혹’에 文대통령 지지율도‘휘청’

내년 총선서 중도^보수 각자도생 가능성... 보수진영 ‘혁신적 통합’ 없으면 필패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월 3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
각종 의혹에 휩싸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공방이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여야가 2~3일 양일간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검찰이 8월 28일 이례적으로 조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고려대, 부산 의료원, 코링크PE 사무실 등 20여 곳을 전격 압수수색했기 때문이다. 통상 압수수색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관련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돼 수사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그런 만큼 조 후보자 본인도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여하튼 국회 인사 청문회가 도입된 이래 조 후보자는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청문회를 치르는 첫 사례가 됐다. 민주당은 검찰의 전방위 압수 수색에 나선 것을 ‘적폐’ ‘개혁에 저항’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행위”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또한 “피의사실을 유포하는 자는 반드시 색출하고, 그 기관의 책임자까지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이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치느냐’, ‘정권을 재창출하느냐’, 아니면 ‘더 어려워지느냐’를 가늠하는 어려운 선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는 표리부동의 전형이고 검찰에 대한 정치적 외압이다. 문 대통령은 7월 25일 윤석열 검찰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살아 있는 권력에 엄정한 법 집행”을 당부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윤 총장 인사 청문회 당시만 해도 “검찰을 이끌 적임자” “권력 눈치를 보지 않는 검사”라고 두둔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해찬 대표 발언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친문 세력이 대놓고 (검찰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하면서 누구와 협의를 해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어느 자유민주주의 국가 검찰이 권력형 게이트를 수사하며 여당과 협의하는지 묻고 싶다”며 “지금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은 조국의 권력형 게이트, 이를 엄호하는 정권이지, 이를 수사하는 검찰의 잘못은 아니다”라고 검찰을 감쌌다.

조 후보자는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모든 의혹이 밝혀지기를 희망 한다”고 했다. 이어 “진실이 아닌 의혹만으로 법무검찰 개혁에 차질이 있어선 안 될 것”이라면서 “끝까지 청문회 준비를 성실히 하겠다”고 했다. 중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와 조국 후보에 대한 민심은 악화되고 있다. 조 후보자의 재산 사회 환원 발표 이후에 중앙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23~24일) 결과,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에 대해 60.2% 반대였다. ‘찬성 한다’는 응답은 27.2%에 불과했다. 20대에서는 10명 중 7명(68.6%) 정도가 반대했다. 젊은 세대가 조 후보자에 대해 얼마나 분노하고 실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중도층에서도 ‘반대’가 61.4%로 ‘찬성’(26.6%)을 압도했다. 반대 이유로는 ‘여러 의혹 때문에 공정ㆍ정의 등을 내세울 자격이 없어서’(51.2%)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조 후보자의 말과 행동이 달라서’(32.1%), ‘검찰 개혁 추진에 적임자가 아니라서’(9.5%), ‘국정 운영에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다’(6.4%)가 뒤를 이었다.

KBS의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7월 22~23일)에서도 “조 후보자가 장관직 수행에 부적합하다”는 답은 48%를 기록해 “적합하다”(18%)보다 훨씬 많았다. 한 주 전에 진행된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에서 찬성이 42%, 반대가 36% 나왔는데, 이는 일주일새 부정적 여론이 급증했음을 의미한다.

조국 후보자 둘러싼 공방 새 국면

눈덩이처럼 커진 ‘조국 반대 여론’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리얼미터,tbs 8월 3주(19~23일) 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46.2%, 부정평가는 50.4%로 집계됐다. 이 조사에서 부정평가가 50%를 넘은 것은 취임 후 처음이었다. 동일 기관에서 실시한 8월 4주(26~28일) 조사에서도 2주 연속 부정평가 50%대를 유지했다. 조 후보 딸 논문과 입시 관련 의혹과 황제 장학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0대(55.5%), 50대(53.4%), 그리고 주부(56.0%) 층에서 부정 평가가 매우 높았다. 여론이 이렇게 악화되고 있는 데 대통령이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악수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신을 계승한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촛불 정신이 지향하는 가치는 공정, 정의, 평등이다. 조 후보자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은 이런 촛불 정신을 정면 배치된다. 조 후보자의 위선과 탐욕으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가 도로아미타불 물거품이 됐다. 조 후보자의 가장 큰 과오는 현 정부의 정통성을 뿌리 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조국 교수 OUT”을 외치며 촛불을 든 서울대 학생들이 “조국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공정·정의 배반이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이유로 지명됐다. 그런데 도덕적 권위가 무너진 상황에서 사법 개혁을 완수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다. 개혁을 하려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도덕성과 언행일치, 그리고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있어야 한다.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조국 캐슬’,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등의 신조어가 등장했다. 단언컨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개혁은 설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읍참조국’(泣斬曺國)을 통해 정의와 공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것만이 이 정권의 촛불 정통성을 지키는 것이다. 이탈리아 사회학자 에드워드 밴필드는 ‘비도덕적 가족주의’란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는 아무리 비도덕적이어도 용인될 수 있다”는 ‘가족에 대한 무한 충성 감정’이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이것은 법치 훼손의 주범이고 사회 불신의 근원이다. 부끄러움 없이 가족에 대한 맹목적 충성에 빠져 있는 조 후보자는 공정한 법 집행을 통해 법치를 완수하기엔 치명적 한계를 드러냈다. 이제 조 후보자는 친구 원희룡 제주 도지사의 충고처럼 386 세대를 욕보이지 말고 부끄러운 줄 알고 이쯤에서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닌가?

말로는 공정과 정의를 외치고 행동은 특권과 반칙으로 점철되면 그것이 위선이고 기만이다. 통상, 대통령이 오기를 부리고 특정 인물에 집착하며 집권당이 낯 뜨거운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면 정부는 실패한다. 박근혜 실패에서 보듯이 이것이 한국 정치에서 입증된 철칙이다. 조 후보자는 이제 허황된 권력에 대한 집착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에게 불철저하고 안이했던 것을 성찰할 때다.

  •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위원장이 8월 29일 오전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려 하자 전체회의장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와 장제원 간사(오른쪽) 등이 “날치기” 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연합
지역구와 비례대표 225석 대 75석

혼탁한 조국 청문회 정국 속에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8월 29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225석 대 75석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재석 위원 19명 가운데 찬성 11명으로 의결했다. 지난 4월 30일 새벽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이후 121일 만이다. 국회법 85조 2항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상임위 심사 180일,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90일, 본회의 부의 후 상정까지 60일의 기간을 거치게 돼 있다. 따라서 선거제 개편안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있어 법안은 법사위에서 90일 동안 머무른다.

11월 27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고, 상정되면 표결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총선에 새로운 선거법을 적용하기 위해선 특위 전체회의 의결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의 의회 민주주의가 좌파 독재 야욕으로 또다시 짓밟혔다”고 반발했다.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마저 힘의 논리로 바꾸겠다는 민주당을 탄핵하자’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홍영표 위원장은 정개 특위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최종안은 아니다. 시간만 줄인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국당의 선거법 개정안 논의 동참을 촉구했다. 정개특위 표결은 오는 11월말까지 한국당을 포함한 5당이 합의할 수 있는 새로운 선거법을 만들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한국당이 선거법을 새로 합의하지 않고 버틸 경우, 심 의원 법안이 그대로 본회의에 상정 될지는 미지수다. 지역구 의석 축소로 여당과 민평당 내 반대 목소리도 커서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개정된 선거법 주요 내용은 총 의석수는 300석으로 동일하지만 지역구 의석수는 현행 253석에서 225석(-28석)으로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비례대표 75석을 전국 단위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률 50%가 적용된다.

의석 배분은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 (1)전국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총 300석 중 정당별 총 의석수를 배분한다. (2)각 정당은 배분받은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자수를 빼고 남은 의석수의 절반은 비례대표로 배정한다. (3)75석 중 잔여 의석을 전국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서 각 정당에 배분한다. (4)각 정당이 총 비례대표 의석을 확정하면 내부적으로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는 석폐율 제도와 6개 권역별 득표에 따라 나눠 비례대표 당선자를 정한다. 이번 선거법 개정의 가장 특징적인 사항은 거대 정당에게 불리하고 소수 정당에게 유리하다는 점이다. 중앙선관위가 정개특위에 보고한 ‘여야 4당 합의 선거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연동형 비례제’로 지난 20대 총선을 치렀을 경우를 가정할 때 민주당은 123석에서 107석(-16)으로 줄어들고 새누리당도 122석에서 109석(-13석)으로 줄어든다. 반면 당시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각각 22석, 8석이 늘게 된다.

또 지역구 의석수는 서울이 49석에서 42석으로, 광주·전남·전북·제주 권역이 31석에서 25석으로 각각 준다. 만약 이런 선거법이 최종 본회의를 통과하면 그야말로 내년 총선에선 진보정당 우위의 정당재편성이 일어 날 수도 있다. 기존의 ‘보수ㆍ진보 양당 독과점 체제’가 무너지고 이른바 1.5 정당체제제가 구축될 수 있다. ‘1.5 정당체제’란 미국 버클리대 고(故) 스칼라피노 교수가 전후 일본의 정당체제를 연구하면서 밝힌 용어다. 한 정당의 총 의석이 1이면, 다른 당은 0.5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채택되고, 현재 정당 지지도가 유지되면 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진보 정당이 총 300석 중 200석 정도 획득하고, 나머지는 한국당 등 이외의 보수 정당이 가져가는 것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일본 정치사를 보면 1955년 보수당인 자유민주당(자민당)이 탄생한 이후 다수의 자민당이 1993년까지 50여 년간 권력을 유지했다. 이 같은 상황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이유는 현재 정당 지지도에서 범진보 정당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의 7월 4주(23-25일) 조사에서, “만일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라면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 같은지 물은 결과, 더불어민주당 41%, 자유한국당 19%, 정의당 10%, 바른미래당 6%, 민주평화당 1%, 우리공화당 1%, 기타 정당 1%, 그리고 투표 의향 정당을 밝히지 않은 부동층은 21%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8개월간 총선 투표 의향 정당 흐름을 보면, 민주당은 평균 39%, 한국당 21.5%, 바른미래당 6.5%, 정의당 10%, 민주평화당 1%였다. 부동층을 기존 정당 지지율을 토대로 배분하면 범진보 정당은 최소 60% 이상 득표 할 수 있다. 최소 180석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범 진보정당이 이보다 많은 200석 이상을 차지한다면 1963년에 실시한 제6대 총선 결과와 비슷한 상황이 재현된다.

1963년 10월 대선에서 당시 집권당인 민주공화당의 박정희 후보는 야당인 민정당의 윤보선 후보를 15만여 표 차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이어 1963년 11월에 실시된 총선에서는 야권은 민정당(윤보선), 민주당(박순천), 자유민주당(송요찬), 국민의당(허정) 등으로 분열됐다. 당시 공화당은 170석(지역구 131석 + 전국구 44석) 중 당시 공화당은 전체 175석 중 110석(지역구 88석 + 전국구 22석)을 획득했으며, 야권인 민정당은 41석(지역구 26석 + 전구국 14석), 민주당은 14석(지역구 9석 + 전국구 5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그 뒤를 자유민주당(9석), 국민의당(1석)이 이었다. 이후 야권은 민중당으로 통합→민중당과 신한당으로 분열→신민당(1967년)으로 통합하는 격변기를 겪었다.

박정희 정권은 이 같은 거대해진 의회권력을 바탕으로 1969년에 대통령 3선 연임 개헌에 성공했다. 만약 범 진보정당이 200석 이상 즉 국회의원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면 헌법 개정에서 일반 법률안 통과까지 모든 국회의원의 입법, 예산활동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국회 선진화법도 무력화 시킬 수 있다. 또한 국회 원 구성 시 국회의장은 물론 상임위원장 등 요직을 독식할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모두 강해야 정치가 발전한다. 권력의 두 축인 행정부와 입법부가 한쪽으로 쏠리면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행정 독재가 이뤄지고 정치는 극단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야권통합이 어렵다는 것도 ‘1.5 정당체제 구축’의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민주당에 대항하는 한국당과 바른 미래당, 우리 공화당 등이 힘을 합해야 하는데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 갈등과 지난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간에 형성된 감정의 골이 너무 깊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만큼 내년 총선에서 중도 보수 정당들은 각자의 길을 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8월 27일 시민단체 ‘플랫폼 자유와 공화’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자유우파 정당들이 나뉘어 있는데 그 정당의 리더나 구성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어 통합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자유우파가 이길 방법은 통합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통합은) 우리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한국당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며 “아직 한국당이 변하지 않았지만 도전하는 정당으로 하나하나 바뀌어가고 있다”고 했다. 박형준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은 “통합을 위해서는 가치와 노선의 재정립, 정당의 체질 및 운영의 혁신, 그리고 공천 혁신이라는 혁신의 세 가지 요소에 (정당들이) 동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로서 자유, 공화, 민주의 가치 재정립은 (보수) 공동의 정체성을 묶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 한국당이든 바른 미래당이든, 황교안, 안철수,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 김병준, 홍준표든 누구도 홀로서기로서는 미래가 없다. 함께 정치적 자산을 불려야 한다”고 했다.

보수 진영 ‘통합과 혁신’ 공동 결의

여하튼 이 토론회에 참석한 보수 진영 인사들은 야권의 ‘통합과 혁신’에 나서겠다고 공동 결의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통합과 혁신을 위한 우리의 결의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는 하늘을 찌르지만 폭주하는 정권을 강력히 견제할 야권 역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우리는 강력한 대안적 수권세력을 구성하는 것이 국민의 명령임을 자각하고 야권의 통합과 혁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어 “야권 통합은 자유, 공화, 민주의 헌법가치를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모든 세력이 함께 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런 뜻에 동의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빠른 시일 안에 통합 추진체를 구성할 것”이라고 했다.

또 “통합은 혁신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면서 “확고한 가치와 대안을 정립하고 공천 시스템 혁신을 통해 인적 쇄신을 이루어야 한다”고 밝혔다. 열악한 선거 환경과 준연동형 비레대표제라는 불리한 선거제도하에서 보수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통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달 27일 한국당 연찬회에서 “한국당이 중심이 되어서 반드시 우파 대통합의 가치를 실현해내야 된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큰 목표 아래 뭉쳐 하나가 된다면 이뤄내지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권의 가짜공정, 가짜평등, 가짜정의 등 이런 가짜가 아닌 진정한 자유와 공정, 올바른 평등과 정의가 바로 서는 위대한 대한민국을 우리가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을 반드시 이기고 정권을 되찾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 길만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소속 원희룡 지사도 8월 27일 토론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야권 통합을 주도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처럼 보이지만 새로움도 없고 정답은 아니다. 이럴 경우 개혁과 중도를 표방하고 있는 바른 미래당 유승민 의원이나 안철수 전 대표가 참여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통합’은 이룰 수 있겠지만 ‘대통합’은 없다. 단언컨대, 특정 정당 또는 특정 후보 중심의 통합으론 보수대통합을 이루기 힘들다. 발상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 3당 합당, DJP 연대,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와 같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정치 실험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현재 대선 후보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황교안 대표, 2017년 대선 2위 홍준표(24.0%), 3위 안철수(21.4%), 4위 유승민(6.8%)이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우파 빅텐트’에 참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황 대표가 모든 것을 내려 놓는 것이 관건이다. 한마디로 ‘닥치고 통합’(닥통)을 해야 한다.

황 대표는 지난 8월 24일 장외투쟁에서 “자유우파의 통합을 위해 저를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다만 무엇을 내려놓겠다’는 것인지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당이 자기 희생 없이 자신의 입장을 100% 관철하겠다고 하면 보수 대통합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대선 과정에서 형성된 후보들간 감정의 골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우파 빅텐트’에 한국 중도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들(예: 이회창 전 대표, 정의화 전 의장, 김형오 전 의장, 김종인 전 대표, 윤여준 전 장관 등)이 참여해 최고 지휘부를 구성해야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 이들이 공천에 대한 기준과 통합 정당의 대표 체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경선과 당 대표 체제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정치 혁신을 해야 한다. 총선 이후 황교안, 홍준표, 유승민, 안철수, 오세훈, 원희룡, 나경원, 김태호, 권영진 등 모든 차기 우파 대권 후보들이 그 누구도 특권을 누리지 못한 채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를 통해 치열하게 경쟁해 대선 후보를 선출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방식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이 실시했던 국민참여경선과 같은 흥행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위한 전초전으로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에게 대권 주자로 인식되는 인사들과 다선 중진들이 정치 생명을 걸고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는 자기희생과 선당후사의 자세를 보일 때 통합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한편, 야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찬반 공방을 벌이면 통합이 아니라 또 다른 분열로 간다. 통합을 바라지 않고 박근혜 전대통령을 이용해 자기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이 탄핵 책임론을 꺼내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 직후 한국선거학회가 실시한 유권자 의식 조사는 이 문제와 관련해 민심의 행방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수사에 75.1%가 찬성했고 반대는 24.9%에 불과했다. 대구,경북에서조차 71.6%가 찬성(‘아주 찬성’ 33.3% + ‘찬성하는 편’ 38.3%)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중보 보수층에서 찬성이 51.2%로 반대(17.1%)보다 3배 정도 많았다.

한국당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이 27일 토론회에서 “탄핵 책임 공방은 중지하고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근혜의 실패는 보수의 실패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를 포용해야 한다는 것은 통합을 하지 말자는 선언이다. TK를 중심으로 구축될지도 모를 친박 신당을 두려워하면 ‘우파 승리 통합’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밖에 우파 통합은 중도를 선점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2017년 대선직후 방송3사 출구조사를 보면, 진보 27.7%, 중도 38.4%, 보수 27.1%였다. 2018년 지방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진보 29.2%, 중도 39.8%, 보수 24.9%였다. 2017년 대선 때와 비교해 진보는 1.5% 포인트 상승한 반면, 보수는 2.2% 포인트 하락했다. 중도는 1.4% 포인트 상승했다. 여전히 이념 지형은 ‘30% 진보- 40% 중도-30% 보수’로 운동장은 진보로 기울어져 있지 않았다.

우파 정당들이 외연을 확대해 중도를 선점하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서 패배한다. 현재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과 인물은 이념 지형상 극단에 위치에 있다. 한국선거학회가 지난 2017년 대선직후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후보별 이념 성향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이념 점수는 10점 만점에 2.59점으로 극좌에 위치한 반면,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8.30점으로 극우에 포진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4.74점으로 중도에 가깝고, 유승민 후보는 6.44점으로 다소 보수에 속했다. 심상정 후보는 3.22점으로 다소 진보에 위치했다. 문 후보가 심 후보보다 훨씬 진보 성향으로 간주되는 것이 특이하다. 2018년 지방선거이후 한국선거학회가 실시한 유권자 의식 조사에서 나타난 정당별 이념 성향도 거의 비슷하다. 민주당은 2.85점, 자유 한국당은 7.78점이었다. 분명 중도가 비어 있다. 현재 ‘진보 도덕성 몰락’, ‘남^북^미 협력체제 균열과 안보 고립’, ‘경제 파탄’ 등 야당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거는 구도다. 정부에 대한 분노와 실망이 넘쳐나도 우파가 분열되어 ‘1여 다야 구도’가 만들어지면 선거는 해보나마나다. 반대로 우파 정당들이 중도를 강화하고 뭉치면 내년 총선에서 한번 해볼 만하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48(패자) 대 52(승자) 구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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