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체로 본 정치인의 성향

“조국, 윤석열 둘 다 기가 세진 않아”
“글씨체를 바꾸면 인생도 바뀌어”

전날 고성이 오가며 다퉜더라도 다음날 기자들 카메라 앞에 서면 웃으며 악수하는 정치인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연기에 능수능란해도 숨길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필체다. 필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의 본성을 드러낸다고 알려져 왔다. 실제로 안보 관련 당국은 미국 트럼프와 북한 김정은의 필체를 감정한 자료를 청와대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 자료를 만든 필적 감정가가 바로 구본진 변호사이다.

구 변호사는 조직폭력배, 살인범 등을 수사하는 검사였다. 그들의 자필 진술서를 보면서 어느 순간 사람과 글씨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때부터 그는 동서양의 필적학을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13년이 흘렀다. 그는 “글씨 분석만큼 정확한 것은 없다”며 “글씨는 바로 그 사람”이라고 말한다.

필적학이 체계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 사람의 성향을 온전히 다 보여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특징은 어느 정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가는 게 사실이다.

-필적학으로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필적학은 글씨를 크기, 모양, 간격, 기울기 등으로 분석하는 걸 말한다. 하나의 학문 수준이라고 할 수있다. 단순히 그 사람의 행적을 보고 성격을 어림짐작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글자를 아주 고르게 쓴다. 이같은 규칙성은 논리적이고 꼼꼼한 사람의 특징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필체는 매우 가파르다. 도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 이런 글씨체를 쓴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필체를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

전쟁은 안 나겠구나 싶었다. 트럼프의 글자 크기는 아주 고르다. 이렇게 규칙성이 뛰어나면 충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가로선이 길다. 이는 인내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은의 글씨체는 기울기가 매우 가파르다. 도전적이고 목표를 향해 힘차게 질주하는 성향이라고 볼 수 있다. 글자의 간격이 좁은데 이것은 자의식이 강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행의 간격이 좁고 가끔씩 글자가 다른 글자를 침범하는 것은 남에게 피해주는 것을 별로 개의치 않아 한다고 볼 수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글자를 구성하는 부분들의 간격을 좁게 쓴다.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아베의 글씨체도 궁금하다. 한일 무역전쟁은 오래 갈까?

오래 갈 것 같다. 아베 신조의 글씨를 보면 마지막 부분이 삐쳐 있다. 이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글자를 구성하는 부분들도 간격이 좁은 편이다. 소통 능력이 떨어지고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히는 경향이 강하다. 대한민국과의 무역에 있어서도 협상보다는 강경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획의 마지막 부분을 길게 늘려 쓴다. 인내심이 강하고 기가 센 사람들이 이런 필체를 가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가. 미국, 일본, 북한과의 외교에서 어떤 역할을 하리라고 보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에 비하면 필압이 약하고 아베와 비교하면 각이 지지 않은 필체를 가졌다. 특징적인 것은 마지막 부분을 길게 늘려 쓰는 점이다. 이런 필체는 인내심이 강한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협상가로 보자면 부딪히지 않고 상대방과 원만히 조율하는 특성이 보인다.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임명에 대해 반발이 심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임명했다.

필압이 트럼프보다 약하다고 해서 기세가 약하단 의미는 아니다. 문 대통령 필체에서 마지막 부분이 길게 늘어진 것은 기가 세고 활력이 강하다는 걸 뜻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필체는 세로획의 시작 부분에 비틀림이 있는 게 특징이다.

-그렇다면 조국 법무부 장관은 어떤가.

세로획의 시작 부분에 비틀림이 있는데 이는 꾸밈이 있음을 알려준다. 가로선이나 세로선이 모두 짧은 편이어서 기가 세거나 일의 마무리를 잘 하는 사람은 아닌 걸로 본다. 장점을 꼽는다면 글씨가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긍정적, 낙천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사각형에 가깝게 글씨를 쓴다. 반듯하고 강하면서도 솔직하고 순수하다 볼 수 있다.

-현재 그와 대척점에 서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기가 센가.

획에서 각이 뚜렷하고 반듯하다. 강한 사람이다. 세로선이 긴 것을 보면 일의 마무리도 좋다. 필압이나 크기로 봐선 기가 센 사람은 아니다. 글씨가 정사각형에 가까운데 이런 사람은 학교에서 배운대로 하고 보수적인 사람이다. 세로획의 시작 부분에 비틀림이 없는 것은 솔직하고 순수하다는 걸 뜻한다.

-끝으로 필적 전문가로서 가장 멋있는 글씨체는 누구의 것이었나.

잘 알려진 인물 중에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글씨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대단한 인물은 반드시 필적이 특이하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는 'ㅁ'의 마지막 부분을 굳게 닫아 썼다. 절약, 완성, 빈틈없음을 뜻한다.

'ㅁ'자의 마지막 부분을 굳게 닫는 것은 부자들의 특징이다. 절약, 완성, 빈틈없음을 뜻한다. 세로선이 긴 것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일의 마무리를 잘한다는 뜻이다. 정주영만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모음의 가로선 마지막 부분의 삐침이다. 강한 인내력을 뜻하며 이런 글씨를 쓰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ㅎ'과 'ㅊ'의 위 꼭지 부분이 두드러지게 큰 것은 우두머리가 되려는 욕망이 강함을 뜻한다.

-글씨체를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얘기도 있던데.

만약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글씨체를 바꾸길 권한다. 자신이 롤모델로 삼는 사람의 글씨체를 보고 따라쓰기를 하면 좋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도 어릴 때 조지 워싱턴과 벤자민 플랭클린의 글씨를 모범으로 삼아서 글씨 연습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변호사가 아닌 필적학자로서 앞으로의 과제는?

내게 과제가 있다면 좋은 한글 글씨체를 만들어서 보급하는 것이다. 한민족 역사에서 한자가 오랫동안 쓰였고 한글은 그렇지 못하다. 한글전용은 1970년대에 와서 이뤄졌는데 얼마 안 지나서 손글씨가 사라졌다. 그래서 좋은 글씨를 찾기가 힘들다. 딱딱한 명조체가 아닌 생명력 있는 글씨체를 만들고 싶다.


노유선 기자
프로필 사진= 조은정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