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안보강연… 한미동맹 일관성 유지해야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는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전 주미대사)이 초청돼 ‘격변하는 동북아 지정학 속의 한미동맹과 그 진로’라는 주제의 안보 강연이 진행됐다. 한 전 장관은 현재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대미 전문가로 손꼽힌다.

한 전 장관은 한반도 주변정세에 대해 냉전시대만큼 심한 대립 국면이 펼쳐졌다고 평가했다. 과거엔 미국과 소련이 패권을 다투며 북·중·소 대 한·미·일이 대립했다면 지금은 북·중·러가 연합하고 한·미·일이 대응하는 형태를 보이며 한국의 지정학적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전 장관은 “미국은 스스로를 시민 민족주의라고 부르며 자유민주주의의 이상과 이념을 세계에 전하고자 하는 의무감이 있다”며 “중국이 부상하며 동북아는 군비경쟁, 영토분쟁, 대국주의가 불거지면서 미국이 전파하고자 하는 이념과 맞부딪히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로 발전한 대한민국이 한미 군사동맹을 넘어 가치동맹으로서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이유라는 것이다.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전 주미대사)이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격변하는 동북아 지정학 속의 한미동맹과 그 진로'라는 주제로 강연을 마친 뒤 최영진 전 주미대사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천현빈 기자

'미국 아니면 중국’ 선택 강요받는 한국

21세기 들어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만한 경제 및 군사대국으로 떠오르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세는 더욱 불안해졌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구호 아래 중국은 홍콩과 대만을 압박하고 있으며 이에 미국은 적극 반발하고 있다. 한 전 장관은 “중국은 중국몽을 대내외에 천명하고 지배세력이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고, 아시아에서는 제1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뜻을 내놓고 있다”며 “한국을 자신의 속국처럼 대하는 대국주의적인 태도가 우리에겐 안보상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사드배치 이후 노골적으로 경제보복을 했고 외교안보상으로 3불 정책(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에 들어가지 않는 것, 한미일 군사동맹으로의 발전 금지, 사드 추가 배치 금지)을 한국에 종용하기도 했다. 명백한 내정간섭이다.

중국의 세력이 커지면서 전 세계는 양극체제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동북아는 ‘북핵’으로 인해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고착화됐다. 한 전 장관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연합관계를 키우고 있고 북한은 러시아와의 경제관계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대륙세력의 대한국 압박이 노골화되고 있다”며 “한국은 지금 대륙세력(북중러)인지 해양세력(한미일)인지 완전히 결정하지 못하며 눈치를 보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은 10년 주기로 진보와 보수 정권이 번갈아 집권하며 외교안보 정책의 일관성이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동북아는 군비경쟁의 연속” 일본은 군사 대국화에 박차

중국이 아시아에서 ‘대국 행세’를 하는 사이 북한은 핵무장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은 강력한 미일군사동맹 아래 군비를 크게 늘리며 재무장하고 있다. 특히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보통국가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은 해군과 공군력이 미국, 러시아 다음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전력 강화를 가시화하고 있다. 구축함, 이지스함과 같은 초강력 함대는 한국 해군을 압도하고, 잠수함의 작전수행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공군이 F-35를 40기 구매한다고 했을 때 일본은 이미 150대 이상을 확보하는 과정에 있었다.

해공군 기술의 집약체로 불리는 이지스함도 우리는 4척을 갖고 있지만 일본은 6척을 갖고 있고 조만간 10척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일본의 이지스함은 명칭만 이지스함일 뿐 소형 항공모함이라 불릴 정도로 성능이 막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일 군사동맹 뒤에서 ‘북핵’ 위협이라는 명분으로 일본은 군사대국의 길로 접어들었다. 육군을 제외한 해공군 전력은 중국과 대등할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평가다. 한 전 장관은 “일본은 집단안보에 참여한다는 명분으로 군비 확장을 하고 있다”며 “미국과 밀착하면서 중국엔 강온 양면전략을 펼치며 동북아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핵이 없고 재래식 전력에서는 중국, 일본, 러시아에 크게 밀린다. 한 전 장관은 이런 상황이 앞으로의 동북아 세력 질서 개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그만큼 한미동맹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는 뜻이다.

“지소미아 종료는 잘못”

한 전 장관은 동북아의 세력질서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명확한 외교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8월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정부의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 전 장관은 “지소미아 유지가 우리 국익에 반한다는 정부의 해석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지소미아 종료가 우리 안보에 제일 중요한 한미동맹에 지장을 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은 지소미아의 실효성에 대해 “일본의 위성정보는 북한의 미사일 탐지에 도움이 되고 대잠수함 정보, 정찰기 등은 세계의 어떤 정보력보다 유효하다”며 “지소미아 종료가 미국을 한일갈등에 적극적으로 개입시키고 일본을 대화로 끌어낸다는 생각은 큰 오판”이라고 말했다.

강연이 끝나고 “1급 군사정보를 제외한 2급 이하의 군사정보가 우리의 안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 전 장관은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로 우리가 얻는 실익이 일본이 얻는 이익에 비해 크지 않다고 본 것인데 그렇게 따지자면 불가리아, 폴란드, 스페인과 맺고 있는 군사정보협정도 유지할 이유가 없다”며 “지소미아는 한미일 안보협력으로 북한과 중국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단순히 양국 간 군사적 실익을 따지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