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유한국당 갈팡질팡? 양동작전?
“좌파 마케팅 벤치마킹하고 보수만의 전략 필요”
황교안 대표가 '황티브잡스'란 별명을 얻은 프리젠테이션/연합
“차려준 밥상도 못 먹는다.”
최근 ‘조국 사태’가 2개월 가까이 진행되는 동안 지지율을 크게 끌어올리지 못한 자유한국당에 대한 일각의 지적이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7월 마지막주에 28.8%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 9일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이후,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8월 내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기만 했다. 최근 들어 지지율이 3주 연속 상승했지만 이마저도 검찰 수사를 통해 의혹이 계속 확산된 데 따른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릴레이 삭발, 단식, 민부론, 유튜브 공세, 투블럭 사진 홍보, 서명운동, 장외집회 등 조국 법무부 장관 낙마와 당 지지율 회복을 위한 자유한국당의 움직임은 다양했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행동으로 허둥대는 모습이라는 평가도 나오면서 당에 대한 신뢰감 제고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내에서는 “조국은 안된다는 인식을 갖는 유권자들이 늘어났다지만 한국당 지지로 흡수되지는 않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눈물의 삭발식' 중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연합
삭발, 단식, 집회... 싸늘한 여론
24일까지 자유한국당에서 삭발한 당원은 총 16명이다. 하지만 삭발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기대만큼 열광적이지 않다. “내년 총선 공천을 위한 포석이다” “자유한국당이 사찰이냐” 등 의미를 축소하는 시선이 상존한다.

촛불 장외집회에도 피로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많다. 화력이 약한 집회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이와 관련, 평일 집회는 접고 주말에만 전국 동시다발로 집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명운동에도 힘이 붙지 않고 있다. 온라인/오프라인 동시에 진행되는 조국 장관 자진 사퇴 촉구 서명운동은 존재감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국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우세하지만 천막 안에서 서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론을 움직일 능력이 없는 보수가 무엇을 한들 사람들은 주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보수는 노조 같은 숙주가 없기 때문에 동원 능력이 부족하다”며 “삭발이든 단식이든 호응받지 못하는 건 보수의 태생적 한계”라고 말했다.

이학재 의원은 삭발 대신 단식을 택했다./연합
집회하다 말고 정책 대결?
장외투쟁에 집중하다가 갑자기 ‘민부론(民富論)’을 꺼낸 것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신 교수는 “장외투쟁 피로감 때문에 한 템포 쉬어간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당 관계자는 “한국 경제가 지금 어렵기 때문에 정책 대결 양상으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을 올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교안 대표는 22일 짧은 머리, 이어마이크, 캐주얼한 차림으로 민부론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이는 스티브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을 연상시켜 ‘황티브잡스’라는 별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민부론은 총 164페이지의 경제정책 백서로 자유한국당으로서는 파격적으로 핑크색 표지로 꾸며졌다. 주로 문재인 정부가 중요시하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이 담겼다. 국가 주도, 평등 지향의 경제정책을 시장주도의 성장 중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 개인소득 5만 달러, 가구 연간소득 1억원, 중산층 비율 70%를 만들 것이란 구체적 계획도 실렸다.

4050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인 투블럭 합성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좌파 마케팅 전략, 벤치마킹 필요
‘릴레이 삭발’로 인한 최대 수혜자를 꼽자면 황교안 대표다. 황 대표가 삭발하는 과정에서 투블럭컷으로 머리를 자른 듯한 사진이 찍혔는데 이를 네티즌이 패러디물로 합성해 인터넷에 올렸다. 합성 사진 속 황 대표는 가죽재킷을 입고 국회 앞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패러디물들은 50~6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당 관계자는 “20, 30대 네티즌들의 작품”이라며 “황 대표의 딱딱한 이미지가 많이 누그러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18일 “어찌 당이 이렇게 새털처럼 가벼운 처신을 하는가”라며 “이를 조롱하는 국민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비난했다.

박희웅 그린닷 팀장이 황교안 대표 면전에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이미지로 SNS에 업로드한다”고 말한 것 역시 패러디물과 무관치 않다. 23일 자유한국당은 젊은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취지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知20 청년회의’를 열었다. 이날 초청받은 박 팀장은 “유권자가 많이 성숙해져 자신과 소통하는 사람을 뽑으려 한다”며 좋은 예로 정세균 민주당 의원을 꼽았다.

한편 이날 자유한국당은 해당 회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백날 광화문 집회한다고 (청년에게) 다가갈 수 없다” “노잼이다” “진보 진영의 마케팅 기술을 벤치마킹하라”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보수만의 전략은?
삭발, 단식, 서명 운동 등은 좌파는 잘하지만 우파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 분야다. 신율 교수는 “우파, 보수가 잘하는 분야에 매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왜 삭발을 했는가, 왜 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논리적, 합리적, 이성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기까지 여당은 상대와 협상하거나 타협하려 하지 않았다. 청와대 역시 밀어 붙이기식으로 조국 장관을 임명했다”며 “정치, 좌와 우가 소통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가는 정치가 실종됐다는 것을 보수가 강조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