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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퇴’로 끝난 조국 ‘사태’…한국 사회에 남긴 것은

586의 이기적 모습에 실망감 확산
힘든 대입.취업에 내몰린 20대 절망감 표출
40대 젊은 리더십에 대한 열망 대두


조국 ‘사퇴’로 끝난 조국 ‘사태’…한국 사회에 남긴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54)이 지명 66일, 취임 35일 만에 물러났다. 임계점을 넘어선 국론 분열, 부정적인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격렬한 분노가 조 전 장관을 한 달 남짓한 시기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조국 사태’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한국사회의 이면을 드러냈다.

광화문, 대학로 집회는 현 정권의 아집, 오만함에 대한 분노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조 전 장관과 관련한 의혹은 온 가족 모두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를 정도로 확대됐다. 의혹이 많은 인사를 법무부 장관직에 임명한 것은 법치 정신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 집회 측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세력도 많았다. 조 전 장관의 의혹은 그가 내놓은 검찰개혁안에 가려졌고, ‘조국 수호가 검찰 개혁’이라는 주장으로 대체됐다. “내가 조국이다”, “조국 사랑해요”라는 구호가 서초동을 가득 메웠다.

여론조사, 국론분열의 미봉책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자녀입시, 사모펀드, 웅동학원 등 조 전 장관 일가의 문제가 거론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고심 끝에 임명을 강행했다. 검찰의 ‘절제’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정상적인 사회라면 이런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자리에 오르지 못하는 절차와 제도가 작동한다”며 문 대통령의 인사 시스템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도 ‘돌려막기식 회전문 인사’라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 정권이 야당이던 시절, 이명박 정부의 코드 인사를 비판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권재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의 조 전 장관 임명으로 인한 국론분열은 찬반 집회로 표면화됐다. 두 세력간의 공존과 합리적 소통은 요원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7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이를 국론분열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는 조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가 쏠렸다. 리얼미터의 11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은 55.9%로 ‘유지해야 한다’(40.5%)보다 15.4%포인트 높았다. 또한 사퇴 직후 리얼미터의 15일 조사에서도 조 전 장관의 사퇴가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62.6%)은 '잘못한 결정'이라는 답변(28.6%)보다 3배 가량 높게 집계됐다. 이에 대해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정교모)’은 성명서에서 “조 전 장관이 사퇴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사회 정의와 윤리를 요구해온 국민의 승리”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도 타격을 입었다. 리얼미터가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41.4%까지 떨어지며 취임 후 지난주에 이어 최저치를 경신했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3.8%포인트 오른 56.1%였다.

총선을 6개월가량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전통적 텃밭이었던 호남에서만 지지율이 유지됐을 뿐이었다. 서울을 비롯한 인천o경기도에서도 지지율이 하락했다. 더불어민주당(35.3%)과 자유한국당(34.4%)의 지지율 격차는 0.9% 포인트밖에 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을 합하면 40.7%에 달했다.

20대· 50대의 분노 “정의는 무너졌다”

조 전 장관의 딸은 고등학생 시절 병리학 논문 제 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유급했음에도 3년 연속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아내는 자녀의 대학 입시를 위해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균등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 그리고 이를 지켜주는 정의는 흔들렸다. 대입과 취업으로 고통받는 20대는 분노했다.

서울대 집회추진위원회는 집회 현장에서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인권법센터장' 명의의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를 나눠주며 조 전 장관 자녀의 특혜와 반칙을 비꼬았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한 후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그가 연루된 불공정과 특혜, 그리고 범죄의 의혹 역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교모도 지난달 16일 시국선언문에서 ‘조국 교수 부부는 자신의 지위와 인맥을 이용하여 대학교 관련기관에서 쇼핑하듯 부정직하게 스펙을 쌓아 자녀를 대학과 대학원에 입학시켰으며 50억 이상의 재산을 가진 서울대 교수 자녀이면서도 과도한 장학금을 받도록 했다’며 ‘힘없는 서민들과 청년들은 심각하게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며, 불의한 이 나라에 크게 좌절감을 느끼며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대뿐만 아니라 50대도 조 전 장관에게 실망했다. 15일자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 중 55.6%, 50대 중 67.4%가 조 전 장관의 사퇴는 잘한 결정이라고 답했다. 40대(53.8%), 30대(48.8%)보다 높은 수치다. 정교모를 주도했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재의 아픔과 민주화의 희열을 맛 본 50대는 민주화가 위선과 권력욕으로 점철된 집권세력의 통치양태로 연결된 것에 분노했다”고 말했다. 50대의 분노에는 자녀의 대학 입시 문제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공정 가치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람이 본인이 아니면 개혁이 안 된다고 버티는 모습 역시 분노를 야기했다”고도 했다. 조 전 장관은 특별수사부 축소, 피의자 공개소환 전면 폐지 등 개혁안을 내놓았다. 최 교수는 “조 전 장관 뒤에서 ‘범법 여부’를 이야기하는 문 대통령의 모습은 공감 능력이 결여된 것으로 비춰졌다”고도 했다. 50대의 격분은 조 전 장관뿐 아니라 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라는 것이다.

586세대의 리더십 종말과 대안세력

586세대(운동권 출신 50대로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는 군사독재 타도에 앞장 섰다는 일종의 ‘선민의식’이 있었다. 국민은 마음의 빚을 졌고, 사회는 부채 의식을 털어내지 못했다. 이번 사태는 586세대 역시 자기이익 앞에서는 정의와 공정에 눈감아 왔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최 교수는 “좌파 기득권 세력의 총체적 민낯이 드러났다”며 “국민은 이제 빚을 털어버리고 객관적 시각으로 그들에게 비판을 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586세대가 내놓는 정책도 의심을 받게 됐다. 대학생 이씨(28)는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가 더욱 힘들어졌는데 조 전 장관은 부를 축적했다”며 “현 정부의 정책도 국민이 아닌 자신들을 위한 정책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 역시 “586세대의 결속력이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잔치를 위한 것으로 보게 됐다”고 했다. 인턴십 혜택 교환, 논문 저자 등재, 문서 위조 등의 의혹이 그 예이다. 그는 “586세대는 겉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진정한 개혁을 가로막는 집단주의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처럼, 40대가 한국사회의 새로운 리더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서울대 대학원생인 김씨(33)는 “리더십 체인지에 대한 열망은 있다”면서도 “40대를 굳이 586세대에 대한 대안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리더십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며 “2030 젊은 층이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윤리의식 밑바닥 드러낸 ‘엘리트 품앗이’

조국 사태는 말로만 듣던 엘리트의 ‘자녀 스펙 품앗이’의 실태를 보여줬다. 조 전 장관의 딸은 외고에 재학 중이던 2009년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가 책임저자인 병리학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됐다. 당시 장 교수의 아들과 조 전 장관의 딸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그런데 그해 장 교수의 아들은 조 전 장관이 교수로 있던 서울대 법대 산하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하지 않고서 인턴 활동 증명서를 받았다. 이를 두고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본떠 ‘조카이캐슬’이란 유행어도 생겨났다.

이 같은 품앗이가 불법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문서 위조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문서 위조나 허위 기재 행위가 없다고 한다면 불법은 아니다”라면서도 “교수 집단은 학생들의 공정 경쟁을 보호하는 게 직업”이라며 ‘조카이캐슬’을 꼬집었다. 최 교수는 “교수 자신의 자녀가 불공정하게 얻은 입시 관련 이익은 반드시 다른 학생에게 불공정한 불이익으로 귀결된다”며 “교수 출신 공직자 후보가 품앗이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중한 결격 사유”라고 말했다.

조국 사퇴는 야권의 승리인가

17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조 전 장관 사퇴 후 전주 대비 큰 폭(4.1%포인트)으로 반등했다. 이에 대해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야당이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신호가 아닌지 의문을 내비쳤다. 최 교수 역시 “야권은 ‘국민이 이겼다’고 말하는데 이긴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교, 안보, 경제 등 전방위적으로 위기가 도래한 시점에 국정이 마비되고, 법무부 장관이 국민 여론에 떠밀려 사퇴했는데 이긴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 교수는 검찰개혁의 합리적 방향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야권을 질타했다. 조국 사퇴로 야권이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야권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유선 기자 your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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