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기득권 내려놓아야
여의도 정치가 제 역할 하게 될 것”

10여 년 만에 돌아온 권오을 전 국회의원 인터뷰

15대o16대o17대 국회의원 당선, 95% 지지로 사무총장 선임. 권오을 전 국회의원의 정치 이력서는 화려하다. 10여 년 전 그의 갑작스런 퇴장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매스컴이 아닌 SNS를 통해 그의 소식을 간간이 들을 수 있었는데, 바로 ‘림프암’ 투병 중이란 소식이었다. 권 전 의원은 암 치료를 위해 삭발한 채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암이 완치됐기에 그의 걸음걸음은 당찼다. 그는 현재 바른미래당 경북도당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권 전 의원은 여야 할 것 없이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면서 적이 없는 인물로 알려지기도 했다. 10여 년 만에 돌아온 그를 만나 의회정치 발전에 관한 소신을 들어봤다.

9일 권오을 전 국회의원이 <주간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조은정 기자

-15·16·17대 의원을 지내다 18·19·20대 공천에 탈락했는데.

“MB가 당선됐을 때 ‘MB와 가까우니만큼 내 정치에 날개를 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권력의 냉혹함을 몰랐던 탓이다. 여당 의원은 언제든지 잘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못했다. MB 대통령 당선 후에 공천 학살이 있었는데 영남 지역의 3선 이상은 대부분 공천을 받지 못했다. 나 역시 젊은 나이에 당선돼 여의동에 입성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져 지역 관리에 소홀했다. 지역 심리가 ‘3선했으면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무리 지역구 관리를 소홀하게 했다 해도 경상도는 문중정치로 유명한 곳 아닌가.

“초선 때는 안동 권씨에서 국회의원 나온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권씨가 나 하나는 아니다. 그리고 39세일 때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홍보물을 만들었다. 오만해 보였을 것이다.”

-현재 친유계(親유승민)로 활동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공천 때문인가.

“아니다. 보수대통합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른미래당 하나만으로 득표율을 높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직까지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대표는 뒷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달라진다면 얘기는 달라질지도 모른다.”

-보수대통합 어떻게 생각하나.

“자유한국당이 보수대통합을 하자고 말은 하는데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이다. 큰 정당이 룸(roomo자리)을 비워줘야 하는데, 그런 의지를 갖고 통합을 하자고 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보수대통합은 지금 자유한국당 당권파들이 하고 싶다고 해서 바로 되는 게 아니다. 친박이 어떻게 나오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친박과 비박의 입장은 다르다. 비박은 룸을 줄 의향이 있을지라도 친박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반문연대’라는 말은 좋다. 하지만 이 말만 가지고 선거에서 이기려 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 보수의 기치를 내걸어야 한다.”

-보수대통합이 이뤄졌다고 가정해보자. 리더의 자리에 누가 설 것으로 보는가.

“현재는 야권에서 리더가 없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확실하게 위치한 것도 아니고,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연대에서 리더십이 생겨날지도 지켜봐야 한다. 리더 문제는 내년 21대 총선이 끝나야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국회의원으로 돌아가려는 이유는 뭔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듯이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 그런데 지금 그렇지 못하다. 서민이 존중받고 부자가 인정받는, 서로가 서로를 보듬는 나라가 돼야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다 하지 못한 정치를 마무리하고 싶다.”

-몇 년간 국회 밖에서 국회의원들을 지켜보셨다. 국회의원이라는 임무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기회였으리라 본다.
“국회의원은 참 바쁘다. 재선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살림이나 공공의 이익, 나라의 발전 때문에 바쁜 국회의원은 드물다. 심지어 다른 직업과 겸직하는 국회의원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 방안을 구상했다. 국회 해산권이다. 1년 동안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국민들이 지켜본 뒤 전체 국민의 5분의 1이 이상이 청원하면 국회 해산에 대한 선거를 하는 것이다. 과반수가 넘으면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다시 하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에 대한 지원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많은데.

“명예직으로 가야 한다. 명예직으로 바뀌면 의정활동에 집중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선거를 위한 투자, 지출은 줄어든다. 의정활동을 잘 하는 국회의원에게는 후원금이 늘어날 수도 있다. 최소 기본급, 400만~500만원 정도만 받고 자신이 한 만큼 수당을 받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심할 텐데.

“대신 국회 연금제롤 도입하면 된다. 국회의원들이 돈에 집착하는 것은 낙선했을 때를 염려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을 관둔 뒤에 다른 직업을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갑자기 지병에 걸릴 수도 있다. 연봉을 낮추되 연금제를 도입하면 장기적으로 국회의원에게 오히려 이득일 수 있다.”

노유선 기자
사진=조은정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