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후 민주당은 깊은 내홍에 빠질 수도... 보수대통합해야 하는 한국당엔 ‘양날의 칼’로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연합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임명 35일만에 전격 사퇴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면서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지난 10월 8일 장관 취임 한 달을 맞아 11가지 ‘신속추진 과제’를 발표”했고 “행정부 차원의 법령 제^개정 작업도 본격화됐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퇴직후 열린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우리 사회는 큰 진통을 겪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통령으로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국민 여론이 갈라서게 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방점은 ‘조국 감싸기’에 찍혔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검찰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며 “조 장관이 발표한 검찰개혁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오랜 세월 요구되어 왔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개혁의 큰 발걸음을 떼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조국이 ‘검찰 개혁의 적임자’였음을 강조하면서 인사 실패는 아니라는 것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 전 장관의 사퇴는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조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는 사법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 전 장관뿐만 아니라 배우자 정경심 교수에 대한 사법 절차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사퇴했기 때문에 그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여권은 “조국 장관이 ‘검찰 개혁의 완수자’라는 것을 명분으로 ‘조국 지키기’에 나섰다. 하지만 ‘개혁 불쏘시개’와 ‘개혁 완성자’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 의미에서 진짜 사퇴 이유가 궁금하다. 검찰이 ‘결정적인 단서’(스모킹 건)를 확보했다”는 주장이 있고,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건강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실제로 정 교수 측 변호인은 15일 뇌종양, 뇌경색 등 병명이 적힌 정 교수 입원증명서를 팩스로 검찰에 보냈다. 하지만 증명서를 발급한 의사의 성명, 의사면허 번호, 진료기관과 직인 등이 빠져 있었다. 또한, 정 교수가 입원 진료를 받았다고 알려진 병원이 정 교수의 뇌경색·뇌종양 관련 진단서를 발급한 적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런 이유는 부차적인 것이고 결정적인 이유는 악화된 민심 때문이다. 중도층의 이반, 핵심 지지층 이탈 등 심상찮은 민심 흐름과 총선 패배를 우려한 집권여당 내부의 반란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읍참조국’의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조국 사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국정 운영이 패닉에 빠져 1987년 이후 역대 정부가 보여 온 ‘통치 실패의 법칙’이 다시 작동될지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대패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볼 때 국정 운영 지지도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고착화했다. 리얼미터,YTN 10월 2주(7~8, 10~11일) 조사 결과,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41.1%인 반면, 부정 평가는 56.1%였다. 부정 평가와 긍정 평가간 격차가 14.7%p로 크게 벌어졌다. 특히, 중도층에서 대통령 긍정평가는 33.5%인 반면, 부정 평가는 이 보다 두 배 가까운 64.1%였다.

8월 9일 개각에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그런데 8월 3부터 10월 2주까지 지속적으로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에서 부정 평가가 50%를 넘었다. 급기야 조국 사퇴이후 실시된 한국갤럽 10월 3주(15~17일)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39%로 떨어졌다. 반면, 부정 평가는 53%로 역대 최고치였다. 중도층에서 긍정평가는 36%, 부정 평가는 59%였다. 대통령 지지율이 중앙일보 조사(9월 23~24일)에서 37.9%, 내일신문·한국리서치 조사(9월 26일부터 10월 2일)에서도 32.4%로 한 달 사이에 세 번째 30%대 지지율이 나왔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조 전 장관 내정(8월 9일) 전인 8월 1주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48%였고 부정 평가는 41%였다. 조 전 장관 파동이 2달간 이어지면서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은 9%포인트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무려 12%포인트 상승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에서 41.1%(1342만3800표)를 득표했다. 따라서 지지율이 9% 포인트가 하락했다는 것은 실제로 대통령 지지층에서 약 120만표 정도가 이탈했다는 뜻이다. 통상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하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이 상실되면서 ‘소득주도 성장’ ‘포용적 혁신 국가’ ‘평화 경제’ 등 핵심 국가 정책들이 힘없이 주저앉을 수 있고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다. ‘탈민주당’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정당 지지도와 선호도에서 민주당 추락이 충격적이다. 앞선 리얼미터,YTN 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35.3%, 한나라당 지지도는 34.4%로 두 당의 격차가 0.9%p로 현 정부 들어 최소 범위로 좁혀졌다. 서울 지역에서는 한국당(34.4%)이 민주당(32.5%)을 제치는 이변이 일어났다. 11일 조사에서는 문재인정부 집권 후 처음으로 한국당(34.7%)이 민주당(33.0%)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여하튼 한국당 지지율은 지난 2016년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갤럽은 여러 정당 중 현재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호감 가는 정당을 하나만 선택하는 정당별 호감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10월 2주(8일, 10일)에 실시한 4개 정당별 호감도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44%, 정의당 35%, 자유한국당 28%, 바른미래당 23% 순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민주당은 호감도는 지속적으로 하락(2018년 8월 57% → 2019년 3월 45% → 2019년 10월 44%)한 반면 한국당은 반대로 꾸준히 상승했다(15% → 21% → 28%). 호감도 절대 수치에서 민주당이 여전히 한국당보다 높지만 조국 사태이후 민주당 비호감(47%)가 호감도(44%)보다 높아진 것은 예사롭지 않다. 마찬가지로 한국당 비호감도 수치는 여전히 높지만 작년 8월 76%에서 최근 62%로 14% 포인트 하락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민주당 호감도가 떨어질 때 정의당 호감도도 같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정의당에 ‘호감이 간다’는 비율은 35%로 나타났다. 작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여성, 서울, 50대의 호감도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조 장관 임명 ‘데스 노트’를 거둬들이고 대신 ‘야합 노트’를 낸 정의당을 ‘정의당답지 않다’면서 호감을 거둬들인 것으로 보인다. 조국 사태로 민주당 지지도와 호감도가 급락하면서 총선에서 완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당 지도부가 청와대를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

단언컨대, 조국 사태는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갈등이 아니었다. 도덕과 상식, 정의와 공정의 문제였기 때문에 국민들이 저항한 것이다. 그리고 국민이 승리했다. 애초부터 각종 의혹이 불거진 조국 장관을 임명한 것은 잘못이었다. 이를 입증하듯이, 한국갤럽 10월 3주 조사결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에 ‘잘된 일’은 64%, ‘잘못된 일’ 26%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잘된 일로 보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도덕성 부족/편법·비리 많음’(23%), ‘국론 분열/나라 혼란’(17%), ‘가족 비리·문제’(15%), ‘장관 자질·자격 부족’(12%), ‘국민이 원하지 않음/반대 우세’(7%), ‘늦은 사퇴/더 일찍 사퇴했어야 함’, ‘거짓말/위선’(이상 6%) 순으로 나타났다.

‘조국 사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민생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17일에 문재인 대통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방문으로 자리를 비웠음에도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서 “올해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기반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이 같은 흐름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며 “경제와 민생에 힘을 모을 때”라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건설 경기를 살려 경제를 부흥하겠다는 전력을 내놓았다.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 투자의 역할도 크다”며 “우리 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쓰는 대신에 국민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건설 투자에 주력해왔다. 이 방향을 견지하면서 필요한 건설 투자는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경제장관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17일 확대경제장관회의 이후 10개월 만이다. 그만큼 국내외적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는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0%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문제는 세계 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우리보다 훨씬 높은 3.0%였다.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0.4%)를 기록해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상황은 “엄중하다”고 하면서 내놓은 해법은 “재정지출을 늘려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정책을 고수하면서 상황 인식만 바뀐다고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일단 두 달 넘게 이어진 조국 사태가 외형상 일단락됐다. 이번 조국 사태를 통해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 조국 사태는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갈등이 아니다. 도덕과 상식, 정의와 공정의 문제였기 때문에 국민들이 저항한 것이다. 그리고 국민이 승리했다. 애초부터 각종 의혹이 불거진 조국 장관을 임명한 것은 잘못이었다. 어떻게 반칙과 특권, 위선과 비리 의혹으로 점철된 사람을 법과 규범을 세우고 정의를 실현해야 할 법무부 장관 자리에 임명할 수 있는가?

여하튼 조국 사태로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겼다. 무엇보다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의 치명적 인식적 오류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전문성과 개혁성을 갖춘 조국 전 민정수석이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인식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8월 9일 조 장관을 지명하는 브리핑에서 “법학자로 쌓아온 학문적 역량과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능력,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의 업무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 개혁, 법무부 탈검찰화 등 핵심 국정과제를 마무리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질서를 확립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런데 도덕적 권위를 상실하면 어떤 개혁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대통령은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불순하게 대통령의 인사권과 검찰 개혁에 저항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윤석열 총장은 인사 청문회에서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나 국회에서 거의 성안이 다 된 법을 검찰이 틀린 것이라는 식으로 폄훼한다거나 저항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검찰은 특수부 축소, 심야 조사 및 공개소환 금지. 직접 수사 최소화와 전문공보관 도입 등 자체 개혁안도 발표했다.

더구나,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을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히 준수하고 있다. 이 정도면 검찰이 개혁을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개혁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 대통령은 조국 낙마가 야당과 언론의 비정상적인 공격 때문이라고 인식한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조국 장관 사퇴를 겪으면서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조국 사태의 근본 원인은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다. 따라서 성찰은 언론이 아니라 대통령과 조국이 해야 한다. 상황과 민심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옳은 처방이 나올 수 있는 데 대통령의 치명적인 인식적 오류가 사태를 악화시켰다. 여기서 우리는 큰 교훈을 얻는다. 변화와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올바른 사유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조국없는 조국 정국’은 어떻게 전개될까? 민주당에서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정성호 의원은 “지난 15일에도 페이스북에 “조국(전 법무장관)은 갔다. 후안무치한 인간들뿐이니 뭐가 달라지겠는가”라면서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1명도 없다. 이게 우리 수준”이라고 썼다. 그는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자기 이익에 맞고 정파에 부합하면 ‘검찰이 잘했다’고 찬양·칭찬하고, 내 입맛에 안 맞거나 우리 정권에 불리한 수사나 사법절차가 이뤄지면 비난·비방하고 외압을 행사하는 행태를 보면서 ‘이게 정상적인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행태야말로 사법농단이고 검찰을 정치권에 종속시켜 정치적 외압을 행사하려는 나쁜 저의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지금은 분열할 때가 아니고 검찰 개혁에 집중할 때다”면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요구하는 당^청 책임론을 사실상 걷어찼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 동요는 쉽게 가라않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수도권(112석)에서 민주당은 82석(67.2%)을 차지했다. 그런데, 수도권 선거에서 1위와 2위간 표차가 3% 포인트 이내로 결정된 곳이 14.8%(서울 20.4%, 인천 8.3%, 경기 23.1%)다. 박빙의 승부가 예고되는 수도권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추락하고 이해찬 대표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회의론이 부상하면 민주당은 깊은 내홍에 빠져들 수도 있다.

조국 사태는 한국당에게 양날의 칼로 작용할 것이다. 일단 한국당은 대선 전초전 성격인 조국 정국에서 승리하면서 당분간 당 지지도가 상승되고 황교안 대표 체제는 공고화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보수 대통합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 중심의 보수 통합론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지난 16일 이날 대구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을 향해 “문재인 정부의 폭정을 막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러려면 자유 우파, 자유 민주주의 세력이 하나가 돼야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뭉쳐야 한다”면서 “대화가 필요하면 대화를 해야 하고 만남이 필요하면 만날 수 있고 회의가 필요하면 회의체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유승민계와의 통합을 반대하는 당내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총선에서 이기고, 대한민국을 되살려내는 일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대의를 위해 소아(小我)를 내려놓을 수 있다. 당내 여러 의견을 잘 모아 통합을 이뤄가겠다”고 했다. 일단 유승민 의원과 만나 보수 통합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런데, 황 대표가 유승민계와의 통합에 절대 반대하는 당내 친박 인사들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보수대통합은 시작도 하기 전에 깨질 수도 있다.

정국 갈등의 핵이었던 조국 장관의 거취가 정리되면서 검찰개혁과 관련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문제가 ‘포스트 조국 정국’의 핵(核)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 4월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여 고발된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다. 윤석열 총장은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패스트트랙 수사를 결과로 보여드리겠다”면서 원칙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총장 발언 하루만인 18일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상황에 대한 영상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국회 안에 있는 국회방송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했다. 한국당 지도부가 고발된 의원들에 대해 어떤 정치적 해법을 도출하느냐에 따라 리더십과 민심이 요동칠 수 있다.

다만, 패스트트랙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일환으로 장외 투쟁을 지속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가 제대로 안 되기에 적폐청산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18일에는 공수처 법안과 관련, “국회의원이라고 배려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국회의원까지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한국당의 공수처 반대는 역대급 억지”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당은 검찰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공수처가 야당 탄압에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공수처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공수처는 결국 문 대통령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독재적 수사기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자면서 공수처라는 또 다른 괴물을 탄생시키는 것은 모순이고 자가당착”이라고 맞섰다. 당장, 사법개혁 관련 법안의 본회의 상정 시점을 둘러싼 이견이 해소되지 못하면 여야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달 29일부터 검찰·사법개혁 법안의 본회의 상정과 표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당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위한 별도 기간(90일)이 필요한 만큼 내년 1월 29일 이후에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교섭단체는 16일 각당 원내대표와 의원 1명이 함께하는 ‘2+2+2 회동’을 통해 패스트트랙에 올라온 사법·검찰개혁안 논의를 시작했다. 공수처법 통과 여부를 둘러싸고 전개될 여야 대립에서 민심이 누구 손을 들어 줄지와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에서 검찰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가 관건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17일 국정감사에서 조국 전 법무부 弱?일가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해 “절차에 따라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며 “수사 내용과 결과가 조만간 다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여권에서 조 전 장관 사퇴와 맞물려 동반 퇴진론이 불거지는 데 대해서 “부여된 일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충실히 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민주화 이후 역대 모든 정부에서 입증된 ‘통치 실패의 법칙’이 있다. 새롭게 선출된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실천하지 않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선거를 치르듯이 통치하면서 진영의 논리에 빠져 편 가르기를 하면서 극단과 배제의 정치에 몰두한다. 국회와 야당을 무시하고 하늘같은 민심을 무서워하지 않으며 오기를 부린다. 자신이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인정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으며 역사의 긍정적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자위한다. 끊임없이 국민을 가르치고 끌고 가려는 나쁜 ‘계도 민주주의’의 늪에 빠진다.

내각을 무시한 청와대 중심의 정치가 판을 치고 무기력한 집권당은 청와대 눈치만 보면서 용비어천가를 부른다. 그러나 민심의 흐름이 바뀌면 집권당내에서 현재 권력(대통령)과 미래 권력(유력 대권 후보)이 충돌하고, 정부의 핵심 정책들은 성과 없이 실패하면서 대통령 지지율은 곤두박질한다.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가 발생하면서 도덕적 권위기 무너지고 ‘레임 덕’(lame duck)이 시작된다. 자칫 대통령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정치적 뇌사 상태’, 즉, ‘데드 덕’(dead duck)이 될 수 있다.

조국 사태를 보면, 현 정부의 실패 징후들이 너무 빠르게 감지되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15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추락의 반복(echoes) 위기에 처하다’ 제목의 기사에서 “3년 전 한국의 문재인(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무시해 기소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몰아내려고 한 서울 거리의 대중들 사이에 있었다”며 “지금 그 자신의 대통령직이 비슷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 전 장관 사퇴는 5주 전 조 전 장관과 그 가족 주변에 휘몰아친 부패 수사를 무시하고 조 전 장관을 법무부 장관에 앉혔던 문 대통령에게 충격적인 좌절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문 대통령이 5년 단임제 후반기에 스캔들이 산적하고 의제는 지연되는 것을 자주 마주하는 한국 대통령들의 상승-하향 사이클을 깨뜨리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런 통치 실패의 악순환을 깨기 위해선 문재인 대통령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약속한 대로 친문 진영만을 대변하지 말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 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을 끝내고,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야 한다. 정책 기조의 대전환을 통해 침체하고 있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 그래야 본인이 소망한 “역사와 국민이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조국 사퇴 이후 정국은 새로운 경쟁체제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권의 임기 반환점(11월 10일)을 앞두고, 특히 총선을 6개월 남긴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여당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찾아감으로써 민심의 이탈을 막고, 자유한국당은 인적 쇄신과 보수 통합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앞으로 2달 동안 누가 정국의 흐름을 주도하느냐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조국 사태로 내상을 입은 민주당 내에서 이해찬 대표 체제 존속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고, 야권도 황교안 대표의 보수 통합 추진, 선거구제·사법 개혁안 처리 문제가 얽히면서 정국이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원하는 시대정신은 공정과 통합이다. 전대미문의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공정과 도덕은 결코 잠들지 않는다”는 것을 여야 정치권은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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