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2일 마산합포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당 '공수처법 저지 및 국회의원 정수 축소 촉구 좌파독재 실정 보고대회'에 참석했다./연합

총선 5개월 앞두고 시끄러운 자유한국당
“비대위 체제로 전환, 물갈이 해야 선거 승리”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시점에 자유한국당의 내홍이 커지는 모양새다. 명확한 공천 룰이 나올 조짐이 보이지 않자 당내 공천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조국 사태’ 때 지지율을 큰 폭으로 올리지 못했다는 책임 공방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당은 조국 사태에 맞선 장외집회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지만 실상은 달랐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이후 여야간 고소 및 고발이 연이어 터졌을 때 황 대표는 당 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새 책을 출간했다. 책 홍보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내 한 인사는 “황 대표는 당의 통합보다 마이웨이를 가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0월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당의 ‘쇼윈도 단합’은 깨졌다. 당 지도부의 ‘셀프 표창장’ 수여 논란을 계기로 패스트트랙 충돌 의원 공천 가산점 논란,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 영입 소동, 1차 인재영입과 총선기획단에 대한 당내 비판이 잇따랐다. 그 사이 황 대표는 색소폰을 불며 유튜버로 데뷔해 ‘황교안 책임론’까지 불러 일으켰다.

내부 분열 조짐에도 불구하고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1월 한 달 내내 대구, 대전·충남, 부산, 강원, 호남, 제주 등에서 장외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장외집회에는 ‘공수처 저지 및 국회의원 정수 축소 촉구-좌파독재 실정 보고대회’란 이름이 붙었다. 이를 두고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정확하게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집회에도 강약조절이 필요한데 뜨뜨미지근하고 폭발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당직자도 “당의 호응도가 높지 않다”며 “대선 후보가 전국을 순회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외적인 상황도 여의치 않았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이자스민 전 의원이 지난달 탈당 후 정의당에 입당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4일 발표한 총선기획단은 전·현직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선거 전문가, 유튜버 등 다양성을 갖춰 호평을 받았다. 한국당의 총선기획단은 측근 인사로 구성됐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김 교수는 “민주당은 현직의원이 아닌 정청래 전 의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모셔오는 등 선거 전문가들로 기획단을 구성해 선거 태세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한국당 초·재선, 중진 의원들은 제각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초선 유민봉 의원은 6일 “내가 희생해서 당의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고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동료 후보들이 100표라도 더 얻을 수 있다면, 그 길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재선 김태흠 의원도 5일 “영남이나 서울 강남 3구 등 기반이 좋은 지역의 3선 이상 의원, 당의 지도자급 인사들부터 용퇴하라”고 했다. 이미 험지 출마를 선언한 3선의 김용태 의원은 4일 “(한국당은) 민주당보다 많은 숫자의 현역 물갈이 수치와 기준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진 의원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5선의 김무성 의원은 지난 8월 ‘중진 험지 출마론’을 이미 언급했다. 김 의원은 "상대적으로 양지라고 평가되는 곳에서 4선을 한 중진들이 차기 총선에는 험지로 출마하는 선당후사의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영남권 4선 중진인 김정훈 의원은 6일 성명서를 내고 “당내에서 ‘특정 지역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불출마하거나 험지로 가야 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감정 생기게 누가 나가라 마라 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중진 퇴진론’에 반박했다.

당내 한 인사는 “보수대통합이 아니라 한국당 대통합이 이뤄졌더라면 공천 룰이 나오기 전부터 이 정도의 논란은 없었을 것”이라며 “당의 통합을 이끌지 못한 리더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가 7월에 내놓은 공천룰과 혁신안을 황 대표가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정 내지 보완을 통해 이제는 결정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원석 강남 을 당협위원장은 “황 대표의 차별화된 혁신 리더십이 더욱 요구되고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공천 룰 발표가 늦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민경욱 의원은 “국민이 원하는 인적 쇄신과 선거 승리를 위한 공천이 동시에 가기는 어렵다”며 “이 둘을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여당 후보가 선거에서 패할 경우 장관이나 국영 기업체 이사장으로 갈 수 있지만, 야당은 지역구를 잃어버리게 된다”며 “야당은 특히 이기는 공천,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공천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7월 혁신안’에 대해선 “공천룰에 반영되긴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건의사항일 뿐”이라며 “선거특위를 통한 공천룰로 인적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2016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벤치마킹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황 대표는 선거 전문가는 아니다”라며 “2016년 문재인 민주당 대표가 선거 전문가인 김종인 비대위를 모셔와 당의 통합을 이끌었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현역 평가, 신인 문턱 등 가시적 공천 기준이 급선무”라며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번복한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인재를 영입하기 전에 공천룰, 물갈이 기준으로 몸집을 줄이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