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정은혜 의원실 제공
독거노인에게 식사를, 미혼모에게 거주지를 마련해준 목사가 자신의 딸에게는 유독 혹독했다.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혼모에겐 2층 큰 방을 내어주면서 친딸은 쪽방에서 지내게 하는 아버지에게 서운했던 적도 있었다. 이런 가정환경에서 ‘베풀고 살라’는 가훈이 체화될 수밖에 없었다.

83년생인 정 의원은 이수혁 전 의원이 주미대사로 내정되자 지난 10월 11일 국회의원직을 승계 받았다. 이후 12개의 ‘정은혜 생활법’을 발표, 등원 한달이 되는 11월 11일 첫 법안을 발의했다. 양육수당을 보육비용에 맞추고 남녀 모두 3년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일명 ‘라테파파법’이다. 13일에는 ‘조두순 접근금지법’을 발의하는 등 정 의원은 남은 5개월을 5년처럼 활동중이다.

-젊은 나이에 의원이 됐다. 과정이 궁금하다.
“학창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학생회 활동을 할 정도로 다수를 위해 앞장서는 데 머뭇거림이 없었다. 그런데 현 정치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386세대처럼 민주화를 위해 운동을 할 수도 없었다. 무작정 부산 사상구 지역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물었다. 선거 운동, 봉사 활동, 서류 복사 등 여러 일을 하면서 곁눈질로 선거준비과정을 배울 수 있었다. 5개의 캠프에서 활동했다."

-왜 정치를 하고 싶었나.
“작은 정책이 큰 변화를 가져온다. 부모님께선 미혼모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셨다. 미혼모와 관련한 정책이 없는 게 아쉬웠다. 이런 정책은 사실 작은 정책이고 막상 법안을 내놓으면 반대하는 의원들은 별로 없다. 단지 관심이 없기 때문에 정책이 없었던 것이다. 정책의 소중함을 알기에 내가 직접 국민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국내 대학원 졸업 후에도 하버드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유는.
“선배 정치인들은 독재에 투쟁해 민주주의를 이룩했다는 성과가 있다. 난 어떻게 이바지할지 고민하다가 지식을 많이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치적으로 공백기에 공부만 했다. 2008년부터 2011년의 시기다. 학원-집 이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강남역에 공부하러 가는데 또래는 카페에 놀러 강남역에 갔다. 돈벌이를 못한다는 부담에 공황장애로 지하철역에서 쓰러진 적도 있었다. 하버드 대학원에 간 이후 심리 상담으로 치료를 받았다. 그 시기를 스스로 ‘액티브 웨이팅(active waiting)이었다’고 부른다.”

-청년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대공존이 필요하다고 본다. 20대 의원뿐만 아니라 70대 의원도 있어야 한다. 의원 구성도 인구의 등가성에 비례해야 한다고 본다. 60대 의원들은 원전 내지 탈원전에, 30대 의원들은 조두순 접근 금지법에 관심이 많다. 이런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누가 청년을 대표해야 하느냐로 묻는다면 우선 생물학적으로 젊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정치 경험이 많아야 한다. 나의 경우 83년생이지만 정치경력은 16년이다. 20대라도 정당 생활을 일찍 한 친구는 비례대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청소년들이 당원가입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