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집권 2년반, 잘한 부문은 ‘남북관계·외교정책’ 미흡했던 부문은 ‘일자리 마련’
한국당-변혁간 보수 통합 ‘①황교안 통합 의지 ②안철수의 행보 ③선거법 개정 여부’에 달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임기 후반기를 맞이하면서 전반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난 2년 반은 넘어야 할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는 전환의 시간이었다”고 했다.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워 국가를 정상화했고,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사회의 전(全) 영역으로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적으로 양극화와 불평등 경제를 사람 중심 경제로 전환해 함께 잘사는 나라로 가는 기반을 구축했다”고 했다. 이어 “한반도 정세의 기적 같은 변화도 만들어냈다”며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질서로 대전환하는 중대한 역사적 도전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노영민 비서실장도 “지난 2년 반, 문재인 정부는 변화와 희망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화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문재인 정부 집권 전반기가 대한민국의 틀을 바꾸는 전환의 시기였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향후 각오도 밝혔다. “국민이 변화를 확실히 체감할 때까지 정부는 일관성을 갖고 혁신, 포용, 공정, 평화의 길을 흔들림 없이 달려가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에 대해선 “더욱 속도를 내 우리 경제 전반의 역동성을 살리는 확실한 변화를 일궈야 할 것”, 공정과 관련해선 “제도 안에 숨겨진 특권과 불공정 요소까지 바로잡아 누구나 공평한 기회와 과정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 전 분야의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더욱 폭넓게 소통하고, 다른 의견들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면서 공감을 넓혀나가겠다”고 했다. 노영민 비서실장도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는 전환의 힘을 토대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도약해야 하는 시기”라면서 “이제는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하면, ‘국민 체감’과 ‘폭넓은 소통’을 하겠지만 후반기에도 현재의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본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발언은 다소 모순적이고 혼란스럽다. 가령, 정부가 일관성을 갖고 가면 정책 기조의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책 기조 변함없이 어떻게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만들고 폭 넓은 소통을 할 수 있을까? 남은 2년 반이 지난 2년 반과 똑같으면 그동안 겪었던 경기 침체, 고용 악화와 양극화 심화, 남북 관계 교착, 미·중·일 외교 악화 등의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초기 80%대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40%대로 반 토막이 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전반기 마지막 주에 리얼미터,YTN이 실시한 조사(11월 4~8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44.5%인 반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52.3%였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5~7일)에서도 문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긍정 비율은 45%였다. 민주화 이후 집권한 대통령 중 반환점 지지율을 기준으론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49%로 가장 높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38%, 박근혜 전 대통령은 36%, 노무현 전 대통령은 34%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도 각각 28%, 18%로 문 대통령에 비해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취임 초기 국정 지지율이 80%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는 추후 민심 이반을 막으려면 대통령 통치 스타일과 정책 기조를 바꾸라는 것이다. 리얼미터(11월 1일) 조사 결과, 문재인 정부가 임기 후반기에 집중해야 할 최우선 국정과제로 ‘경제 활성화’가 41.1%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권력기관 개혁(24.0%), ‘국민 통합’(9.8%), ‘공정 사회 실현’(9.2%) 순이었다. 경제 활성화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다. KBS,한국리서치 조사(6-7일)에서 문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으로 내세웠던 분야 중 가장 잘 못한 분야를 물었는데 ‘일자리 마련 미흡’이 22.1%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 정책’이 16.3%, ‘남북관계 및 외교정책’이 13.7%로 조사됐다.



일자리 정부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둔 정책이 일자리 정책이었는데, 가장 못한 분야로 꼽힌 것은 정부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 10일 노영민 비서실장도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전반기에 가장 못한 부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일자리를 꼽으며 “국민이 체감할 만큼 우리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국민 일상과 깊이 연결된 일자리는 지표상 개선된 부분이 많지만, 체감 성과가 낮은 게 현실이어서 좀 아프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선 비정규직은 1년 새 86만7000명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비정규직이 임금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4%로 2007년 이후 최대다. 2019년 6~8월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316만5000원인 반면, 비정규직은 172만9000원에 불과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10월 고용은 1년 전과 비교해 41만9000명 증가했다. 8월(45만2000명)에는 못 미치지만, 9월(34만8000명)에 이어 석 달 연속 30만명대 이상을 기록했으며 고용률도 61.7%로 23년만에 최고였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0%로 내다봤다. 지난 5월 전망치(2.4%)보다 상당 폭 낮춘 것이다. 수출과 투자 부진이 제조업 부진으로 이어지고, 민간 소비에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성장세가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정부가 가장 잘한 분야에서는 과거 조사 때와 같이 남북관계 및 외교정책(21.9%)이 가장 많이 꼽혔다. 하지만 취임 1주년인 작년 5월 조사(64.5%)와 취임 2주년인 올해 5월 조사(31.7%)와 비교하면 많이 낮아진 수치다. 그만큼 현재 교착상태인 남북관계에 대한 것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저출산 고령화 등 복지 정책’(17.5%), ‘적폐청산 및 정치 개혁’(13.8%) 순이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무엇을 잘했는지 모르겠다거나 응답하지 않은 비율이 25.8%로 나왔다. 총선을 5개월 남긴 시점에서 국민 4명 중 1명 이상이 잘한 분야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는 것은 정부로tj는 큰 부담이 된다. 통상 총선에서 유권자는 그동안 정부 여당이 잘 했는지를 회고적으로 평가해 심판하는 기능이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민심은 여전히 여당 편을 들어주고 있다.


민심은 여전히 여당 편 들어

앞선 KBS 조사에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과 ‘정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 중에 어느 쪽에 더 공감하는지 물었다.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54.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35.6%)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여당의 이낙연 총리는 20.9%를 얻어 황교안 한국당 대표(10.7%), 이재명 경기도지사(5.4%)를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추석 여론조사에는 이 총리 18.6%, 황 대표 14.6%로 오차범위내에서 박빙이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0%p 차이로 격차가 벌어졌다. 추석과 비교하면 이 총리 2.3% 포인트 상승, 황 대표 3.9%포인트 하락해 변화 폭이 컸다. 여하튼 여야를 막론한 다른 경쟁자들의 상대적 부진 속에서 이 총리만 약진하는 양상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곤욕

이 총리가 제청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정부가 엄청난 곤욕을 치렀는데도 이 총리의 지지율은 상승하고 황 대표의 지지율이 추락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리더십에서의 차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당별 지지도는 민주당 36.6%, 한국당 21.2%로 민주당이 10%p 이상 앞섰다. 바른 미래당은 5.8%, 정의당은 8.1% ‘모름 무응답’은 22.0%였다. 이런 절박한 상황이 황교안 한국당 대표로 하여금 보수 통합론을 제기하는 요인이 된 것 같다. 보수 통합의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과연 보수 통합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것인가? 중앙일보가 문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11월 6~8일)에서 단순 합산이긴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두 당의 투표 의사층을 더하면 36.1%로 민주당(38.4%)과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하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서울과 PK에선 한국당만으론 열세였지만 ‘한국당+바른미래당’일 경우 각각 4.6%포인트, 4.0%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역전된다. “수치상의 단순한 덧셈보다 보수통합이 가시화가 될 경우엔 플러스 알파라는, 파급력이 생길 수는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016년 4월 13일에 실시된 20대 총선 직전 한국 갤럽이 실시한 3월 5주 조사(29~31일)에 따르면, 투표할 비례대표 정당으로 새누리당 33%, 더불어민주당 21%, 국민의당 15%, 정의당 7%, 23%는 응답을 유보했다. 총선에서 실제 정당 득표는 새누리당 33.5%, 민주당 25.5%, 국민의당 26.7%, 정의당 7.2%였다. 부동층의 상당 부분이 야당을 지지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특히, 중도 개혁을 표방한 국민의 당이 최대 수혜자였다. 최근 한국 갤럽조사에 따르면 부동층의 규모가 23~25% 정도다. 이 부동층이 과거와 같이 친야 투표 성향을 보인다면 보수 통합 야당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 6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의 유승민 대표에게 보수 통합을 제안했다. 하지만 통합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핵심 이유는 변혁은 황 대표의 통합 의지를 의심하고, 유승민계-안철수계 연합세력인 변혁 내부에서 보수 통합에 대한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철수계가 보수 통합에 부정적이다. 유승민 대표도 “황 대표가 보수 재건의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는 판단을 못하겠다”고 했다.


첫째, 황교안 대표의 통합 의지

향후 한국당과 변혁간의 보수 통합 논의는 크게 세 가지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첫째, 황교안 대표의 통합 의지다. 황 대표는 5선의 원유철 의원을 보수대통합추진단 단장으로 내정했다. 비박의 권성돈 의원은 부적절하다는 뜻을 황 대표에게 전달했다. 권 의원은 “원 의원은 유승민 의원과 신뢰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 의원은 “권 의원 말씀은 우리 당이 보수통합이란 시대적 소명을 잘 이뤄내야 한다는 충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뢰 관계가 없었더라면 유승민 의원 측과 두 달 동안 물밑 소통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통합 추진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황교안 대표는 “변혁 쪽에서 원 의원을 원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모든 것 덮고 넘어가자는 게 통합”이라며 원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변혁에선 비판적이다. “유승민 의원은 원 의원을 원한 적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유승민 의원은 보수 재건의 3대 원칙으로 ‘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로 나아갈 것,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을 것”을 제시했다. 결국, 황 대표가 유승민 의원관의 통합을 반대하는 친박과 우리 공화당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변혁 측에서는 황 대표가 다른 사람만 내세우고 본인은 여전히 공자님 말씀뿐”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논란 속에서 한국당 재선의원들도 비공개회의에선 “통합의 우선순위는 변혁”이라는 주장과 “범위를 적시하지 말고 다 아울러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했다. 한 친박계 중진의원은 “수도권 선거를 생각하면 변혁과 함께 가야 한다는 데 동의하기 때문에 지금 흐름에 공개적으로 반발하진 않는 것”이라면서도 “변혁만 안으면 영남권 선거는 어떡하느냐. ‘반(反)문재인’에 공감하는 세력들을 다 같이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승민 의원은 14일 “변혁의 1막이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다. 오늘 이 회의를 마지막으로 변혁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신임 대표직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맡았다. 유 의원은 “신당추진기획단의 권은희(1974년생)ㆍ유의동(7191년생) 공동단장, 그리고 변혁의 오신환(1971년생) 신임 대표 모두 70년대생이다. 이 세 분이 새로운 마음으로 우리 변혁을 이끌어주게 된 것이 스스로도 뿌듯하다”고 했다. 40대 젊은 지도부로의 개편으로 한국당의 변화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유 의원의 2선 후퇴는 ‘보수통합 속도 조절’로 보인다. 당장 유 의원은 “변혁이 한국당과 통합하려고 만든 것도 아니고, 신당기획단을 어렵게 어렵게 출범시켜서 최선을 다하려는 때 아니냐”며 “우리 쪽 사람을 정해서 공식 대화를 공개적으로 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황교안 대표는 14일 영남권 한국당 중진 의원 7명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보수 통합은 알려진 것, 언론에 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게 진행되고 있다.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결국 12월 10일에 정기 국회가 끝나고 나서 황 대표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가 최대 관건이다. 친박과 결별하고 유승민의 변혁측과 통합을 시도할지 아니면 한국당이 변혁과 결별하고 독자적인 행보를 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둘째, 안철수 전 대표의 행보

둘째,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의 행보다. 현재 안 전대표는 미국에 체류중이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유승민 의원과 황교안 대표가 통합하면 자연스럽게 중도층을 대표하는 대안 세력으로 나서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2016년 총선 3개월 전에 국민의 당을 창당했던 것과 같이 ‘안철수 신당’을 만드는 것이다. 국민의 당은 총선에서 호남 28석 중 23석(광주 8석, 전북 7석, 전남 8석)을 석권했고, 26.7%의 정당득표로 더불어 민주당(25.5%)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이런 성공 경험 때문에 안 전 대표는 내년 초에 정치적 행동을 개시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선택은 유승민과 황교안이 주도하는 보수 통합에 동참하는 것이다. 전제는 황 대표가 친박과 완전 결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안 전대표의 그동안 정치 행보를 분석해보면 자신이 중심이 되는 정당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 때는 지금의 집권당 인사들과, 2018년 바른 미래당을 만들 때는 유승민 대표와 공동 대표를 맡았지만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선택은 유승민계가 탈당하면 손학규 대표와 함께 바른미래당의 당명을 바꾸고 중도 개혁정당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안신당 호남 의원들과 외부 인사들을 영입하면 명실 공히 제3정당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4월 13일 총선에서 정당 득표에서 새누리당 33.5%, 민주당 25.5%, 국민의당 26.7%, 정의당 7.2%였다. 안 전 대표는 ‘어게인 2016’을 고대할지 모른다.

셋째, 선거법 개정 여부

셋째, 선거법 개정 여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이 통과되면 보수 통합은 물 건너간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역구에서 의석을 얻지 못하더라도 일정한 정당 득표를 하면 의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소수 정당은 통합 대신 각자도생의 길을 갈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1.4%를 득표했다. 하지만 수도권에서는 한국당 홍준표 후보보다 35만표 이상 더 많이 얻었다. 이런 기류가 유지된다면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대표도 새로운 선거 제도하에서 수도권에서 승罐?걸수도 있다. 한국 갤럽이 지난 2016년 4월 총선을 5개월 정도 앞둔 2015년 11월 1주(3~4일)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잘하고 있다’ 41%, ‘잘 못하고 있다’ 49%였다. 정당 지지도는 집권당 새누리당 4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20%, 정의당 6%였다. 지금의 상황과 거의 비슷하다. 대통령은 국정 운영 지지도는 부정이 긍정보다 높지만 정당 지지도에서는 집권당이 야당을 압도했다. 그러나 총선을 2주 정도 남긴 2016년 3월 5주(29~31일) 조사에서, 박 대통령 긍정 평가는 38%, 부정 평가는 51%였다. 당시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이 야당들보다 15% 포인트 이상 높았다. 그러나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총선 전 보다 의석이 24석 줄어들면서 원내 2당(122석)으로 추락했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의석이 21석 늘어나면서 원내 제1당(123석)이 되었다. 아무리 여당 지지도가 높아도 대통령 지지도가 추락하면 여당은 패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전반기에 씨를 뿌리고 싹을 키웠다면, 임기 후반기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서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해온 일방 통행식 국정 운영에서 벗어나 정책 변화, 인사 쇄신, 협치 강화를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단언컨대, 2020년 총선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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