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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칼럼] 문재인 정부 발목잡는 ‘3대 악재’

①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②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수사 靑 개입 의혹 ③북한의 무차별적인 도발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오신환,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와 관련해 회동하고 있다. 연합
여야가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강행 처리와 극한 저지를 둘러싸고 사생결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11월 27일 본회의에 부의되었기 때문이다. 범여권 4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문희상 국회 의장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선거법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당권파), 정의당, 평화당, 대안신당과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공조를 위한 ‘4+1’ 협의체 모임을 가졌다. 내년 총선을 위한 예비선거 운동이 시작되는 12월 17일을 마지노선으로 정해 놓고 처리를 준비하고 있다. 문 의장도 “합의가 안 될 경우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단식 투쟁’ 변수가 발생했다. 황 대표는 20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철회,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선거법 개정 철회 등 3대 요구 사항을 내걸고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황 대표는 “자유민주주의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세력이 국회를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권 세력의 비리를 덮고 야권 세력을 먼지 털 듯 털어 겁박하겠다는 것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의 핵심”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를 파기할 경우 극단적으로는 미군 철수 논의로 이어져 결국 안보 불안에 따라 금융시장과 경제 일반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 단식을 놓고 “극단적이다. 정치 불신만 키운다”라고 비판했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25일 농성장을 방문해 “단식 중단하고 대화하자”고 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자유와 민주와 정의가 비로소 살아 숨 쉴 미래를 포기할 수 없다”며 “잎은 떨어뜨려도 나무 중지를 꺾을 수는 없다. 고통은 고마운 동반자다. 육신의 고통을 통해 나라의 고통을 떠올린다”며 강한 투쟁 의욕을 보였다. 단식 8일째인 27일 황 대표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황 대표 단식 투쟁에 대해 일부에서는 ‘황제 단식’, ‘뜬금없는 단식’이라고 조롱하고 폄훼하기도 했다. MBC^코리아리서치(11월 23~24일) 조사에서는 황교안 대표의 단식 투쟁에 “공감한다”는 의견은 28.1%인 반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67.3%로 나타났다. 공수처법과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 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48.4%가 “본회의 처리 기한 내에 표결처리 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39.9%가 “한국당이 합의하기 전에는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황 대표의 단식은 상당한 정치적 효과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정치 투사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난 2월 27일 한국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최고 강경한 대여 투쟁을 이끌면서 그동안 자신에게 꼬리표처럼 달라붙었던 정치 초년생의 이미지를 불식시켰다. 더불어 불출마 선언을 한 3선의 김세연 의원이 한국당을 향해 던진 당 해체와 혁신 요구를 잠재우는 부수 효과도 챙겼다. 역설적으로 단식 투쟁이후 강력한 당 쇄신의 동력을 확보할지도 모른다.

지난 2003년 11월 26일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신) 최병렬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10일간의 단식 투쟁 종료 후 최 대표는 당내 주류 세력이었던 친이회창계를 압박하면서 2004년 총선 승리를 위한 당 쇄신을 단행했다. 만약 황 대표 단식이 패스트트랙 선거법 개정을 막아낸다면 그의 정치적 위상이 크게 강화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황교안의 당’으로 만들기 위한 물갈이 공천을 단행하면서 유승민 의원과 보수 통합을 주도할 수도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3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 항쟁 3주기를 맞이하여 목숨을 건 23일간의 단식투쟁을 했다. 이 단식으로 분열되었던 김영삼^김대중 양김 세력이 연합하여 민주화추진협의회가 결성되어 민주화 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 민추협 세력은 1985년 2^12 총선 직전에 군부 독재에 대항하는 새로운 야당인 신한민주당을 창당(1월 18일)해서 돌풍을 일으켰다. 창당한 지 불과 한 달도 채 안된 신한민주당은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 지역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지역구 50석과 전국구 17석을 차지하면서 제1야당이 되었다. 여하튼 제1야당인 한국당을 배제한 선거법 개정은 결코 쉽지 않다. 1988년 제13대 국회이후 모든 선거법은 여야 합의를 통해서만 처리되었다. 만약 선거법 개정을 강행 처리하려고 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는 ‘필리버스터 카드’(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와 총선거부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극한투쟁을 할 것이다. 황교안 대표가 ‘단식투쟁’ 8일째 병원으로 옮겨지자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이 “황 대표의 단식은 끝나지 않았다”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지도부의 단식을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전했고 신 최고위원 또한 “아직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라며 단식 투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4월 민주당 및 소수 야 3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도를 강행처리하면서도 의원정수는 증원하지 않고 지역구를 253석에서 225석으로 28석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47석에서 75석으로 28석 증원하여 현행 300명을 유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리얼미터,YTN 11월 3주차 조사(18~24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도는 37.3%였다. 그 다음으로 한국당 30.3%, 바른미래당 5.8%, 정의당 7.2%, 민주평화당 2.1%, 우리 공화당 1.6%였다. 현재 패스트트랙 법안이 본회의에서 채택될 경우, 리얼미터 정당 지지도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민주당은 지역구 103석, 비례대표 30석 등 133석이 얻게 된다는 분석 보도가 있다. 반면, 한국당은 지역구 85석, 비례대표 24석으로 109석에 그친다. 바른미래당은 지역구 13석, 비례대표 7석 등 20석이 된다. 정의당은 지역구는 2석에 불과하지만 비례대표 의석을 14석 가져가 16석이 된다. 민주당과 정의당만으로 과반(151석)에 단 2석 모자란 149석이 되고, 비례대표 의석을 절반 이상 가져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당이 목숨을 걸고 패스트트랙 법안의 총력저지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7일 의원총회에서 “정체불명 선거제, 민심 왜곡 선거제, 위헌적 선거제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회의 부의는 명백한 불법”이라면서 “제1야당 대표가 목숨을 내놓고 투쟁하고 있는데 기어이 부의를 강행하는 것은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라고 민주당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당이 극한 저지 투쟁을 할 경우, 플랜 B로 의원정수(300명)를 확대하지 않는 선에서 소폭적인 비율조정(지역구/비례대표)이 이뤄지는 선거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가령, 지역구는 3석 줄이고(253→250석) 비례대표는 3석 늘리는(47→50석) ‘250+50’안과 지역구는 13석 줄이고(253→240석) 비례대표는 13석 늘리는(47→60석) ‘240+60’안이 대두되고 있다. 다만 어떤 대안이 나오더라고 의석 배분에서 기존 방식인 병립형으로 할지 아니면 연동형으로 할지가 관건이다. 연동형을 채택하면 그 비율을 50%로 할지 100%로 할지도 관건이다.

그런데, 연동률을 50%가 아닌 100%로 높이는 경우에는 정의당의 이득이 극대화된다. 앞선 리얼미터 정당 지지도를 기준으로 100% 연동형이 채택을 전제로 시뮬레이션 해보면, 정의당은 비례대표를 23명이나 당선시키면서 총 25석을 가져가게 된다. 현재 의석(6석)의 약 4배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에 동의만 한다면 협상에 매우 유연하게 나설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우군이었던 정의당을 설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첫째, 靑,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이런 와중에 문재인 정부와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처리를 어렵게 하는 3대 악재가 발생했다. 첫째, 비리 의혹을 받고 있었던 유재수 전 부산 경제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이다. 유 전시장은 금융위원회 금융국장 재직시절 다수 회사로부터 금품을 받고 특혜를 줬다는 등의 비위 의혹으로 2017년 7월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받았다. 그런데 그해 12월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감찰이 중단됐다.

당시 부산시는 “품위 손상 수준의 경미한 사안이라 감찰이 종결된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했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지난 2월 기자회견을 통해 조국 전 장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면서 밝혀졌다. 최근 검찰조사에서 이 전 단장과 박 전 비서관도 감찰 무마에 “윗선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청와대 감찰을 받고도 유재수는 금융위에서 명예퇴직하고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을 거쳐 부산시 경제 부시장으로 영전한 것을 두고 정권 실세의 보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배적 견해였다. 법원은 27일 “여러 범죄 혐의의 상당수가 소명됐다”며 검찰이 청구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체적으로 “피의자의 지위, 범행기간, 공여자들과의 관계, 공여자의 수, 범행 경위^수법^횟수^이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수수 금액과 이익의 크기, 수사진행 경과 그리고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시 피의자의 진술 등을 종합해볼 때 증거인멸 염려 등으로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제 검찰 수사는 청와대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유 전 부시장의 개인 비리 입증을 위한 수사에 주력해 왔지만 향후 누가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중단’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데에 집중할 것이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해졌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위원회에 출석해 유 전 부시장 비위 의혹에 대해 “첩보를 조사한 결과 그 비위 첩보 자체에 대해서는 근거가 약하다고 봤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민정수석실에서 금융 관련 업무를 민정비서관실이 맡고 있어서 백(원우) 비서관에게 금융위에 (유 전 부시장 비위 의혹을) 통보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의 구속 영장 발부로 그의 방어 논리는 설득력을 잃었다.

검찰은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조 전 장관 등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의 연루 여부까지 들여다볼 가능성이 커졌다. 김태우 전 수사관은 유튜브 채널에서 “조국은 자기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강한 사람인데 이런 사람이 유재수 감찰을 결정하고 시작해서 비리가 확인됐는데도 아무런 이유 없이 무리하게 덮을 리가 없다”며 “누군가가 조국에게 지시했을 텐데 상관일 가능성이 크다”며 윗선 개입 가능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찰 무마를 지시한 최초의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이나 임종석 비서실장일 수도 있다”고 암시했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은 현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현 정부는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의 핵심 과제로 ‘공정사회 구축’을 들고 나왔다. 야권은 ‘친문무죄 반문유죄’라면서 청와대를 공격하고 있다. 유 전 시장은 노무현 대통령 수행 비서 출신으로 현 정부 실세들과 교분이 두텁다고 한다. 이를 활용해 유 전 시장이 구명 운동을 펼쳤고, 지속적인 영전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반칙과 특권에 따른 고약한 불공정 사례이고 현 정부의 도덕성이 치명상을 입게 된다.

  •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낙선했던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권력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수사

둘째,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수사에 대한 청와대 개입 의혹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둔 3월 16일 현직 김기현 울산 시장이 자유한국당 후보로 확정된 날 울산 경찰서는 김 시장 측근 비리 관련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그리고 5월에 김 시장 측근들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치러진 선거에서 야당 후보인 김 전 시장은 낙선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였던 여당 송철호 후보가 당선됐다. 송 후보는 그동안 8번의 각종 선거에서 낙마한 이후 처음 당선됐다. 그런데, 2019년 3월 검찰은 김 시장 측근들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그들은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황운하 울산 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은 누가 비위 첩보 문건을 만들었느냐에 있다. 또한, 첩보 작성의 목표와 의도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27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비위 혐의에 대해 “청와대 하명수사가 있었다는 언론보도에 “사실 무근”이라며 “당시 청와대는 개별 사안에 대해 하명수사를 지시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또 “청와대는 비위 혐의에 대한 첩보가 접수되면,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고 했다. 당시 수사를 이끌었던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 역시 ‘악성 여론몰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군가에 의해 악의적인 여론전이 전개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는 심정을 밝혔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울산지검 공안부는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 경찰이 수사한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 등 측근 3명에 대한 뇌물수수 의혹 첩보가 백원우 민정비서관 →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경찰청→울산경찰청 순으로 이첩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백원우 전 비서관은 28일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단순 이첩 이상이 아니다”라며 “비서관실 간 업무 분장에 의한 단순한 행정적 처리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이 조국 전 민정수석 사건이 불거진 이후 돌연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하여 수사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최초 첩보 이첩 과정과 최초 수사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어떤 수사나 조사도 하지 않았던 사안을 지금 이 시점에 꺼내들고 엉뚱한 사람들을 겨냥하는 것이 정치적인 의도가 아닌지 의심이 들 뿐”이라고 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29일 국회 운영 위원회에서 “유재수 씨에 대한 감찰 중단이 불법적인 감찰 중단이라고 하는데 불법적인 것이 아니었고 김기현 씨에 대한 첩보 이첩 역시 문제없다. 당연하게 해야 할 의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해명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민정비서관은 민심 파악 등이 주된 업무다. 비위 관련 사정 업무는 반부패비서관 소관이다. 그런데, 대통령령으로 규정된 청와대 직제상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무원을 감찰할 수 있지만 선출직 공직자는 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야당 광역단체장 관련 비위 첩보를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경찰에 하달하고 실제 수사가 이뤄졌다면 그 자체가 월권이다.

백 전 비서관은 “우리는 제보를 이첩한 이후 사건 처리와 관련한 후속조치에 대해 전달받거나 보고받은 바조차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경찰이 김 전 시장 주변에 대한 압수 수색 한달 전인 2018년 2월부터 수사 진행 사항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경찰은 “압수 수색부터 사건 종료때까지 청와대에 아홉 번 정도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만약, 경찰이 백 전 비서관과 수사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면 “단순 이첩이고 후속 조치에 대해 보고를 받을 적이 없다”는 그의 해명과는 배치된다. 김기현 전 시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것은 청와대가 공권력을 동원해 민심을 강도질한 전대미문의 악랄한 권력형 범죄를 자행한 의혹에 관한 사항으로서, 참으로 용서 받을 수 없는 작태이고, 민주주의의 기본인 신성한 선거를 짓밟은 중대범죄로서 끝까지 추궁해 일벌백계해야 마땅한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여하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 사건과 연루된 청와대 및 경찰 관계자들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 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청와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감찰 무마, 선거 개입’ 의혹의 중심에 조 전 장관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은 개인 비리 의혹으로 물러났지만 이번에는 구속 수사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의혹 사건이 정치권에 몰고 올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당장 국회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권력의 지시에 무조건 순종하는 경찰에게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줄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될 수도 있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지난달 2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
셋째, 북한의 무차별적 도발

셋째, 북한의 무차별적 도발이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연평도 포격도발 9주년에 맞춰 백령도가 지척인 서해 전방 창린도 방어부대를 찾아 해안포 사격을 지시했다. 국방부는 북한 매체 보도가 나온 뒤에야 뒤늦게 북한이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접경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모든 군사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런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은 해안포 사격 닷새만인 28일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 2발을 쏴 올렸다. 지난달 31일 초대형 방사포를 시험발사한 지 28일 만이며 올해 들어서만 13번째 발사체 도발이다.

전동진 합참 작전부장은 “북한 측 행위는 한반도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에 우리 군은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합참 고위 간부가 공식 성명을 내고 북한 발사체 도발에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한 것은 2017년 11월 29일 이후 만 2년 만이다. 북한의 이런 이례적인 도발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는 것 같다. 한 북한 전문가는 “미국 측에 셈범 전환을 촉구하고 연말 전에 결단을 내려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다른 한편으로는 미·북 간 대화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한국을 향해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해 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우리 정부가 추진한 한일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유예 문제로 한미 동맹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은 현 정부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제1야당 대표의 목숨을 건 단식 투쟁, 청와대의 감찰 무마와 선거 개입 의혹, 그리고 북한의 도발로 대통령의 힘이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의 선거법 개정 강행 처리는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한 사회의 제도는 규칙과 절차의 집합으로 구성원들의 상호 작용이 전개되는 틀을 제공한다.

한편, 선거제도는 정치 게임의 주요 기본 규칙으로 민주정치의 핵심인 대의 과정의 본질을 규정해준다. 따라서 선거제도가 어떻게 짜여 있느냐에 따라 대의 민주정치가 활성화 될수 있고, 반대로 퇴보할 수도 있다. 각 정당이나 후보가 얻은 득표를 의석으로 전환시키는 장치인 선거제도가 소수 득표를 한 정당이 다수 의석을 점유하면 민의를 의정에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해 대의 민주주의가 퇴보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거대 정당들은 자신들이 얻은 득표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가령, 더불어 민주당은 정당 득표에서 25.5% 득표했지만 총 의석수에서 41%(123석)을 얻었다. 무려 15.5%의 보너스율(의석율-득표율)을 획득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26.7%의 정당 득표를 했지만 실제 의석율은 12.7%(38석)에 불과했다. 거대 정당에게 유리한 기존 선거제도에서 비례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고안된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하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은 몇 가지 치명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유권자는 자신이 던진 표가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알아야 의미있는 투표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준연동형비례표제는 의석 배분 방식이 너무 복잡해서 유권자의 ‘전략적 분리 투표 선택권’을 훼손시킬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나라는 없다. 권력구조와 선거제도간의 조화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채택되면 다당제가 부상되고, 이념과 노선이 다른 정당들간에 ‘권력 나눠 먹기식 연대’가 이뤄질 수도 있다. 어쩌면 정치 갈등과 정치 불안정이 일상화될 개연성이 있다. 최근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재 민주당과 범여권 정당들간 세부 협상이 진행중인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원내 1당도 과반 의석 확보가 불가능한 법안”이라며 “(연동형 비례제는) 내각제를 전제로 할 때만 헌법과 궁합이 맞는 선거법”이라고도 했다. 그는 “어느 정당도 (비례대표를 합해) 129~134석을 넘지 못하게 하는 선거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신 우리공화당, 기독당, 민중당, 녹색당은 원내 진출 가능성을 갖게 한다”고 했다.

정치는 협상이다

‘게임의 룰’을 정하는 선거제도를 공수처 법과 연계해 처리하는 등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어떤 경우에도 힘의 논리가 아니라 합의 처리돼야 한다. 득표-의석간 비례성 증대도 중요하지만 정치 제도간의 조화성, 정책을 중심으로 한 정당정치의 제도화, 그리고 정치 신뢰 회복과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력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패스트트랙 법안이 논의될 곳은 청와대가 아니라 국회”라고 강조하면서 황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구했다. 이는 잘못된 시각이다. 정치가 실종되어 여야간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때 대통령만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탄핵 역풍속에서 원내 과반을 이룬 열린 우리당은 2004년 17대 국회 첫 정기국회에서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 진상 규명법, 언론관계법 등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했다. 열린 우리당은 사학법 개정의 목적은 “사립대학을 비롯한 사립학교의 부정을 바로 잡고 경영 투명성을 높여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실질적인 교육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도 “사학법 개정을 위해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다”고 했다. 국민 여론도 사학법 개정에 찬성 의견이 많았다.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2015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자 야당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엄동설한에 사학법 개정 반대 촛불시위를 비롯하여 격렬한 장외 투쟁 까지 벌이자 입장을 바꿨다. 노 대통령은 2006년 4월 29일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와 집권당인 열린 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를 청와대 조찬에 초청해 특유의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노 대통령은 김 원내대표에게 “이번에는 이 대표 손을 들어주시죠. 양보 좀 하시죠”라고 했다. 결국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합의했다. 이것이 통 큰 정치다. 출구가 없어 보이는 선거법 개정도 이런 ‘통 큰 정치’로 풀어야 한다. 문 대통령이 황 대표와 단독 회담을 하든 여야 3당 원내대표와 만나 “선거법 개정은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한다면 선거법 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이다. 한국당도 “패스트트랙 원천 무효”라는 기존 주장을 거둬들이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선거법 대안을 제시하면서 진지하게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분명, 정치는 협상이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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