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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칼럼] 범여권 4+1의 내년 예산안 강행 처리에 자유한국당 무기한 농성 극한 대립으로

새로운 보수당 출범 젊은 인재 영입 박차... 30-40대 중심 ‘3지대 중도 신당론’도
  • 지난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
민주당과 범여권 군소 정당이 지난 10일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512조 3000억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지난 2012년 국회 선진화법이후 예산안을 여권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은 처음이다. 여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는 내용과 절차에서 중대한 하자를 남겼다. 무엇보다 예산안을 ‘4+1 협의체’(민주·바른미래·정의·평화당+대안신당)라는 법적 구속력 없는 의원 모임을 통해 확정한 것은 국회법을 무시한 것이다. 또한 4+1협의체가 예산 심사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은 채 제1야당인 한국당에게 정부 원안에서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늘렸는지 알려주지 않은 채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것은 무도한 행태다. 더구나, 예산부수 법안을 처리하지 않은 채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세입예산이 먼저 확정돼야 세출예산이 정해지는 것인데 이를 뒤집은 것은 아이를 낳기 전에 출생 신고를 한 것과 같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헌정 사상 있을 수 없고, 절대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의회주의가 파괴되었고, 법치가 무너졌다”면서 “국민 세금은 도둑질당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예산안 강행처리는 4+1의 위력을 여지없이 과시하면서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과 공수처 법을 처리하기 위한 예행연습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1일 “더러운 정치 야합과 싸우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무기한 농성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나를 밟고 가라!’는 붉은색 글씨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좌파독재 완성을 위한 의회 쿠데타가 이제 임박했다”며 “이곳 로텐더홀을 마지막 보루로 삼고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강경 투쟁 방침을 확고히 했다. 황 대표는 12일에 “향후 1∼2주는 국가와 민주주의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대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국정농단 3대 게이트 진상규명과 더불어 의회민주주의 수호 운동을 강력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황교안 대표 농성과 강경 투쟁에 대해 당내 기류는 복잡하다, 일각에서는 강경 투쟁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예산안을 통과시킨 여야 4+1 협의체와 비교해 한국당의 숫자(108명)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4+1 협의체가 동원 가능한 표는 국회 전체 295석 중 166~168석이나 된다. 따라서 한국당 내부에서는 “투쟁을 하더러도 협상을 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제기되고 있다.지난 9일 한국당은 나경원 원내 대표 후임으로 5선의 심재철 의원을 선출했다. 심 신임 원내대표는 3선 김재원 의원을 정책위 의장으로 선택해 106명의 의원이 참석한 1차 투표에서 39표를 얻었다. 2차 결선 투표에선 절반에 가까운 52표를 얻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황교안 대표의 본심’(황심)이 어디에 있느냐가 변수였다. 막판에 갑자기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한 재선의 김선동 의원과 초선의 김종석 정책위 의장 후보가 황 대표와 당내 압도적 다수인 초^재선 의원(73명)의 지지를 받아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비황으로 분류되는 심 위원이 당선됐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이 13일 오후 국회 본청 입구 로텐더홀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더불어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의 지역구 세습논란 및 선거법·공수처법 통과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김선동 의원은 “젊은 재선 원내 대표로 당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했지만 1차 투표때 27표, 결선 투표때 28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국회가 패스트트랙 법안 때문에 극심한 혼란 상황이라 협상 경험이 많은 심 의원에게 표가 쏠린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당 중진들이 황교안 대표의 초재선 중심 당 개편에 집단적 반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특히 ‘현역 50% 물갈이론’을 내세운 황교안 독주 체제에 견제구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물론 심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김재원 정책위 의장은 핵심 친박이며 황 대표와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황 대표 중심으로 일원화되는 당 구조에 대한 의원들의 견제 심리가 작동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여하튼 심 신임 원내대표는 투톱으로 황 대표 견제 역할을 할 것이다. 심 대표가 “황교안 대표와 의견이 다르면 외부에 갈등을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그리고 소신껏 드릴 말씀은 전해 드리겠다”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심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과의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그는 “내년 총선은 자유민주의가 살아남을 수 있느냐를 가르는 중대한 분수령”이라며 “그래서 문재인 정권과 맞붙어 처절하게 싸워야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소수다. 민주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현실 앞에서 협상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고 협상의 불가피성도 인정했다. 그는”투쟁하되, 협상을 하게 되면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심 대표의 전투력과 협상력은 여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로 첫 관문부터 삐끗했다. 이제 심 원내대표에게는 두 번째 관문인 고난도 ‘패스트트랙’이 남아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 저지 방안을 찾기 위해 열린 11일 한국당 의원 총회에서는 예산안 때와는 다른 방식의 투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야당의 무기는 협상이다. 투쟁도 결국 협상을 위한 도구이지, 투쟁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투쟁만 하다가는 어제처럼 숫자에 밀린다”고 지적했다.

심 원내대표는 황 대표에게 ‘이제라도 선거법·공수처법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황 대표는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하튼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를 막을 실질적인 방법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심 원내대표가 어떻게 선방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와중에 황교안 대표는 9일 “국민이 원하면 현역 50% 이상 물갈이를 하겠다”고 했다. 이에 맞춰 11일 한국당은 ‘4대 분야’ 부적격자 배제 등 3가지 공천 부적격 판단 기준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4대 분야’는 입시·채용·병역·국적으로 이에 해당될 경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무조건 공천서 배제키로 했다. 4대 분야 외 국민정서와 맞지 않고 사회적 물의를 빚는 행위도 부적격 대상으로 처리키로 했다. ‘막말’ 등 차별적 언행, ‘반칙’과 ‘갑질’, ‘혐오감 유발’등이 이에 포함된다. 또 재임 중 지위와 권력을 남용해 불법·편법 재산 증식, 권력형 비리, 부정청탁, 조세범 처벌법 위반(탈세), 고액·상습 체납 명단에 오른 경우도 공천서 제외키로 했다. 여기에 2003년 이후 음주운전이 총 3회 이상 적발된 경우, 뺑소니·무면허 운전을 한 경우 공천하지 않는다. 강력한 대여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현역 50% 물갈이론’을 제기하는 것은 투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만큼 한국당의 대여 투쟁 전략이 정교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당의 보수 통합에 대한 전략도 오리무중이다. 유승민계와 안철수계로 구성된 ‘바른미래당 비당권파’가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칭 ‘변화와 혁신’(변혁) 중앙당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바른 미래당 창당 1년10개월 만에 분당 수순에 접어든 것이다. 유승민 의원은 “광주의 딸 권은희 의원은 광주에서, 부산의 아들 하태경 의원은 부산에서, 제일 어려운 대구의 아들 유승민은 대구에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변혁은 ‘올드 보수’를 뛰어넘는 젊은 전국정당 이미지로 보수통합을 이끌고, 내년 총선에서 150석 이상을 얻겠다고 공언했다. 변혁은 12일 비전회의를 열고 신당 명칭을 발표했다.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은 “격론을 통해 난 결론은 그간 써온 변화와 혁신을 살려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보수당’, 약칭은 새보수당으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당명에 ‘보수’가 직접적으로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 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올드 보수는 질 수밖에 없다”며 “새보수당은 이기는 보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보수당의 비전으로 2대 주체와 3대 원칙, ‘2+3’을 들었다. 하 위원장은 “2대 주체는 청년과 중도를 뜻하고 3대 원칙은 유승민 의원의 보수재건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 허물고 새 집 짓자)”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새보수당의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유 의원은 “새누리당을 탈당한 지 3년이 됐다. 그동안 많은 시련을 같이 겪어온 동지분들이 이 자리에 있다”며 “이번 창당은 화려하고 크게 시작하기보다는 작게 시작해 성공할 수 있는 개혁보수신당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 이상 보수가 부끄럽거나 숨기고 싶지 않고 떳떳하고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만들겠다”면서 “중도보수·샤이보수·셰임보수는 이제 당당하게 새로운 보수로 와달라. 도저히 지지할 만한 정당이 없었던 분들도 새로운 보수로 와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 변화와 혁신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과 당원들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전회의에서 신당명 ‘새로운보수당’을 공개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
새보수당이 사실상 한국당과 보수통합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새보수당은 한계를 드러냈다. 실제 인적 구성이 지난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해 2017년 1월에 창당한 바른정당과 유사해 ‘도로 바른정당’ ‘바른정당 시즌 2’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안철수계 의원들은 “신당 이름에 보수를 명시해 중도층의 참여를 막아버렸다”면서 “안철수는 신당에 오지 말란 소리”라고 반발하고 있다. 여하튼 안철수계는 새보수당과 거리를 두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 8일 발표된 변혁 중앙당 창당 발기인 명단에도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 6명(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의 이름은 빠졌다. 안 전 대표 측근인 김도식 전 비서실장도 “변혁 신당과 관련해선 안철수 전 대표가 이미 참여할 여건이 안 된다고 분명히 불참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당명을 무엇으로 하든지 저희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안 보이지만, 총선 앞두고 자연발생적으로 마크롱 같은 청년 세력이 제3정당을 띄워 판을 뒤흔들 수 있다”고 했다. 그 핵심은 민주당도 싫고 한국당도 싫은 30~40대가 중심이 되는 ‘제3지대 중도 신당론’이다.

한국갤럽(12월 10~12일)은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5% 이상 응답이 나온 이들을 대상으로 호감도 조사를 했다. 그 결과,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이낙연 국무총리 50%, 심상정 정의당 대표 39%, 박원순 서울시장 32%, 이재명 경기도지사 29%,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변혁, ‘새로운보수당’ 리더) 2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18%,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17%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비호감도를 살펴보면 이해찬 총리는 33%, 심상정 대표 45%, 박원순 시장 53%, 이재명 지사 55%, 유승민 의원 59%, 황교안 대표 67%, 안철수 전 의원 69% 등이었다. 호감지수(호감/비호감)가 1 이상 높은 사람은 이낙연 총리가 유일하다. 호감도가 비호감보다 1.52배 많았다. 호감지수가 가장 낮은 사람은 안철수(.25) 전 의원과 황교안 대표(.29)였다. 중도층에서조차 안철수 전 의원의 비호감도 호감도보다 약 3배 정도 많았다. 갤럽 조사 결과는 김 전 비대위원장의 구상을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여하튼 한국당, 새보수당, 중도 신당 등 중도 보수의 파편화는 역설적으로 민주당의 장기 집권의 길을 열어 줄지도 모른다. 역대 정부 집권 3년 전후 비교,분석하면 문재인 정부는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현 정부는 김영삼 정부와 박근혜 정부때와 같이 집권 3년을 전후로 총선이 실시된다. 앞선 두 정부는 모두 총선에서 패배했다. 김영삼 정부때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원내 제1당을 차지했지만 전체 299석 중 139석(46.5%)을 얻는데 그쳤다. 1996년 총선 새해 벽두부터 김영삼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내란음모죄로 법정에 세우면서 역사 바로 세우기를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신한국당은 총선 전보다 10석이 줄었다. 박근혜 정부때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에서 총 300석 중 122석(40.7%)을 얻으면서 제2당으로 전락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대표(김무성)가 비박으로 대통령과 상시 대립했고 총선 전에는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총선 전보다 24석이나 줄었다.

현 정부는 역대 정부와 달리 집권 후반기가 시작되자마자 청와대가 연루된 권력 비리 의혹에 휩싸여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는 급락하는 것이 아니라 역대 정부와 비슷한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야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현 정부에서는 이합집산형 다당제가 만들어져 상습적 정국 불안정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과거 철옹성 같았던 정권도 집권 후반기에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무너졌다. 정치 실종, 경제 침체, 안보 불안, 외교 무능, 이념 갈등 심화 속에서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했던 정책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일차적으로 국민여론이 돌아선다. 현 정부의 지지율이 집권 초기 80%대로 높았지만 현 시점에 반 토막 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다음은 정부 여당에 우호적이었던 언론들이 돌아선다. 특히,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친여 방송과 언론 매체에서 자정 노력이 일어나고 ‘반(反)어용 선언’이 나온 것도 우연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공직 사회가 돌아서고, 검찰이 돌아서면 대통령 레임덕이 시작된다. 내년부터 이와 같은 민심 이반 과정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현 시점에서 여권이 구도와 이슈, 인물 모든 면에서 야권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통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검찰이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울상시장 선거개입 하명 수사 등 각종 권력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를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장관보다 더 센 5선의 민주당 당 대표 출신 추미애 의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해서 통치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추 의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물러난 지 52일만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판사, 국회의원으로서 쌓아온 법률적 전문성과 정치력 그리고 그간 추미애 후보자가 보여준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들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하고 공정과 정의의 법치국가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추 장관 후보자는 판사 출신으로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라고 불릴 정도로 강단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추 장관은 1995년 김대중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때 정치에 입문했다. 김 대통령은 추미애에게 “호남 사람인 제가 대구(출신) 며느리를 얻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듬해인 1996년 총선에서 광진구 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되었고, 1997년 대통령 선거 때는 김대중 후보 캠프의 유세단장으로 활동했다. 당시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지역감정의 악령으로부터 대구를 구하는 잔다르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때 언론으로부터 ‘추다르크’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추 장관 후보자는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은 이제 시대적 요구가 됐다”며 “소명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추미애 의원이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청와대를 겨냥한 비리 의혹 사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에 대한 인사 조치 또는 감찰권 행사를 통해서 ‘압박’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인사권이 정권을 향한 수사를 막는 데 사용되거나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수사팀을 없앤다면 민심의 큰 역풍이 불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를 떠 받쳤던 핵심 기둥이었다. 최근 남북,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8일 트윗을 통해 ‘김정은은 적대 행동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痢??잃을 게 없다”고 받아쳤다. 그러자 그동안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자제해왔던 미국이 12월 1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소집을 통해 ‘최고의 압박’을 가했다. 켈리 크래프트 미 유엔대사는 “북한이 도발 땐 기회의 문 닫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잃을 게 없다는 북한에 잃을 게 뭔지 보여 주겠다는 의도다. 북한은 크게 반발했다. 12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내고 “미국은 이번 회의 소집을 계기로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을 했다”며 “우리로 하여금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번 회의에서 ‘상응한 대응’이니 뭐니 하고 떠들었는데 우리는 더이상 잃을 것이 없으며 미국이 선택하는 그 어떤 것에도 상응한 대응을 해줄 준비가 돼있다”면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이 강한 대북 메시지를 낸 것도 아니고, 중·러도 북한 편에 섰다”며 “북한은 이 같은 상황을 보고 미국의 경고에 위축되기보다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이어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북미 갈등이 고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치 한쪽 날개가 꺾인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처럼 남북 관계를 지렛대로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기는 어렵다.

차기 국무총리로 6선의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정 전 의장은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 전 의장을 총리로 지명하려는 것은 다목적 카드다. 첫째, 경제총리 콘셉트다. 그는 정계 입문 전 쌍용그룹에서 상무까지 재직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엔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실물 경제를 다룬 경험이 있다. 그래서 집권 후반기를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을 부각하는 데 적합하다. 둘째, 통합 이미지다. 문 정부 집권 후반기에는 여야간 대립이 더욱 극대화될 것이다, 국회의장, 당 대표, 6선의 정치 경륜이 여야 갈등을 조정하는데 적합하다. 셋째, 대권 후보 카드 확보다. 유력 친문 후보들이 낙마한 상태에서 문 대통령은 국무총리직을 통해 새로운 대권 후보를 만들 수 있다. 넷째, 국회 인준 표결 문제 해결이다. 장관 임명과는 달라 국무총리는 반드시 국회 인준 투표를 거쳐야 한다. 전 국회의장 출신인 정 의원은 국회 청문회현역 의원 불패 신화를 이어갈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이낙연 총리가 유임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 10일 재판관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했다. 탄핵 이유는 몇 가지로 집약된다. 자신의 최측근인 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고, 최순실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기며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가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해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 박 전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권력형 비리가 크게 발생 안 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탄핵론을 부르는 문 정부의 권력 남용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0월 “문 대통령이 조국 전 장관 임명 강행과 사퇴로 맞은 정치적 위기가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이 통신은 “3년 전 한국의 문재인은 국민의 뜻을 무시해 기소당한 (박근혜) 대통령을 몰아내려던 서울 거리의 대중 사이에 있었다”며 “지금 그 자신의 대통령직이 비슷한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조국 사태에 이어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자 일부 정치권과 법조계 및 시민사회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가 쌓이고 있다”는 주장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3월 박근혜 정부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청와대의 침묵을 비판했다. 지금의 상황은 당시보다 더 악성이다. 이제 문 대통령은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직접 나서서 해명해야 한다. 검찰에게 ‘철저히 수사해서 모든 의혹을 밝혀라’고 주문도 해야 한다.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가 계속되지 않기 위해선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대로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아야 한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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