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4개월 앞이지만 마땅한 후보군 안보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
내년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마땅한 후보군이 없는 지역구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역구에 기반한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한 결과다. 또 현직 의원이 장관이나 총리로 발탁된 점도 일부 지역구가 ‘무주공산’이 되는 데 일조했다.

19일까지 더불어민주당에서 불출마 의사를 밝힌 지역구 의원은 총 5명이다. 이해찬(세종)·원혜영(경기 부천 오정)·진영(서울 용산)·백재현(경기 광명갑)·표창원(경기 용인정) 의원 등이다. 이들은 대부분 내년 총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추미애 의원의 지역구(서울 광진을)도 마땅한 후보군이 없는 모양새다. 추 의원은 광진구에서만 5선 기록을 세운 터줏대감이다. 또 국무총리로 내정된 정세균 의원의 종로구 역시 물망에 오른 후보군은 많지만 출마 의사를 뚜렷하게 밝힌 후보는 없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지역구 의원 중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총 4명이다. 부산 중구·영도구를 지역구로 둔 김무성 의원은 지난 11월 보수 통합을 위해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밖에 김세연(부산 금정)·김성찬(경남 창원 진해)·김영우(경기 포천 가평) 의원 등이 공식적으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성찬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3선 이상의 중진급 의원들이다. 한국당은 지역 인지도 및 조직력을 잃은 만큼 해당 지역에 전략 공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 이해찬 후광효과에 후보자 난립
지난 17일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예비후보자 등록을 받았다. 19일 기준 253개의 지역구에 525명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경쟁률이 가장 치열한 곳은 세종시(9:1)다. 더불어민주당에서 5명,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무소속에서 각 1명이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특히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자가 많은 것은 이해찬 대표 후광 효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세종시는 이 대표가 2012년 47.88%, 2016년 43.72%라는 성적표를 거둔 지역구다. 또 세종시는 이번 총선에서 분구될 가능성이 높다. 인구 급증에 따라 세종시 인구는 현재 약 34만명에 달한다. 선거법에 따른다면 인구수에 비례해 의석수가 1석 더 늘어나게 된다. 물론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분구가 무산될 수도 있다.

민주당 측 인사로는 강준현 전 세종시부시장, 배선호 전 세종시당 교육위원장, 이강진 전 세종시부시장, 이영선 변호사, 이종승 전 세종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등이 예비등록을 마쳤다. 특히 이강진 전 세종부시장은 이해찬 대표가 국무총리로 활동할 때 공보수석비서관으로 일했던 인연이 있다. 그밖에 한국당 소속 조관식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상임부회장, 바른미래당의 정원희 세종시도농공감융합연구원장 등이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정의당에선 이혁재 전 사무총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한 발 뺀 이완구 전 총리
정부청사의 상징성 때문에 전직 국무총리의 등판도 예상된다. 한국당 측에서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 출마설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총리가 세종시에 출마할지는 미지수다. 이 전 총리는 최근 김태흠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공천과 관련해 “대전이나 충남 어디 하나 한국당에 녹록한 지역이 없다”며 “당 지도부에 충청도 출신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지난 17일 국회 출입 충청권 기자간담회에서 “충남도당과 중앙당에서 전략적 차원에서 제가 필요하다고 하면 (출마)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억지로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 전 총리가 세종시보다 충남 지역구를 재기의 발판으로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세균 떠난 자리엔 이낙연?
추미애 의원이 떠난 서울 광진구 을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상진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두 명의 예비후보자가 등록돼 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월부터 광진을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기반을 다지고 있었다. 김 전 행정관도 이미 광진을에 얼굴을 알린 인물이다. 2016년 민주당 경선에서 추 의원과 양자대결로 맞붙었던 전력이 있다. 당초 정계에선 오 전 시장과 추 의원과의 빅 매치를 예상했다. 하지만 추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되자 민주당 내에선 오 전 시장과 견줄 수 있는 ‘거물급’ 인사를 광진을에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거물급 인사로는 이낙연 총리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이 총리가 출마할 것으로 거론되는 지역은 광진을뿐만이 아니다. 정부청사가 있는 세종시와 정치 1번지인 종로구도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총리는 차기 대권주자로 손꼽힐 만큼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13일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총리는 50%의 호감도를 보여 1위를 기록했다. 어느 지역구를 택하든 이 총리가 손해 볼 것은 없어 보인다.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차기 대권주자인 이 총리는 상징성이 있는 지역에서 승리해야 그 기세를 대선까지 끌고 갈 수 있다”며 “지방보다는 수도권이, 광진을보다는 종로가 대권주자의 격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당도 종로를 두고 총선 시뮬레이션을 돌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한 의원은 “이 총리가 종로로 나온다면 황교안 대표가 종로를 택하는 건 무리수”라며 “한국당에서 종로에 누가 출마할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