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한·일 정상이 15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수출규제와 강제징용 배상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역사와 경제 문제에서 입장차를 확인하는데 그쳤지만 관계 복원의 동력을 찾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일본 현지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일 양국 관계 개선의 핵심으로 꼽히는 강제징용 배상의 ‘방법론’에서 입장 차이는 여전했으나 ‘대화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일본 총리관저는 지난 24일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한국으로부터 새롭게 얻어낸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일본이 양보한 것도 없다”며 “향후 대화를 계속해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상당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일본 총리관저는 ‘전체적으로 마이너스는 없는 플러스 회담’이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양국 정상이 오랜만에 직접 마주 앉아 회담을 한 것은 유의미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내에서도 한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는 여러 일들이 펼쳐지고 있다. 일본 경산성이 대한국 수출 규제의 일부를 완화하는 조치를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한국 내에서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일제 불매 운동이 누그러지기를 바라는 눈치다. 한일 갈등 이후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65%나 급감했고 일본 맥주의 한국 수출량은 급격하게 곤두박질쳤다. 실제 경제적 타격이 한국보다 일본이 훨씬 큰 상황에서 일본의 관계 개선 의지가 한국보다 크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일본 총리 관저의 관계자는 “더 이상의 관계악화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맨 위로부터 확인된 만큼 인적교류, 문화교류 등이라도 우선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기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도 지소미아 연장을 계기로 적극적인 관계 회복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지난 7월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아베 총리는 “수출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말했다. 지소미아와 관련해 두 정상이 대화를 나눴지만 안보 차원에서 공개되지는 않았다. 한편 문 대통령이 공개 발언 중 일본 측 관계자가 취재진의 퇴장을 외치며 문 대통령의 발언을 중단시키는 일도 발생했다. 우리 외교부는 외교적 결례라며 일본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