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전국 유세로 인지도 상승
黃 보수통합이라는 큰 산
安 총선 불출마 대신 지원사격

(왼쪽부터)이낙연 전 국무총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 전 의원/연합

4·15총선은 2년 뒤 있을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이다. 19대 총선에서 승리했던 새누리당은 그 해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승리 기세를 몰아 이듬해 대통령을 배출했다. 총선 결과는 당 차원뿐 아니라 대권 ‘잠룡들’에게도 중요하다. 차기 대권주자들은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당내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여권의 차기 주자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있다. 야권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 전 의원 등이 잠룡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라는 독주체제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다.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이 전 총리가 국회의원, 도지사, 총리직을 역임하는 동안 국민들의 평가는 어느 정도 끝났다”며 “그동안 상황 관리 능력, 안정감 있는 대응 등을 보여줬다면 이제는 새로운, 희망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때”라고 조언했다.

이 전 총리에게는 두 가지 과제가 놓여있다. 자신의 지역구인 종로에서 당선될 뿐 아니라 민주당 전체의 승리도 이끌어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처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지 않고 이해찬 대표와 이 전 총리를 투톱으로 하는 선대위를 출범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이 전 총리가 선대위원장으로서 민주당을 압도적인 승리로 이끈다면 당내 발언권이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종로에서 당선된다 해도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 봤다. 박 교수는 “선거가 박빙이면 이목이 집중돼 전국적 지명도도 올라갈 텐데,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종로에서 쉽게 이겨버릴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야권 인사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도 ‘잠룡’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은 이 전 총리와 지지율 격차가 큰 편이다. 한국갤럽이 1월 17일 발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24%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이 지사와 박 시장은 각각 3%, 2%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 전 총리가 전국적 유세를 시작하면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이 지사와 박 시장은 직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총선에서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차기 정치 지도자로서 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한국갤럽). 황 대표는 지난해 두 자릿수 지지율로 이 전 총리와 양강구도를 유지해왔다. 이를 두고 강 교수는 “범보수를 통합하는 리더십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며 “애매한 태도 역시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로 나설지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할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1월 3일 황 대표는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같은 달 신년기자회견에서 지역구나 비례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 “내가 나서서 헌신하겠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공관위가 구성되면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의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도 열어둔 것이다.

이번 총선에는 황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달려있다. 지난해 11월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는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도록 진력하겠다"며 "만일 이번 총선에서도 우리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다면 저부터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개인 선거뿐만 아니라 한국당 전체도 승리로 이끌면 야권 대선 주자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다. 반면 둘 중 하나라도 놓치게 되면 대권 행보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대표직을 내놓게 될 수도 있다.

한편 황 대표는 1월 22일 ‘개헌’을 새로운 카드로 꺼내 들었다. 이날 황 대표는 총선에서 압승하면 제왕적 대통령제를 저지할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국민은 민생을 문제로 보고 있는데 국민 정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보수대통합,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개헌까지 너무 많은 메시지를 내놓고 있어 혼란스럽다” 등의 말이 나오고 있다. 박 교수는 “현 정권에 대해 대안 없이 비판만 한다는 지적 때문에 개헌 카드를 꺼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여러 카드 중 ‘보수통합’에 무게를 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통합신당이 실패로 끝난다면 리더십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좌고우면하지 말고 강한 리더십으로 범보수를 통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철수 전 의원
안철수 전 의원은 1월 29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면서 신당 창당을 시사했다. 안 전 의원은 "손학규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을 보면서 바른미래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고 했다. 1월 27일 안 전 의원은 손 대표를 예방해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자신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고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할 것 등을 제안했다.

그러자 손 대표는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 회사 오너가 CEO에 해고 통보하듯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며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생각은 뜻밖의 상황"이라며 반발했다. 박 교수는 “안 전 의원은 당연히 거절 당할 것을 요구했다”며 “해외체류 이전과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 역시 “손 대표에게 그런 요구를 한 것은 정치인으로서 짜임새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앞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안 전 의원은 신당 창당 후 안철수계 의원들 지원사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의원 지지율은 4%로 차기 대선주자 중 3위에 해당한다(한국갤럽). 강 교수는 “아직도 안 전 의원에 대한 지지세력이 있기 때문에 여야 모두 안 전 의원과 연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안 전 의원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 봤다. 강 교수는 “안 전 의원은 아마추어 같은 행동으로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며 “여야의 ‘도우미 카드’로 쓰이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