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일로 ‘코로나19 사태’ 총선 판도에 영향… ‘경제·민생 분야’보다 더 큰 이슈로 부상

지난 2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2차 회의에 이낙연(왼쪽부터),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과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이 민주당 비례정당 창당에 반대한다는 김해영 공동선대위원장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대형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민주당 외곽의 친여 세력들이 비례전문 위성정당 창당에 나섰다. 미래통합당(통합당) 위성 비례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25석 안팎의 비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추산되자 민주당이 맞불을 놓고 있다. 지난달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총선에 나선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비례 민주당 창당론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불을 지폈는데 이것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 홍영표 전 원내내표, 전해철 특보단장, 김종민(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 의원 등 민주당 핵심 5인이 지난달 26일에 가진 만찬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 위성 비례정당 창당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이 주도하는 비례민주당 창당 가능성은 부인했지만, 비례정당 창당을 추진하는 외곽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우리가 직접 비례 민주당을 창당하는 것은 지금은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외곽에서 비례 정당을 창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를 의병이라고 하면서 (창당을 준비하고 있고), 그런 것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더불어민주당 외곽의 친여 세력들이 비례 대표용 선거연합 정당 창당에 나섰다. 주권자전국회의 등 친여 시민단체들이 만든 정치개혁연합(가칭)은 3일 중앙선관위에 창당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조직의 집행위원장은 ”각 정당에서 자체적인 절차에 따라 비례후보를 선출한 뒤 이를 모두 모아 하나의 연합 명부를 구성하는 비례정당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비례정당은 국민 투표권을 침해하고 정치를 장난으로 만드는 것이다”고 비판했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침묵하고 있다. 반면, 친문 진영에선 비례 연합정당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민주당이 직접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으면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인한 진보 진영 비례대표 의석 손실을 줄일 수 있고, 연합정당 내에 진보진영 정당들을 아우를 수 있어 총선 후 연대를 해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지난 해 조국 사태이후 드러난 민주당과 진보 진영의 ‘위선과 거짓의 DNA’가 또 다시 꿈틀거리는 것 같다.

민주당은 지난 2월 5일 미래통합당(통합당)의 위성 비례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출범하자 “꼼수 정당” “쓰레기 정당”이라며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당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정신과 취지를 밑바닥에서부터 흔드는 퇴적 정치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심지어 “국민을 얕잡아 보고 눈속임으로 만드는 위성정당의 앞길에 오직 유권자의 거대한 심판만이 있을 뿐이다”고 했다. 이렇게 비례 정당 창당에 독설을 퍼부었던 민주당의 돌변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비례민주당 출현은 진보 개혁 세력의 위상과 역할을 약화시키고, 민주당의 지역구 선거 참패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을 비롯한 570개 좌파 시민단체들도 ’선거제도 개혁을 내새웠던 민주당의 자가 당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원내 1당을 통합당에 뺏기면 문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수 있다”는 논리로 선거연합 정당 창당을 지지하고 있지만 이는 초조함과 불안감의 반영일 뿐이다. 움직일 수 없는 진실은 비례 정당이든 선거연합 정당이든 꼼수 정당일 뿐이다. 국가 대재앙인 코로나 사태 와중에 민주당이 위성 꼼수 비례정당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민 감정과 맞지 않는다.

민주당의 비례정당 부정적 이유

“민주당은 물론, 민주당의 위성정당에도 투표하지 말자”는 “다시 한번 민주당은 빼고”라는 칼럼이 나올 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소탐대실을 접고 이익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하는 공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민주당의 비례정당용 선거연합정당이 극복해야 할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명분이 없다. 김부겸 의원은 지난달 29일 당내에서 ‘위성 비례정당’ 창당이 논의되는 데 대해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 사태 와중에 민주당 일각에서 위성 정당을 검토한다는 것은 “소탐대실이다. 견리사의(見利思義)다”라면서 “우리 민주당은 옳은 길로 가야 한다. 우리는 이익이 아니라,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당”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오직 국민을 믿고 뚜벅뚜벅 걸어가자”고 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김해영 의원도 “그동안 미래통합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을 강력히 규탄해온 민주당에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둘째,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없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에 여론조사(3월1~2일)에 따르면, ‘민주당도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필요하다’는 응답은 25.7%였다. ‘필요하지 않다’는 58.3%로 두 배 이상 많았다. 중도층의 9.1%는 위성정당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고, 25.9%만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조사 결과는 “민주당이 비례정당을 띄우면 지지층이 분열하고 중도층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례민주당으로 민주당이 더 얻는 몇 석은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정당의 몫이 이전되는 것일 뿐, 진보·개혁 세력의 파이(몫)를 더 확장시키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꼼수 비례민주당이 창당되면 중도 개혁층이 범(汎)보수로 돌아서고, 실망한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아가지 않는다면 지역구 선거 참패는 명약관화하다”며 “민주당 지역구 선거 참패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3% 이하 득표율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 의석수가 20석이 넘는데, 이곳에서 민주당 패배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셋째, 민주당의 고립화다. 지난 패스트 트랙 정국에서 이미 존재감을 확인한 4+1 협의체가 아예 붕괴돼 민주당만 홀로 남을 수 있다. 더욱이 여하튼 민주당이 외곽 세력과 연대해 비례 연합 정당에 참여해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녹색당·미래당 등 군소정당과 시민단체까지 연대 범위가 넓어질수록 비례 명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길 수 있고, 정치개혁연합은 정체성 자체가 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으며 진보·개혁 세력의 위상과 역할을 약화시킬 수도 있는 비례정당 창당에 집착하는 것일까? 미래통합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정당 투표에서 일정 비율(30%)만 득표해도 전체 비례 의석(47석) 중 연동 의석(30석)에서만 약 20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병립형으로 배분하는 17석 중 최소 5석 정도를 확보한다면 미래한국당은 전체 비례 의석 중 25석 정도를 가져올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이 위성 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전체 비례대표 의석 중 7석 정도 얻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민주당과 통합당이 지역구에서 비등한 성적을 낼 경우 비례의석으로 인해 통합당이 제1당이 되어 차기 국회의장직을 가져올 수 있다. 최병천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이 지난 17일 한 인터넷 매체에 “ ‘4ㆍ15 총선, 연동형 마법으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 과반이 유력하다’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여기에서 각 정당의 지역별 판세 등에 근거한 선거 예측이 담겨 있다. 정당 득표율은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민주당 40%, 미래통합당의 비례 정당인 미래한국당 40%, 정의당 15%, 국민의당 5%를 전제로 설정됐다. 시뮬레이션 결과,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20석, 비례대표 7석(병립형 17석×40%인 6.8석의 반올림)을 합쳐 127석으로 예상된 반면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130석과 미래한국당이 거둔 비례대표 27석(연동형 20석+병립형 7석)을 합쳐 157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정의당 예상 의석수는 지역구 2석에 비례대표 9석을 합쳐 11석이다. 물론 이런 시뮬레이션이 얼마나 정확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당내 물밑에 있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불가피론이 수면 위로 분출될 수밖에 없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민주당 내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국갤럽의 2월 셋째 주 조사(8~20일)에서, 국회의원선거의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어느 정당을 선택할 것 같은지 물은 결과, 더불어민주당 33%, 미래한국당 25%, 정의당 12%, 바른미래당 3%, 국민의당 2%, 민주평화당 1%, 투표 의향 정당을 밝히지 않은 부동층이 22%였다. 현재 정당 지지도와 총선 투표 의향 비례대표 정당을 비교하면 더불어민주당 36%→33%(-3%포인트), 미래통합당 23% → 미래한국당 25%(+2%포인트), 정의당 7%→12%(+5%포인트) 등으로 여당보다 야당 쪽에 표심이 더해졌다. 지역구 선거에서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비례구 선거에선 정의당을 찍는 사람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여기에 투표율 가중을 하면 보수층이 많은 고령층 비중이 증가한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비율은 약간 줄고, 미래한국당과 정의당은 늘어난다. 한국갤럽이 부동층이 어떻게 투표할 것인지 추정을 추가하면서 정당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 40%, 미래한국당 38%, 정의당 13%로 예상했다. 더구나, 사실 양대 정당을 뺀 제3 개혁 정당의 지지도는 16대 총선 이후 꾸준히 10~15%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정당 득표율 13.0%, 2012년 19대 총선 때 통합진보당 정당 득표율 10.3% 등이다. 급기야 2016년 총선에선 제3정당인 국민의당은 26.7% 득표로 제1야당인 민주당(25.5%)보다 더 많이 득표하면서 2위를 차지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의 ‘우한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비례 선거 연합 정당 현실화될까?

정의당과 민생당 등 야당에선 “민주당 비례 의석 감소는 이미 예상돼 왔던 건데 이제 와 현실론을 얘기하는 건 비례 민주당을 만들려는 포석 아니냐”고 보고 있다. 선거 뒤에 해산하고 당선자들이 각 당으로 돌아가거나, 정당 껍데기만 유지하면서 실제 소속 정당의 활동을 할 것이다. 이런 정당에 투표를 하라는 것은 ‘직접선거’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비례대표 자체가 간접선거 성격이 있지만, 각 정당이 순번과 명칭을 공개한 ‘구속명부제’에 대해선 직접선거로 인정한다. 그런데 연합 비례정당의 경우 자신의 표(票)가 어느 정당, 어느 후보를 직접 찍는지 더 알 수 없게 된다. 부득이 비례정당이 필요하다면 미래통합당처럼 독자적으로 당당히 만들거나, 차라리 참여 정당들이 합당하는 게 법적으로나 정치 도의적으로나 훨씬 더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비례 선거 연합 정당은 현실화될까? 이번 총선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정의당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 총선용 ‘연합정당’ 구성에는 부정적 시각을 유지하지만 진보진영 원로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제안한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를 내지 않는 대신 정의당을 포함한 소수야당에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분할투표’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민주당과 어느 선까지 협상이 가능할지에 대한 현실적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아예 내지 않거나 최소화하고 이를 진보진영이 나눠 받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 같다. 결국 비례 대표 지분 문제가 관건이 될 것이다. 만액 민주당이 정의당의 요구를 받아 들이지 않으면 민주당과 정의당간의 선거 공조가 와해될 수 있다. 반대로 어떤 형태로든 선거를 앞두고 비례연대가 성사된다면 민주당과 정의당의 경우 지역구 ‘선거연대’로까지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중앙당 차원에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역구에서 후보 차원의 단일화 가능성은 열어 놓았다.

그러나 친여 세력들이 비례정당을 창당하고 민주당 묵인 속에 합당이나 연대 수순을 거쳐 비례민주당 역할을 하게 될 경우 정의당과 지역구 후보 단일화는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지난 2012년 총선당시 민주통합당 지역구 후보를 낸 210곳 중 62곳에서 선거 연대를 했다. 이런 선거연대는 수도권에서 발휘되었다. 2008년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서울(48곳)에서 40석을 석권했다. 민주당은 7석을 얻는데 그쳤다. 경기도에서도 한나라당 32석, 민주당 17석이었다. 인천에서는 한나라당 9석, 민주당 2석이었다. 수도권 전체 111석 중 한나라당은 81석(73.0%), 민주당은 겨우 26석(23.4%)을 얻었다. 하지만 2012년 총선에서 전세가 완전히 역전되었다, 서울(48석)에서 새누리당(한나라당 후신)은 16석, 민주당은 30석을 얻었다. 경기(52석)에서도 민주당(29석)은 새누리당(21석)보다 8석 더 많이 얻었다. 다만 인천에서는 두 당 모두 똑같이 6석을 얻었다. 수도권 전체(112석)에서 새누리당은 43석(38.4%)을 얻은 반면, 민주당은 무려 65석(58.0%)을 얻었다.

지난 2008년 총선과 비교해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39석을 더 얻었다. 통합진보당도 서울 2석, 경가 2석 등 수도권에서 4석을 차지했다. 민주당의 이런 압승 배경에는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가 결정적이었다. 이번 총선에선 민중당과 정의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균열이 더 커질 수 있다. 민주당은 정의당 현역 의원 지역구에 노동운동가 출신의 후보들을 대거 투입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에 금융산업노조 수석부위원장 출신인 문명순을 공천했다. 문 후보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 금융경제특위 위원장을 맡았고 한국노총에서 중앙위원을 지냈다. 작년 4·3 보궐선거 때 두 당이 후보단일화를 통해 정의당 여영국 후보의 504표(득표율 0.6%포인트)차 신승을 일궈냈던 경남 창원성산 선거구에도 민주당은 조선소 용접사 출신인 이흥석 후 보를 단수 공천했다. 이 후보는 마산창원노동조합 총연합 의장,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을 지냈다. 정의당도 수도권 지역 민주당 주요 후보 선거구에 현역 의원들을 내보내며 경쟁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이 출마한 경기 안양 동안을에는 정의당에서 추혜선(비례대표) 의원, 정일영 전 인천국제공항 사장이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인천 연수을에선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출마한다. 이인영 원내대표 지역구인 서울 구로갑에는 정의당 이호성 후보가 뛰고 있다. 작년 정의당과의 선거법 개정 공조를 주도한 홍영표 의원 지역구(인천 부평을)에는 정의당에서 김응호 후보가 출마했다.

역대 총선에서 보듯이 지역구 선거에서 정의당 후보들은 당선권과는 거리가 먼 득표율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초접전 양상으로 치러질 개연성이 큰 수도권 선거에서 정의당 후보들의 득표는 1·2위를 가를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한편, 민주당이 지원하는 비례 정당 창당은 선거 구도에서도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8일 4.15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비례정당’으로 내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253개 지역 선거구에 후보자를 내지 않기로 했다. 대신, 비례공천을 통해 실용적 중도의 길을 개척하고, 야권은 물론 전체 정당간의 혁신경쟁, 정책경쟁을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길이 제가 현실정치에 복귀하면서 이루려고 했던 두 가지 목표, 즉 첫째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고, 둘째 실용정치·중도정치를 뿌리내려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국민들께서는 지역 선거구에서 야권 후보를 선택하여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주시고, 정당투표에서는 가장 깨끗하고 혁신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정당을 선택해 반드시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꾸어주시라”며 “저는 오늘의 결정이 이번 총선에서 전체 야권의 승리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이 미래통합당과의 사실상 선거연대를 이룬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여하튼 국민의당 선언으로 지역구 후보에 대한 ‘반문(반문재인) 단일화’를 만들어낸 셈이기 때문이다. 2012년 총선 때와 같이 민주당이 진보정당과 대규모 후보단일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당 외곽에서 비례정당을 만들고 지역구 선거에서도 범여권 정당들이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선거 구도가 범여권에 불리해질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옥중 서신 파장

지난 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옥중 서신을 발표했다.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달라”고 했다.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며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더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탄핵과 구속으로 저의 정치 여정은 멈췄지만 북핵 위협과 우방국 관계 악화는 나라의 미래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기에 구치소에 있으면서도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많은 분들이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 세력으로 인해 살기가 더 힘들어졌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서로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했다. 기승전 보수통합 메시지였다. 박 전대통령의 이런 행태는 자신의 지지기반인 태극기 극우 세력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미래통합당 등 기존 정치권에 존재감을 드러내 보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때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었던 박 전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야권에 던진 통합 메시지가 이번 총선에서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래통합당은 환영 일색이다. 황교안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애국심이 우리 가슴을 울린다”며 총선승리로 부응하겠다”고 했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의로운 결정을 하셨다”면서 “야당이 힘을 합치고 뭉쳐야만 이 거대한 자유민주주의 위협세력에 맞서 나갈 수 있다는 말씀을 해 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장 미래통합당의 영남권 물갈이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반면,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최악의 정치재개 선언”이라고 했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전직 대통령이 반성은 하지 못할망정 옥중에서 노골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논지다. 정의당은 ‘옥중 서신’이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며 서울중앙지검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접수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서신을 두고 “탄핵 세력의 부활을 선동한 국기 문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냉정하게 분석하면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통합당 공천에 탈락한 현역이나 전직 원외당협위원장들이 친박신당과 자유공화당 등 합류를 타진하는 중에 박 전 대통령이 보수가 분열하지 말 것을 주문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통합당 입장에선 선거를 코앞에 두고 보수정당 난립이 표심 분열로 이어질까 우려했지만 한시름 놓게 된 셈이다. 일단 탄핵 시시비비는 묻어두고 문재인 정부 심판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로 보수결집이 가속화되고 문재인 정권 심판론이 힘을 받을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선 총선을 기점으로 보수의 재도약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에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자칫 보수 정당의 사분오열을 일으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감도 있다. ‘통합당=도로 새누리당’ 처럼 보이게 할까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민주당도 격한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지만 속내는 다를 수 있다. 최근 이탈 조짐을 보인 중도ㆍ무당층을 다시 붙들거나 여권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는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박근혜의 국정농단과 비리 사건이 잊혀져 가는 중인데 이를 다시 상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도 있다. 여하튼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문재인 대 박근혜 구도’로 끌고 가면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을 하는 것 같다. 또한, ‘박 전 대통령까지 나서는데 미래통합당에 원내 제1당을 절대 내줄 수 없다’는 걸 명분으로 여권에서 추진중인 비례 정당용 선거연합 정당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파편화된 보수가 옥중 메시지를 계기로 범보수 깃발 아래 하나로 뭉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미래통합당이 자유공화당·친박신당 등과의 화학적 결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벌써 이른바 ‘태극기 세력’ 안에서 분란이 일어나고 있다. 유영하 변호사는 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유공화당, 친박 신당 등 친박 정당 인사들을 겨냥해 “자기 지분을 노리거나 이익을 위해 ‘대통령(박근혜) 팔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 변호사의 행보를 두고 친박계에선 내분이 일었다. 자유공화당은 “유영하 변호사는 메시지 전달자 이상의 정치적 행동을 중단하라”고 반발하고 나왔다. “유 변호사가 오히려 친박(親朴)팔이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유 변호사는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 신청을 했다. 박근혜 대리인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유 변호사를 내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그에게 높은 비례 대표 순번을 준다면 도로 친박당이란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고 통합당은 중도 성향 지지층들이 이탈할 수 있다. 유영하가 정치 계륵이 될 수 있다. 여하튼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로 미래통합당이 새로운보수당, 안철수계를 포함하면서 중도쪽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추세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확산 일로에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도 피괴력이 큰 돌발 변수다. 총선 판도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관리가 부실해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정권 심판론’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절하고 효율적 조치’를 실행하지 못했다. 이미 재앙이 된 뒤에 ‘심각’ 단계로 규정하는 등 골든 타임을 허비했고, 대한의사협회와 감역 전문가들 줄기찬 요구에도 중국 전역 입국금지 조치는 끝내 취하지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경제계 주요 인사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는 말한 것은 대가가 큰 실수였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협조와 인식에 의존하는 문 대통령의 전략을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청와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문 대통령의 탄핵을 청원한 숫자가 100만명이 넘는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여권의 메시지 관리 실패도 악재다. 미래통합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민주당 홍익표 수석 대변인의 ‘대구 봉쇄’ 발언이 터져 나왔다. 지난달 25일 그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대구와 경북 청도 지역은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는 최대한의 봉쇄 조치를 시행해 확산을 조속히 차단하기로 했다”고 전달했다. ‘봉쇄’란 표현이 중국 우한(武漢) 봉쇄처럼 대구·경북 지역 사람들의 이동을 전면 봉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장이 커지자 문 대통령은 대구를 직접 방문해서 “코로나19 전파와 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논란을 빚은 홍 수석대변인은 사퇴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해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었다”는 그야말로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거친 ‘입’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코로나19 대책을 위해 밤낮없이 뛰고 있는 권영진 대구시장을 향해 “코로나19를 열심히 막을 생각이 없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주호영 통합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유시민씨는 제발 그 입 좀 다물라, 유 씨의 눈과 머리와 입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맹비난했다. 홍익표 의원, 유시민 이사장과 박능후 장관의 무분별한 발언은 어쨌든 여당에게 상당한 부담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마스크 대란은 국민들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부는 이른 시일 내 마스크 수급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공언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마스크를 제대로 살 수 없다는 불만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3일 “마스크를 신속하고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불편을 끼치는 점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여하튼 마스크 문제 하나 해결 못하는 무능한 정부가 어떻게 코로나 사태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소비 위축 등 국민 경제에도 여파가 미치고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야당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 그리고 정부의 늦장 대응이 정부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 갤럽 2월 넷째주(25~27일) 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 못한다‘는 부정 평가가 51%로 ‘잘 한다’는 긍정 평가(42%)를 크게 앞섰다. 이는 지난해 10월 3주차 부정평가(53%) 이후 19주 만에 가장 높았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코로나19 대처 미흡’이 41%로 제일 높았다. 이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14%)을 크게 압도한 수치다. 코로나 사태가 정부에게 얼마나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 대위기 상황에선 코로나 사태를 정치 공방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누가 잘못했고, 무엇이 문제인지는 사태가 종식되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지금은 정부와 국민, 여야가 총체적 협력 체제를 구축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신천지와 특정 정당과의 유착관계에 대해 명백한 입장을 밝히라”는 여당이나, “정부는 중국 눈치 보기를 하고 있으며, 신천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는 야당이나 모두 자중하면서 방역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 과학, 논리, 사실을 토대로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하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