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부산·울산·경남)가 출렁이고 있다. 민심이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에서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PK는 수도권 다음으로 지역구 의석이 많은 곳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정치권으로부터 PK가 주목 받는 이유다. 2012년 19대 총선까지 보수의 손을 들어줬던 PK는 2016년 총선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당시 보수는 승리했지만 약 10석을 잃었다. 이 같은 기세를 몰아 진보 진영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승전고를 울렸다. 하지만 2019년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보수와 진보에게 1:1 무승부라는 성적표를 내줬다. 올해 4·15 총선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이유다.

PK 민심의 변화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은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PK 40석 중 36석을 석권했다. 하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선 27석을 얻는데 그쳤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이때부터 보수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시작됐다”며 “PK 민심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정당 평가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당시 친박 위주의 공천은 보수 진영 갈등의 계기가 됐다”며 “결국 보수 진영의 표가 분산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략 공천이 극심했던 탓에 공천을 받지 못한 당협위원장 등 예비후보들이 공천 받은 후보들을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지역 민심을 닦아온 예비후보들이 공천을 받지 못한 것에 불만이 있었던 것이다.

이후 진보진영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PK 3곳의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했다. 울산 기초단체장 5석을 가져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집권 2년차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선거 승리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의 영향도 있었다. 당시 나경원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열린 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PK는 어떤 진영에도 지속적으로 치우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보수 및 진보 진영은 1:1 성적표를 받았다. 이종훈 평론가는 “이때부터 보수 텃밭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며 “문재인 정권의 정책이 성과가 없었던 탓”이라고 지적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문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보궐 선거 무승부에 주효했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덮어버린 정권심판론
올해 4·15 총선에 대해서 김 교수는 “조국 사태와 경제정책 문제가 PK 민심 이반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미흡한 대응 역시 PK 선거에 반영될 것”이라며 “PK에서 민주당이 고전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문 정권 심판을 위해 보수는 단결할 것”으로 봤다. 이어 “조국 사태 이후에 더불어민주당 PK 지지율은 떨어졌다”며 이를 반전할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진보 진영이 불리하다고 보지 않았다. 강 교수는 “코로나19 때문에 조국 사태, 경제 문제, 울산 청와대 개입 의혹 등 모든 이슈가 덮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신천지 사건이 터지면서 진보 진영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진보 진영이 PK에서 고전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격전지 4곳
PK의 지역구 중 부산진갑, 부산남구을, 부산사상, 경남 양산갑이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부산진갑에서는 김영춘 민주당 의원과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맞붙는다. 20대 총선에서 김영춘 후보는 나성린 후보를 불과 2.7% 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이번 총선에는 나성린 후보 대신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나섰다. 강 교수는 “서병수 전 시장은 요직을 다 겪은 베테랑”이라며 “쉽지 않은 대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4선인 서 전 시장은 여의도연구원 원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새누리당 사무총장, 부산광역시장 등을 거쳤다. 고려대 학생회장 출신인 김영춘 의원은 서울 광진구에서 두 번 당선한 이후 지역구를 부산으로 옮겨 20대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번에도 당선될 경우 잠룡으로서의 입지가 한층 탄탄해질 전망이다.

부산 남구을에서는 박재호 민주당 의원과 이언주 통합당 의원이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이 지역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 박재호 후보와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소속 서용교 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4.6% 포인트였다. 통합당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수치다. 이에 대해 이언주 의원은 “법조인이자 기업인으로서 부산경제를 발전시키고 대한민국 바로 세우겠다”며 “부산정치를 판갈이하고 정치문화를 일하는 문화로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사상에서는 배재정 민주당 의원과 장제원 통합당 의원이 경쟁한다. 부산사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다. 그럼에도 20대 총선에서 배재정 민주당 후보는 당시 무소속이었던 장제원 후보를 상대로 낙선했다. 하지만 1.6%포인트라는 간발의 차이로 져서 이번 총선에서도 장 후보가 이긴다는 보장은 없는 상황이다.

경남 양산갑에서는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과 윤영석 통합당 의원이 맞붙는다. 윤영석 후보는 19대부터 이 지역에서 내리 당선된 인물이다. 19대에선 과반수가 넘는 득표율(52.3%)로 당선됐고 20대에선 46.4%로 승리했다. 이재영 후보는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 회장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을 역임한 경제통이다. 강 교수는 “이 후보는 정치적 커리어가 없기 때문에 불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