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판세 흔들 핵심 변수는 ①코로나19 사태 ②무당층 향배 ③중도층 향배 ④막말 논란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왼쪽)가 2일 오후 종로구 경복궁역 3번 출구 앞에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4·15 총선에 뛰어든 여야 정당들이 4월 2일부터 13일간의 사활을 건 혈투에 돌입했다. 이번 총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후보와 공약 등 기존 선거의 관심사들이 모두 묻혀버린 ‘깜깜이 선거’라는 독특한 환경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그밖에 후보자와 유권자간의 접촉이 최대한 억제되는 ‘비대면 선거’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더구나, 거대 정당들의 위성 비례 정당 창당과 참여, 그리고 최초의 연동비례대표제 채택으로 비례대표 선거에 정당만 35개에 312명의 후보가 난립한 것도 이색적이다. 이번 총선은 여야 모두에게 ‘중대 (critical) 선거’의 성격을 띠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문재인 정부 후반기 국정동력은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시화되고 당 내부에서도 총선 패배 책임론이 휘몰아치는 등 극심한 내홍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울산 선거 개입 의혹 등에 대한 강도높은 국정조사도 진행될 수도 있다. 승리한 미래통합당은 정권을 향한 공세의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이고 정권교체를 향한 밑그림도 본격적으로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민주당이 승리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동력을 회복하고 민주당 집권 20년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그리고 2020년 총선 승리로 역대 어느 정당도 이룩하지 못한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승한 최초의 정당이 됐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상황은 심각해진다. 전국 선거 4연패로 한동안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질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앞으로 다가올 차기 대선 전망도 어둡다.

미래통합당 서울 종로 황교안 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창신2동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

총선 관통하는 3 가지 관전 포인트

이번 총선을 관통하는 몇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첫째, 누가 제1당이 될까? 더불어민주당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역구는 130석, 비례대표는 20석 이상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번에는 호남에서 국민의 당에 많은 의석을 잃었다”며 “이번에는 수도권에서 5~10석 정도 더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편,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통합당의 제1당 가능성을 “자신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이 지난 3년간 정부의 모든 것에 대해 다 알고 있다”며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권 심판론’이 먹혀들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최소 130석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더불어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10석,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은 105석을 획득했다. 무소속은 11석이었다. 그 중 4곳은 진보(대구 홍희락. 울산 김종훈, 윤종오, 세종 이해찬), 7곳은 보수(부산 장제원/대구 유승민, 주호영/인천 윤상현, 안상수/울산 강길부/강원 이철규) 성향 후보가 당선되었다. 공식적인 선거운동(4월 2일)을 시작하기 직전 총 121개 지역구가 몰린 수도권에서 민주당은 서울 31곳, 인천 5곳, 경기 40곳 등 76곳의 우세를 점쳤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서울 35석, 인천 7석, 경기 40석 등 총 82석을 획득했다. 한편, 통합당은 서울 6곳, 인천 3곳, 경기 13곳 등 22곳을 우세 지역으로 꼽았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서울 12곳, 인천 4곳, 경기 19석 등 35석을 차지했다.

최근 두 번의 총선에서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우세를 보였다. 그런데, 현시점에서 수도권(121석)은 접전지가 반 이상일 정도로 혼전이다.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충청권(28개 지역구)에서는 민주당과 통합당이 각각 13곳, 11곳을 우세 지역으로 꼽으며 팽팽한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13석(무소속 이해찬 포함), 새누리당은 14석을 차지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충청 지역 지역구가 세종시가 분구되어 1석 더 늘어났는데 이번에도 여야간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등 영남 지역(65개 지역구)에서는 통합당은 57곳의 우세를 점치며 압도적인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선 새누리당은 이 지역에서 48석(TK 21석, PK 27석), 민주당은 10석(TK 2/PK 8)을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우세 지역으로 3곳만 꼽을 정도로 힘겨운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봤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국민의 당 돌풍에 밀려 광주·전북·전남 등 호남(28석)에서 3석을 얻는데 그쳤다. 이번에 호남 전 지역 싹쓸이를 노리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강원 지역은 새누리당 6석, 친보수 무소속 1석(동해시 삼척시 이철규) 등 보수가 강세를 보였다. 민주당(원주을 송기헌)은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번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원주 갑에 출마했고, 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한 3선의 권성동 의원(강릉 시)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등 변수가 많다.

여하튼 이번 총선의 제1당을 가리는 최대 변수는 누가 전체 의석의 절반 정도가 걸려 있는 수도권 싸움에서 승리하고 비례대표 의석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이냐에 쏠려 있다. 민주당이 호남을 석권하고 수도권에서 90석을 차지하느냐 아니면 미래통합당이 영남에서 압승하고 수도권에 50석을 차지 할 수 있느냐가 제1당 여부를 결정지을 최대 변수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3월 4주(24~ 26일) 조사결과, 국회의원선거의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더불어시민당 25%, 미래한국당 24%, 열린민주당과 정의당 각각 9%, 국민의당 6%, 자유공화당(우리공화당) 1% 순이었다. 투표 의향 정당을 밝히지 않은 부동(浮動)층이 24%다. 한국 갤럽이 여기에 투표율을 가중하고 부동층이 어떻게 투표할 것인지 추정 배분해 비례 정당별 예상 득표율을 분석한 결과,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각각 32%, 정의당 11%, 열린민주당 10%, 국민의당 9%로 예상했다. 이런 비례 득표율을 기준으로 비례대표 당선자 숫자를 시뮬레이션하면, 더불어 시민당 16석, 미래한국당 16석, 정의당 5석(준연동형 비례제도로 인해서 지역구에서 최소 1석 당선된다고 보면 최소 1석 손해 봄), 열린우리당 5석, 국민의당 5석이 된다.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 시민당과 열린 민주당을 합한 숫자가 21석을 된다는 것은 그만큼 민주당이 제1당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선거는 프레임 전쟁

둘째, 어떤 프레임이 위력을 발휘할 것인가? 통상 선거는 프레임 전쟁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국민을 지킵니다, 더불어민주당’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코로나19 극복 의지를 강조하는 데 방점을 뒀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힘내라 대한민국 바꿔야 산다!’를 슬로건으로 정하며 경제심판론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갤럽 3월 4주(24~26일) 조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와 관련해 어느 쪽 주장에 더 동의하는지 물은 결과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가 46%,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가 40%로 나타났다. 14%는 의견을 유보했다. 올해 1월에는 정부 지원론이 정부 견제론을 12%포인트 앞섰고, 2월과 3월 둘째 주에는 지원·견제 응답이 팽팽하게 갈렸으나 2주 만에 다시 간격이 벌어졌다.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는 정권 심판론이 강했지만, 지금은 정부 견제 심리가 약화한 경향이 있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어렵고 국민 불안감이 큰 상황이라 야당이 ‘정권 심판론’을 세게 밀어붙이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다시 말해, 여당이 주장하는 ‘방역 성공론’이 야당의 ‘경제 실정론’보다 먹혀 들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향후 경기 전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코로나가 정부의 경제 실정의 모든 것을 덮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한국갤럽 3월 4주 조사에서 향후 1년 우리나라 경기 전망을 물은 결과 17%가 ‘좋아질 것’, 57%는 ‘나빠질 것’, 22%는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기 전망 순지수를 연령별로 보면 50대에서 -54, 40대와 60대 이상에서 -40 내외, 20대와 30대는 -30 내외다.

한편, 살림살이에 대해서는 12%가 ‘좋아질 것’, 40%가 ‘나빠질 것’, 45%는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봐 살림살이 전망 순지수(낙관-비관 격차: -28)도 22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경기 전망과 달리 살림살이 전망은 이번 달이 2017년 9월 이후 가장 부정적이었다. 이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가 가계(家計)에 얼마나 타격인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이런 불안감이 과연 경제 실패 책임이 있는 정부에 대한 응징으로 나타날지 아니면 정부에게 힘을 실어줘 총선 후에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될지가 관심 포인트다. 미래통합당 박형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기존의 ‘경제 심판론’에다가 ‘조국 대 윤석열 프레임’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는 2일 “4·15 총선은 조국을 살리고 윤석열을 쳐내려는 쪽과 (문재인) 정권의 위선을 드러내고 윤석열을 지켜내고자 하는 쪽의 한판 승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여권이 철저히 친문(親文)·친(親)조국 공천을 했고, 총선이 끝나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이용해서 윤석열 총장부터 손보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결국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이번 선거는 조국이 정치적 상징으로 소환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31일 관훈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대로 가면 저 사람들(친문 정당들) 총선이후 합쳐서 ‘조국 대통령 만들기’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빗대어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은 이번 선거를 ‘조국 대 반조국’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에 대해 여당은 정권 안정론과 코로나 ‘방역 성공론’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코로나19와의 싸움, 경제 위기에 대응해 나가려면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압승해서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지역구는 민주당이 승리하고 비례는 시민당이 대승을 해서 이 난국을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여하튼 정권 심판론이 코로나에 묻힐지 아니면 국민들이 경제 실정과 부도덕한 정부를 향해 회초리를 들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긴급재난지원금 어떤 영향 줄까

셋째,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유권자의 투표 행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가진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지자체와 협력하여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으로 가구 당 100만원씩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결정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많은 회의와 토론을 거쳤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국민이 고통받았고 모든 국민이 함께 방역에 참여했다. 모든 국민이 고통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정부로서는 끝을 알 수 없는 경제충격에 대비하고 고용불안과 기업의 유동성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재정여력을 최대한 비축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으로 좀 더 견딜 수 있는 분들은 보다 소득이 적은 분들을 위해 널리 이해하고 양보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어 “긴급재난지원금은 신속한 지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신속하게 2차 추경안을 제출하고 총선 직후 4월 중으로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할 계획”이라며 “재정여력의 비축과 신속한 여야합의 위해 재원의 대부분을 뼈를 깎는 정부예산 지출구조조정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1차 추경을 포함한 32조원 규모의 재정,금융 지원과 기업자금 공급을 위한 100조 이상의 금융지원 등 132조원의 규모의 정책 패키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긴급 재난 지원금 9조 1000억원 포함하면 자금 지원 규모가 141조원 대에 이른다. 이에 대해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31일 “총선 앞두고 돈 풀기로 표 구걸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지급기준으로 잡은 소득 하위 70%와 관련해서도 박 위원장은 “70%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대책도 없이 발표해서 사이트가 마비될 만큼 혼란이 일어났다”며 “연 8000만원 소득 기준으로 70%를 잡는다면 따박따박 월급 나오는 공무원들을 포함해 좋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 포함된다. 70% 기준이 어떤 합리성을 갖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첫째, 젊은 세대와 미래세대의 어깨에 세금폭탄을 얹지 말고 예산 재구성해서 긴급자금을 조달하라, 둘째,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위기가 끝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라, 셋째,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는 지원이라야 한다 등 통합당의 세 가지 지원 원칙을 제시했다. 더구나 통합당은 ”일회성 지원으로 경제를 살릴 수 없다“면서 정부의 141조 재정 지원에 맞불을 놓기 위해 정부 재정, 공모 채권 발행으로 총 240조원 재원을 제시했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퍼주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무리 표를 의식한 것이라고 해도 총선 후에 코로나보다 더 심각하게 국민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 한국갤럽 3월 4주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55%가 긍정 평가했고 39%는 부정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 직무 긍정률이 50%를 넘고 부정률이 40% 아래로 내려간 것은 1년 4개월 만이다(2018년 11월 5주 53%/39%).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영향을 준 것 같다. 뛰어난 민간 의료와 기업, 시민의식 덕분으로 코로나 대응을 잘하고 있는데 정부가 그 과실을 차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코로나 착시 현상으로 여당에게 선거 판이 다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일 오후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에서 국토 400km 종주를 시작하기에 앞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부터 매일 ‘국난극복’, ‘스마트팜과 스타트업을 통한 기술과 혁신’, ‘지역감정 해소와 통합’, ‘정부 개혁과 약속의 정치’ 등의 주제로 여수에서 수도권까지 하루 평균 30㎞가량 이동한다. 연합

총선 판세 흔들 막판 핵심 변수

이번 총선에 판세를 흔들 막판 핵심 변수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투표율 하락 여부가 총선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세대별 투표율은 역대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해 왔다. 2016년 총선에선 2012년 총선과 비교해 20대 투표율이 11.2% 포인트, 30대는 5.0%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50대 투표율은 1.6%포인트 하락했다. 이것이 야당인 민주당(123석)이 제1당이 되고 국민의 당이 제3당(38석)으로 부상하는데 기여했다.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2008년 18대 총선(46.1%)에선 30대 투표율은 35.5%였고 60세 이상 투표율은 65.5%였다. 이때 민주당 전신인 통합민주당은 81석을 얻는 데 그치며 참패했고 통합당 전신인 한나라당은 공천 파동에도 불구하고 153석을 얻으며 과반 의석을 획득했다. 여당은 현 정부 핵심 지지층인 3040세대를 투표소로 불러 모으기 위한 선거 전략을 짜고, 통합당은 50대 이상 세대의 투표율 하락을 막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KBS한국리서치의 총선 기획 4차 여론조사(3월 21~23일)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층‘은 75.6%였다. 그런데 20대는 그 규모가 50.9%로 가장 낮았다. 30대 77.0%, 40대 78.8%, 50대 79.9%, 60대 이상 86.0%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는 세대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젊은층과 장년층 모두 비슷한 비율로 투표율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누가 유리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20대 투표율이 하락하면 여당에게 유리할 수 있다. 최근 20대에서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둘째, 무당(無黨)층의 향배다. 한국 선거에서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전체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역대 선거에서 무당층은 ‘약세(弱勢) 정당’ 쪽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2주 앞둔 갤럽 조사에서 당시 ㈃瑛?새누리당 지지율은 37%, 민주당 21%, 국민의당 12%였다. 무당층은 25%였다. 그러나 실제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새누리당은 33.5%(-3.5%p) 득표에 그쳤다. 민주당은 25.5%(+4.5%p), 국민의당은 26.7%(+14.7%p)로 약진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현재의 무당층은 여권에 등을 돌린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야권 지지로 가기는 쉬워도 여권 지지로 되돌아가는 경우는 드물 것이란 관측을 한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도 “2017년 대선에서 유승민이나 안철수를 찍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아예 민주당으로 돌아선 사람들이 지금의 무당층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야당인 통합당을 한 번 더 혼을 내줘야 할지, 아니면 정권 견제론에 힘을 실어줄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통상 무당층은 세 유형으로 구분된다. 특정 정당에 대해 선호를 가지고 있지만 여론 조사에서 응답하지 않는 ’은폐형 무당층’이다. 전체 무당층의 약 40% 정도를 차지한다. 어떤 정당을 지지할지 모르는 30% 정도의 ‘순수 무당층’, 그리고 정치와 선거에 관심이 없고 투표하지도 않는 30%의 ‘정치 무관심 무당층’이 있다. 경험적 분석에 따르면, 은폐형 무당층의 약 65% 정도가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무당층이 30% 정도라면 실제 야당 지지도는 여론 조사 결과보다 5~7% 정도 더 많을 수도 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가운데)이 2일 경기도 고양시 화정역 광장에서 고양 지역 출정식을 열고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

셋째, 중도층의 향배다

셋째, 중도층의 향배다. 갤럽 분석(3월 24~26일)에 따르면, 중도층에서는 지난 1월 여당 승리(52%)가 야당 승리(37%)보다 많았는데, 2월(39%/50%)에 뒤바뀌었고 3월 둘째 주(40%/47%)도 마찬가지 경향이었으나 이번에 재반전했다(45%/41%). 현재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도 여당 승리 28%, 야당 승리 37%로 2주 전(20%/47%)보다 차이가 줄었다. 코로나 사태가 중도층의 표심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번 선거에선 중도층(40%)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도 보수’가 미래통합당 지지로 회귀하는지, 또 다른 50%를 차지하고 있는 ‘중도 진보’층이 통상 지지했던 민주당에서 어느 정도 이탈하는지 여부가 선거 결과를 결정짓는 중요 변수가 될 것이다. 중도층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 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수도권 지역구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했던 약 180만표(15.4%)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당 중 누구를 지지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넷째, 막말 논란이다. 역대 선거에서 선거 막판에 불거진 막말 논란으로 선거 판세가 뒤흔들렸던 사례는 많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열린 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60·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는 ‘노인 폄훼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2012년 총선에서 야당인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가 과거(2004년) 인터넷 라디오에서 “유영철을 풀어 라이스(전 미 국무장관)를 강간해 죽이는 거예요” 등의 막말을 한 게 뒤늦게 알려져 민주당에 큰 악재가 됐다. 미래통합당 유튜브 채널 진행자인 박창훈씨는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임기 끝나고 나면 교도소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먹이면 된다”고 비아냥댔다가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통합당은 1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교도소 무상급식’ 발언을 공식 사과했다. 이런 신속한 대응은 선거 막판에 막말 한 마디가 판세를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역대 총선에서 선거 일주일 전까지도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규모가 약 40% 정도 된다. 한국선거학회가 2016년 총선 직후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찍을지 언제 결정하셨습니까”라는 질문에 ‘선거 당일’ 11.9%, ‘선거 1~3일 전’ 11.9%, ‘선거 1주일 전’ 15.3%로 나타났다.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어느 정당과 후보가 실수하지 않고 국민이 공감하는 공약과 민심에 부합하는 전략을 세워 유권자에게 진심으로 다가서느냐가 승패를 가름할 것이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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