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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높은 대통령 지지율 업고 '거대 여당' 탄생

코로나 19 국난으로 '국정안정론'에 무게
21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끝이 났다. 15일 실시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전체 의석 300석 중 180석을 차지해 사상 초유의 거대정당이 됐다. 단일 정당이 직접 선거에서 전체 의석 5분의 3을 확보한 것(더불어시민당 포함)은 민주당이 처음이다. 지역구에서 84석을 얻은 미래통합당은 비례 정당인 미래한국당 19석을 포함해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통합당의 ‘정권심판론’은 민주당의 ‘국정안정론’을 누르지 못했다.

이번 총선의 주된 이슈는 단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었다. 코로나가 선거국면을 좌지우지하면서 합리적인 공약 대결은 실종됐고 각종 선거 프레임은 난무했다. 정부의 코로나 대처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으며 여야는 포퓰리즘 공약으로 대결을 이어갔다. 또 이번 총선은 선거법 개정안이 반영된 첫 선거이기도 하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 등장했고 선거권은 18세 이상으로 확대됐다. 역대 총선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의미도 있다. 보수·진보 진영의 공고한 세력 결집과 부동층의 적극적인 투표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압승과 지역주의
민주당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과 2017년 19대 대선,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 이어 올해 21대 총선까지 승리하면서 4연승을 달성했다. 선거 초반 코로나는 민주당의 악재였다. 코로나 사태 초반 정부의 미흡한 대응으로 홍역을 치렀던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낙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주요 외신은 코로나 방역 시스템의 모범 사례로 한국을 지목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고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예상 득표율도 덩달아 증가했다.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민주당이 승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예측대로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63석을,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17석을 확보했다.

민주당은 수도권과 호남에서 약진했지만 보수 텃밭인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에서는 패했다. 수도권에서는 전체 121석 중 서울 41석, 경기 50석, 인천 11석 등 102석을 확보했고 호남에서는 무소속 1석을 제외한 나머지 의석(27석)을 싹쓸이했다. PK와 TK에선 고전했다. PK에선 40석 중 7석을 가져갔지만 TK에선 25석 중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이에 대해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보수와 진보 모두 위기의식을 가지면서 지역에 기초한 두 진영이 결집했다”며 “사회적 갈등의 폭과 진영 논리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수도권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민주당은 부동층 비율이 높은 수도권에서 121개 의석 중 103석을 가져갔다. 이 같은 쏠림현상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부동층이 코로나로 불안감을 느낀 가운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집권당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며 “재난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정부가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도 코로나를 주된 원인으로 봤다. 그는 “지역주의가 드러나지 않는 곳은 이슈에 따라 지지 정당이 바뀐다”며 “코로나가 주요 이슈였던 만큼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스윙보터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해석했다.

정권심판론의 실패
통합당의 정권심판론은 민주당의 국정안정론에 밀렸다. 정부의 코로나 방역 시스템이 성과를 내자 민주당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 14일 이낙연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안정적 국정 운영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국가 위기 앞에 국정 혼란은 크나큰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선거 초반 통합당은 승기를 잡은 것처럼 보였다.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과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 등 보수 통합에 따른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 현상)’도 있었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 정책 실패를 지적하면서 전략적 우위를 선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호재는 선거 후반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통합당과 한국당은 공천 과정에서 잡음을 일으키며 공천 결과를 몇 차례 뒤집었다. 지역구에서 장기간 활동하며 민심을 닦아왔던 후보를 공천에서 배제시킨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또 홍준표, 김태호 등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컷오프시키기도 했다. 강 교수는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될 만한 경쟁자를 밀어냈다”며 “통합당 지도부의 아마추어 리더십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막말 논란도 국민 불신을 일으키는 데 한몫했다.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의 세대 비하 발언과 차명진 경기 부천시병 후보의 세월호 유족 비하 발언은 중도층의 민심이 돌아서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민주당은 중도층이 많은 서울과 수도권, 대전 등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2012년 총선 때 민주당은 김용민 후보의 막말로 수도권에서 5~7석을 잃었다”며 “막말은 선거 막판까지 흔들리는 부동층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리더십 문제도 통합당 패인으로 지적됐다. 김 교수는 “밴드웨건 효과처럼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은 총선에 영향을 준다”며 “유권자는 보다 힘 있는 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한편 통합당은 뒤늦게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을 영입하는 등 막판 뒤집기에 열을 올렸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강 교수는 “김종인 위원장은 공천 후에 투입됐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포퓰리즘 공약 남발
여야는 코로나 사태에 따른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정부의 방침과 거리가 있다. 앞서 정부는 소득 하위 70%인 1478만가구에 최대 100만원을 지급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자 지난 5일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 전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즉각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며 포퓰리즘에 가세했다. 6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총선이 끝나는 대로 당에서 모든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 국민 전원이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는 자기확신을 가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군소정당도 포퓰리즘 공약을 내놓긴 마찬가지였다. 민생당은 모든 가구에 1인당 50만원, 4인 가구 기준 2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주장했다. 정의당은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 4인 가구 기준 400만원을 지급하자고 했다.

이 같은 공약은 국가 재정을 감안하지 않은 포퓰리즘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1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발표문을 통해 “소득 하위 70% 지원기준은 긴급성과 형평성, 한정된 재정여력 등을 종합 감안해 많은 토의와 고민 끝에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거물급 정치인의 퇴장
선거 운동 초반부터 광진을은 서울 최대 격전지로 주목 받았던 지역구다. 서울 광진을에서 맞붙은 고민정 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통합당 후보는 득표율 50.3% 대 47.8%로 초박빙 승부를 벌였다. 야권의 대표적 잠룡이었던 오 후보는 정치 신인인 고 후보에게 패하면서 대권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의 또 다른 격전지로는 동작을이 거론된다. 동작을에서는 이수진 민주당 후보가 4선 나경원 통합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두 후보는 선거기간 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초접전을 벌이며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선거 당일에는 득표율 52.1%를 얻은 이 후보가 45%를 기록한 나 후보를 제치고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부산진갑에서는 대권주자인 김영춘 민주당 후보가 수성에 나섰지만 부산시장과 4선의원을 지낸 서병수 통합당 후보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서 후보는 48.5%의 득표율로 김영춘 후보(45%)를 제치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보수의 성지인 대구에선 주호영 통합당 후보(59.8%)가 현역인 김부겸 민주당 후보(39.2%)를 꺾고 5선 고지에 올랐다. 4년 전 김부겸 후보는 이곳에서 당선되며 지역주의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낙선으로 김 후보의 대권가도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정치 신인의 약진
정치 신인과 무소속 후보가 승리했다는 것도 21대 총선의 특징이다. 서울 송파갑의 김웅 통합당 후보는 51.2%의 득표율로 조재희 민주당 후보(48.0%)를 제치고 국회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서울 송파을의 배현진 통합당 후보는 2018년 재보궐 선거를 포함한 두 번의 도전 끝에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4선 중진인 최재성 민주당 후보는 송파을 현역임에도 불구하고 정치 신인에게 국회의원 자리를 내줬다. 최 후보는 득표율 46.0%를 얻어 배 후보(50.4%)에 4.4%포인트 차이로 졌다.

경기 고양정 이용우 민주당 후보의 승리도 주목된다. 카카오뱅크 대표 출신인 이 후보(53.4%)는 김현아 통합당 후보(44.8%)와의 대결에서 승리했다. 고양정은 민주당 소속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19대부터 내리 2선을 지낸 지역구다. 지난해 5월 국토부는 고양 창릉 3기 신도시 정책을 발표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통합당은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후보를 전략공천했지만 ‘정권심판론’은 통하지 않았다.

중진 무소속 후보의 당선
홍준표, 김태호, 윤상현, 권성동 등 중진 무소속 후보들의 당선도 이번 총선의 특이점이다. 네 후보는 통합당 컷오프에 불복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홍 후보는 공천관리위원회의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에 고향 창녕에서 경남 양산을로 출마지를 바꿨지만 공관위는 홍 후보를 컷오프시켰다.

고향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를 고집하던 김태호 후보도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윤상현 후보는 인천 남 을(현 인천 동·미추홀 을)에서 내리 4선에 성공했지만 공관위는 이 지역을 전략공천지로 분류하면서 현역인 윤 후보를 컷오프시켰다. 이에 반발한 윤 후보는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5선의 고지에 올랐다. 당의 공천 결정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강원 강릉에 출마한 권성동 후보도 김경수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대권주자들의 행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번 총선의 최대 수혜자다. 강 교수는 “이 위원장은 향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당에 대해서는 “황교안 체제의 와해로 인해 새로운 대선 후보군이 진입하기 쉬워졌다”며 “그동안 대선주자로 거론되지 않던 사람이 떠오를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승리 기세가 2년 뒤 있을 대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총선 후광효과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넘기며 압승했지만 1년 만에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은 한 자리수로 급락했다”고 말했다.

노유선 기자 your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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