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초선 당선자가 주축이 된 공부모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장경태 당선자 페이스북
21대 국회 초선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공부 모임이 활발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초선 당선자들은 기존 모임에 합류하거나 새로운 모임을 결성하는 등 적극적이다. 물론 재선 이상 고참들이 이끌고 초선 의원들이 합류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초선 비율이 높은 21대 국회답게 초선들의 동선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일하는 국회를 위한 어젠다 마련,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정책 연구 등을 주제로 한다. 계파 청산이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편 가르기’, ‘세력화’, ‘새로운 계파 탄생’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공부 열풍의 배경
공부 열풍은 21대 총선 당선자들만의 특징이다. 유난히 높은 초선비율은 공부 열풍의 시발점이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거 입성했다는 점도 공부 열풍의 원인으로 꼽힌다. 높은 학구열이 모임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앞으로 있을 국정감사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 김현진 서울대 박사는 “초선 당선자는 당선 이후 곧바로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두기 마련”이라며 “9월쯤 있을 첫 번째 국정감사에서 눈에 띄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국정감사는 당선자로선 자신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며 “초선 당선자들은 이에 대비해 공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부열풍은 인맥, 네트워킹과도 관련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의원이던 시절에 신설된 경제 공부 모임은 네트워킹을 통한 세력 확장에 이바지했다. 김 박사는 “박 전 대통령은 이같이 확장된 세력을 기반으로 당내 및 원내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더 좋은 미래
더 좋은 미래(더미래)는 더불어민주당 내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2014년에 결성한 혁신 모임이다. 더미래는 더미래연구소라는 싱크탱크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현재 더미래 대표는 진선미 의원이, 더미래연구소 소장은 우상호 의원이 맡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32명에 초선의원 23명이 합류(21일 기준)했다. 참여자로는 당대변인을 역임했던 이해식 의원을 비롯해 신임 원내부대표에 선임된 이용빈 당선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해식 의원은 “의회에서 정책 제안을 할 경우 이에 대한 정치 행동을 함께 하기 위해 참여했다”며 “현안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유해 정책을 깊이 있게 다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국지모
경국지모도 기존에 있던 공부 모임 중 하나다. 경국지모는 ‘경제를 공부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임’의 약자다. 현재 현역 의원 30여명과 초선 당선인 6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선 홍영표 의원이 모임을 이끌어 나갈 전망이다. 홍 의원은 “거시 경제와 관련한 정책을 중심으로 공부하는 모임”이라며 “공무원, 전문가, 교수 등을 초빙해 주요 경제 산업에 대해 토론한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2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고용시장이 악화된 점을 연구할 예정이다. 홍 의원은 “일자리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전했다. 경국지모는 한 달에 2번 가량 모여 공부할 계획이다.

일하고 소통하는 국회 모임
초·재선 당선자가 새롭게 만든 모임도 있다. 초선 당선자 7명과 박주민 최고위원은 일하는 국회법과 관련한 어젠다를 만들기 위해 이번 모임을 결성했다. 오영환, 이소영, 이탄희, 장경태, 홍정민 민주당 당선자와 전용기, 최혜영 더불어시민당 당선자가 뭉쳤다. 홍 당선자는 “당의 지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결성한 모임”이라며 “21대 국회에서 ‘일하는 국회법’이 제대로 실행되길 바라는 취지에서 모였다”고 설명했다. 박 최고위원은 초선 당선자들의 멘토격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후죽순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여야를 포괄하는 모임 ‘우후죽순(가칭)’을 신설해 이달 말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현재는 20명 이상의 당선자들이 모였다. 포스트 코로나를 비롯한 향후 불거질 이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우후죽순의 특징은 야당 의원에게도 문이 열려있단 점이다.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여야의 협치를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다.

기후변화·그린뉴딜 모임
송영길 의원은 '기후변화와 그린뉴딜 정책을 연구하는 의원모임'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현역 의원 20명, 초선의원 17명이 참여 중이다. 송 의원은 “기후변화가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지구 온난화와 그린 뉴딜을 연결해 의정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계파 조성
공부 열풍이 계파를 청산한다는 시각도 있다. 공부를 위해 모인 단체는 특정 계파를 추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김 박사는 “공부 모임 역시 친한 사람들끼리 모일 수밖에 없다”며 “여러 공부 모임들이 서로를 견제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