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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불 붙은 개헌 논란, 여권조차 반응 엇갈려

일단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연합
개헌 논란이 또다시 불 붙고 있다. 2년 만이다. 지난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그해 5월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됐다. 올해 문 대통령은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을 맞아 다시 개헌 이슈를 꺼내 들었다. 5·18 정신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계 안팎에서 거론되는 개헌안내용 가운데에는 5·18 정신 외에도 대통령 4년 연임제 및 토지공개념 도입 등이 포함돼 있다. 여야는 21대 국회 개원 전부터 개헌안 때문에 대립각을 키울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헌안, 무슨 내용 담겼나
지난 2018년 문 대통령은 발의에 앞서 ‘전문과 기본권’, ‘지방분권과 국민주권’, ‘정부 형태 등 헌법기관의 권한’ 순서로 3차례에 걸쳐 개헌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이 헌법 전문에 명시된다. 기본권의 주체는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된다. 노동과 관련해선 ‘근로’라는 용어가 ‘노동’으로 바뀐다.

쟁점은 대통령 4년 연임제, 경제민주화, 토지공개념, 공무원 노동3권 보장 등이다. 반대 측은 4년 연임제 또한 지금의 단임제처럼 제왕적이며 그밖의 조항 역시 자유시장경제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특히 토지공개념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다. 노조 파업으로 공무가 마비될 우려도 제기된다.

왜 불거졌나
문 대통령은 올해 들어 다시 개헌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개헌 추진 동력을 되살리는 것은 이제 국회의 몫”이라면서도 “개헌이 지지를 받는다면 다음(21대) 국회에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헌 문제를 집권 여당의 숙제로 넘긴 것이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문 대통령은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개헌 의지를 피력했다. 17일 문 대통령은 광주MBC의 특별기획 ‘문재인 대통령의 오일팔’에 출연해 “5·18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의 이념만큼은 우리가 지향하고 계승해야 할 하나의 민주 이념으로, 우리 헌법에 담아야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제대로 표현되는 것”이라며 “개헌이 논의된다면 헌법 전문에서 그 취지가 반드시 되살아나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날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도 개헌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저는 5·18 민주이념의 계승을 담은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다”며 “언젠가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그 뜻을 살려가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연이어 개헌을 주장하며 여권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여권 내 반응 엇갈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주문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태도는 제각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국난을 앞두고 개헌을 밀고 나가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지난 3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불필요한 개헌 논란을 통해 갈등이 생기거나 국력을 소진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개헌론에 선을 그었다. 이 원내대표는 "코로나로 시작되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 모두가 전력을 다할 때"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여권의 대표적 개헌론자였던 정세균 국무총리도 개헌에 조심스런 입장이다. 정 총리는 17일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개헌은) 여당이 일방통행할 일이 아니다”며 “정치권에 맡기고 행정부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도 18일 "개헌은 하고 싶어도 쉽게 안 되게 돼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태도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이나 검찰총장 거취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난과 경제위기, 일자리 비상사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문 대통령의 주문 다음날 개헌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18일 이 대표는 “5·18은 민주화의 동력이었고 민주정권 탄생의 기반”이라면서 “언젠가 우리가 개헌하면 헌법 전문에 우리가 계승해야 할 역사로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1대 국회의 뜨거운 감자
미래통합당은 개헌 반대 입장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금 개헌동력이 전혀 없는데 (문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은 시기적으로 별로 의미가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여권 내 개헌 반대론자와 같은 주장이다. 개헌을 논의하기엔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문 대통령의 주장에 일정 부분 동조하는 모양새다. 심 대표는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5·18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숭고한 역사로 헌법에 기록해야 한다”며 “5·18의 정신을 역사와 헌법으로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같은 날 안 대표도 “21대 국회에서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실과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자”며 “5·18에 대한 진정한 평가가 이뤄지고 국민 통합의 계기로 자리 잡게 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제1야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는 다수임을 앞세워 각종 법안을 통과시켰다. 물론 21대 국회에서 여권 의석수는 개헌선(200석)에 미치지 못한다. 민주당(177석), 열린민주당(3석), 정의당(6석), 기본소득당(1석), 시대전환(1석), 무소속 의원(2석)을 합쳐도 190석에 그친다. 하지만 여권과 대통령이 합세해 개헌에 대한 국민 여론을 우호적으로 이끈다면 통합당의 동력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유선 기자 your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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