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적으로는 소명” “ 윤리특위 제소할 것”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국회에 출근해 의정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의혹은 여전히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여당 내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고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은 윤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공동 제소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회계담당자들을 차례로 소환하며 수사 초석을 다지고 있는 분위기다.

윤 의원은 1일 국회의원으로 첫 출근한 가운데 침묵 속에 조용히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해명 기자회견 당시 착용했던 위안부 할머니를 상징하는 나비 문양의 배지와 제주 4 ·3 사건을 의미하는 동백꽃 배지를 단 채 출근한 윤 의원은 별다른 일정 없이 의정활동 공부와 개인 업무를 수행했다. 그는 2일부터 열린 의원총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5일 본회의에는 모습을 드러내 국회의장 선출 투표를 진행했다.

윤미향 의원 SNS로 적극 해명 “혼용 계좌 아니다”

SNS에서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해명했다. 윤 의원은 1일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고 “2012년 만든 ‘윤미향(나비기금)’ 계좌는 개인 명의로 개설되긴 했지만, 전적으로 나비기금 전용 목적으로 쓰인 계좌다. “혼용 계좌가 아니라는 뜻”이라며 자신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해명 글을 첫 게시물로 게재했다. 민주당 동료 의원들에게는 편지를 보내 “5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에 1차적으로 소명을 했지만, 충분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국민의 믿음을 회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 같은 윤 의원의 행보에 민주당내 기류는 엇갈린다.

이해찬 대표는 “1차적으로는 소명할 것은 소명된 것 같고 앞으로도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그때 소명할 수 있는 것은 소명하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조사하다 보면 결론이 나지 않을까 싶다”며 윤 의원이 기자회견으로 상당수 의혹을 털어냈고, 검찰 수사에서도 충분히 소명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같은 당 송영길 의원도 페이스북에 위안부 구출 자료 영상을 게재하며 “정의연의 30년에 걸친 모든 활동을 부정하려고 달려드는 보수언론들이 평소 위안부 문제에 얼마나 관심과 애정을 갖고 취재해왔는지 돌이켜보면, 뉴스 영상을 보고 드는 일제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진다”전했다. 반면 김해영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으로 의혹 해소가 불충분했다며 “최소한 개인계좌로 받은 후원금 지출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공직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일침을 전했다.

미래통합당o국민의당, 윤 의원 국회윤리위 제소 방침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은 윤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공동 제소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통합당은 이 이슈와 관련해 연일 전방위 공세를 펼치며 국정조사까지 거론하고 있는 만큼 윤리위 제소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여당에 대한 무분별한 공세는 자제하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국회 입법조사처에 자문을 의뢰, 윤 의원 관련 이슈를 21대 국회 윤리특위 1호 사건으로 다룬다는 방침이다.

검찰 소환 수사 임박? 5일부터 윤 의원에 대한 불체포특권 적용 검찰은 우선 정대협 회계담당자들을 소환 조사하면서 수사 자료를 모으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4일 정대협 당시 회계담당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또 서울 마포구 정의연 사무실에 추가 자료를 요청중이다. 검찰은 참고인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윤 의원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일 국회가 임시회를 개원하는 동시에 윤 의원은 회기 중 강제로 수사기관에 연행되지 않을 수 있는 ‘불체포 특권’을 갖게 됐다. 불체포특권은 헌법 제44조에 명시된 국회의원의 권리로, 현행범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되지 않는 권리다. 이에 따라 윤 의원이 임시회 기간인 최소 30일간 검찰 소환 요청에 불응해도 검찰 조사를 강제할 수 없다. 또, 윤 의원이 몸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석의 절반 이상인 177석을 차지하고 있어 체포동의안은 부결이 가능하다. 윤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검찰 조사를 피할 생각은 없다”고 말해 자발적으로 검찰 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 의원이 경기도 안성 ‘쉼터’ 매각 의혹과 개인 계좌를 통한 후원금 모금 등 주요 혐의에 대한 대응 전략을 충분히 준비한 후 검찰 조사에 자발적으로 응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편,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은 지난 5월7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연과 정대협의 운영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언론을 통해 해당 단체 관계자들의 기부금 유용 의혹이 기사화됐고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의 고발이 이어지면서 검찰은 지난 14일부터 수사에 착수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