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터지는 민주당 비례대표 도덕성 논란
“내 편이면 무조건 신뢰...인사검증 부실할 수밖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

더불어민주당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의 21대 국회의원들이 연일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는 가운데, 인사 검증 시스템이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인재 영입 과정에서부터 인사 검증 문제로 비판을 받았다. 영입인재 원종건씨가 미투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 신호탄이었다. 공천 과정에서는 최혜영 의원이 기초생활비와 최중증 독거 장애인 지원비를 부정 수급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후 양정숙, 윤미향 의원 등이 차례로 도덕성을 의심받고 있다.

더불어시민당 탓?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의 공천 시스템에서 검증은 비교적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면서 “비례대표 건에서는 (더불어시민당이 검증했으므로) 민주당에서 검증하지 못한 영역도 있음을 봐달라”고 말했다. 이어 “그 외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선 당에서 책임 있게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시민당은 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다. 민주당이 시민당과 선을 긋고 인사 검증 문제를 시민당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부실한 인사 검증 시스템은 이미 올해 초에 드러났다. ‘이 남자’로 주목받았던 영입인재 2호 원종건씨는 미투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원씨의 전 여자친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원씨에게 성폭력 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파문에 원씨는 다음날 곧바로 영입인재 자격을 반납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나서서 “국민과 당원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후폭풍을 잠재웠다.

하지만 인사 검증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며칠 뒤 영입인재인 최기일 단국대 교수가 표절로 논문이 취소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도덕성 논란이 제기됐다. 또다른 영입인재인 조동인씨도 지난 2015년 일주일 사이에 기업 3곳을 창업했다가 2년 3개월 만에 동시에 폐업한 전력이 드러났다. 이에 ‘스펙용 창업’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민주당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커졌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연합

영입인재 출신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최혜영 의원도 부정 수급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최 의원은 2011년 장애인 럭비선수 정낙현씨와 결혼했으나 혼인신고는 지난해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혼인신고 전까지 약 8년간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분류돼 기초생활비를 수급해왔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 모두 ‘최중증 독거 장애인’으로 분류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초과 지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저희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지 못한 것은 중증 척수장애인으로 감당해야 할 생계 문제와 시댁의 빚을 떠안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부정 수급이 탄로났음에도 불구하고 최 의원을 시민당 비례대표로 공천했다.

양정숙 의원도 민주당 인사 검증 시스템을 통과한 인사 중의 하나다. 양 의원은 최근 '부동산실명제 위반 및 명의신탁' 의혹으로 시민당에서 제명됐다. 시민당 비례대표라고 해서 이 문제를 시민당 잘못으로 돌리는 건 어려워 보인다. 변호사 출신인 양 의원은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법률특보를 역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민주당 추천으로 국회 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에 선출되기도 했다. 양 의원은 지난 4월 본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저는 민주당 출신"이라며 “민주당에 돌아가서 의논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비례대표 감싸는 민주당
또다른 부실 검증 사례는 윤미향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직 대표인 윤 의원은 정의연 회계 부정 의혹으로 세간의 질타를 받았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는 지난달 두 차례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정의연의 위안부 후원금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정대협(현 정의연) 활동을 하면서 개인명의 계좌 네 개로 모금이 이루어진 사업은 총 아홉 건”이라며 “전체 할머니를 위한 것이 아닐 경우, 대표인 제 개인계좌로 모금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금액에만 문제가 없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행동한 점은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후원금을 개인계좌에 입금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연합

그럼에도 민주당은 윤 의원을 감쌌다. 지난달 이해찬 대표는 윤 의원에 대해 “요즘 정의연과 관련된 활동에 많은 논란이 있는데 30년을 활동하며 잘못도 있고 부족함도 있을 수 있다"며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본질과 관계없는 사사로운 부분으로 과장된 보도가 많이 나왔다"며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성숙한 민주사회로 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실 검증 안고 가는 민주당
민주당의 인사 검증 논란은 주로 비례대표 의원과 관련이 있다. 공천 과정에서 비례대표 후보 검증이 부실했다는 비판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운동권, 청와대 출신을 비롯한 ‘자기 편’ 인사들을 무조건 믿고 가는 사고방식이 원인”이라며 “자기 편이라는 신뢰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져 그들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연합

최근에는 김홍걸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의 유산을 놓고 형제간 다툼을 벌여 구설에 올랐다. 법적 분쟁이 이어지는 만큼 민주당의 이미지도 실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최혜영, 윤미향 의원에 이어 김홍걸 의원도 껴안고 갈 모양새다. 이 평론가는 “민주당은 의석 수를 최대한 유지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선을 긋는 것보다 이들을 안고 갔을 때 얻는 이득이 더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유는 개헌 때문이다. 이 평론가는 “민주당은 여전히 개헌에 미련이 있을 것”이라며 “개헌을 위해선 의석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