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겨냥해 연일 쓴소리…”위트에 입담 더해 공격력 배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온국민공부방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

“문재인은 의전 대통령” 진중권의 진보 저격
진보 겨냥해 연일 쓴소리…”위트에 입담 더해 공격력 배가”

대표적 진보 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진보진영에 대해 연일 비판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진 전 교수가 던지는 메시지는 날카롭다. 위트와 비아냥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입담이 더해지면서 공격력은 배가 된다. 진 전 교수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여러 정치권 인사들이 속절없이 물러나게 된 이유다.

진 전 교수는 진보 진영만 비판하지 않는다. 보수 진영에도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15일 진 전 교수는 미래통합당 의원들 면전에서 "까놓고 말해서 미래통합당은 뇌가 없다", "'보수를 왜 찍냐'고 물으면 자랑할 만한 이야기가 없다"는 등 쓴소리를 쏟아냈다. 하지만 그의 독설에 유난히 더 아픈 쪽은 보수가 아닌 진보 진영이다. 지난해 조국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진보 논객인 진 전 교수가 진보를 겨냥하는 건 예상 밖의 일이었다.

“文 연설, 자기철학 없다”
최근 진 전 교수는 여권의 십자포화에도 자신의 의견을 소신껏 드러내고 있다. 지난 10일 진 전 교수는 국민의당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이 써준 연설문을 그냥 읽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해준 이벤트를 하는 의전 대통령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보면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던 분이었다"며 "(문 대통령의 경우) 이번 윤미향 사태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말한 게 없다. 대통령한테 크게 기대할 게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문, 폐족들이 노무현 팔아먹고 있는 걸 웬만한 자기 철학이 있는 대통령이라면 막았을 거다. 그런데 그분한테 주도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권 인사들은 일제히 반박에 나섰다.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은 “자기가 보지 않은 사실을 상상하는 건 진중권씨의 자유입니다만 그걸 확신하고 남 앞에서 떠들면 뇌피셜이 된다”며 비판했다. 최우규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도 "어디서 누구에게 확인해 저렇게 단정적으로 이야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명백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하승창 전 시민사회수석도 "사실이 아닌 것을 억측으로 사실인 양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내 말을 앵무새처럼 남의 글을 그대로 읽는다는 뜻으로 이해한 모양"이라며 "원고 교정도 안 한다는 뜻이 아니라, 애초에 연설에 자기 철학이 없다는 얘기"라고 했다. 이어 "‘내 식구 철학’과 ‘양념’ 발언 빼면 기억나는 게 없지 않나"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연설문을 보면 그분들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 평생에 걸쳐서 형성해온 철학을 읽을 수 있다. 거기에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엔 빠져 있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비판, 시민의 당연한 권리”
12일에는 신동근 민주당 의원도 진 전 교수를 향한 십자포화에 가세했다. 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진 전 교수를 향해 “싸가지없음”, "난사 수준의 침 뱉기", “상대를 절멸코자하는 저주의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때부터 신 의원과 진 전 교수의 ‘페이스북 설전’이 시작됐다.

이날 진 전 교수는 “내 핑계로 충성경쟁 하는 건가요?”라며 신 의원에 맞대응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을 비방하는 것조차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로 인정했는데, 문재인 정권은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조차 국민에게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바로 이게 노무현과 문재인의 차이"라며 "노 대통령이 그립다"고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록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대통령을 욕함으로써 주권자의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를 인용한 것이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을 ‘싸가지없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13일 그는 “어느 나라 국회의원이 감히 유권자에게 ‘싸가지 없다’는 얘기를 하느냐. 그런 선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결국 제가 얼떨결에 세계 의정사상 초유의 참변을 당하고 만 것”이라고 했다. 또 “바로 이것이 180석 가진 정당의 의원이 유권자를 대하는 싸가지”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문주주의’ 국가에서는 가능하다”고 했다. ‘문주주의’는 문재인 대통령의 성과 민주주의를 합친 신조어로, 친문 인사들의 독단적 행태를 비꼰 말이다. 다음날인 14일 신 의원은 “(진 전 교수가) 저러다 '왼편에 서 있는 민경욱'이 되겠구나 생각했다”며 비꼬았다.

“옥류관 주방장엔 찍소리 못하면서”
14일에도 두 사람의 설전은 이어졌다. 진 전 교수는 북한 옥류관 주방장이 북한 매체에 문 대통령을 맹비난한 것을 두고 “옥류관 주방장, 문재인 대통령, 신동근 의원, 진중권 백성, 위에서 아래로 한반도 권력서열이 되는 것이냐”며 “(옥류관 주방장이)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으로 대한민국의 국가원수를 모독했는데,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한 마디도 못 하냐. 자꾸 왜 나만 갖구 그래”라고 꼬집었다. 앞서 옥류관 주방장은 “(문 대통령이) 국수를 먹을 땐 큰일을 할 것처럼 요사를 떨더니 오늘은 우리 심장에 대못을 박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15일 “제게는 가학이고, 꼴값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쯤이면 막 가자는 거죠?”라고 맞받아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에 ‘검사와의 대화’에서 했던 말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두 사람의 언쟁은 16일에 끝이 났다. 신 의원은 "솔직히 수준 떨어져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다”며 물러났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