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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무공천 논란 이후 한발 물러섰지만…

경기정책토론회에 민주당 의원 20여 명 몰려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무공천 논란’으로 한 발 물러섰지만 사이다 발언은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이 지사는 한 라디오방송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민주당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의원 등은 공천논의는 시기상조라며 이 지사를 겨냥했다. 결국 이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발언을 번복했다. 하지만 이 지사의 후퇴를 두고 “일시적인 행보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이 지사의 전투적인 성격상 자기 신념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낙연 의원의 지지율이 반토막난 가운데 이재명 지사가 이 의원을 바짝 따라잡고 있다. 20일 발표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이 급등했다. 대법원 판결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후 집계된 결과다. 기사회생한 이 지사는 사이다 발언으로 광폭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은 흙수저고 이 의원은 엘리트’란 취지의 발언으로 선공을 날리는 한편 서울·부산시장 무공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론조사에서 이 의원은 지지율 23.3%로 1위를 지켰지만 이 지사(18.7%)와 4.6%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1, 2위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진 것이다. 이 의원 지지율은 지난 4월 이후 줄곧 하향세였다. 지난 4월 말 40.2%까지 치고 올라갔던 지지율은 5월 말 34.3%, 6월 말 30.8%, 7월 말 23.3%로 계속 떨어졌다. 불과 3개월 사이에 반토막이 난 모양새다. 이 기간 동안 눈에 띄는 실수를 한 적이 없음에도 이 의원은 지지율을 유지하지 못했다.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이 의원은 국회의원이 된 이후 이렇다할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며 “총리 시절에는 상황대처능력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러한 방어적 리더십은 높은 지지율을 장기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지사의 지지율은 상승세다. 4월 말 14.4%, 5월 말 14.2%, 6월 말 15.6%로 큰 변동이 없던 지지율은 대법원 판결 이후 3%포인트 이상 올랐다. 16일 대법원은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이 지사는 당선 무효 위기에서 벗어나 경기도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지사에 대해 “이낙연, 김경수 다음으로 야권을 긴장하게 하는 정치인”이라 평가하고 있다.

기세를 몰아 이 지사는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20일 이 지사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게 맞는다”며 “공천하지 않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당헌·당규에 ‘중대한 비리 혐의로 이렇게 될 경우 공천하지 않겠다’고 써놨다”며 “그러면 지켜야 한다. 이걸 중대 비리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이 지사의 무공천 주장에 이해찬 대표는 불만을 표시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당 지도부가 모인 자리에서 이 지사를 거론하며 "이 지사가 무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당분간 당이 안팎으로 시끄러울 것”이라며 “지금 저렇게 답변할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낙연 의원도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공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게 연말쯤 될 텐데 그걸 몇개월 끄집어 당겨서 미리 싸우는 게 왜 필요한가"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서울·부산시장 무공천을 주장한 바가 없다”고 한 발 물러났다. 이 지사는 “서울시장의 무공천 논의는 당연히 서울시장의 ‘중대한 잘못’을 전제하는 것이고 잘못이 없다면 책임질 이유도 없다”며 “모든 논의는 ‘사실이라면’을 전제한다”고 했다. 또 이 지사는 “(당헌·당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청산되어 마땅한 적폐세력의 어부지리를 허용함으로써 서울시정을 후퇴시키고 적폐귀환 허용의 결과를 초래한다면, 현실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밝혔다.

이 지사의 번복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지지는 뜨겁다. 23일 이지사는 국회에서 경기도 정책토론회를 열고 세 불리기에 나섰다. 이날 참석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약 20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고양갑이 지역구인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지사가 개최한 행사에 여권인사가 대거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평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 지사의 사이다 발언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는 “주요 이슈에 따라 본인의 정치관을 드러내며 상품 가치를 확산하려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번복에 대해서는 “전략상 후퇴”라며 “이해찬 대표와 차기 당 대표인 이낙연 의원의 비판을 받으며 불리한 상황을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집권여당의 이익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기 주장을 펼칠 것”이라며 “이 지사는 체질적으로 정치적 감각이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사이다 발언뿐만 아니라 ‘번복’의 가능성도 높게 봤다. 이 평론가는 “대선 전에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지사로서는 친문 세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사이다 발언이 본능이라면 번복은 수위 조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사이다 발언과 번복을 이어가다가 경선을 기점으로 자기 주장을 과감하게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유선 기자 your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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