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운영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공수처 후속 3법'을 통과시키고 있다./연합

공수처 설치 속도 내는 더불어민주당
'후속 3법' 통합당 불참속 의결…무력한 야권 “작년 12월과 다를 게 뭔가”


지난해 12월 국회가 재현되는 모양새다. 당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 협의체는 제1야당을 배제한 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통과시켰다. 제 1야당이 배제된 국회는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상황에서 '공수처 후속 3법'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오는 8월 공수처 출범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공수처법은 야당 비토권을 명시해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야당은 2명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 위원을 배정해야 한다. 통합당은 공수처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후보 추천을 미뤄둔 상태다. 공수처 출범이 늦어지는 이유다.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에 속도를 내기 위해 ‘공수처 후속 3법’을 마련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국회와 다를 바가 없다”며 “야당 비토권 무력화 수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1대 국회는 공수처 공론화보다 공수처 설치 속도전에 매진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에 앞서 ‘위헌’ 논란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30일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심재철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위헌이 분명하다. 즉각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통합당이 제기한 공수처법 헌법소원은 두 건이다. 지난 2월에는 강석진 전 통합당 의원이, 5월에는 유상범 통합당 의원이 헌법재판소에 공수처법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당시 유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월 15일부터 시행되는 공수처법은 법안 제출 과정부터 국회 본회의 의결에 이르기까지 문희상 국회의장에 의한 불법 사·보임 허가, 원안 내용을 일탈한 위법한 수정안 상정 등 절차와 조문상에 심각한 위헌, 위법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21대 국회에서 공수처법의 위헌적 요소를 재검토하고, 학계와 전문가 등을 통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입법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헌법상 근거가 없는 기관인 공수처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권력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최원목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는 “공수처는 검찰총장과 업무를 분담함으로써 검찰총장의 권한을 축소시킨다”며 “더 나아가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 및 기소에 있어 검찰총장에게 초기 수사 및 사건 이첩을 명령할 수 있는 배타적이고 우월적 지위를 누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웅 통합당 의원도 공수처의 영향력 행사에 우려를 표했다. 김 의원은 “공수처는 검사, 판사에 대해 언제든 수사할 수 있다”며 “문제는 고비처(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와 같이 청렴성만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고위공직자범죄’는 형법상 직무유기·직권남용·피의사실공표·알선수뢰·뇌물공여 등이다. 김 의원은 “직무와 관련된 것까지 범죄 대상을 확대하면 판ㆍ검사는 공수처의 압박을 받게 된다”며 “이를 악용한다면 권력형 비리 사건 등이 덮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 교수는 “공수처의 권력은 헌법이 예정하지 않은 권력이고, 또 헌법상 위임 없이 창출되는 권력이므로 공수처법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검찰총장의 경우, 헌법상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며 “반면에 공수처는 헌법상 근거 없이 법률에 의해 창설된다”고 설명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에 설치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 여야 추천위원 등으로 구성된다. 최 교수는 “국회 주관 하에 행정권의 일종인 공무원에 대한 수사 및 기소기관의 장을 선발하는 것은 삼권분립 헌법원칙과 조화되기 어렵다”며 “또한 입법·행정·사법을 망라한 추천이 이루어지는 기구임에도 헌법상의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위헌이다”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법 위헌 판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스쿨 교수는 “헌법재판소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판결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며 “그 사이 설계가 끝난 공수처는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에 대한 불신으로 법조계에서 공수처 판결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통합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수처 출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수처 후속 3법'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국회법 일부개정안',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이다. 특히 ‘운영규칙안’에는 ‘국회의장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를 지체 없이 구성하고, 기한을 정해 교섭단체에 추천위 위원 추천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통합당의 후보 추천에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야당(후보추천위원) 없이도 공수처장을 추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다시 말해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자는 것이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