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집회·부동산 규제정책 반대 촛불 집회에서 등장
`상대를 모욕하는 의미를 담은 항의 행위’…외국서도 유행
조지 W 부시에 신발 던진 이집트 기자는 9개월 징역 살아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소급적용 남발하는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 전국민 조세 저항운동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시민의 대통령을 향한 ‘신발 투척’에 이어 집회 현장에서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두고 논쟁이 일고 있다.

‘신발 투척’이 들불처럼 번진 것은 지난달 16일 오후 북한인권단체 ‘남북함께국민연합’ 공동대표 활동을 했던 정창옥(57)씨가 국회의사당 본관 2층 현관 앞에서 제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연설을 마치고 나오는 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벗어 던진 사건에서 시작됐다. 당시 정씨가 던진 신발은 문 대통령 몇 미터 옆에 떨어졌고, 정씨는 공무집행방해·건조물침입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사안이 매우 중하다며 1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19일 구속의 타당성과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이를 기각했다.

정씨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개원식에 갔다가 방청이 불허돼 허탈한 마음으로 국회의사당 주변을 맴돌다가 우연히 기회가 왔다”며 “더워서 그늘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마침 문 대통령이 그곳을 지났을 뿐”이라며 계획된 일이 아니라고 했다. 또 “사람을 맞히려는 게 아니라 상식과 원칙과 도덕을 내팽개친 뻔뻔한 좌파를 향해 던진 것으로 목표는 레드카펫이었고 그곳에 명중했다”고 설명했다.

태극기 집회·부동산 규제정책 반대 촛불 집회 등에서 신발 투척 퍼포먼스 진행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태극기집회, ‘4·15부정선거 규탄 블랙시위’에서는 문 대통령 사진에, 같은 날 부동산 규제정책 반대·조세저항 촛불집회에서는 ‘문 대통령’이라고 쓴 빈 의자에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30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전국철거민협의회 시위에서도 참석자들이 서울시에 철거민정책토론회 주최를 요구하며 신발 투척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정씨의 대통령을 향한 신발 투척을 연상케하면서 정부, 서울시 등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일부 집회의 신발 던지기 퍼포먼스에 제재를 가했다. ‘4·15부정선거 규탄 블랙시위’에서는 200여명가량이 모인 가운데 6명이 나와 신발을 던지기로 했지만 3명까지 진행됐을 때 사회자가 “경찰이 이 퍼포먼스에 대해 사법처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했다. 경찰 요청에 대해 강력하게 나갈 수 없다”며 퍼포먼스를 중단했다. 실제로 경찰은 ‘신발 던지기’가 시작되자 채증에 나섰고 수십 명의 병력이 무대 주변을 둘러싸기도 했다. 이에 한 30대 남성은 무대에 올라 “언제부터 표현의 자유가 이렇게 금지됐느냐. 자기들이 외치던 (표현의 자유)국가 아니냐”며 “어떤 국가에서 대통령 얼굴에 뭐 한다고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통탄스럽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해당 행위에 어떤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앞으로 정부 비판 집회가 대거 예정된 가운데 신발 던지기 퍼포먼스는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서도 유행처럼 번졌던 ‘신발 던지기’

이 같은 신발 던지기 퍼포먼스가 번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외국 사례에서도 볼 수 있는 신발투척은 신체에서 가장 낮은 것, 가장 더러운 것을 던지는 의미로 상대방의 명예에 흠집을 내는 행위로 설명된다. 특히 무슬림 문화에서는 신발을 더럽고 부정한 것으로 규정한다. 즉 가장 더러운 것을 상대에서 신발을 던진다는 것은 상대를 모욕하겠다는 의미다.

신발 투척을 행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는 신발은 검문에서 의심받을 염려가 전혀 없고, 사람을 향해 던지더라도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 때문에 의사를 표현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한동안 ‘신발 투척’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2008년 12월 이라크를 방문한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은 당시 이집트 알 바그다디아 TV 특파원이던 29세의 기자 문타다르 알 자이디에게 신발 두 짝을 투척 당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당시 부시 전 대통령은 신발 두 짝을 모두 피한 뒤 “자유국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신발테러’를 가한 알 자이디 기자는 징역 3년형에 처해졌고 9개월간 복역한 후 석방됐다. 이후 2009년 2월 영국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 3월 지방을 순시하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4월 총선 유세에 나섰던 만모한 싱 인도 총리, 9월 회고록 사인회를 하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이 모두 신발 테러를 당해 신발에 맞거나 맞을 뻔한 상황을 겪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도 2014년 4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연설을 하다 한 여성이 집어 던진 구두 한 짝을 피한 경험이 있다. 당시 그는 “(날아든 게) 박쥐인가요? ‘태양의 서커스’ 공연 일부는 아니겠죠? 신발을 던진 사람이 나처럼 소프트볼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라고 위트있게 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밍글스푼 송동현 대표는 “집회, 시위 등에서 의사전달을 할 때는 상징적인 상징물이나 행위가 필요하다. 메시지가 간단명료하고 자연스럽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사실 캠페인을 기획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이런 상징물을 만드는 것이 기본바탕에 깔려 있다”라고 신발 투척 퍼포먼스가 나오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외국의 사례와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발 투척은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을 공격하는 ‘진영 논리’적인 성격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신발 투척은 간단하고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행위이고 긍정적 의미가 내포됐더라도 모욕이나 공격적인 행위로 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한국에서 신발 투척은 상징물로서의 돌출 행동이 특정 진영의 행위가 된 것 같다. 예를 들어 보수 진영에서는 지금까지의 상징물이 태극기였는데 현재는 신발 던지기라는 돌발적 행위가 나와 새로운 상징물로 보여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