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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되돌아보니…집권4년차 레임덕 징크스 못벗어나

`1987년 체제’의 첫 정부인 노태우 정부는 집권 4년차인 1991년에 대통령 측근 비리 사건으로 레임덕을 겪었다. 이른바 ‘수서지구 택지 특혜 분양 사건’이다. 당시 수서·대치 택지개발예정지구는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 있어 주택 신축이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26개의 특정 주택조합에 이 지역 건축허가를 내줬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나섰다. 검찰 수사 결과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이 청와대 관계자, 국회의원, 건설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이 밝혀졌다. 대검 중수부는 장병조 청와대 비서관,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 이규황 건설부 국토계획국장, 국회 건설위원장이던 오용운 민주자유당 의원 등 국회의원 5명을 구속했다.

도덕성에 흠집이 난 노태우 정부의 국정장악력은 급속하게 약해졌다. 그해 2월 노 전 대통령은 사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번 사건으로 국회의원 5명이 구속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며 특히 청와대비서관이 이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된 것은 저의 불찰이라 아니할 수 없는 일로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담화문은 아무런 효력이 없었다. 결국 1992년 노 전 대통령은 집권 여당인 민자당을 탈당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레임덕을 피할 수 없었다. 집권 4년차 백두 비리 사건, 장학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뇌물 수수 등 권력형 비리 사건 등이 불거져 나왔다. 당시 정부는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 사업인 ‘백두사업’을 진행했는데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한 미국의 E-시스템사가 최종사업자로 선정됐다. 검찰 수사 결과 이양호 당시 국방부 장관은 E-시스템사 소속 로비스트 린다 김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 측근의 뇌물 수수도 김 전 대통령의 레임덕에 한몫했다.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던 장학로는 효성 등 17개 기업으로부터 27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으며 부정 축재한 사실이 밝혀졌다. 또 아들 현철 씨가 한보그룹이 산업은행으로부터 특혜 대출을 받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김 전 대통령의 레임덕은 장기화됐다. 1997년 김 전 대통령은 신한국당에서 탈당했다.

김 전 대통령은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개최, 노벨 평화상 수상이란 업적을 남겼음에도 집권4년차 징크스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아들 세 명이 각종 게이트에 이름이 거론되면서 ‘3홍(세 아들) 게이트’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침통한 심정”이라며 “국민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게이트는 세 아들 사건뿐만이 아니었다. 김대중 정부는 ‘게이트 공화국’이었다. 홍콩에서 살해당한 한국 여성 수지김 사건을 14년 동안 은폐한 것으로 드러난 ‘윤태식 게이트’, 2300억대 불법대출과 주가조작으로 경제계를 뒤흔든 ‘진승현 게이트’, 680억대 횡령이 적발된 ‘이용호 게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정현준·최규선 게이트도 줄줄이 드러났다. 김 전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빠른 속도로 약화됐다. 결국 김 전 대통령도 2002년 새천년민주당에서 탈당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인 2005년 러시아 유전 개발, 행담도 개발 등 스캔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레임덕이 시작됐다. 특히 2006년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사건에 정권 실세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레임덕은 본격화됐다. 2007년에는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가 연루된 ‘신정아 게이트’가 정국을 흔들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결정적 사건은 집권 여당의 내분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집권 여당의 분열을 봉합하기에 국정 장악력이 약했다. 그해 노 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기에 이른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측근·친인척의 비리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은 보좌관의 뇌물 수수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상득 전 의원의 보좌관이 저축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2012년 이상득 전 의원은 구속됐다. 이 전 대통령의 사촌처남도 저축은행 비리로 구속되면서 이 전 대통령의 국정동력이 크게 약해졌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부산저축은행 등 대주주와 경영진이 용서받기 힘든 비리를 저지른 걸 저 자신도, 국민도 분노에 앞서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에겐 친인척 비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금품 수수 사건,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뇌물 수수 혐의 등 측근 비리도 이 전 대통령 레임덕에 영향을 끼쳤다.

노유선 기자 your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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