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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다 기세 꺾인 이낙연, 돌파구는?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진행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 후보들과 토론하고 있다./연합
잘나가다 기세 꺾인 이낙연, 돌파구는?
뚜렷한 메시지, 포용적 리더십 필요…”대통령과 전략적 대치 상황 조성해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2위로 밀려났다. 1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달보다 7%포인트 떨어진 17%를 기록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보다 6%포인트 오른 19%로 1위를 차지했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가 이 의원을 역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의원은 당일 입장문을 통해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이 오르고 내리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차기 대선을 1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지지율이 하락세로 접어든 것은 이 의원에겐 위기다. 이 의원이 지지율 반등을 위해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 의원은 차기 대권 선호도 조사에서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20% 중반의 지지율을 보여왔다(한국갤럽 기준). 기세가 꺾인 원인은 ‘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말 때문에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반대로 말 때문에 지지율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총리 시절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의 공격에 민첩하면서도 날카로운 답변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사이다 총리’라는 별명도 붙었다.

하지만 행정부에서 입법부로 돌아온 이후 이 의원은 각종 이슈에 함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여러 입장문을 내놓고 있지만 입장문에 별다른 내용이 없다는 분석이다. 날카롭기보다 두루뭉술하다는 것이다.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정치인은 상황규정능력 못지 않게 메시지 창출 능력도 중요하다”며 “이 의원의 방어적 태도는 뚜렷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메시지를 통해 상황을 주도하면서 표를 확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상황은 예견됐었다. 지난해 박지원 당시 민생당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총리(현 이낙연 의원)는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얻은 게 국회 대정부 질문을 통해서 나이스하고 능수능란하게 했기 때문”이라며 “한마디로 야당 의원들의 질문을 옴짝달싹 못 하게 잡아버리는 그런 것에서 국민들이 카타르시스도 느끼고 존경하고 좋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제는 허허벌판에서 뛰어다녀야 되는데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 총리는 단기필마다. 자기 추종 세력이 없다.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의 조심스러운 말과 행동은 여권 지지층에게도 반감을 불러오는 모양새다. 지난달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의원은 “할 말은 더 이상 없으십니까?”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이후 김씨는 이 의원과 전화 인터뷰를 마친 뒤 “할 말이 없으신데 괜히 연결했네요”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어준이 무례했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김어준조차도 답답함을 느끼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어준씨는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방송인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의원의 메시지는 불분명하고 무난하기만 하다”며 “대중의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선명한 메시지로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신중론’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발언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의원은 20일 자신의 SNS를통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 목사의 언동이 인내의 한계를 넘었다”며 “이제 더는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 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가 676명에 달하고 ‘n차 감염’으로 전국 150여 곳에서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그런데도 이들은 확진자 수 급증 책임을 방역당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회 신도들은 검사를 거부하고, 이송 과정에서 도주하고, 병원에서 탈출했다. 경기 포천의 확진자 부부는 방문한 보건소 직원을 껴안고 주위에 침을 뱉었다”며 “제출한 신도명단에도 이 교회와 관련 없는 이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도저히 방역에 협조하는 모습이라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강도 높은 비판은 메시지의 선명성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하지만 하락세에 접어든 지지율을 반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의원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 지지율과의 동조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이 의원은 여당 속의 야당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역대 대선 가도를 보면 집권여당의 대선 후보는 대통령과 차별성을 보이며 자기 목소리를 냈을 때 승리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과 엇박자를 냈다”며 “당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정권 교체’로 보는 사람이 대다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이해찬 대표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야 한다”며 “전략적으로 대통령과 충돌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 당선 이후 이 의원이 보여주는 리더십도 중요하다. 강 교수는 “당 대표가 된 이후에는 야권을 청산 대상으로 보지 않고 포용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며 “국민들은 여야의 대결보다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오는 31일까지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이 의원이 29일에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자 당내에는 전당대회를 연기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 최고위원회 의원 다수가 “전당대회 일정을 연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개최하되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노유선 기자 your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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