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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칼럼]‘부동산 정책 실패’ 대통령 지지율 갉아먹어

‘부동산 정책 실패’ 대통령 지지율 갉아먹어
이재명이 이낙연에 앞서게 된 결정적 원인
‘대구로 광주로’ 김종인 활약 통합당 회복세
정부여권, 국정 방향과 정책 기조 바꿔야
여당 압승으로 끝난 4·15 총선 넉 달 만에 민심이 급변하고 있다. 최근 한국 갤럽 8월 2주 조사(11일~13일) 결과,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39%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5월 1주(71%)와 비교해 무려 32%포인트 추락했다. 여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했다. 지난 5월에 민주당 지지도는 46%였지만 33%까지 추락했다.

반면 통합당 지지도는 17%였는데 이번엔 27%로 크게 상승했다. 리얼미터·YTN 8월 2주차(10~14일) 조사에서는 미래통합당 지지도가 36.3%로 더불어민주당(34.8%)보다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으로 보수 계열 정당이 민주당을 앞선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시작된 2016년 10월 3주차(새누리당 29.6%, 민주당 29.2%) 이후 처음이다.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급락 배경엔 부동산 실정, 국정독주, 불통 인사로 정부 여당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여권 콘크리트 지지층이었던 3040세대와 수도권이 등을 돌리고, 중도층이 크게 이탈했기 때문이다.

8월 2주 대통령 직무 긍정률 하락폭은 전주와 비교해 전월세 거주·생애 최초 주택 실수요자 비중이 큰 30대에서 17%p(60%→43%), 전국에서 집값과 임대료가 가장 비싼 지역인 서울에서 13%p(48%→35%) 하락했다. 사무 관리 층에서도 9%p(54%→45%) 하락했다. 중도층에서는 8%p(42%→34%) 추락했다.

지난해 10월 조국 사태 때 한국 갤럽 조사 결과, 문 대통령 지지도도 39%로 최저치였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이라 할 수 있는 서울(긍정 34%, 부정 57%)과 30대(긍정 46%, 부정 48%), 그리고 중도층(긍정 36%, 부정 59%)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압도했다. 그런데 조국 사퇴 이후 4주 만에 긍정 여론이 부정 여론을 따라잡았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지지율 반등이 이번에도 가능할까?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작년에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인사 문제와 관련된 것이라면 이번엔 모두 부동산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에게 부동산은 자신의 재산과 직결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반등이 쉽지 않다.

한국 갤럽이 집값, 임대료 등락 전망과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실시한 조사(8월 11~13일)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집값 전망에 대해 물은 결과 58%가 ‘오를 것’이라고 답했고 13%는 ‘내릴 것’, 20%는 ‘변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7·10, 8·4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고 임대차 3법과 부동산 3법도 통과됐지만 집값 상승 전망은 여전히 현 정부 출범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이렇다보니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는 것은 망했다)’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한편 “향후 1년간 전월세 등 주택 임대료에 대해선 66%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 집 마련에 민감한 젊은 세대인 19~29세(72%), 30대(73%)와 현재 전세에 살고 있는 사람(74%)에게서 그 비율이 엄청 높았다. 더구나 좌우 진영 논리에서 다소 자유스러운 중도 층에선 그 규모가 77%였다. 실제로 전세 계약 기간이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고 보증금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새 임대차 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 아파트 전셋 값이 54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은 60주 연속 상승 기록을 세웠다. 같은 갤럽 조사에서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65%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부정 평가 이유로 ‘집값 상승(23%)’, ‘일관성 부재(13%)’, ‘실효성 부재(8%)’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민심이 이 정도로 악화됐으면 대통령은 주저 없이 부동산 관련 정책 책임자를 교체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청와대 개편에서 정책실장과 경제 수석은 아예 교체에서 제외했다.

경질론이 거센 홍남기 경제 부총리에겐 “역할을 잘하고 있다. 자신감 있게 정책을 추진하라”고까지 주문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은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을 했다. 역대 정부에서 정권 후반기에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면 회복이 쉽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경험했듯이, 부동산 정책 실패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국갤럽의 역대 대통령 집권 4년차 직무 수행 긍정 평가 비율을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가 가장 최악이었다. 1분기 27%, 2분기 20%, 3분가 16%, 4분기 12%였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결정적이었다. 여권 권력 지형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갤럽의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비문인 이재명 경기 도지사(19%)가 그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이낙연 의원(17%)을 오차 범위에서 제쳤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의원은 지난해 9월 21%로 1위를 기록한 뒤 11월엔 2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후 조사에서도 23~28% 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를 유지했다. 지난달 지지율은 24%였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이보다 7%포인트 감소한 17% 지지율로 2위가 됐다.

한편 이 지사 지지율은 올 2월까지 한 자릿수(3~9%)였고 순위도 3·4위에 머물렀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올 3월 이 지사 지지율은 11%로 오르면서 이 의원에 이어 2위가 됐다. 그의 지지율은 3~5월 11%, 6월 12%, 7월 13%로 오름세를 보였다. 이후 이번 조사에서 전달 대비 6%p 오른 19%를 기록하며 이 의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 이재명 경기지사가 14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내 모든 종교시설에 대해 2주간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내리는 내용에 대해 밝히고 있다.
여하튼 한 달 전 조사에서 이 의원(24%)이 이 지사(13%)보다 두 배 정도 앞선 것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지각 변동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여권 핵심 지지층이었던 30대와 40대에서 이 지사가 이 의원을 압도했다는 것이다. 가령, 30대에서 이 지사 27%, 이 의원 16%였고 40대에서도 이 지사 31%, 이 의원 18%였다.

이런 결과는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에 분노하고 좌절한 3040세대가 문 대통령 지지에서 이 지사 지지로 전환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 유탄을 이 의원이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의원과 동조화 현상이 그 원인이다. 그동안 이 의원은 현 정부 최장수 국무총리로서 문 대통령의 강력한 후광 효과를 통해 지지율 1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그의 지지율도 동반 하락한 것이다. 향후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반등하지 못한 채 여당 지지율보다 낮고 이 지사가 대선 후보 선호도에서 1위를 지킬 경우 당내에 이 지사에게 줄을 서려는 의원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친문 주류 세력과 비주류 세력 간에 권력 투쟁이 심화될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이낙연 의원이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문 대통령과 전략적 차별화를 시도할 개연성이 크다. 향후 이런 정치적 상황이 전개되면 결국 대통령 레임덕(권력 누수)이 빠르고 강하게 올 수 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17일 경기도 파주 장준하추모공원에서 열린 고(故) 장준하 선생 45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여하튼 이 지사 지지율 급상승으로 여권 내에는 이 의원과 함께 탄탄한 선두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8월 29일로 예정된 차기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서 ‘이낙연 대세론’도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왔다. 다만 갤럽 측은 “통상 대선 후보는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하므로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낙연(37%)이 이재명(28%)을 앞서고 진보층에서는 양자 선호도가 30% 내외로 비슷하다는 점에서 벌써 우열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의원은 최근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에 대해 “여러 현안에 대해 쌓인 국민의 실망과 답답함은 저에게도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당 대표 후보로서 특별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 정치에선 집권당 유력 후보는 현직 대통령과 차별하면서 자신만의 비전을 갖고 있어야 최종적으로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이회창, 김대중 정부 때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 박근혜 등이 이에 해당된다. 여당속 야당 역할을 하는 후보가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다. 이 의원이 현재 위기를 극복하려면 향후 문 대통령과 전략적 차별화를 해야 한다. 핵심은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해 기존의 엄중함보다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동안 여권은 ‘개혁 대 적폐’, ‘평화 세력 대 전쟁 세력’, ‘반일 대 친일’, ‘집 가진 자 대 집 없는 자’ 등 끊임없이 ‘편 가르기 프레임’으로 지지층을 결집해 왔다. 만약 이 의원이 이런 프레임에 동조하면서 친문 지지를 받는 것에 집착하면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권력 게임의 정치는 냉혹하다. 이 의원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면 여권은 새로운 대안을 찾을 지도 모른다.

이런 와중에 최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지난 18일 대구를 방문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대구시 당에서 열린 지방의회 의원 연수 강의에서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국민에게 한 약속을 당선된 뒤 글자 하나 남기지 않고 지우는 우를 범했다”며 그렇게 시작한 정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왜 탄핵이라는 사태를 맞이하게 됐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탄핵 뒤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없다고 강조했다.

통합당은 4·15 총선 참패 원인을 진단한 총선백서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당의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은 점이 패인 중 하나로 판단했다. 박근혜 탄핵 사태가 지난 지 3년이 넘었고 그 사이 당명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으로 여러 번 바꿨었다. 하지만 통합당은 대선(2017년)과 지방선거(2018년), 총선(2020년)까지 내리 3연패를 당했다. 이 같은 악순환의 주된 원인으로 여전히 국민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통합당 = 탄핵당’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대구 발언은 ‘박근혜 흔적 지우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에는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당 지도부와 함께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울먹이며 사과했다. 보수정당 대표로는 처음이다. 그는 “소위 참회와 반성이 오늘 호남의 오랜 슬픔과 좌절을 쉬이 만질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5·18 민주영령과 광주 시민 앞에 이렇게 용서를 구한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작은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한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독일 빌리 브란트 수상의 말을 인용하며 “제 미약한 발걸음이 역사의 매듭을 풀고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가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사진= 연합
김 위원장은 통합당 과거 5·18 망언 논란에 대해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의 어긋난 발언과 행동에 저희 당이 엄중한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며 “당 책임자로서 사과한다”고 했다. 작년 2월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김진태 의원이 주관한 ‘5·18 진상 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이종명 전 의원은 “5·18은 폭동인데 10년, 20년 후 민주화 운동으로 변질됐다”고 했고 김순례 전 의원은 “종북 좌파들이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했다. ‘망언’이라는 비판이 확산됐지만 황교안 전 대표가 이끄는 당 지도부는 ‘솜방망이’ 징계로 논란을 부추겼다.

김 위원장은 신군부에서 일했던 개인사에 대해서도 사죄했다. “위법행위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범죄이지만 알고도 침묵하거나 눈감은 행위,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않은 소극성 역시 작지 않은 잘못이다. 역사의 법정에선 이것 또한 유죄”라고 자신을 비판했다. 김 위원장의 이런 파격적인 행보 배경엔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않는 정당은 존재할 수 없다”는 신념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태로는 당에 미래가 없다고 보고 진심을 담은 ‘호남 구애’를 통해 전국정당화에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의 6월 넷째 주(23~25일) 조사에서 미래통합당에 ‘호감 간다’는 18%에 불과한 반면, ‘호감 가지 않는다’는 무려 69%나 됐다. 호남에서는 ‘호감’ 비율은 6%에 불과했고 비호감은 71%였다. 반면 민주당에 ‘호감 간다’는 50%였고 ‘호감 가지 않는다’는 38%였다. 그런데 통합당 핵심 지지층인 대구경북에서 민주당 호감도는 32%로 통합당(29%)보다 높았다. 부산, 울산, 경남에서도 비슷했다. 민주당 호감도가 51%로 통합당(16%)을 압도했다.

김 위원장의 ‘호남과의 동행’은 그동안 국민들이 통합당에 대해 갖고 있는 비호감 정서를 해소하지 않으면 결코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행보로 보인다. 박근혜 국정농단과 탄핵, 태극기로 상징되는 극우 보수 단체와 무분별한 연대, 5·18 망언은 그동안 통합당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핵심 기제로 작용했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이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결코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고 직시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4월 총선 때 통합당 비례 위성 정당이었던 미래한국당은 전국적으로 33.8% 득표를 했다. 그런데 광주·전북·전남 득표율은 각각 3.18%, 5.73%, 4.18%에 불과했다. 김 의원장 스스로가 “민주정당으로서 집권을 향하고 있고 50여 년 동안 집권을 한 정당이 우리나라 전체를 어느 하나 소홀하게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호남 서진 정책을 펼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최근 통합당이 전국적인 수해 상황에서 다른 곳보다 우선해서 호남 지역 수해현장을 긴급 방문하고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권 20위 이내에 호남지역 인사를 25% 추천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여하튼 김 위원장이 통합당 ‘금단(禁斷)의 땅’인 호남을 향해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하면서 당내에서도 호평이 나왔다. “역시 김종인”이라는 찬사가 있었고 김 위원장과 줄곧 대립했던 통합당 장재원 의원은 “고(故) 김영삼 대통령께서 ‘역사바로세우기’를 통해 계승하고자 했던 5·18 정신이 그동안 당의 몇몇 인사들에 의해 훼손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당을 대표하는 분이 현지로 내려가 공식 사과하고 5·18 정신을 계쪄構渼鳴?다짐한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다행”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용섭 광주시장도 “김 위원장께서 5월 영령들과 광주시민들께 사죄해주셔서 우리를 뭉클하게 만들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과 김종인 위원장간 청와대 회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밥 먹으러 청와대에 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지만 여운을 남겼다. 회담에 앞서 “구체적인 의제가 있고 문 대통령과 단독 영수회담이고 결과를 내는 자리일 때 만날 수 있다”고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미래통합당 김종인 위원장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진심을 갖고 대통령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히신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 11주기 추도식에서 “지나치게 힘이 세다고 힘만 행사할 것이 아니라 겸허한 자세로 권력을 절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고서는 통합·화합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통합당 지지율 상승, 참회와 반성을 통한 호남과의 동행,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 등으로 김 위원장 당내 입지는 더욱 공공해지고 당 쇄신 작업도 앞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당 정강정책특별위원회는 지난 13일 기본소득 도입, 경제민주화, 국회의원 4연임 제한, TV 수신료 폐지 등 10대 기본정책 초안을 발표했다. 김병민 특위 위원장은 “뼛속까지 바꾸기 위해 (정강정책을) 바꿨다”고 했다. 사실상 정권교체를 향한 통합당 ‘집권플랜’ 성격이 강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기존 보수정당 정책에선 보기 힘들었던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었다. 특히 기본소득은 10대 기본정책의 33개 하위 항목 중 가장 첫 순서에 배치됐다. 특위는 ‘누구나 누리는 선택의 기회’ 정책 항목에서 “국가는 국민 개인이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다”라고 명시해 향후 기본소득 정책 도입 의지를 밝혔다.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 당시 김 위원장이 주도해 새누리당 강령에 도입했던 ‘경제민주화’ 대목도 되살렸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경제 질서를 수립하여 경제민주화를 구현한다”는 정책 기조 아래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경제주체간 불공정 행위 엄중 처벌 ▲세금운용 현황 투명 공개 및 탈세·탈루 근절 강화 ▲상시 지출구조조정 및 ‘페이고(Pay-Go : 정책 입안 시 재원 확보 방안 마련)’ 원칙 확립 등 세부 방향이 제시됐다. 통합당의 새 정강 정책은 진보의 가치를 보수의 시각에서 접근해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대해 정권교체 기반을 만들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은 곧 ‘약자와의 동행 위원회(약동위원회)’를 발족한다. 약자와의 동행은 김 위원장이 취임 이후 내세운 대표적인 혁신 슬로건으로 당 정강·정책 개정안 10대 약속에도 포함됐다. 약동위원회가 구성되면 자연스레 더불어민주당이 과거에 만들었던 ‘을지로(乙을 지키는 길)위원회’와 비견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관계자는 “을지로위원회는 갑과 을을 분리하고 갈등 구조를 활용하고 있지만 약동위원회는 소수자와 인권, 여성 등 보편적인 약자를 챙기는 위원회로 차별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통합당은 정강·정책 1호로 명시한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이달 내 ‘기본소득특위’(가칭)도 구성하기로 했다. 최근 통합당 지지율은 상승은 “단순히 청와대와 여당의 헛발질에 따른 반사이익 때문만은 아니다”라는 견해가 많다. ‘김종인 효과’가 한몫하고 있다는 뜻이다. 과연 이런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국갤럽 8월 1주(4~6일) 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8%였고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53%였다. 반면 미래통합당 야당 역할에 대해서는 20%가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69%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래통합당 지지층에서조차 부정 평가(64%)가 긍정 평가(31%)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대통령 국정 운영 부정 평가 층에서도 부정(74%)이 긍정(19%)을 압도했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는 무엇보다 통합당이 아직 문재인 정부 실정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해서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한 최근 통합당 지지율 상승은 민주당이 헛발질을 하면서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서울시 방역 강화 긴급점검'에 참석,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최근 코로나 사태가 재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방역에는 여야,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내 최고 감염병 전문가인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코로나 재확산의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 방역 정책의 실패’라면서 감염병 대응 단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코로나 2차 대유행 사태를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경기 도시자도 20일 긴급 기자회견 갖고 코로나 재유행과 관련해 “의료역량이 감염총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최악의 응급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며 공공·민간기관 생활치료시설 확보, 의료전문인 자원봉사 참여, 민간 상급병원 중환자실 확보 등 협조를 호소하고 나섰다.

이낙연 후보가 코로나 자가 격리에 들어가면서 민주당 전당대회 진행에 차질이 생겼지만 예정대로 8월 29일 전당 대회가 치러질 것 같다. 누가 집권당 새 대표가 되든 전직 강성 불통의 이해찬 대표와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당 소속 의원들이 소신과 양심에 따라 책임 있는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 더불어 야당을 국정 운영 동반자로 인정하고 ‘담대한 협치’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여권 지지율 추락을 막고 내년 4월 7일에 치러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 선거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전국 유권자 약 26%가 몰려있는 내년 4월 보궐선거는 향후 정국 주도권 경쟁과 2022년 대선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선을 11개월 정도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5년 단임제 국가인 한국 정치엔 경험적으로 검증된 ‘민심 이반의 법칙’이 있다. 정권 출범 3년 6개월이 지난 시점을 전후로 대통령 절대 권력이 침몰하기 시작한다. 정책 실패로 콘크리트 같던 지지층이 등을 돌리면서 대통령 지지도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압도하는 데드크로스가 고착화된다.

집권당 유력 대선 후보인 미래 권력이 대통령의 독주에 제동을 걸면서 충돌한다. 덩달아 집권당 내부에서 대통령 주류 세력과 비주류 세력 간에 권력 투쟁이 시작되고 관료 집단은 권력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복지부동하게 된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왜곡되고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급기야 임기 말에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들 비리와 국정농단이 발생하면서 대통령은 정치적 뇌사 상태에 빠지고 결국 초라하게 퇴임하는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가 반복된다. 애석하게도 최근의 정치 상황은 이런 민심 이반과 국정 실패의 법칙이 판박이처럼 작동하는 것 같다.

다음 달이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0개월을 맞이한다. 정책 실패로 여권 핵심 지지층 이탈, 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 데드크로스 고착화, 야당 지지도의 여당 지지도 추월, 비문 대권 후보 친문 후보 추월, 코로나 2차 대유행 등 향후 정권 실패의 악재가 쌓여가고 있다. 아무리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더라도 이런 상황에선 과거 여당이 주도했던 프레임은 더 이상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문 대통령은 인식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 “나는 예외고 전임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삐뚤어진 자기 확신과 근거 없는 낙관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만과 독주에서 벗어나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행동하는 협치’를 과감히 실행해야 한다. 정책 실패 책임자에 대한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통해 정책 기조와 국정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여당도 찰나의 권력에 도취되어 다수결 폭력이라는 오만함에 빠지지 말고 야당과 소통하면서 몰락한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 대통령도 역대 대통령들과 같이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실패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한국갤럽 조사(8월 11~13일) 결과 차기 대통령 선거 관련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45%)’가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41%)’보다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물론 여론은 늘 변화하기 마련이지만 여권은 이런 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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