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보훈처의 현충일 포스터(수정 전)/국가보훈처

중공군이 6·25 전쟁 영웅포스터에. 나치 철모가 국군 철모로 둔갑…
역사 고증 없는 보훈처 홍보물

국가보훈처가 홍보 자료에 적절치 않은 사진을 사용하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두현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가보훈처 홍보 자료 중 역사 고증 없이 제작된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보훈처는 지난 7월 잘못된 이미지 사용과 관련해 “꼼꼼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사과했지만 이 같은 문제는 2018년부터 반복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보훈처는 오류가 발견되면 서둘러 사진을 바꿔 넣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9년 현충일 기념 포스터의 태극기 이미지다. 보훈처는 조의를 표하는 현충일에 국경일·기념일에 쓰이는 태극기 게양법을 사용했다. 현충일에는 조의를 표한다는 의미에서 조기를 게양한다. 일반적인 게양법과는 다르다. 일반적인 게양법은 깃봉과 깃면 사이를 떼지 않지만 조기 게양은 태극기를 깃봉에서 깃면의 세로 길이만큼 내려 달아야 한다. 보훈처는 뒤늦게 태극기를 조기로 수정했다.

2019년 9월 국가보훈처의 공해동 하사 포스터(수정 전)/국가보훈처

2019년 9월에는 이달의 6·25 전쟁 영웅 포스터에 중공군 사진이 사용돼 논란이 일었다. 9월의 6·25 전쟁 영웅으로 선정된 공해동 하사는 강화도 김화군 일대 수도고지 전투에서 중공군의 공격을 격퇴하고 고지를 사수했다. 보훈처는 고지를 향해 돌격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담긴 공해동 하사 포스터를 보훈단체, 관공서, 학교 등에 배포했다. 하지만 해당 포스터에 쓰인 사진은 중공군 최대 승리라 불리는 상감령 전투의 중공군 사진으로 공해동 하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올해에도 보훈처가 내놓은 ‘민족상잔의 비극 6·25 전쟁’ 카드뉴스에는 2차 대전 당시 독일군과 나치 친위대의 방탄모가 국군 철모로 둔갑됐다. 네티즌들의 지적에 보훈처는 그물망을 씌운 국군 철모 사진으로 교체했지만 이미 수정 전 포스터가 온라인에 유포된 상태였다.

2020년 국가보훈처의 '민족상잔의 비극 6·25 전쟁' 포스터(수정 전)/국가보훈처

보훈처는 역사 고증과 관련한 지적을 받으면 연구진들의 검토를 거쳐 홍보자료를 수정해 왔다. 아직까지 이미지 교체가 되지 않은 자료들에 대해서 보훈처 관계자는 “이전에 배포된 자료들을 현재 검토 중에 있다”며 “카드뉴스, 포스터를 비롯해 보훈처가 1년에 제작하는 콘텐츠는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연구원들이 모든 제작물에 사전 및 사후 검토를 하고 있다”며 “이를 시스템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