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대구 북구 호텔인터불고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

“당 대표 되면 할 일, 할 말 다하겠다”던 이낙연
‘사이다 총리’에서 ‘이슈 메이커’로

“당 대표가 되면 할 일, 할 말 다하게 될 것이다”
지난 8월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총리는 2인자지만 대표는 1인자인 만큼 새로운 이낙연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해 드린다”고 강조했다.

공언한대로 이 대표는 최근들어 ‘달라진 이낙연’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야권의 공격을 절제된 언어로 맞받아치며 ‘사이다 총리’라고 불렸던 이 대표는 이제는 ‘이슈 메이커’로 불리고 있다. 첨예한 사안에 분명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갈등국면의 중심이 서기도 한다. 국회 세종시 이전 주장, 후보 공천 관련 당헌 개정, 공수처장 임명 압박 등을 통해 이슈를 주도하는 리더로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박지원 당시 민생당 의원(현 국가정보원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총리(현 이낙연 대표)는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얻은 게 국회 대정부 질문을 통해서 나이스하고 능수능란하게 했기 때문”이라며 “한마디로 야당 의원들의 질문을 옴짝달싹 못하게 잡아버리는 그런 것에서 국민들이 카타르시스도 느끼고 존경하고 좋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그런 장은 없다”며 “허허벌판에서 뛰어다녀야 하는데 이 총리는 필기단마”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 대해 “자기 추종 세력이 없다”고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에게 자기 세력이 없다’는 박 원장의 평가가 정확하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대표는 의원 시절이나 총리 시절 자기 세력을 곳곳에 심지 않았다”며 “세력화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탕평 인사’를 고집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후보로 추대 받으려면 당내에 자기 세력이 필요하다는 걸 고려할 때 이낙연 대표의 정치적 나이테는 다소 불안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자기 세력을 (새로) 만들기보다는 친문 세력과 연대하거나 의지하려는 것으로 읽힌다”고 덧붙였다.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이 대표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당 주류 세력에 기대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의 언행은 친문 세력을 대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가) 너무 이상해졌다. 마치 두 얼굴의 사나이로 변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조 구청장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요즘 많이 초조하신가 보다"라며 "17년 전부터 서초구 원지동으로 이전이 추진되어 오던 국립중앙의료원을 충청도 세종시에 설치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등 혼란만 가중하는 무책임한 말씀을 남발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대표의) 국립중앙의료원 세종 분원 설치 발표는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당초 예정된 부지인 서초구 원지동은 어떻게 할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밀리듯 제안한 중구 공병단 부지는 어떻게 할지 대안은 없고 말만 먼저 앞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헌을 바꿔 내년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겠다는 발상도 과거 이낙연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015년 당시 문재인 당 대표는 당헌 96조에 '민주당 소속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당원 투표를 통해 당헌 96조 2항에 '단, 전당원 투표를 통해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 대표는 9일 '4ㆍ7 재보선 선거기획단' 1차 회의에서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내세워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이 대표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임명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혹시라도 (공수처) 출범을 가로막는 방편으로 악용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고 우리 당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속한 공수처 출범을 위해 야권의 비토권을 무력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다음 어젠더는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검찰은 최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자 여권은 검찰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검찰의 수사를 ‘정권 때리기’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 9일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월성 원전 수사의 의도를 의심하는 국민이 많다”며 “검찰이 그런 의심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크나큰 불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검찰 개혁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