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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데이터로 분석한 바이든 시대의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여론

바이든 시대는 한반도에 긍정적? 부정적?
남북관계 트럼프시대와 별차이 없을 것 ’48.8%’
한미동맹 미군 주둔비 분담액 급증에 ’부정적’
대중외교 국민 54%, ’자주외교 강화’에 공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
바이든 시대가 우여곡절 끝에 열리려는 찰나다. 미국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번만큼 유권자들을 고민스럽게 만든 선거는 없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한국 국민들이 밤새워 미국 대선을 지켜보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부터 ‘우편 투표’ 문제를 제기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임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먼저 투표할 수 있는 편리한 제도이다. 미국 남북전쟁 무렵부터 실시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4년 전인 지난 45대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우편 투표는 3000만 명 넘게 기록할 정도였다. 당시에 선거 여론조사와 달리 트럼프 후보가 아슬아슬한 차이로 이긴 경합지역이 많았지만 우편 투표를 탓하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입장을 크게 달리하고 있다.

개표 초반 자신이 앞서 나갔던 경합주 6곳 중에서 플로리다를 제외한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 모두 막판 뒤집히는 결과로 나오자 재검표를 요구하거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우편 투표가 바이든 당선인 쪽으로 몰표가 나오자 소송으로 연방대법원까지 가보겠다는 심산인지 모르겠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결과 불복 태도에 미국 정치권과 유권자들은 당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예상 가능할 법한 행동이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막장 드라마’를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복 연설을 기다렸던 미국 국민들에게 황당한 상황이다. 유태인 출신인 그래서 지난 4년 전 선거 승리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에 유태인들의 많은 지원을 이끌어 낸 사위 쿠슈너까지 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복 설득을 시도했지만 불가항력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총애하는 딸인 이방카까지 설득에 나섰다는 말이 들릴 지경이다. 일각에선 딸인 이방카 고문이 아버지를 설득하는 이유가 4년 뒤에 자신이 출마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아무튼 진흙탕 싸움 끝에 바이든 시대는 열릴 예정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36년 간의 상원의원 생활과 8년의 부통령 직을 거쳐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바이든 시대가 열리면 미국 국민들에게 지난 4년간 트럼프 국정과 다른 국면이 전개된다. 미국도 미국이지만 한국은 더 중요하다. 미국과 연결되어 있는 남북 관계, 한미 동맹, 대중(對中) 외교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5년차와 맞물려 있는 남북 관계는 상당 부분이 미국의 영향을 받는다. 2018년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70~80%대의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남북 관계의 훈풍 덕분이었다.

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4월 27일 판문점 만남은 대하드라마의 시작이었다. 6월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화룡점정이었다. 바로 직후 있었던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떨까.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분석해 보았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제자리걸음이고 부정 평가는 응답자의 절반 정도다. 코로나 19 대응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총선 직후의 60%대 지지율은 최근 들어 20%포인트 가까이 사라졌다[그림1].

물론 역대 대통령 임기 4년 차에 비하면 높은 긍정 지지율이지만 부정 평가 비율이 상당히 높다. 임기 5년 차 들어 검찰 개혁 등 주요 개혁을 추진하려면 ‘좋은 지지율’이 필수적이다. 대통령 지지율의 3대 변수는 경제, 북한, 공약(검찰개혁)이다.

경제는 금방 긍정적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코로나 경기 침체를 단 시간내 벗어나기 어렵고 부동산 문제는 갈수록 민심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검찰 개혁은 추미애 법부무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2019년 2월 27~28일 이틀간 열렸으나 결렬됐다. 연합
그렇다면 남아 있는 변수는 북한이다. 임기 5년차가 되어서도 남북 관계나 북미 관계의 개선이 없다면 지지율을 반등시킬 호재가 별로 없다. 바이든 시대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기대감은 얼마나 될까.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호감도가 선거 전부터 높았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9월 1~3일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는 것이 낫다고 보는지’ 물어보았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위한 선택은 응답자 10명 중 약 6명이었다. 투표권이 없는 우리 국민들의 선택은 바이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비율은 고작 16%밖에 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진보층, 40대, 화이트칼라, 호남에서 전체 선호도보다 더 높은 지지율이다[그림2].

정책에 대한 기대보다 트럼프와 비교할 때 호감도가 더 나은 점이 작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년 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호도를 조사했을 때도 대부분 조사의 결과는 힐러리 클린턴이 더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런데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해서 한반도를 둘러싼 중요 과제들이 장밋빛 결과를 가져올까. 이른바 ‘바이든 기대감’의 착시 현상에 빠져 있지 않은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첫 번째 과제는 ‘남북 관계’다. 2년 전인 2018년은 남북 관계가 가장 진전되는 시기였다.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했고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고 4월에 극적인 판문점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2017년 5월 10일 문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었으므로 만 1년도 되지 않는 시점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정상회담은 임기 중간 또는 후반부였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평양 정상회담은 임기 3년차였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평양 정상회담은 임기 5년차에 열렸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려 해도 다소 늦은 만남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 정책은 탄력을 받았고 개성 공단과 금강산 관광으로 이어져 성과를 내기도 했다.

2018년은 역대 남북 관계의 극적인 장면을 다 합해 놓은 수준이었다. 평창올림픽을 전후해 남북 교류가 있었고 4월에는 판문점 정상회담, 5월에도 두 정상이 만났고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문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한 후 백두산 천지까지 동행했다. 남북 관계 순풍을 달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치솟았고 6월의 지방선거 압승으로 연결되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노력과 의지도 중요했지만 북한의 동참과 미국의 지원이 함께 어우러졌다. 특히 2017년과 달라진 미국의 태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강경 정책에서 대북 유화 정책으로 급격히 태도가 바뀌었다. 우리 정부의 남북 관계 개선 노력을 인정하고 미국 역시 북한과 대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이 밑거름이 되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의 약속을 실천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 뒤따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 역할을 무시하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TV토론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친밀한 관계를 장점으로 강조했다. 반면에 바이든 당선인은 김 위원장을 비정상적인 대화 상대로 비판하고 불량배(thug)라고 호칭했다. 우리 국민들은 어떤 생각일까.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지난 6일 실시한 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때보다 남북 관계가 어떻게 될지’ 물어보았다.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48.8%로 절반에 육박했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16.4%였고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26.5%로 나타났다.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다면 더 낙관적인 기대를 할 수 있을 텐데 다수의 의견은 달랐다. 현 정부를 지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바이든이나 트럼프 시대나 남북 관계는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40%가 넘는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33.4%로 나타났다[그림3].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 착시 현상이 남북 관계에 대한 인식까지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남북 관계에서 큰 성과를 만들지 못한 ‘학습 효과’가 바이든에 대한 기대를 낮추게 만드는 원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거슬러 올라가보면 오바마 정부에서도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를 강조했지만 남북 관계에 큰 변화가 오지는 않았다.

한편으로 미국의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지도부의 ‘비핵화’에 대한 실천적인 화답이 없다면 장밋빛이 아니라 진흙탕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시대에 한반도를 둘러싼 또 하나의 과제는 ‘한미 동맹’이다. 한국과 미국은 20세기 이후 지금까지 ‘혈맹’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11일(현지시간)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필라델피아의 한국전 기념비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
바이든 당선인의 첫 번째 외부 행사가 ‘재향군인의 날’에 한국전 참전기념비 방문과 헌화였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의 전화 통화까지 있었다. 문 대통령은 당선 축하와 함께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북한 문제와 동북아 안보 협력에 대해 동맹인 한국과 긴밀하게 논의하겠다’고 화답했다.

어느 대통령이라도 한미 동맹은 가장 우선적으로 제시되는 덕목이다. 한국 전쟁에서 수많은 미국 병사들이 피를 흘렸고 남북 분단이후 주한 미군은 평화 수호의 상징이자 동북아 안보 상황까지 연계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을 방문하고 동맹을 강조해왔다. 첫 방문때는 평택 미군기지에서 문 대통령과 만났고 휴전선의 긴장 상황까지 체험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서 동맹과 경제적 문제는 일치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된 후 한국에만 문제를 삼은 것은 아니지만 동맹이라고 하더라도 합당한 비용 분담을 요구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일본 등 미군이 주둔하거나 안보 지원을 하는 국가에 대한 ‘충분한 방위비’를 내라며 연신 닦달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방위비 인상과 관련해 어느 정도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상율과 태도에 대해 해당 국가들의 인식은 매우 나빠졌다.

현재도 협상 중이지만 미국과의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은 끝나지 않았다. 약 1조원 되는 방위비를 처음에는 무려 5배나 더 인상해달라고 했고 최근 협상에서는 50% 증액을 요구할 정도로 강압적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상폭보다 너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협상과 연동해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기도 했다. 1976년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던 미국의 지미 카터 정부는 박정희 정권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며 한때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정치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미국 대통령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이유를 넘어 경제적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까지 언급하는 실정이다. 우리 국민들은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에 대해 어떤 인식일까.

엠브레인퍼블릭과 한국리서치가 두 회사를 포함해 케이스탯리서치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로부터 의뢰를 받아 지난 10월 22~24일 실시한 조사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과 관련 어떤 의견인지’ 물어보았다. ‘재정 부담이 늘더라도 한미 동맹을 위해 빨리 협상을 끝내야 한다’는 의견이 16%에 불과했다. 미국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우리 비용 부담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79%로 압도적이다. 안보 외교 측면에서 ‘한미 동맹’에 무게를 두는 국민의힘 지지층조차 10명 중 7명 정도가 ‘우리 부담을 더 줄여야 한다’는 응답으로 나왔다[그림4].

한미 동맹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무리한 방위비 협상에 응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매우 강하다. 이것이 국민 정서인데 미국이 공감해줄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로 여기저기서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이 우리 쪽에 유리하게 결론이 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감에 사로잡혔다. 정말 그럴까.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은 계속해서 요구해왔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무자비하게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바이든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 미국의 이익보다 한국의 부담을 더 고려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환상이다. 미국 경제가 코로나 국면으로 침체되어 있는데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한 자금 살포는 주로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미국내로 한정되기 십상이다. 트럼프와의 차별화를 위해 올해는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더라도 한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2022년 회계연도에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전투기를 비롯한 각종 전략 물자 수출에 대한 미국의 요구 조건 또한 아직 완전하게 파악되지 않은 것이다. 여의도 정치권과 미국 민주당 정권에 우호적인 전문가들은 ‘바이든 시대의 장밋빛 기대감’을 재확산 하고 있지만 100% 보장되거나 확인된 것은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19년 10월 6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해비타트 행사에 부인 로잘린 여사와 함께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낙상으로 왼쪽 눈썹 위로 14바늘을 꿰매는 봉합 수술을 받은 채 행사에 참석했다. 내슈빌=AP 연합뉴스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바이든 시대의 3번째 변수는 ‘대중 외교’다. 1800년대 말까지 한국 사회는 중국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 일본의 강제적인 영향을 받았고 1945년 이후 외부 국가의 영향력을 기준으로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

그러나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지도가 다시 바뀌고 있다. 일본의 영향력은 제한적으로 더 줄어들고 중국의 영향력은 급격히 상승해 ‘정치의 미국’과 ‘경제의 중국’이 맞붙은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다. 한국은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도움과 보호 없이 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고 중국의 시장규모나 공장 역할 없이 한국 경제가 꾸준히 성장할리 만무하다. 안보 군사적 범위까지 감안한다면 70여년 전 한국 전쟁에서 두 세력이 충돌했고 그 이후 대한민국 안보를 지원하고 있는 미국의 존재가 더 중시된다. 그렇지만 14억 인구의 중국 경쟁력이 일대일로처럼 뻗어가면서 ‘G2’의 시대가 열렸다.

한국은 참 묘한 위치다. 남북한을 동시에 본다면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즉 세계 최강 양국의 틈바구니에 놓여 있다. 예견된 충돌이다. 박근혜 정부부터 현재 문재인 정부까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DD)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갈등이 되고 있다. 새우등 터지는 대상은 한국이다.

중국은 미국의 사드 배치를 허용한 것에 대해 경제적 보복을 서슴지 않았다. 많은 기업과 중소 상공인들이 타격을 입었고 한국을 배격하는 ‘한한령’까지 발동이 될 정도였다. 사드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과 중국은 계속 경제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미중 충돌은 중국의 대표적인 5G 기업 화웨이가 안보상의 이유로 배척당하는 상황까지 번졌다. 미국과 중국이야 서로 힘겨루기를 한다고 하지만 우리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 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코로나 19 국면으로 세계 경제는 우하향하는 상황이고 유럽과 미국은 급속도로 확진자가 늘고 있는 최악의 국면이다.

바이든 시대에 우리는 미국 편을 들어야 하나 아니면 중국을 더 중시해야 할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무엇이 해법일까. 엠브레인퍼블릭과 한국리서치의 지난 10월 22~24일 조사에서 ‘한국의 외교정책 방향’에 대해 물어보았다. 절반 이상인 54%는 ‘자주외교강화’라고 응답했다. 미국을 중시하는 ‘한미 동맹 강화’는 10명 중 4명 정도인 39%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은 ‘자주 외교 강화’를, 국민의힘 지지층은 ‘한미 동맹 강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그림5].

미국과 중국의 충돌 사이에 ‘외줄타기’를 하는 불행은 없어야 할 것이다. 바이든 시대라고 트럼프 행정부때보다 만사형통하리라는 근거 없는 기대는 없어야 하고 더 냉철해져야 한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손톱을 깨물 정도로 치열한 개표 장면이 나온 곳이 조지아주다. 조지아주는 상원의원 결선투표까지 1월에 앞두고 있어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가 조지아주와 펜실베이니아주 그리고 존 매케인 전 공화당 상원의원의 애리조사를 품에 안았다면 ‘4년 더’가 가능했을 것이다.

조지아주에 주목하는 이유는 1976년 민주당 후보로 당선되었던 지미 카더 전 대통령이 조지아주 주지사 출신이다. 조지아주는 땅콩 산지로 유명하다. ‘땅콩의 기적’으로 당선된 카터는 넉넉하고 소탈한 웃음을 가진 평화의 지도자다. 카터의 당선을 보며 당시 한국 정부는 안도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실상은 미국내 정치에서 난맥상을 보이고 인권을 강조한 대아시아 정책은 북한을 포함해 썩 성공적이지 못했다. 북한 인권보다 한국 사회의 인권 문제를 비판받으면서 박정희 정권과 카터 행정부는 순탄하지 못했다. 지미 카터는 공화당 레이건 후보에게 대패하며 재선에 실패했다. 퇴임 후에야 해비타트 운동을 비롯해 ‘가장 훌륭한 퇴임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지만 현직은 고통스러웠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의 불복으로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바이든 시대의 ‘남북 관계’, ‘한미 동맹’, ‘대중 외교’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야 복잡한 정세를 ‘미국을 다시 미국답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으로 단순한 시킨 인물이다. 북한과 관련해서 그의 파격적인 행보만 쫓아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정도였다. 미중 충돌로 지난해 우리 경제는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한국 기업들이 손해만 본 것도 아니었다.

바이든 시대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복잡다단해진다. ‘폭풍의 계절’ 속에서 우리의 국가 이익을 어떻게 놓치지 않고 잘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장밋빛’과 ‘진흙탕’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바이든 당선인의 첫 번째 외부 행사가 ‘재향군인의 날’에 한국전 참전기념비 방문과 헌화였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의 전화 통화까지 있었다. 문 대통령은 당선 축하와 함께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북한 문제와 동북아 안보 협력에 대해 동맹인 한국과 긴밀하게 논의하겠다’고 화답했다.

어느 대통령이라도 한미 동맹은 가장 우선적으로 제시되는 덕목이다. 한국 전쟁에서 수많은 미국 병사들이 피를 흘렸고 남북 분단이후 주한 미군은 평화 수호의 상징이자 동북아 안보 상황까지 연계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을 방문하고 동맹을 강조해왔다. 첫 방문때는 평택 미군기지에서 문 대통령과 만났고 휴전선의 긴장 상황까지 체험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서 동맹과 경제적 문제는 일치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된 후 한국에만 문제를 삼은 것은 아니지만 동맹이라고 하더라도 합당한 비용 분담을 요구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일본 등 미군이 주둔하거나 안보 지원을 하는 국가에 대한 ‘충분한 방위비’를 내라며 연신 닦달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방위비 인상과 관련해 어느 정도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상률과 태도에 대해 해당 국가들의 인식은 매우 나빠졌다.

현재도 협상 중이지만 미국과의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은 끝나지 않았다. 약 1조원 되는 방위비를 처음에는 무려 5배나 더 인상해 달라고 했고 최근 협상에서는 50% 증액을 요구할 정도로 강압적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상폭보다 너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협상과 연동해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기도 했다. 1976년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던 미국의 지미 카터 정부는 박정희 정권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며 한때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정치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미국 대통령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이유를 넘어 경제적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까지 언급하는 실정이다. 우리 국민들은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에 대해 어떤 인식일까.

엠브레인퍼블릭과 한국리서치가 두 회사를 포함해 케이스탯리서치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로부터 의뢰를 받아 지난 10월 22~24일 실시한 조사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과 관련 어떤 의견인지’ 물어보았다. ‘재정 부담이 늘더라도 한미 동맹을 위해 빨리 협상을 끝내야 한다’는 의견이 16%에 불과했다. 미국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우리 비용 부담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79%로 압도적이다. 안보 외교 측면에서 ‘한미 동맹’에 무게를 두는 국민의힘 지지층조차 10명 중 7명 정도가 ‘우리 부담을 더 줄여야 한다’는 응답으로 나왔다[그림4].

한미 동맹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무리한 방위비 협상에 응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매우 강하다. 이것이 국민 정서인데 미국이 공감해줄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로 여기저기서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이 우리 쪽에 유리하게 결론이 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감에 사로잡혔다. 정말 그럴까.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은 계속해서 요구해왔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무자비하게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바이든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 미국의 이익보다 한국의 부담을 더 고려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환상이다. 미국 경제가 코로나 국면으로 침체되어 있는데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한 자금 살포는 주로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미국내로 한정되기 십상이다. 트럼프와의 차별화를 위해 올해는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더라도 한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2022년 회계연도에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전투기를 비롯한 각종 전략 물자 수출에 대한 미국의 요구 조건 또한 아직 완전하게 파악되지 않은 것이다. 여의도 정치권과 미국 민주당 정권에 우호적인 전문가들은 ‘바이든 시대의 장밋빛 기대감’을 재확산하고 있지만 100% 보장되거나 확인된 것은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바이든 시대의 세번째 변수는 ‘대중 외교’다. 1800년대 말까지 한국 사회는 중국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 일본의 강제적인 영향을 받았고 1945년 이후 외부 국가의 영향력을 기준으로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

그러나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지도가 다시 바뀌고 있다. 일본의 영향력은 제한적으로 더 줄어들고 중국의 영향력은 급격히 상승해 ‘정치의 미국’과 ‘경제의 중국’이 맞붙은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다.

한국은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도움과 보호 없이 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고 중국의 시장규모나 공장 역할 없이 한국 경제가 꾸준히 성장할리 만무하다. 안보 군사적 범위까지 감안한다면 70여년 전 한국 전쟁에서 두 세력이 충돌했고 그 이후 대한민국 안보를 지원하고 있는 미국의 존재가 더 중시된다. 그렇지만 14억 인구의 중국 경쟁력이 일대일로처럼 뻗어가면서 ‘G2’의 시대가 열렸다. 한국은 참 묘한 위치다. 남북한을 동시에 본다면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즉 세계 최강 양국의 틈바구니에 놓여 있다. 예견된 충돌이다. 박근혜 정부부터 현재 문재인 정부까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DD)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갈등이 되고 있다. 새우등 터지는 대상은 한국이다.

중국은 미국의 사드 배치를 허용한 것에 대해 경제적 보복을 서슴지 않았다. 많은 기업과 중소 상공인들이 타격을 입었고 한국을 배격하는 ‘한한령’까지 발동이 될 정도였다. 사드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과 중국은 계속 경제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미중 충돌은 중국의 대표적인 5G 기업 화웨이가 안보상의 이유로 배척당하는 상황까지 번졌다. 미국과 중국이야 서로 힘겨루기를 한다고 하지만 우리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 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코로나19 국면으로 세계 경제는 우하향하는 상황이고 유럽과 미국은 급속도로 확진자가 늘고 있는 최악의 국면이다.

바이든 시대에 우리는 미국 편을 들어야 하나 아니면 중국을 더 중시해야 할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무엇이 해법일까. 엠브레인퍼블릭과 한국리서치의 지난 10월 22~24일 조사에서 ‘한국의 외교정책 방향’에 대해 물어보았다. 절반 이상인 54%는 ‘자주외교강화’라고 응답했다. 미국을 중시하는 ‘한미 동맹 강화’는 10명 중 4명 정도인 39%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은 ‘자주 외교 강화’를, 국민의힘 지지층은 ‘한미 동맹 강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그림5].

미국과 중국의 충돌 사이에 ‘외줄타기’를 하는 불행은 없어야 할 것이다. 바이든 시대라고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만사형통하리라는 근거 없는 기대는 없어야 하고 더 냉철해져야 한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손톱을 깨물 정도로 치열한 개표 장면이 나온 곳이 조지아주다. 조지아주는 상원의원 결선투표까지 1월에 앞두고 있어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가 조지아주와 펜실베이니아주 그리고 존 매케인 전 공화당 상원의원의 애리조나를 품에 안았다면 ‘4년 더’가 가능했을 것이다.

조지아주에 주목하는 이유는 1976년 민주당 후보로 당선되었던 지미 카더 전 대통령이 조지아주 주지사 출신이다. 조지아주는 땅콩 산지로 유명하다. ‘땅콩의 기적’으로 당선된 카터는 넉넉하고 소탈한 웃음을 가진 평화의 지도자다. 카터의 당선을 보며 당시 한국 정부는 안도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실상은 미국내 정치에서 난맥상을 보이고 인권을 강조한 대아시아 정책은 북한을 포함해 썩 성공적이지 못했다. 북한 인권보다 한국 사회의 인권 문제를 비판받으면서 박정희 정권과 카터 행정부는 순탄하지 못했다. 지미 카터는 공화당 레이건 후보에게 대패하며 재선에 실패했다. 퇴임 후에야 해비타트 운동을 비롯해 ‘가장 훌륭한 퇴임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지만 현직은 고통스러웠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의 불복으로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바이든 시대의 ‘남북 관계’, ‘한미 동맹’, ‘대중 외교’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야 복잡한 정세를 ‘미국을 다시 미국답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으로 단순화시킨 인물이다. 북한과 관련해서 그의 파격적인 행보만 쫓아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정도였다. 미중 충돌로 지난해 우리 경제는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한국 기업들이 손해만 본 것도 아니었다.

바이든 시대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복잡다단해진다. ‘폭풍의 계절’ 속에서 우리의 국가 이익을 어떻게 놓치지 않고 잘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장밋빛’과 ‘진흙탕’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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