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도 통치 스타일 되돌아봐야…
신공항 논란으로 국민의힘 ‘자중지란’

코로나19 의료진과 화상 간담회 후 이동하는 바이든 당선인.AF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개표와 관련한 소송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적지 않은 최고 기록이 쏟아져 나왔다. 1900년 이후 120년 만의 최고 투표율(66.8%)을 기록했고, 사전투표자도 1억명을 넘어서 역대 최고였다.

바이든 당선자는 역사상 최고령(78세) 미국 대통령으로 등극할 예정이고, 미국 대선 사상 가장 많은 표(최소 7535만표)를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년 만에 재선에 실패한 현직 대통령이 되었는데, 1896년 대선 이후 124년 만에 처음으로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를 어는 정도 재건하는데 성공했지만 결국 코로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던 올해 초 바이든과 트럼프 지지율 격차는 한때 4% 포인트대로 좁혀졌다. 국가가 위기 상황일 때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는 ‘랠리 라운드 더 플래그’(Rally round the flag) 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파격적인 감세, 규제완화 그리고 리쇼어링으로 요약되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물가상승률(1.8%)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실업률(3.5%)이 완전 고용에 가까울 정도로 낮은 가운데 경제 성장(2.2%)을 지속하면서 사상 최장 호황을 기록했다.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가장 많은 표(약 7300만표 이상)를 얻고 낙선한 이유다.

이와 같은 전례 없는 기록들이 주는 함의는 이번 선거에서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 반트럼프’ 구도속에서 주요 쟁점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미국 선거에서는 몇 가지 의미 있는 심판이 이뤄졌다.

첫째,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대한 심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반이민 행정명령, 파리 기후협정 탈퇴, 이란 핵합의 준수 불인증, 세계보건기구 탈퇴 등을 앞세우며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트럼프의 이와 같은 일방주의와 고립주의는 미국이 그동안 쌓아 올린 국제 사회의 선도적 지도력을 훼손시켰다. 바이든 당선자가 지난 7일 당선 첫 대국민연설에서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존경받게 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일방주의의 오류를 시정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둘째, 트럼프식 포퓰리즘과 극단주의에 대한 심판이다.

트럼프는 2017년 취임 첫날 전임 오바마 정부의 최대 업적인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폐지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멕시코 국경에는 장벽을 세웠다. 국민을 이념과 인종에 따라 분열시키고 상대를 악마처럼 만들면서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결과적으로 저학력 백인 노동자 계층이 그를 중심으로 빠르게 결집하면서 이른바 ‘트럼프 팬덤 정치’가 판을 쳤다.

그러나 미국 중도층과 무당층은 트럼프의 이런 분열 정치를 심판했다. CNN 출구조사에 따르면, 중도층에서 바이든(64%)이 트럼프(34%)를 압도했다. 전체 유권자의 26%를 차지한 무당파의 54%가 바이든을 지지한 반면, 트럼프 지지는 41%에 불과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첫 대국민연설에서 “분열하지 않고 통합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하면서 “상대를 악마처럼 만들려는 시대는 여기서 끝내자”고 호소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치유와 통합의 정치로 새로운 미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셋째, 트럼프 정부의 미숙한 코로나 위기 대처에 대한 심판이다.

미국 뉴욕 타임지는 “미국이 수개월간 코로나 팬데믹과 경기침체라는 이중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코로나19 급증세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바이든 후보에게 투표했고, 경제 재개를 원하는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CNN 방송의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현재 중요한 과제로 ‘코로나19 억제’가 52%, ‘경제재건’이 42%이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미국 국민 10명중 6명은 코로나19가 투표 결정에 ‘중요하다’(‘가장 중요하다’ 23%, ‘중요하다’ 37%)는 응답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저소득층 약 7000여만명이 불완전한 의료보험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 위기로 보험 사각 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바이든이 오바마 케어를 복원하고 보완해 의료보험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이 주효했다.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북부 러스트 벨트 저소득층의 지지를 이끌어 승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넷째, 민주주의 쇠퇴에 대한 심판이다.

지난 5월 25일 경찰에 의해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인종 차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 차별 반대 시위 진압에 주 방위군을 투입했고 연방군 투입을 시사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결국 흑인에 대한 경찰의 폭력 진압에서 느낀 분노와 좌절, 공포가 반트럼프 정서를 확대·강화시켰다. 트럼프는 하원 탄핵조사와 청문회,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의회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사람들에 대해 보복 인사를 취했다.

축약하면, 트럼프는 팬덤 정치로 자신의 지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견고하게 했지만, 일방주의와 제도와 법치에 대한 무시와 경멸, 혐오와 차별, 민주주의와 품격 훼손 등으로 국민들로부터 심판받았다. 한마디로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다.

미국 대선과 바이든 후보의 승리는 한국 정치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통치 스타일이 실패한 트럼프 방식과 유사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현 집권세력은 국가주의·민중주의·포퓰리즘·민족주의를 결합한 일방주의에 빠져 있다. 이로 인해 각종 정책은 실용보다 이념이 우선되고 전통적인 동맹은 훼손됐다. 더구나 자신들은 선이고 개혁세력이며 반대편은 악이고 적폐세력이라고 몰아가는 극도의 대결 정치로 나라가 두 동강 났다.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같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정책의 근간을 흔들었지만 성과는 없었다.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 좌표를 찍어 응징하고 법원·검찰·감사원 등 권력을 견제하고 심판해야 할 기관들을 무력화시켰다. 여기에 ‘대깨문’으로 불리는 친문 팬덤 정치가 기승을 부렸다.

올해 1월 취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인사권, 수사 지휘권, 감찰권을 활용해 권력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참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에는 추 장관은 라임 사건의 검사 비위 은폐, 옵티머스 관련 무혐의 처분 경위 등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감찰을 지시했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대면 감찰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또한 검찰총장을 감찰하는 데 조율 없이 평검사가 가서 면담을 요구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감찰 협조 지시 불응을 빌미로 직무정지 징계와 해임 또는 탄핵 건의를 위한 ‘덫’을 놓은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19일 윤 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조사를 일단 취소했다. 법무부의 ‘속도조절’이 윤 총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법조 출입기자 94%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검찰인사에 대해서도 84%가 부정적이다. 기자들은 추 장관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권력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을 흔들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고, ‘추미애 리스크’는 향후 집권 세력에겐 치명적일 수도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추천위)가 18일 3차 회의를 열고 ‘최종 후보자 2명’ 압축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세 차례 투표 과정에서 각각 변협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추천 후보인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전현정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가 7명의 추천 위원중 5명의 동의를 얻었다. 하지만 의결 정족수인 6명의 찬성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해 최종 추천은 무산됐다. 야당 추천 위원 2명이 ‘후보 추천 비토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후보군 압축에 실패한 추천위는 일단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국민의힘 몫 추천위원 들은 회의를 다시 열어 후보자를 압축하자고 제안했지만, 나머지 추천위원 5명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당은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공언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공수처를 연내 출범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열리는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전체를 병합 심사해 의결하고 다음달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현행 7명의 추천위원 중 6명 찬성을 3분의 2이상(5명)으로 전환하는 방안으로 바꾼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비토권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 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라며 “이마저도 빼앗는 법 개정을 강행한다면 공수처는 집권세력을 위한 도구로 변질될 게 자명하다”고 반발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이 법을 개정해 자기들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상식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자기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처장을 임명하기 위해 제대로 시행해보지도 않은 법을 또 바꾸겠다고 한다”며 “참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민주와 개혁을 표방하면서 권위주의적인 통치를 하는 연성독재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조국·윤미향·추미애 사태에서 드러난 집권세력의 도덕적 파탄은 심각한 지경이다.

현 집권세력은 트럼프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일방주의, 팬덤정치, 포퓰리즘,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무시, 통제받지 않는 권력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것을 무시하고 방치하면 현재 단단해 보이는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도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2016년 영남권 신공항 타당성 조사 당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가덕신공항 안을 일부 수정한 2020년 부산시 가덕신공항 수정안. 부산시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7일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하면서 정부의 김해신공항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검증위는 크게 두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우선 “안전, 시설운영ㆍ수요, 환경, 소음 분야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2018년 12월 김해신공항 추진 계획 확정 당시 정부가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사업타당성이 의심된다는 취지였다.

또 다른 이유는 ‘절차적 문제’를 들었다. 안전을 위해선 김해신공항 부지 주변의 산을 깎아야 하는데, 부산시와 관련 협의를 생략했다는 것이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을 그대로 추진할지, 다른 공항을 선택할지는 정부의 권한”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여권은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국회는 검증위 결론이 나오기도 전인 지난 5일 국토교통위원회 예산심사 회의에선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검토 연구용역비 20억원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검증위 결과를 전달받은 뒤 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하고 “후속 조치 계획을 면밀히 마련해 동남권 신공항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민주당은 검증위 검증 결과 발표 직후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한정애 정책위의장을 추진단장으로 하는 당내 ‘동남권 신공항 추진단’을 발족하기로 결정하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가칭)을 조만간 발의하기로 했다. 특별법에는 가덕도 신공항 추진 속도를 당길 수 있는 특례조항, 면제조항, 예외조항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적어도 2030년 4월에는 가덕도 신공항 개항을 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부산은 2030년 세계박람회를 유치하려고 하고 있다”며 “그런 점도 감안해 기민하고 치밀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사실상 가덕도 신공항 사업 시한을 제시했다.

동남권 신공항은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의 숙원사업이었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2006년에 노무현 정부가 대형 국책사업으로 시작했다.

그 이후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등장했다. 박근혜 후보는 2012년 대선 당시 “부산 시민 여러분께서 바라고 계신 신공항, 반드시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동남권 신공항은 14년 동안 ‘백지화’와 ‘입지 검증 작업’만 반복하며 겉돌았다. 입지 선정을 위한 연구용역만 노무현 정부 때 두 번, 이명박 정부 때 두 번, 박근혜 정부 때 한 번, 문재인 정부때 1번(김해신공항 검증위)까지 여러 차례 진행됐다. 이번 검증위 결정으로 추진 계획 백지화는 3번이나 됐다.

2011년 4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신공항 후보지인 가덕도와 밀양의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을 백지화했다. 하지만, 이듬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신공항 재추진’ 공약을 내걸었다. ‘TK(대구·경북) 대 PK(부산·경남)’ 간 갈등이 고조되자 박근혜 정부는 결국 2016년 외부 기관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타당성 용역을 맡겨 김해공항 확장안에 손을 들어줬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기본계획안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2018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소속 오거돈 시장이 가덕도 신공항 추진 의사를 밝힌 뒤 신공항 재검증 문제가 공론화됐고, 총리실 산하에 작년 12월 검증위가 구성됐고 결국 백지화됐다. 문제는 정치적 논리로 국책 사업이 좌초됐다는 것이다.

검증위 발표는 설득력이 약했다. 검증위는 ‘안전, 소음, 시설운영 및 수요, 환경’ 등 4대 분야를 기준으로 세부 항목들을 나눠서 중점 점검했다고 밝히면서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역할하는 데 최소 기본 여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관문공항 기준인 활주로 3200m, 서비스수준 Ⅲ이상 등을 충족하였으며, 여객은 연 최대 3800만명의 수요처리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검증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적 측면에서는 제약이 있어 근본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김해신공항 백지화 방침을 밝혔다. 문제는 없는 데 재검토해야 한다는 결과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이번 검증에서는 경제성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2016년 ADPi가 실시한 타당성 조사에서 “밀양, 김해공항, 가덕도 3곳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곳이 가덕도다. 바다를 메워 공항을 만들어야 하는 등 비용도 김해신공항보다 10조원가량 더 들어갈 것으로 평가됐다. 그런데 3위를 한 가덕도가 1위(김해 공항)와 2위(밀양)을 제치고 동남권 신공항으로 선정된다면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5개 지자체가 합의하고 ADPi의 용역까지 받아 지난 2016년부터 4년간 추진됐던 김해신공항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것은 “국책사업을 정치에 이용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 김수삼 위원장은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해 신공항을 못 쓴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우리 뉘앙스는 보완하고 쓸 수 있으면 김해 신공항으로 가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해 신공항의 백지화나 폐기를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며 “김해 신공항을 못 쓴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밝혀 향후 정치권의 논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내년 4월 부산시장 선거는 민주당 소속 오거돈 시장이 성추행으로 물러나 치르는 것이다. 그런데 여권이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득표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야권은 국민 세금 10조원을 퍼부어 부산 시민의 표를 사겠다는 발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경북(TK) 지역 민심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자칫 영남권 지역 갈등이 재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부울경의 억지 요구로 김해신공항 검증을 시작하면서 총리실에서는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기술적 부분만 검증하겠다’고 했다”면서 “검증 결과 문제가 있다면 보완해 추진해야함에도,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영남권을 또다시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서홍명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 집행위원장은 “정권 따라 손바닥 뒤집듯 국책사업을 바꾼다는 것은 영남권 신공항을 다 말아먹자는 얘기”라면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선심성 행보에 대구경북과 부울경만 지역 갈등으로 죽어날 판국”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전략은 대구경북을 고립시키고 부산울산경남을 내 편으로 만들어 내년 보궐선거를 이기고, 내후년 대선 판까지 흔들어보겠다는 것”이라며 비핀했다.

정의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여영국 전 의원은 “눈앞의 선거에 눈이 멀어 묵은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국책농단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덕도 공항’에 찬성하는 부산 지역과 이에 반발하는 대구·경북의 이견으로 자중지란에 빠졌다. 한마디로 정부 여당의 프레임 전환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여당은 오거돈 성추행 심판 선거를 가덕도 신공항 찬반 프레임으로 덮어 버렸다. “가덕도 반대는 PK 미래 발목잡기”라는 프레임으로 부산 민심을 흔들고 있다. 이것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을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 찬반 이슈로 덮어버렸던 것과 유사하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일단 그런 식으로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해버리면 새로운 공항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 아닌가”라며 “그렇게 되면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쪽에서 얘기하는 가덕도 공항에 대한 강구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라는 게 지켜지지 않는 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정부 정책 변경에 대해 감사원 감사 의뢰를 검토하겠다”고 하면서도 가덕도신공항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하튼 여권의 영남권 갈라치기에 국민의힘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정치적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김해공항 폐지 전제로 가덕도 신공항을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도권 중심의 인천 공항에만 대한민국 항공 물류의 90% 이상을 담당하게 하는 것은 지역 균형발전에도 맞지 않고 첨단 산업의 수도권 집중 현상도 막을 수 없다”며 “그래서 수도권과 강원도는 인천 공항, 충청·TK(대구·경북)는 대구 통합 신공항, 부·울·경 PK(부산·경남)는 가덕 신공항, 호남은 광주 공항을 무안 공항으로 통합하고 이를 격상시켜 각각 지역 관문 공항으로 만들면 수도권 첨단 산업들이 대거 지방 이전을 이룰 수 있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할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이런 선거 전략은 성공할 것인가? 가덕도 신공항 논란 속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아직 부산 민심은 요동치지 않고 있다.

리얼미터·tbs 11월 3주(16~18일) 조사결과, 정당 지지율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전주보다 0.8%포인트 하락한 32.0%, 국민의힘은 2.2%포인트 상승한 29.5%를 각각 나타냈다. PK지역에선 국민의힘 지지도(32.0%)가 민주당 지지도(29.8%)보다 오차범위내에서 앞섰다. 그러데 전주 대비 민주당 지지도(29.7%→29.8%)는 큰 변화가 없는 반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4.9% 포인트 상승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긍정평가)도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앞선 리얼미터 조사 결과, 문 대통령 긍정 평가는 42.5%인 반면 부정 평가는 53.3%였다.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주(11월 9~11일) 대비 긍정 평가는 3.8%포인트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4.1% 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18~29세 젊은 층(39.2%), 가정주부(36.0%), 자영업자(38.4%), 중도층(37.0%)에서 긍정 평가가 30%대로 추락했다. 무당층(21.4%)에서는 20%대까지 떨어졌다. 내년 재보궐선거가 있는 서울과 PK 지역에서 긍정 평가는 각각 40%와 41.4%인 반면 부정 평가는 각각 58.6%와 54.4%였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도 동반 하락은 대권 후보 지지율에서 의미있는 변화와 맞물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시아경제·윈지코리아컨설팅이 실시한 여론조사(11월 15~16일)에 따르면, 차기 대선을 여야 1대1 양자 대결로 치렀을 때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와 각각 오차범위내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왔다. ‘차기 대선에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맞붙는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의 42.6%가 이 지사를, 41.9%가 윤 총장을 택했다.

반면 윤 총장과 이낙연 대표가 대결을 벌일 경우에는 윤 총장 42.5%, 이 대표 42.3%였다. 이런 가상 대결 결과를 세밀히 분석하면, 무당층은 이재명 24.6%, 이낙연 15.1%로, 정의당 지지층은 이재명 65.9%, 이낙연 55.7%로 이 지사를 더 선호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응답자도 이재명 14.1%, 이낙연 7.1%로 이 지사 선호도가 높았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에선 이 대표(83.1%)가 이 지사(73.8%)를 앞섰고, 문 대통령 지지층도 이낙연 73.6%, 이재명 68.1%였다. 이런 조사 결과는 이 지사가 이 대표보다는 다소 본선 확정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낙연 대표가 우위에 있는 만큼 이 지사의 한계도 뚜렷하다.

한편, 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5.1%가 이재명 지사를 택했고, 이낙연 대표(22.7%)는 근소한 차이의 2위였다. 정세균 국무총리(5.9%), 추미애 법무부 장관(3.6%),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1.7%), 이광재 민주당 의원(1.1%) 등이 뒤를 이었다. 범야권에서는 윤석열 총장이 25.5%로 가장 높았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11.0%, 무소속 홍준표 의원(10.8%),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7.6%), 오세훈 전 서울시장(6.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2.5%) 순이었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는 다채롭다. 우선, 대선 구도의 변곡점(inflection points)이 만들어질 수 있다. 여권에선 이른바 ‘제3후보론’이 부상될 수도 있다. 대선 링에 오른 이낙연-이재명 후보가 아직 정치에 입문도 하지 않은 윤 총장과 지지도에서 박빙으로 나타나면서 다른 후보가 운신할 공간이 생겼다. 더 나아가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이른바, 내년 4월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친문 적통 세력 옹립론’이 부상될 수 있다. 이런 흐름은 정세균 총리의 총리직 사퇴 여부와 그 시점이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정 총리는 11월 6일 이례적으로 대규모 특보단을 꾸렸다. 그린뉴딜, 보건의료, 국민소통 3개 분야에서 각각 특별보조관 1명과 자문위원 2명씩 모두 9명을 임명했다. 일각에선 사실상 대선캠프 아니냐고 평가한다. 정 총리는 11월 11일 개각을 기정사실화했다. 연말연시보다 빨리, 작게 두 차례로 나눠서 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기국회 예산 처리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12월에 1차 개각을 하고, 그 이후 내년 초에 2차 개각이 예상된다. 한국 정치 구조상 문심(文心) 없이 정 총리의 정치 복귀는 불가능하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정 총리의 복귀엔 문심이 실려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 총리 복귀와 이낙연 대표의 퇴임이 예정된 내년 3월초를 전후해서 여권의 대선 판도에 지각 변동이 생길 수도 있다.

장외의 윤석열 총장이 다른 야권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은 야권의 무기력을 보여 주는 것이다. 국민들은 현재 야권의 잠재적 대권 후보들과는 정서적 일체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제1야당이 문재인 정권의 막무가내식 국정에 결연하게 맞서지 못한다. 그 허술한 자세에 대한 반(反)문재인, 야당 지지층의 불신·불만이 팽배하다. 그런 집단심리가 윤석열 현상을 낳았다”고 진단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총장 부상에 대해 “여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나친 발언을 국민이 심판한 것이다”라면서 “윤 총장은 정부·여당 사람이다. 야당 정치인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유승민 전 의원. 연합뉴스

하지만 국민이 야권에 바라는 것은 참회와 혁신, 그리고 새로움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 16일 ‘희망 22’ 사무실을 열면서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섰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경제가 제일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하면서 “부동산 문제로 시작하고 다음은 청년취업으로 하고 계속 경제문제로 토론하면서 국민에게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18일 기자간담회에선 일각에서 흘러나오던 서울시장 출마설을 일축하고 “대한민국을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으로 만들고, 경제를 살리고, 저출산·저성장·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미중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국익을 확실히 지키는 대한민국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대선 출마 의지를 다졌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선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면 한 번이 아니라 열 번, 스무 번이라도 사과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당 밖에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무소속 의원, 윤석열 총장 모두 다 같이 국민의힘에서 함께 경쟁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6일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연구모임인 ‘국민미래포럼’에서 야권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혁신 플랫폼’을 들고 나왔다. 그는 야권이 보수와 중도뿐만 아니라 합리적 진보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기반을 만든 뒤 대한민국의 미래비전 등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야권 스스로 혁신을 통해 비판 자격을 갖추고, 정책적 역량을 키워야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안 대표는 이를 위한 실천방안으로 혁신과 비전 경쟁을 위한 ‘범야권 끝장토론’과 ‘문재인 정권 신적폐 청산 범국민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대표가 던진 이런 메시지들은 울림이 적다. 새로움이 없기 때문이다. 선거는 본질적으로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다. 아마도 국민들이 야권에게 바라는 것은 ‘대깨뉴(대가리가 깨져도 뉴(새로움))’일지 모른다. 기존 야권 대권 후보들이 풀어야 할 난제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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