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했다./연합
민주당 “권력 개혁 3법 통과 강행할 것”
추미애 역풍에 다른 과제들은 속도조절…일부는 내년으로 착수 미뤄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현 정부여당을 둘러싼 여론은 싸늘해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찍어내기 행보와 20번 넘게 수정을 거듭해 온 부동산 정책 등이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민주당은 우선 입법 추진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달 20일 15개 미래 개혁 입법 과제를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1일 이 대표는 한 발 후퇴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이 대표는 당원 게시판을 통해 “다른 입법 과제들도 이번 주부터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하나씩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이 같은 전략으로는 정기국회 내에 15개 개정안을 모두 통과시키기 역부족이다.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 보궐선거 후보군 선발, 미래 개혁 입법 과제 처리, 세종시 천도 등 여러 과제를 앞두고 있다.

이 중 공수처가 1순위다. 지난 3일 이 대표는 입법 과제 점검회의에서“공수처법 개정안을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며 “김대중 정부 이래 20여 년 숙원이고, 촛불 시민들의 지엄한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완수해서 그 결과를 국민께 보고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야당과 협의, 인내도 필요하지만 때론 결단도 필요하다. 우리는 많이 인내해 왔고, 조금의 인내가 필요할지 모르겠으나 결단이 임박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를 매듭 짓고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결연하게 입법과제 이행에 함께 임했으면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려는 또다른 법안은 국가정보원법과 경찰법 개정안이다. 공수처법과 함께 권력 개혁 3법으로 불린다. 두 법안은 이미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사위 전체회의의 체계·자구 심사를 앞두고 있다. 오는 9일 공수처법 개정안과 함께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주는 내용이 골자인 국정원법의 경우 지난달 30일 민주당이 단독으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했다. 경찰 기능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누고 국가수사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경찰법 전부개정안은 전날 여야 합의로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

하지만 권력 개혁 3법 외 다른 법안들에는 신중한 모양새다. 지난 4일 여론조사 전문회사 한국갤럽은 지난 1~3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은 33% 동률이었다. 민주당 지지율는 10월 넷째 주부터 이번주까지 점진적으로 하락했고, 무당층은 그만큼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단독으로 법안 통과를 강행하면 하락세에 접어든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내년에 있을 보궐선거를 고려하면 지금부터 지지율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권력 개혁 3법을 제외한 다른 법안들은 무리하게 통과시키지 말자는 쪽으로 당론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미 대북전단금지법도 단독 처리했다”면서 “핵심 법안이 아니면 더 이상 무리한 강행은 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접경 지역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거나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관련해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의 의결 정족수를 현행 7명 중 6명에서 5분의 3으로 바꿔 거부권을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미애-윤석열 사태로 검찰 개혁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며 “공수처법 통과로 검찰 개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법 성과를 내야 지지층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야권은 필리버스터로 법안 통과를 막으려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초선 의원들의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각 지역 당협위원장까지 확산시키는 것을 검토중이다. 지난해처럼 필리버스터를 할 수도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얼마나 급하면 (민주당이) 이렇게까지 무리를 하겠나. 이런 안하무인이나 폭거가 없다”며 “막을 방법은 ‘국민의 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민주당의) 174석에는 필리버스터가 큰 의미가 없는데 지연전술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그마저도 24시간 후에 바로 상정해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으로서는 임시국회에 대한 계획은 없다”며 “오는 9일까지 약속한 모든 입법과제를 처리한다는 자세를 갖고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