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연합

176석 거대여당 `논란의 법안들’ 일방처리
기업규제 3법 및 노 3법…”본사 해외이전 사례 나올 것”


기업 규제 3법과 노조 3법이 모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지난 9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기업규제 3법(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과 노조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긴급 호소문’도 더불어민주당 176석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이날 전경련은 기업 규제 3법과 노조법에 대해 “기업들을 위축시키고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에 노출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며 “후진적인 노사 관계를 더욱 악화시켜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긴급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제 법안을 이렇게까지 정치적으로 처리를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에 당혹감을 금치 못하겠다"며 "깊은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9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기업규제 3법과 노조 3법 등을 처리했다. 기업규제 3법은 중 상법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감사 선임시 주주총회 결의요건 완화, 3% 의결권 제한규정 개편 등을 골자로 한다. 가장 논란이 큰 조항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는 감사위원을 주주총회에서 따로 뽑도록 했다. 또한 감사위원의 선·해임 때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 합산 3%, 일반주주는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이 제한되도록 했다. 적용대상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나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 상장회사 중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회사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를 가장 치명적인 독소조항으로 봤다. 최 교수는 “감사위원 1명이 이사회를 지연시키거나 사사건건 물고 늘어질 수 있다”며 “해외 악성 펀드들이 이익만 빼먹기 위해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엘리엇 사건을 거론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반대하며 경영에 필요 이상으로 개입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지분을 대량 확보해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또다시 한국 기업에 대한 경영 개입에 나서고 있다. 최 교수는 “결국은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 없는 사태에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중대표소송제도 논란이 되는 제도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제대로 일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모회사 주주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1%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는 이사의 불법행위를 물을 수 있다. 개정안은 자회사 지분율 50%를 초과하는 모회사에 대해 6개월 이상 1%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다중대표소송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분 기준은 상장회사는 최소 0.5%의 지분을, 비상장회사는 최소 1.0%의 지분을 보유하도록 규정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을 유지하는 대신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했다. 일반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보유도 허용했다. 담합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는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로 각각 올라간다.

기업집단 규율 법제와 관련해선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확대된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기준은 현행 총수 일가 지분 상장 30%·비상장 20% 이상에서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하고 이들 기업이 지분 50%를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범위에 들어간다. 또한 개정안은 신규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자·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을 상장사는 20%→30%, 비상장사는 40%→50%로 높였다.

금융그룹감독법안은 ‘금융 복합기업 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로 명칭이 바뀌었다. 제정안은 금융사를 2개 이상 운영하면서 자산 규모가 5조 원을 넘는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에 속하는 6대 복합 금융회사들을 감독 대상으로 지정해 건전성을 관리하는 내용이 골자다.

노조 3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노조법 개정안은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업별 노조의 경우 임원·대의원은 사업에 종사하는 조합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전경련은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등 개정 노조법은 노사관계의 악화와 노사간 힘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할 것이므로 대체근로 허용 등 사용자 방어권을 허용해야 한다”며 “개정 법률의 시행 이전에 보완책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규제 3법에 대한 기업의 대응이 불가능해지면 우리나라 기업의 본사가 다른 나라로 떠나는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