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연합

대권 포기한 안철수, “서울시장 선거에 매진할 것”
2011년의 안풍(安風), 재현될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에 세 번째로 도전한다. 한때 대선후보였던 안 대표가 체급을 낮춘 것이다. 지난 20일 안 대표는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대권 도전은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안 대표는 지난 2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권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시장 임기 도중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시정에 집중해서 그 자체로 정권교체의 탄탄한 교두보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이 길을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자해지 하겠다”
2011년 안 대표는 당시 무소속이었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며 서울시장이 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를 놓쳤다. 당시 안 대표는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에 힘입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얻었다. 압도적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안 대표가 지지율 한자릿수에 머물던 박 전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것은 파격이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박 전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내리 3선을 하며 대권 잠룡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서울에서 승기를 잡은 민주당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하면서 정권을 탈환했다.

최근 안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결자해지’가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안 대표의 양보가 민주당 장기 집권의 촉매제였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문 정권에 대해 ‘위선’, ‘독재’, ‘무능’이라고 비난하는 등 대립각을 날카롭게 내세우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박 전 시장에 대해서도 호의적이지 않다. 안 대표는 “(이번 선거는) 전임 시장과 그 세력들의 파렴치한 범죄를 심판하는 선거”라고 규정한 바 있다.

하지만 파격적 양보 이후 더 이상의 안풍은 없었다. 안 대표는 2017년 대선과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서울시장 두 번째 도전이었던 2018년 안 대표는 득표율 3위에 그치며 정치적인 위기를 맞았다. 당시 박 전 시장은 52.79%,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23.34%, 안 대표는 19.55%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에는 성공할까
지난 20일 안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이유로 ‘정권탈환’을 꼽았다. 안 대표는 “암울한 현실을 바꾸려면 정권교체 외엔 그 어떤 답도 없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그 교두보”라고 말했다. 안 대표 지인인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안 대표는 우리사회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 숙고한 뒤 국가를 위한 자신의 역할을 찾은 것”이라며 “국가에 이로운 영향을 주겠다는 소명의식이 안 대표의 출마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안 대표에게 녹록치 않아 보인다. 지난 22일 한길리서치가 발표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야권 후보 중에서는 안 대표가 17.4%,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16.3%를 얻었다. 안 대표가 비록 1위로 등극했지만 나 전 의원과의 차이가 오차범위 내이기 때문에 사실상 팽팽한 접전 양상을 보인 것이다. 여권에서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16.3%)이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야권 단일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현 지지율이 몇 배로 오를 것”이라며 “벌써부터 여론조사 결과로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분석했다.

안 대표가 출마를 공식화하자 여권의 견제도 시작됐다. 지난 21일 노웅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출마 선언문에서) 부동산 폭등, 방역 실패를 거론했지만 자신이 의사라는 것 말고는 어떠한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서울시 1000만 시민의 민생을 자신의 화풀이 도구로 삼으려는 것은 정말 위험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신동근 최고위원도 “옛말이 된 ‘안철수 현상’이 없다는 것을 안철수만 모른다는 것이 안철수의 비극”이라며 “안 대표는 세상이 여전히 안철수 중심으로 돈다는 ‘안동설’에 취해 있는 건 아닌지 성찰해보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어차피 지금의 낮은 인기로는 대선 출마가 어렵다는 판단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생긴다”며 “사실이라면 서울시장 보선을 심각히 오염시키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평가도 아리송
안 대표에 대한 국민의힘의 평가는 둘로 나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의 독자 출마를 반대하며 야권 단일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다른 측에서는 정치적 자질이 보이지 않는 안 대표에게 서울시를 맡길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해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정치적 자질이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인지도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정치적 자질은 국민이 원하는 것을 포착해 대중적인 언어로 전달하는 능력”이라며 “안 대표에게는 이 같은 자질이 부족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교수는 “현 정부는 미래보다 과거를 바라보는 정치를 했다”며 “그 결과 대한민국은 국가 위기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 위기 상황에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안 대표가 적임자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