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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의 드라이펜] ‘정직 2개월’의 함의(含意)

  •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연합뉴스]
필자는 1년 가까이 지속된 ‘추-윤’ 갈등이 시작될 무렵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이에는 어떤 형태로든 윤석열 검찰총장이 총장직에서 물러나는 날 추 장관이 사표를 낸다는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최저치에 이르도록 추-윤 갈등에 침묵하다가 지난 16일 추 장관으로부터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를 즉각 재가하고, 그 자리에서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그런 합의의 이행과정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시대적 사명을 완수한 공로’에 ‘특별한 감사’를 표시한 뒤 사의는 “숙고해 수용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해 수리의 가능성만 열어놓았다. 윤 총장 사퇴가 미완인 상태에서 추 장관의 사표를 수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윤 총장에 대한 불신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낙마 과정에서 잉태됐고, 지난 1월 추 장관이 후임으로 임명된 뒤 검찰의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한 수사를 둘러싸고 추-윤 갈등이 격화하면서 돌이키기 어려운 상태로 깊어졌다.

검찰의 권력형 비리사건들에 관한 수사가 정권의 명운과 관련됐다고 인식한다면 윤 총장 사퇴에 관한 한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은 공동운명체일 수밖에 없다. 추-윤 갈등 내내 침묵하던 문 대통령이 징계 막판에 와서 절차의 공정성을 강조한 것도, 절차적 위법으로 징계가 사산(死産)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윤 총장 사퇴 여부를 판가름할 1차 시험대가 윤 총장이 제기한 정직무효신청에 대한 행정법원의 심판이다. 재판부는 22일 첫 심문에서 정직 2개월 징계의 타당성 외에 징계절차와 징계사유의 정당성 등 본안 사건에 대해 광범한 심문을 벌인 뒤, 이례적으로 24일 2차 심문을 속행키로 했다. 이 사건의 중대성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을 보여주었다.

법무부의 윤 총장 징계위원회는 해임,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 다섯 종류의 징계 가운데 중간을 택했다. 징계위원들은 15일 저녁 7시쯤 서둘러 심문절차를 끝내고 징계 수위 결정을 위한 회의에 들어가 16일 새벽 4시께 결정 내용을 발표했는데 보통의 정직기간 단위인 1년 또는 6개월이 아닌 것이 절묘했다.

징계위 측은 윤 총장의 징계사유가 해임에 해당하는 위중한 것이었으나 과거의 공로를 감안해 정직으로 했다고 했다. 그러나 해임 또는 면직의 경우 윤 총장 측이 행정법원에 제기할 징계집행정지 신청이나 징계취소 소송에서 과잉 징계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고, 그 경우 대통령의 징계재가 행위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더 고려됐을 것이다.

행정법원은 앞서 지난 1일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명령이 과하다는 이유로 직무배제정지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이번에 징계 절차를 거치면서 징계 사유는 더욱 불분명해지고, 절차적 위법성은 추가된 면이 있다.

윤 총장을 징계위에 회부할 때까지만 해도 해임 또는 면직시킬 것처럼 기세등등했던 추 장관에게 분명 정직 2개월이 만족할만한 징계 수준은 아니었을 것이나, 중징계로 초래될 역풍을 우려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직 기간이 2개월인 것도, 6개월 정직이면 내년 7월까지가 임기인 윤 총장을 임기 한 달을 남기고 복귀시키는 것이니 사실상 더 악의적인 해임으로 비칠 수 있다. 그렇다고 정직 기간을 2개월보다 더 단축한다면 국민의 눈에는 징계가 아닌 장난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감봉이나 견책을 택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추 장관이 너무 사소한 사유로 징계를 했으므로 책임을 지고 옷을 벗어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징계를 취소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사유 중에서 사실로 확인된다면 해임이나 면직의 사유가 될 만하다고 여겨진 것은 법관 사찰혐의였다. 그 혐의가 해임이나 면직의 사유로 되지 못하고, 겨우 2개월 정직의 사유밖에 안 됐다면 징계는 취소하는 것이 실은 바른 선택이었을 것이다.

징계위가 징계 수위를 정하기 위해 철야 심의를 한 것에 대해 결과를 정해 놓고 벌인 쇼였다는 혹평도 있지만, 정직 2개월에 이르는 과정에는 고심의 흔적도 엿보인다. 법에 7명으로 구성돼야 하는 징계위가 6명으로 출발했다가 1명이 사퇴함으로써 5명이 됐고, 다시 1명이 회피해 4명이 됐으며, 마지막 의결에선 1명까지 빠져 겨우 3명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추 장관은 자신의 사의표명을 계기로 윤 총장의 동반사퇴 여론이 조성된다면 끝내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법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윤 총장이 제기한 정직무효신청은 기각돼야 한다. 그 점에서 추 장관의 사의표명이 갖는 법원에 대한 메시지 효과는 상당해 보인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 정직 2개월은 중징계를 낮춘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경징계를 올려, 추 장관의 체면을 살리면서 명예로운 퇴로를 열어준 선택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그것이 추 장관의 사의를 반려하지 않은 문 대통령의 의중일 수도 있다.

앞으로 정직 2개월 사이에 검찰과 법무부, 그리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 벌어질 일들은 혼란의 수습이 아니라 확대재생산일 수 있다. 우선 행정법원에서 윤 총장이 승리해 직무에 복귀한다면 추 장관은 사퇴할까. 윤 총장이 패배하면 사퇴압력을 견디며 두 달 뒤 업무에 복귀해 자신의 임기 후에야 결판이 날 본안 소송으로 버틸 수 있을까.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밀어붙일까. 검찰이 추진하던 권력형 비리수사들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이런 정치적 혼란을 정치로 풀지 못하고 법의 심판에 올린 것은 정치의 무능 탓이다. 추-윤 갈등에서 ‘문-윤’ 대란으로 번진 정치적인 위기의 심판을 맡게 된 행정법원의 심판이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 판결보다 막중해졌다. 행정법원의 현명하고 공정한 판결을 기대한다.




● 임종건 칼럼니스트 프로필

한국일보와 서울경제신문에서 기자와 부장을 거친 뒤, 서울경제신문에서 편집국 국차장, 논설위원, 사장을 지내는 등 36년 동안 언론에 몸담았다. 사실과 경험에 입각해 글을 쓰겠다는 다짐에서 ‘드라이 펜(Dry Pen)’을 필명으로 삼았다. 한국일보 시절에 주간한국 기자와 부장을 지낸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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