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사표 수리 등 부분 개각/靑 비서실장·민정수석도 교체…민심수습 차원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실형과 윤석열 검찰총장 복귀 및 백신 늑장 도입 논란 등 겹악재를 겪은 문재인 정부. 그 돌파구로 결국 인적쇄신을 택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는 등 부분 개각을 단행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김종호 민정수석은 최근 정국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평소 국면전환용 인사를 지양했던 이지만, 이번에는 대대적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선 듯하다. 남은 관심사는 해당 인사조치가 국면전환과 민심수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지 여부다.

문재인 대통령
판사출신 박범계 선택…방점은 검찰개혁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개각 인사를 단행했다. 차기 법무부 장관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환경부 장관에 한정애 민주당 의원, 장관급인 국가보훈처장에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을 내정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각 인사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 후보자에 대해서는 “법원, 정부, 국회 등에서 쌓은 식견과 법률적 전문성 및 강한 의지력 등의 개혁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검찰·법무개혁을 완결하고 인권과 민생 중심의 공정한 사회 구현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수석은 한 후보자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와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환경 분야 정책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전했다. 이어 황 후보자와 곤련해서는 “해군 유자녀 지원, 고엽제 피해자 보상 등 보훈 풍토 조성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당초에는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롯해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도 교체될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내년 초 2차 개각이 예상되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하면서 추 장관의 후임을 정하는 인사로 올해 인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박범계 내정, 검찰과의 갈등’ 지속 전망

(왼쪽부터)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 황기청 국가보훈처 처장 후보자.
이번 인사에서 최대 관심이 쏠린 대목은 단연 법무부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거듭 갈등을 빚다가 법원에 의해 사실상 2패를 당한 추 장관이 물러났다. 이에 따라 ‘추-윤’ 갈등에 따른 피로감은 다소 누그러질 전망이다.

추 장관의 사퇴는 예상됐던 상황이다. 윤 총장과의 갈등 및 대결은 결과적으로 국정 운영의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문제로 문 대통령이 지난달에만 3차례 대국민에 사과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추-윤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자 “정국 혼란에 대통령으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고 첫 사과를 표명했다. 이어 지난달 16일 법무부가 제청한 윤 총장의 징계안을 재가하면서 “검찰총장 징계에 이르게 돼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고 두번 째 사과에 나섰다. 지난달 25일에는 윤 총장 징계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가 이뤄지자 “인사권자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를 거듭했다.

그러나 추 장관이 물러나도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차기 장관으로 내정된 박 후보자는 자신의 취임일성이 검찰개혁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 내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또 “검찰개혁은 제 삶 안에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역사가 있었다”면서 “앞으로 검찰개혁이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도 말했다.

참고로 박 후보자는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2013년 11월 윤 총장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중 징계를 받자, 당시 박 후보자는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라고 본인 페이스북에 밝히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공교롭게도 개혁의 주체와 대상으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참모진 개편, 순장조로 ‘친문’ 유영민

인적쇄신 효과는 기대 어려울 듯

(왼쪽부터)유영민 신임 대통령비서실장, 신현수 신임 청와대민정수석.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도 개편했다. 대통령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교체했다.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비서실장으로,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이 민정수석으로 새로 임명됐다.

직에서 물러난 이들 중 김 전 수석은 재직 4개월 차에 불과하다. 노 전 실장은 지난해 8월 청와대 참모진의 다주택자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관둘 뜻을 전했으나 유임된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는 '윤 총장 징계 사태'(민정수석)와 ‘정책 혼선’(비서실장) 등 국정운영에 부담이 된 사항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의미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면전환 및 민심수습이 인선의 핵심 배경이란 뜻이다.

다만 김상조 정책실장은 유임됐다. 김 실장은 앞서 노 전 실장, 김 전 수석과 함께 사의를 밝혔지만 홀로 살아남았다. 청와대는 “김상조 정책실장에 대해서는 3차 재난지원금 지급, 코로나19 방역 등의 현안이 많으므로 교체할 때가 아니라고 문 대통령이 말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과 백신 늑장 대응 등의 책임을 지고 물어나야 한다는 관측이 무색해진 셈이다. 민심수습용 청와대 참모 개편이 김 실장의 유임으로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를 둘러싼 상황은 지속 악화일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실형 및 윤 총장의 직무 복귀, 이에 더해 코로나19 백신 확보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여론은 싸늘해졌다. 부동산은 아직도 혼선이 지속되는 데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 추세로 레임덕 주장까지 확산되는 상황이다. 보궐선거가 100일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이런 분위기는 국정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말 인사가 지난달 30일 하루 3차례나 이어지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는 해석이 분분했다.

이번 인사가 쇄신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참신한 인물도 없을뿐더러 민심을 소용돌이로 빠지게 한 환경이 변함없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당직자는 “법무부와 검찰 갈등과 백신 논란 등 국정 운영에 부담을 안긴 근본적 요인이 그대로인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만 “검찰개혁과 코로나19 등은 각각 국정 철학이자 불가항력적 요소”라고 부연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