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사표 수리 등 부분 개각/靑 비서실장·민정수석도 교체…민심수습 차원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김종호 민정수석은 최근 정국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평소 국면전환용 인사를 지양했던 이지만, 이번에는 대대적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선 듯하다. 남은 관심사는 해당 인사조치가 국면전환과 민심수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지 여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개각 인사를 단행했다. 차기 법무부 장관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환경부 장관에 한정애 민주당 의원, 장관급인 국가보훈처장에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을 내정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각 인사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 후보자에 대해서는 “법원, 정부, 국회 등에서 쌓은 식견과 법률적 전문성 및 강한 의지력 등의 개혁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검찰·법무개혁을 완결하고 인권과 민생 중심의 공정한 사회 구현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수석은 한 후보자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와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환경 분야 정책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전했다. 이어 황 후보자와 곤련해서는 “해군 유자녀 지원, 고엽제 피해자 보상 등 보훈 풍토 조성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당초에는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롯해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도 교체될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내년 초 2차 개각이 예상되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하면서 추 장관의 후임을 정하는 인사로 올해 인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박범계 내정, 검찰과의 갈등’ 지속 전망
추 장관의 사퇴는 예상됐던 상황이다. 윤 총장과의 갈등 및 대결은 결과적으로 국정 운영의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문제로 문 대통령이 지난달에만 3차례 대국민에 사과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추-윤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자 “정국 혼란에 대통령으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고 첫 사과를 표명했다. 이어 지난달 16일 법무부가 제청한 윤 총장의 징계안을 재가하면서 “검찰총장 징계에 이르게 돼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고 두번 째 사과에 나섰다. 지난달 25일에는 윤 총장 징계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가 이뤄지자 “인사권자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를 거듭했다.
그러나 추 장관이 물러나도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차기 장관으로 내정된 박 후보자는 자신의 취임일성이 검찰개혁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 내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또 “검찰개혁은 제 삶 안에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역사가 있었다”면서 “앞으로 검찰개혁이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도 말했다.
참고로 박 후보자는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2013년 11월 윤 총장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중 징계를 받자, 당시 박 후보자는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라고 본인 페이스북에 밝히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공교롭게도 개혁의 주체와 대상으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참모진 개편, 순장조로 ‘친문’ 유영민
인적쇄신 효과는 기대 어려울 듯
직에서 물러난 이들 중 김 전 수석은 재직 4개월 차에 불과하다. 노 전 실장은 지난해 8월 청와대 참모진의 다주택자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관둘 뜻을 전했으나 유임된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는 '윤 총장 징계 사태'(민정수석)와 ‘정책 혼선’(비서실장) 등 국정운영에 부담이 된 사항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의미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면전환 및 민심수습이 인선의 핵심 배경이란 뜻이다.
다만 김상조 정책실장은 유임됐다. 김 실장은 앞서 노 전 실장, 김 전 수석과 함께 사의를 밝혔지만 홀로 살아남았다. 청와대는 “김상조 정책실장에 대해서는 3차 재난지원금 지급, 코로나19 방역 등의 현안이 많으므로 교체할 때가 아니라고 문 대통령이 말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과 백신 늑장 대응 등의 책임을 지고 물어나야 한다는 관측이 무색해진 셈이다. 민심수습용 청와대 참모 개편이 김 실장의 유임으로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를 둘러싼 상황은 지속 악화일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실형 및 윤 총장의 직무 복귀, 이에 더해 코로나19 백신 확보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여론은 싸늘해졌다. 부동산은 아직도 혼선이 지속되는 데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 추세로 레임덕 주장까지 확산되는 상황이다. 보궐선거가 100일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이런 분위기는 국정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말 인사가 지난달 30일 하루 3차례나 이어지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는 해석이 분분했다.
이번 인사가 쇄신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참신한 인물도 없을뿐더러 민심을 소용돌이로 빠지게 한 환경이 변함없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당직자는 “법무부와 검찰 갈등과 백신 논란 등 국정 운영에 부담을 안긴 근본적 요인이 그대로인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만 “검찰개혁과 코로나19 등은 각각 국정 철학이자 불가항력적 요소”라고 부연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