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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사면론'에 힘 실어주는 문 대통령..."새해는 통합의 해"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
이낙연, ‘사면론’ 승부수는 던졌지만…
지지층 반대 속 문 대통령 “통합” 힘싣기



지지율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면’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1일 이 대표는 새해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적절한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여야의 눈길은 청와대로 향했다. 청와대는 “실제로 건의가 이뤄지면 검토하겠다”면서 사면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여야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면 카드를 꺼낸 의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해 중도층 끌어모으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총대를 맸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대표의 사면론은 아직 정치권 내에서 반향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 대표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보선을 3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집토끼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라면 용납할 수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다소 다른 결의 반응을 보였다. 주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지역구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사면론을 제기했으나 정치적 파급력은 약했다.

하지만 집권 여당 대표이자 차기 대권주자로 불리는 이 대표의 말은 가볍지 않다. 그가 청와대와 교감 없이 독자적으로 의견을 냈다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집권 중·하반기에 접어든 문 대통령이 계속해서 두 전직 대통령을 수감해 놓는다면 정치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이 대표가 청와대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면론이 불거지면 여야를 막론하고 반발이 심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대표를 통해 불씨를 점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 대표가 문 대통령과 교감을 나눴다는 전제를 가정하면 사면론이 재보선을 위한 전략이라는 주장도 있다. 민주당은 연이은 악재에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면 지지율 반등을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안에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민주당으로서는 재보선 승리를 위한 카드가 딱히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면론은 중도층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며 “용서, 화해, 통합의 이미지는 표의 확장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신축년 신년사에서 "사회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고 최선을 다해 전진과 통합을 구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했다는 말도 나온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하며 용서와 화해, 통합의 정신을 강조했다. 이 대표도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 받아 ‘보수도 끌어안는 진보’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이후로 거대집권여당으로 불리며 독단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해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친문(친문재인) 눈치를 더 이상 보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이 대표의 약점은 자기 세력이 없는 것”이라며 “친문세력의 눈치를 보느라 자기 색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 동안 친문세력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자제해 왔다는 것이다. 사면론은 이제부터는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총리 시절 조리 있는 말솜씨로 ‘사이다 총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는 말솜씨 때문에 지지율이 상승했는데 1년간 색깔을 감추고 있었기 때문에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유가 어떻든지 이 대표의 사면론에 대한 반응은 아직까지 싸늘하다. 지난 8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7%가 '현 정부에서 사면해야 한다'고 답했고, 54%가 '사면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

문 대통령의 신년 인사회 발언도 향후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신년 인사회 모두 발언에서 “새해는 통합의 해”라고 말했다. 국민 통합을 강조한 의미이지만 사면론을 꺼내든 이 대표한테 어떤 형태로든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사면론의 여파는 이 대표와 문 대통령이 모두 나서야만 가라앉을 것”이라며 “재보선 전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유선 기자 your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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