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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이재명의 엇갈린 희비...친문의 선택은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를 마친 뒤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
이낙연, 사면론 역풍이 족쇄로…돌파구 마련이 관건
이재명, 문 대통령 찬양하며 공관 정치 시작…친문과 ‘거리좁히기’ 행보


여권 잠룡들의 입지가 뒤바뀌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스텝이 꼬이는 만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힘을 받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국민 통합이란 명분으로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냈다가 역풍만 맞았다. 지지층 이탈이란 위기감 속에 이 대표는 호남·부산을 잇따라 방문하며 지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 지사는 친문(친문재인) 행보에 박차를 가하며 친문 지지층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경기지역 의원들과 정책당정회의를 가지면서 이른바 ‘공관 정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양강 구도는 최근 1강으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 21일 한국리서치 외 여론조사업체 4곳이 발표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27%로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표는 13%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 지사가 이 대표보다 두 배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대낙’(어차피 대통령은 이낙연)이란 말은 이제 무색할 따름이다. 지난해 이 대표는 11개월 연속 지지율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4월에는 40%대의 고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에서도 지지세가 하락하는 등 이제는 시련의 시기에 접어드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사면론은 이 대표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이 대표는 국민 통합을 내세운 사면론으로 중도층 외연 확장에 승부수를 걸었다. 처음에는 대통령과의 교감을 토대로 사면론을 제기하는 충정을 보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사면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국민 통합에 대해서는 "사면을 둘러싸고 또다시 극심한 분열이 있다면 국민통합이 아니라 통합을 해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대표의 처지가 곤혹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 대표를 앞세워 사면론 여론을 점검하는 ‘치고 빠지기’ 전략을 세웠다가 여론이 싸늘하자 발을 뺀 것이라 추정하기도 했다. 여권의 속사정이야 어떻든 결국 이 대표가 그 책임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당원들뿐 아니라 문 대통령까지 사면론에 반대하자 사면초가에 빠졌던 이 대표는 지난 18일 호남으로 내려가 바닥 민심 공략에 나섰다. 이 대표는 양동시장을 방문해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들은 뒤 일명 ‘노무현 국밥집’으로 불리는 식당을 찾았다. 이 국밥집은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들렀던 곳이었다. 이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국밥 드신 자리’라고 표시된 의자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지지율 하락을 반전시키기 위해 ‘노무현 이미지’를 활용하려는 의도가 충분히 엿보이는 장면이다.

이후 이 대표는 광주 국립 5·18 묘지를 참배했다. 현장에는 ‘사면론 완전 철회’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는 광주 시민들도 보였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 대통령 말씀으로 그 문제(사면론)는 매듭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이 대표는 호남에 이어 부산을 찾았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우세한 지역이다. 보궐선거를 책임지는 이 대표로서는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곳이기도 하다. 4·7 재보궐선거는 이 대표의 대권 가도를 결정지을 최대 승부처다. 이번 선거에서 패하면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은 물론 차기 대선주자로서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된다.

이 대표의 초조함은 이 지사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에 나선 것에서도 드러났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이 지사의 경기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에 대해 “지금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데 소비를 하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왼쪽 깜빡이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가 이 지사를 향해 직설적으로 비판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다음날 이 지사는 이 대표의 발언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전 도민에게 10만원씩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같은 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는 “문 대통령님께서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중앙정부의 지원정책과는 별도로 지방정부가 자체로 지원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적었다. 자신의 정책이 대통령으로부터도 힘을 받은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지사는 문 대통령을 향한 찬양성 칭찬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18일 이 지사는 자신의 SNS에서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100년 만의 세계사적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문 대통령님께서 그 자리에 계신 게 얼마나 다행인가 다시 한번 생각했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이 정책에 힘을 실어준 데 대한 보답성 찬양으로 비쳐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지사는 친문 세력과의 ‘거리 좁히기’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찬성 의지를 표명했다. 이 지사는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서 문 대통령의 부동산 공급 확대 의지에 대해 “공공 재개발, 역세권 개발 등 특단의 공급대책 조치와 평생주택 철학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경기도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무주택 국민 누구나 원하는 만큼 거주할 수 있는 질좋은 기본주택의 실현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경기도가 문 대통령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과 호흡을 같이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대권 잠룡 중 만년 2위에서 최근 1등 자리를 꿰찬 이 지사는 ‘공관 정치’를 펼치며 유력 대선주자의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8일 이 지사는 지사 공관에서 정책 당정회의를 가졌다. 민주당의 경기 지역 국회의원 7명과 박정 경기도당 위원장이 참석했다. 이 같은 당정회의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정례화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도당과 광역단체장의 당정회의가 정례화된 경우는 흔하지 않다. 정치권에서 “이 지사가 세 불리기에 나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와 이 지사의 대조적인 행보에 대해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둘 다 친문 출신이 아니고 세력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친문 핵심 인사들은 두 사람을 지켜보며 고민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밴드웨건 효과가 친문 지지층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유선 기자 your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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