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친문경쟁, 野 후보 단일화 논쟁으로 내분 심화

(왼쪽)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오른쪽)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보궐선거에서 찾아보기 힘든 ‘포스트 리더십’ 유권자 도외시한 채 당내 표심만 쫓아가는 여야 후보들

與 친문경쟁, 野 후보 단일화 논쟁으로 내분 심화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야 내분이 심화되고 있다. 여권은 ‘친문(친문재인) 경쟁’에 팔을 걷어 붙였고 야권은 ‘후보 단일화’로 집안 싸움이 한창이다. 예비후보들마다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비전은 잘 들리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은 당내 경선에서 패배하지 않으려면 친문 세력의 표심이 절실하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 지난 총선과 같은 참패가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유권자의 마음을 휘어잡을 후보들의 리더십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1일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유튜브를 통해 국민면접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은 자신이 ‘진짜 친문’임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가장 먼저 선언한 우상호 예비후보는 “이번 선거엔 가장 민주당다운 후보가 나와야 범여권 지지층을 결집해 승리할 수 있다”며 “민주당 역사와 정신을 계승한 후보는 바로 우상호”라고 말했다. 우 후보는 자신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정치인이라는 점과 문재인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 ‘살면서 가장 진정한 눈물을 흘렸던 때가 언제냐’는 사회자 질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상주를 맡으면서 온종일 울었다”고 말했다.

이 방송에서 서울시장 출마에 나선 박영선 예비후보도 ‘원조 친문’임을 강조하며 지지세력 결집에 나섰다. 박 예비후보는 문 대통령의 사진을 정면에 내걸고 “저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정치를 배웠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박 예비후보가 친문임을 강조한 건 이날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유튜브 방송 ‘시사타파TV’에 출연한 그는 스스로를 “원조 친문”이라고 표현하며 친문 세력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달 30일에도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와의 인터뷰에서 박 예비후보는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설명하며 다시 한 번 친문 표심을 공략했다. 2017년 대선 때 그는 문재인 후보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에 대해 박 예비후보는 “(2012년 대선) 마지막에 약간 갈등이 있었다. 그때 문 대통령에게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했는데 그런 의견을 안 들어줬다. 그래서 삐쳤다”고 말했다. 이후 2017년 대선 캠프에서 모든 갈등을 풀었다고 강조했다.

부산시장 도전에 나선 김영춘 예비후보 역시 친문 경쟁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김 예비후보는 지난 1일 국민면접에서 “문 대통령이 새로운 기틀을 다지고 있다”며 친문을 향한 구애를 펼쳤다.

이를 두고 여권의 한 인사는 “친문 이미지를 고수하다가는 만만하게 보일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자신만의 정치 철학을 어필하며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문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나서는 모습이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경선뿐 아니라 향후 대선까지 바라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야권은 여전히 ‘후보 단일화’를 외치면서도 진행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는 세 가지 방식이 있는데 아직도 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합당 ▲범야권 플랫폼을 통한 경선 진행 등이 단일화 방식으로 꼽히고 있다. 이 중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은 국민의힘 외부에서 안 대표와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의 단일화 회동에서 대략적인 의견에 합의했다는 정도다. 아직 최종적인 단일화 조사 방법을 합의하는 데까지는 고비가 남아 있다.

야권은 ‘단일화 피로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단일화를 위한 실질적 논의보다 기싸움만 지속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안 대표와 금 전 의원 사이에서 단일화가 이뤄져도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야권의 단일화가 상당히 절실하고 절박하다”며 “여권의 탄탄한 조직력에서 이기기 위해선 단일화밖에 답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역대 서울시장 선거에서 어느 당이 더 많이 이겼는지 보면 야권 단일화 중요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야권을 승리로 이끈 인물은 이명박 전 대통령, 오세훈 전 서울시장 두 사람뿐이다.

여권은 친문 경쟁에 몰두하고 야권은 후보 단일화 협상을 진행하며 후보만의 색깔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각각의 후보가 고유의 경쟁력을 선보여야 하는데 그 과정이 부각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인사는 “(양당은) 이번에 서울시장이든 부산시장이든 한 자리 이상을 가져와야 대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판단이 있다”며 “만약 이번 선거에 패배하는 후보가 있다면, 야권이든 여권이든 그 후보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보는 무조건적인 승리를 위해 당론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친문 경쟁과 단일화 협상에만 주력하는 여야의 예비후보들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강 교수도 선거 과정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강 교수는 “이번 보궐선거는 1987년 체제를 마무리하는 선거”라며 “포스트 1987년 체제에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전혀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화, 민주화의 대립구도에서 탈피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에 대한 논의가 빠져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